Chosen by the Hero King, the Second Life of the Illegitimate Child RAW novel - Chapter (105)
105화. 로하트리오 (2)
타퀴오 로그 로하트리오
로하트리오 가문은 대대로 북부에서 내려오는 강력한 몬스터들로부터 코하리트 제국을 수호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렇다 보니 위디아 공작가와 지리적으로 너무 멀어 대면한 적이 없었다.
‘미하엘급 재능.’
나처럼 누군가의 능력을 빌리며 강해진 게 아니라, 오로지 자신 스스로의 힘으로 강해질 수 있는 천재.
타퀴오와 대면한 순간부터 그런 느낌을 받았다.
“거기까지.”
당연하게도 우리는 여기서 싸울 수 없었다.
“1학년이 난리를 치고 있다고 해서 왔더니만, 이게 무슨 짓이지?”
허리춤에 검을 착용한 이들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다만, 그들의 교복은 우리와 달리 어깨에 아카데미를 상징하는 마크가 달려있었다.
[학생회군.]학생들의 질서를 유지하는 학생회였다.
본래 아토란 사태도 이들이 막았어야 하지만 갑작스러운 사태라 이들이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2학년들이 사용하는 연무장에서 난리를 피웠고 타퀴오 또한 누군가를 상대하고 있느라 시간을 허비하여 이들이 올 수 있었다.
-스윽.
검 손잡이에 올렸던 손을 내렸다.
‘일단 따르는 게 좋겠지.’
벌점이 무서워서 따르는 게 아니라, 학생회의 위치 때문이었다.
[블루 명찰을 단 학생 중에서 가장 높은 직위에 있는 자만이 학생회장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즉, 레이젠 제국의 자손이다.]‘말하지 않아도 알아.’
레이젠 제국의 자손은 총 5명.
황자 2명에 황녀 3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이들 중 3명은 하등 기억할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레이젠 제국은 ‘초록 눈을 가진 자’만이 제국을 다스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루카스타 황태자.’
현재 아카데미의 학생회장이자, 훗날 레이젠 제국을 아주 잠깐 다스렸던 서열 1위 황태자였다.
“싫다.”
하지만 타퀴오 이 녀석은 생각이 없는 건지, 아니면 나하고 그렇게나 싸우고 싶은 건지 루카스타 황태자를 봤음에도 고개를 수그리기는커녕 오히려 인상을 찌푸렸다.
“반항하는 건가?”
“이 세상에 나한테 명령할 사람은 없다. 아니면 네가 싸워라.”
일단 팔짱을 끼며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다른 이들이라면 그냥 무시하고 행동했을 테지만, 레이젠 제국의 황태자면 상황이 달라진다.
적국도 아니었고, 거기에 아탈리네 황녀의 친오빠이면서도 훗날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맡았던 녀석이니까 말이다.
“학생회를 거부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나?”
“모른다.”
“벌점이 부과될 수도 있다.”
“흥! 까짓거 마구간에서 자면 된다!”
“……이래서 코하리트 녀석들은 말이 통하질 않는군.”
루카스타 황태자는 미간을 꾹꾹 누르며 한쪽에 서 있는 나를 바라봤다.
“로크라고 했나? 너도 첫날부터 큰 사고를 쳤더구나. 코하리트 녀석이니 딱히 뭐라 할 생각은 없지만 자중해라.”
“저는 뭐가 됐든 상관없습니다. 싸워도 그만, 안 싸워도 그만인지라.”
“그, 그럼 안 된다! 반드시 싸워야 한다! 강자와의 싸움은 늘 새롭다! 짜릿하다! 흥분된다!”
‘네 쾌락을 위해 나를 이용하지 마.’
루카스타는 한숨을 내쉬었다.
“힘을 사용한다고 해도, 내가 네 둘을 이기는 건 불가능. 데려온 임원들과 힘을 합치더라도 제압 불가능. 그러니 서로 양보하기로 하지.”
“양보라 하심은?”
“1학년 연무장에서 겨루도록. 본래 신입생은 당일에 사용할 수 없지만, 학생회의 권한으로 이번 한 번만 특별히 허락해 주겠네.”
“저야 뭐….. 싸우지 않아도 상관없는지라.”
슬쩍 타퀴오를 바라보자, 그도 그 정도는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그 정도 양보하지.”
“따라와라. 연무장의 문을 열어줄 테니.”
루카스타는 귀찮다는 듯이 등을 돌렸다.
“첫날부터 이게 무슨 짓거리인지….. 정말 귀찮구나.”
그의 중얼거림은 들은 나는 속으로 피식 웃었다.
‘당연하죠. 저래 봬도 레이젠 제국을 이끌고 행성의 적들에 대항했던 녀석이니까요.’
인류의 희망의 핏줄이라고 해야 할까.
아탈리네 황녀가 등장하기 이전에 인류의 희망으로 불리었던 건 루카스타 황태자였으니까.
무능한 황태자.
하지만 인류의 등불을 밝혔던 영웅이었다.
***
이 아카데미에 도착하고 난 뒤,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존재들이 많았다.
헤르시아, 아토란 거기에 루카스타.
그중 헤르시아를 제외하면 둘은 처음 보는 존재나 마찬가지였지만, 그들이 미래에 무슨 일을 하는지 단편적으로 알고 있는 나로선 아주 조금이지만 과거의 향수를 느꼈다.
‘작네.’
1학년 연무장은 생각보다 작았다.
그래도 바닥이 평평하고, 사방이 뻥 뚫려 있다 보니 평소 사용하던 연무장보단 좋았다.
“웬만하면 바닥 어지르지 마.”
연무장을 바라보고 있는 내 곁으로 키가 굉장히 작은 소녀가 다가왔다.
붉은색 머리카락과 대조되는 푸근해 보이는 얼굴.
다만, 그 얼굴과 다르게 귀와 눈이 굉장히 컸다.
‘하프 몬스터인가…..’
레드 명찰을 달고 있었지만 학생회 임원이 되었다는 의미는 그만큼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저런 종족을 ‘하플링’이라고 하는데, 과거 몬스터와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자들이다.
몬스터라고 해도 지금은 이종족 혹은 아인이라 불리는 자들이었는데, 과거에는 엘프나, 드워프 같이 이종족이 아니면 전부 몬스터라 불리었다.
그렇다 보니 하플링이라고 하면 일단 하프 몬스터라는 말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몸에 들어간 마나가 이질적이네.’
인간이 모으는 마나보다는 이질적이었기에 그녀의 감각이 상당히 예민하다는 것을 알았다.
“당신 이름을 알 수 있을까요?”
“왜?”
“그냥 궁금해서요.”
“……키니.”
“좋은 이름이네요.”
혹시나 해서 물어봤지만 역시나 머릿속에 없는 이름이었다.
루카스타는 대화를 나누고 있는 우리한테 다가왔다.
“연무장 사용을 허락해줬지만 웬만하면 어지르지 말 것. 내일 수업에 지장이 될 수 있으니까 자중할 것. 이 두 가지 조건은 들어줬으면 해.”
“최대한 노력해보겠습니다.”
“하아…… 제발 부탁이다.”
루카스타는 귀찮다는 듯이 키니와 함께 뒤로 물러나자, 나는 검 손잡이에 손을 올리고 연무장 가운데로 걸어갔다.
연무장에는 웃통을 벗고 몸을 풀고 있는 타퀴오가 있었다.
‘몸 풀기 좋겠어.’
마스터에 오른 뒤 적당한 상대가 없었다.
하크와 아리스는 너무 강했다 보니, 적당한 상대와 싸우며 몸에 적응해야 했고 타퀴오는 그에 맞는 상대였다.
마스터에 오르기 직전인 상대였으니까.
“기다렸다.”
“나는 그다지……”
“이제 싸우자!”
그 말을 끝으로 타퀴오는 바닥을 박차고 앞으로 튀어나왔다.
주먹에 감겨 있는 황금색 기운이 눈앞까지 다가왔지만 나는 검을 뽑지 않고 손을 들어 올렸다.
[가 발동됩니다.]-터억!
EX급 능력인 「파천신무(破天神武)」에는 과거 내가 얻었던 「금강(金剛)의 격(格)」의 진리 또한 스며들어 있었다.
몸으로 충격이 들어오지 않고 손과 주먹이 부딪치는 순간 아예 소멸되었다.
“……!”
타퀴오는 당황하면서도 서둘러 발을 치켜들었다.
깔끔한 뒤돌려차기로 발바닥이 내 머리를 향해 뻗어갔지만, 과거 「태권도 발차기」라는 능력을 얻었다 보니 발차기의 약점을 금세 파악하고 움직였다.
-파앙!
동작이 큰 발차기는 공기를 때리며 허공을 갈랐다.
고개를 살짝 튼 상태에서 손을 일자로 뻗었다.
-파지지지지지직!
《일 검 – 번개가 지나간 길.》
번개를 두른 손에 다가오자 타퀴오는 자세가 흐트러져 있는 상태에서 허공을 찼다.
-퍼엉!
순식간에 뒤로 물러나며 다시 자세를 바로 했다.
‘「폭풍의 일보(一步)」와 비슷한 느낌이네.’
영웅의 능력을 사용하는 자신과는 다른 방식을 사용했다.
빠르게 자세를 잡자마자 타퀴오의 몸에서 황금빛이 뿜어져 나왔다.
“로하트리오!”
-파아아아앗!
근육질로 강인해진 몸에 눈이 부실 정도로 강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허나 내 눈에는 조금 다르게 보였다.
‘대지와 바람이 섞이고 있네.’
근육이 확장되며 대지의 기운으로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와 반대되는 성질인 바람으로 몸을 가볍게 하여 더욱 날렵하게 만들었다.
서로 극과 극의 성질을 섞으며 타퀴오는 더욱 완성된 육신을 만들었다.
“멧돼지 돌진!”
-콰아아아아아앙!!!
연무장을 깨끗하게 써달라고 했지만 그 부탁은 들어줄 수가 없었다.
타퀴오가 서 있던 바닥이 폭파하며 그 신형이 화살처럼 앞으로 쏟아졌다.
[〈무패(無敗)〉가 발동됩니다.]《일 검 – 바위가 굴러간 길.》
나 또한 손에 황금의 기운을 두르며 다가오는 타퀴오를 맞이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몸과 손이 부딪쳤지만, 결과는 달랐다.
타퀴오의 몸이 내 손에 막혀 더 이상 전진하지 않았다.
“황소 찢기!”
내 손에 막혔다고 포기하지 않았다.
양팔과 다리를 교착시키며 주먹과 발을 뻗었다.
무거운 몸을 가졌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처럼, 주먹과 발은 내 사각에 쏟아졌다.
-화르르륵!
《이 검 – 불이 타오른 길.》
손을 가볍게 흔들며 사방으로 불을 뿜어냈다.
다가오던 주먹과 발은 타오르는 불에 부딪히며 주춤했다.
“두꺼비 폭파!”
거대한 주먹을 들어 올리며 기운을 한곳에 모으기 시작했다.
압축되고 모이며, 주변의 공기가 떨려왔다.
‘격권(激拳)까지 사용할 줄은 몰랐는데?’
물론 내가 알고 있는 격권(激拳)과는 조금 다른 방식이었지만, 사방에 퍼졌던 불길은 서서히 소멸되기 시작했다.
《삼 검 – 모래가 흘러간 길》
타퀴오가 들어 올린 주먹을 향해 나도 주먹을 휘둘렀다.
서로의 주먹이 부딪치자, 타퀴오의 신체는 곧장 반응을 보였다.
-우드득!
“크윽!”
내부에서 폭발하는 격권(激拳)은 그만이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보니, 더욱 강한 힘이 부딪치며 내부가 공격당한 것이다.
“맹호 어금니!”
오른손을 더 이상 못쓴다는 걸 파악한 타퀴오는 양다리를 교차시키며 휘둘렀다.
일자로 뻗어나가는 다리에는 날카로운 오러가 둘려 있었다.
《이 검 – 강이 흘러간 길.》
흐르는 물처럼 다리의 공격을 피한 나는 한 걸음 안쪽으로 들어갔다.
뻥 뚫려 있는 타퀴오의 복부를 향해 손을 가져갔다.
《사 검 – 물방울이 떨어진 길.》
-포옹!
손에서 뻗어나간 작디작은 물방울 하나가 타퀴오의 복부를 강타했다.
-퍼어어어어어엉-!!!!!
타퀴오의 허리가 공중으로 떠오르며, 빛을 뿜어내던 강인한 육신이 서서히 빛을 잃어갔다.
“커헉…..”
잠시 복부를 쥐던 타퀴오는 이내 공중에서 자리를 잡았다.
‘허공을 찰 수 있다니……’
나뭇잎, 나뭇가지, 모래, 돌이 튀어 오르는 것을 순간적으로 파악하여 찬 것일 테지만, 저 강인한 육신치고는 너무 가벼운 움직임이었다.
“천호 치기.”
강대한 빛을 뿜어내는 타퀴오의 육신이 순식간에 내 앞으로 다가왔다.
한계를 알 수 없는 체력이었지만, 반대로 그 체력을 꺾기 전까지 그를 제압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스릉~
아까까지와는 비교도 안 되는 기운에 나는 어쩔 수 없이 검을 뽑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