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sen by the Hero King, the Second Life of the Illegitimate Child RAW novel - Chapter (109)
109화. 총장 (2)
“지금까지 저는 숱한 재능들을 가진 인재들한테 제 기술을 전수하고, 능력을 더욱 극대화시켜 주었습니다. 아카데미가 있기 전에도 말이죠. 그중에서는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이들도 있습니다.”
아카데미가 설립된 건 고작해야 몇백 년.
태초 때부터 활동을 시작한 아크한테 아카데미를 운영한 기간은 너무 짧았다.
“언젠가인가 세상은 오랫동안 전쟁을 시작했습니다. 이를 현재에 있는 학자들은 대륙 역사 전쟁이라고 칭하더군요. 하지만 저는 개의치 않았습니다.”
인간의 목숨 따위 그한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제자가 된 인간이 죽어도 그는 슬퍼하지 않았다.
그것이 그의 임무였으니까.
“뭐. 그 전에도 제 제자가 문명 하나를 파괴한 적도 있었고, 세상을 지배하고 모든 역사를 아예 삭제시킨 적들도 있었습니다. 현재의 남은 기록은 천년전쟁의 시작과 끝을 이룬 이후부터지요.”
고대에 있었던 기술이 현재 남아있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고대에서조차 아크는 살아 있었다.
“천년 전쟁이 끝나고 언젠가인가, 제 제자들의 후손이 저한테 오더군요. 이곳을 맡아줄 수 없냐고.”
“당연히 거절했겠군요.”
“맞습니다. 거절했지요.”
제자들은 그한테 애정이 있을 수 있지만, 그는 제자한테 그리 애정이 없었다.
그한테는 임무가 더 중요했으니까.
“하지만 그들이 약속하더군요. 세상에 내로라하는 재능들을 전부 이곳으로 불러들인다고. 그저 그것만 하면 된다고 하니 거절할 수가 없더군요.”
“……”
“아이젠 공작도 제가 가르쳤습니다. 로크 군도 제가 가르치고 싶군요. 어차피 교수님들이 로크군을 가르친다고 해도 딱히 배우실 건 없으실 겁니다.”
“……은룡을 만드셨다고 하셨죠.”
“예. 그렇습니다. 아주 오래전 일이지만요.”
“그건 무슨 목적이었습니까?”
“아시지 않습니까? 행성 외적 존재를 거부하는 일을 시키기 위해서입니다.”
그한테는 이 행성이 멸망하는 것보다 임무를 중시하는 것이 더욱 중요했다.
하지만 그런 그가 은룡을 설립하고 행성의 멸망을 막는다는 것 자체가 의문점이었다.
인류를 버리면서, 행성이 멸망해도 상관없으면서.
그런데 행성을 수호하는 조직을 만들었다는 게 의문점이 들었다.
내가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보자, 아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본래 저는 은룡을 만들 생각이 없었습니다. 이 또한 권유였지요. 천년전쟁이 끝난 직후 여느 때처럼 제자를 들였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제자를 들이면서 자신이 가진 임무에 관해서 말해주었다.
아이젠도 마찬가지로 그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게 여느 때처럼 천년전쟁이 끝난 직후에도 한 아이를 제자로 들였다.
“그 아이가 제 이야기를 듣고 난 뒤, 차라리 행성을 수호하는 조직을 만드는 게 어떻겠냐고 묻더군요.”
“……”
“그 녀석이 바로 ‘레이젠 제국을 건립한’ 최초의 황제입니다.”
“……놀랍군요.”
“후훗. 저도 놀랐지요. 설마 결혼을 통해서 수많은 민족들을 통합시키고, 그 민족들로부터 재능있는 자들을 모아 은룡이라는 조직을 만들어 비밀리에 운영하였으니까요. 하지만 그가 제국의 황제가 된 이상 은룡을 맡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여, 제가 대신 맡았지요.”
“그건 어떻게 맡아주셨네요?”
“흥미가 있었기 때문도 있지만, 그로 인해 몇 가지 제약이 없어졌다는 것 정도만 말해드리고 싶군요.”
그 몇 가지 제약이라는 건 그다지 궁금하지 않았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제 제자가 되라는 건 강요가 아닙니다.”
“……음.”
물론 더 강해지기 위해서라면 받아들여야 했다.
영웅왕님도 이렇게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
‘효율….. 그렇죠. 효율.’
지금까지 아크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가 효율을 엄청 중시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럼 부탁이 있습니다.”
“말씀하시죠.”
“우선 제가 당신한테 수업을 받는 동안 아모리 황녀님 혹은 아탈리네 황녀님이 위협을 당한다면 곧장 저한테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
“동대륙에서는 이걸 영웅호걸이라고 하지요.”
갑자기 이게 무슨 말이야.
내가 아크를 노려보자 그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렇게 하지요. 당신이 바쁠 때는 제가 지켜드릴 테니 걱정하지 마시지요. 애초에 전 블루 기숙사의 명찰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을 가끔 구하기도 하니까요.”
그러니 아토란 황태자를 구한 것이겠지.
“두 번째는 저한테 당신의 방식을 가르치지 말라는 겁니다.”
“그야 당연합니다. 애초에 로크군과 제가 익힌 자연의 기운 방식이 다릅니다. 스피릿 브레이크지요? 태초 때부터 존재했던 그 무술을 이렇게까지 극도로 단련시킨 자는 처음 봅니다. 그걸 더욱 끌어올릴 수 있게 도와드리겠습니다.”
아크 또한 스피릿 브레이크를 알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아크가 스프릿 브레이크를 이 행성으로 가져왔을 수도 있었다.
무엇이 되었든 간에 더욱 강해질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옆에 있는 하프노스트 또한 마찬가지로 단련시키도록 하죠.”
[응? 나를?]“백골이를 알고 계세요? 아니, 애초에 이거 단련시킬 수 있어요?”
“물론이지요. 이 멸종시켰던 하프노스트라 그런지 오래간만에 만나서 참으로 흥미롭군요.”
“……!”
뜻밖의 곳에서 영웅왕님을 알고 있는 자를 만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생각해보면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행성이 태초일 때 왔다고 했고, 이곳에 영웅왕님이 오신 적도 있다고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내가 영웅왕님하고 대화가 가능하다는 건 모르는 것 같네.’
그걸 알았더라면 아크의 반응이 사뭇 달랐을 수도 있었다.
“이라는 존재는 저도 잘 모릅니다. 그냥 순식간에 이곳으로 오셨고 많은 것을 이룬 뒤에 순식간에 사라졌지요. 그렇기에 그녀가 업적을 가졌다는 것만 알고 있습니다.”
“…..예.”
하지만 아크 또한 영웅왕님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
그저 그녀가 잠시 이 행성에 있었고 많은 것을 이루고 사라졌다는 것 정도였다.
“수업을 시작하도록 하죠.”
그 말과 동시에 내 시야가 멀어졌다.
***
타퀴오는 벌점을 받았지만, 아직도 화이트 기숙사에 있었다.
보통 벌점을 받으면 자중하기 마련이지만, 타퀴오는 거리낄 것이 없었다.
그는 검술을 배우고 있는 블루 명찰을 가진 자들이 있는 연무장을 샅샅이 살펴봤다.
“없다.”
무술 관련 수업에는 격투술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검술에 몰려있다 보니 사람이 적었고 교수 수준도 높지 않았다.
격투술 교수조차도 타퀴오를 이길 수 없었다 보니, 타퀴오는 수업을 대충 듣고 어제 싸웠던 로크를 찾으러 온 것이다.
“어머? 무슨 일이세요?”
그런 타퀴오의 앞으로 아모리 황녀가 슬며시 다가갔다.
“로크라는 자를 찾고 있다.”
“로크? 아아….. 로크는 이 수업 안 듣게 됐어요.”
블루 기숙사 명찰을 가진 이들은 현저히 적었다 보니, 검술 수업임에도 불구하고 두 명뿐이었다.
한 명은 아모리 황녀였고, 또 한 명은 눈매가 날카로운 남성이었다.
하지만 그 남성이 로크가 아님을 알게 된 타퀴오는 실망스럽다는 얼굴을 하며 앞에 있는 아모리 황녀를 바라봤다.
“……그런가?”
“네. 아무래도 특별 교육이라는 걸 받게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럼 여기에는 흥미 없다.”
그렇게 타퀴오가 등을 돌리려는 순간 오싹한 한기가 등을 찔렀다.
“…..?”
등을 돌려보니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남성은 아예 자신을 보지 않고 검에만 매진하고 있었다.
자신한테 로크가 없다고 말한 여성은 아름다운 검은색 머리카락을 찰랑거리며 웃는 얼굴로 있었다.
“방금 뭔가……”
“예? 뭐가요?”
“…..아니다.”
타퀴오는 일순 깨달았다.
방금 느꼈던 오싹한 한기는 이 여성한테서 느껴진 게 아니었다.
‘아카데미에 펼쳐져 있던 결계가 일순 흔들렸다.’
로하트리오 가문의 사람들은 피부가 굉장히 민감하다.
그들이 가진 무술의 특성 때문인데, 마나의 진동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렇기에 일순 결계가 아주 잠깐 흔들렸다는 것을 오직 타퀴오만 느꼈다.
아니, 타퀴오는 오직 자신만 느꼈다고 생각했다.
‘아포라스님.’
-샤악~
행성의 파편을 지니고 있는 아모리 황녀는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있었지만, 그녀 또한 느낄 수 있었다.
아포락스의 혓바닥에는 마나를 감지하는 센서가 있는데, 아카데미에 펼쳐져 있던 결계가 아주 잠깐 요동쳤다는 것을 느꼈고 그걸 그대로 아모리 황녀한테 보냈다.
‘아무래도 누군가 들어왔나 보네.’
싱글싱글 웃고 있는 아모리 황녀는 속으로 상황의 심각성을 감지했다.
***
까딱! 까딱!
“냥?”
빨래를 하던 루나는 일순 까딱인 자신의 오른쪽 볼에 난 수염에 당황했다.
“왜 그래요 루나?”
“아, 아니에요.”
당황하면 고양이 울음소리가 나온다는 것을 알기에 리사는 고개를 갸웃했다.
‘방금 뭐지?’
루나는 공기의 흐름이 아주 잠깐 변했다는 것을 느꼈다.
***
“……흐음.”
아탈리네 황녀는 마법에 관해서 공부를 하기에, 마법학과의 공간 지배 이론이라는 수업을 듣고 있었다.
검술과 달리 마법 같은 경우는 레드가 아예 없어서인지 반이 전부 일통되어 있었다.
그런 그녀의 능력에 무언가가 감지됐다.
‘방금 아카데미에 무언가가 침입한 것 같은데……’
마법을 익히고 있는 이들 중에서 이걸 감지한 건 오직 자신밖에 없었다.
마나에 잡힌 게 아니라, 오직 업적에 잡혔기 때문이다.
‘…..아니, 나 혼자만이 아닌가 보네요.’
아탈리네는 슬쩍 옆을 바라봤다.
로크의 누이라는 에리나 또한 무언가를 느꼈는지, 필기를 멈추고 멍하니 어딘가를 바라봤다.
‘역시 대단한 재능이에요.’
그녀가 가지고 있는 마나적응력이 방금 있었던 아주 미세한 이상 현상을 캐치한 것이다.
‘누구를 목적으로 하는지가 관건이네요.’
아탈리네는 슬쩍 손을 사람들이 보지 못하게 무릎 위로 올렸다.
그러자 그녀의 손에 착용되어 있던 칠흑의 반지가 서서히 가루가 되며 사라졌다.
‘제2의 세력.’
지금까지 아무런 정보도 없었다.
그렇다 보니 지금 침입한 자가 제2의 세력이라는 것을 그녀는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