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sen by the Hero King, the Second Life of the Illegitimate Child RAW novel - Chapter (11)
11화. 가정교사 (4)
스킬 「G : 바보의 한숨」은 그렇게 대단한 능력이 아니었다.
신묘한 상자에서 나오는 스타크X프트라는 게임으로 돈을 버는 인물이었다.
이름은 생각나지 않지만, 아무튼 영웅은 만년 2위만 하던 녀석이었다.
계속해서 2위만 하다 보니 2라는 숫자만 보면 몸을 부들부들 떨 정도로 치를 떨던 녀석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사람들은 항상 2위만 하는데도 포기하지 않는 그를 보며 ‘바보’라고 놀렸다.
그런 소리를 들으면서도 그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대회에 나갔지만, 언제나처럼 2등의 자리를 유지했다.
「바보의 한숨」은 성향에 해당하는 능력이다 보니 그저 칸을 채우기 위해 넣어놨을 뿐이었다.
거기에 G급이라는 가장 낮은 등급에 해당하는 능력이라 기대하지 않던 능력이었다.
‘이렇게 쓰일 줄은 몰랐는데, 다행이다.’
전략판의 지형은 헤이톤스 행성의 지역 전부였다.
이 전략판 아티팩트가 과거 위대한 마법사가 만들어 놓았던 세계지도를 복사하여 만들어진 아티팩트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이 아티팩트는 「바보의 한숨」에서 보았던 스X크래프트라는 게임과 굉장히 흡사했다.
“하하. 제가 졌군요. 뭐 이런 날도 있는 거죠.”
처음 아티팩트를 작동하고 승부를 봤을 때 카멜슨이 한 말이었다.
이런 병법 게임을 처음 하는 나한테 졌다는 굴욕감보다는, 그저 자신이 봐준 거라고 자기위안을 삼는 것 같았다.
“자! 다음 판 시작하시죠. 이제 진짜 실력이라는 것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나는 다음 판에 치즈러시라는 방식으로 순식간에 카멜슨을 잡아버렸다.
“하하하하……. 우, 운이 좋으시군요.”
“뭐. 그대가 그렇게 말하니 그런가보군.”
이어지는 게임에서도 똑같은 방식으로 게임을 끝내버렸다.
광석을 캐고, 그 광석으로 병사라는 직책을 만든 다음 광석을 캐는 광부들을 전부 데려가 공격했다.
처음 당하는 사람이면 멘탈이 깨지는 방법이라고 기억 속에 남아있었다.
카멜슨은 세 판을 내리 연속으로 패배하자 턱 근육이 딱딱하게 굳어있는 게 빤히 보일 정도였다.
“……원래 고수는 초보한테 3판 정도는 양보해주는 법입니다. 다시 가시죠.”
목소리마저 침울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쉽군.’
스킬 「바보의 한숨」으로 대략적인 게임의 룰을 이해하고, 「전략의 천재」로 당시 코란트가 가지고 있던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온다.
마지막으로 「초직감」으로 지형과 공격 방식, 위치를 예측한다.
카멜슨은 모르고 있겠지만, 나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지도에서 상대의 위치를 전부 예측할 수 있었다.
“하하……. 다, 다시 하죠.”
그렇게 한 판, 두 판, 세 판 하던 것이 급기야는 열 판정도 되고 나서야 카멜슨이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
“테스런.”
“……알겠습니다.”
‘실전은 아니고 게임이긴 하지만 뿌듯하네요.’
테스런이 어깨가 축 처져있는 카멜슨의 어깨를 토닥이며 밖으로 내보냈다.
위디아 공작가에서 전술의 천재라 불리는 카멜슨의 자존심이 휘다 못해 아예 꺾여 버리는 순간이었다.
***
다음 수업은 예법으로, 이는 교육이라고 하기보단 습관을 새긴다는 말이 더 맞을 것 같았다.
테스런의 말론 오늘은 간단한 소개와 내 몸을 관찰한 후, 내일부터는 내 뒤를 계속 쫓아다니며 예법을 가르친다고 했다.
그래도 일단 수업이 시작되자 굉장히 깐깐해 보이는 차가운 인상의 여자가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귀족의 기본이라 했던가?’
용병 생활을 할 때 몰락 귀족이었던 녀석이 있었다.
통성명을 하고 나서 불과 며칠 만에 오크한테 머리를 난도질당했던 녀석이라 이름까지 기억나진 않지만, 아무튼 귀족들은 예법을 걸음마를 시작할 때부터 익힌다고 했다.
귀족들은 평민들과 걷는 법 자체가 다를뿐더러, 행동, 말투, 격식 모든 것이 달라야 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그 녀석은 숟가락 잡는 법 자체가 남들과는 달랐지.’
용병들 중에선 마음이 급해 손으로 음식을 먹는 녀석들도 있었지만, 그 와중에 그 녀석은 아주 꼿꼿하게 예법을 지키는 듯했다.
절제된 움직임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당시에는 그걸 보고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이 밥 먹는 법’이라고 생각했다.
보통 용병들은 단체로 음식을 시키기 때문에 각자 지불한 돈보다 더 많이 먹으려고 한다.
그 녀석 방식대로 먹으면 느려터져서 제 밥그릇은 남 주는 꼴이나 다름없다.
‘그 녀석은 지금쯤 뭐 하고 있으려나?’
만난 건 기껏해야 3~4일 정도였지만 나름 말이 통하던 녀석이었다.
지금쯤이라면 아직 귀족 신분일 테니 언젠간 만날 수도 있겠지.
“전 베르아, 보시다시피 인간입니다.”
예법을 사용하는 건 전 종족을 통틀어 인간밖에 없다.
하프 엘프들은 예법을 익히지 않으며 그들은 오직 지식만을 추구한다.
차가운 바람이 부는 듯한 외모를 가진 베르아가 내 몸 이곳저곳을 살피며 말했다.
“할 게 많군요.”
아마 가장 힘든 수업이 될 거라는 게 느껴졌다.
베르아는 들고 있던 가방에서 딱 봐도 비싸 보이는 나무 막대기 같은 것을 꺼내 들었다.
손잡이는 은과 금으로 만들어져 있고, 갈색으로 빛나는 나무 또한 윤기가 흐르는 걸 보니 보통 물건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탁.
베르아는 막대기를 손에 내려치며 말했다.
“바로 수업을 시작하겠습니다.”
“……오늘은 소개만 한다고 들었는데?”
“……아! 그랬군요! 죄송합니다. 너무 고칠 데가 많다 보니 저도 모르게 마음이 급해졌나 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표정은 전혀 미안해 보이지 않는 베르아가 비즈니스적으로 깍듯이 고개 숙이는 모습에 나는 전생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오싹함이 느껴졌다.
저도 주세요.
***
베르아가 내일 아침에 오겠다고 말한 뒤 떠났고 침착하게 다음 수업을 기다렸다.
다음 수업은 마침내 제왕학이었다.
‘육체를 사용하는 수업이 맨 마지막인가.’
시간이 한참 지났지만, 제왕학 가정교사는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그러게요. 왜 안 오지?’
나는 가정교사를 기다리며 탁자에 있는 찻잔에 손을 가져갔다.
-찌릿!
[이 발동됩니다.]그 순간 소름이 온몸을 타고 느껴졌다.
앉아있던 자리에서 점프하듯 일어나 그 공간을 벗어났다.
“허억……. 허억…….”
내가 있던 자리에는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갑작스럽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느라 의자가 넘어졌을 뿐, 그 외엔 고요하기만 했다.
‘방금 그건…… 살기?’
용병 시절 감당할 수 없는 몬스터를 만날 때마다 느꼈던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호오? 아무것도 익히지 않은 도련님이라고 들었는데 제 살기에 반응하실 줄이야. 이거 놀랍군요.”
중년의 남성이 문을 열고 들어오며 재밌다는 듯이 말했다.
“……지금은 제왕학 수업일 텐데?”
“아. 제왕학 수업이 저입니다. 제가 아까 말하지 않았습니까?”
아까 가정교사들에 대한 소개를 받을 때 제왕학을 가르치는 가정교사가 없는 게 의아하긴 했지만, 눈앞에 있는 남성에 집중하느라 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었다.
“설마…….”
“아직 제왕학을 가르칠 ‘몸’과 ‘지식’이 없다 판단하여, 제왕학을 가르치는 가정교사 대신 제가 오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아카데미에 들어갈 때까지 검술을 가르칠 콜로렌스라고 합니다.”
콜로렌스.
과거 72 영웅 중 한 명이 내 눈앞에 있었다.
***
72 영웅이란 정체불명의 적들로부터 승리를 거둔 영웅들한테 주어진 칭호 같은 것.
적의 정체도, 능력도, 규모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들을 상대로 숱하게 승리를 거둔 자들한테 최고의 권력이라 칭하는 금룡패를 하사했다.
기존에 있던 금룡패와 달리, 당시의 금룡패는 군사를 자신들의 의지대로 끌어올 수 있을 정도로 권위가 높았다.
‘콜로렌스…….’
미래에 콜로렌스의 군단으로 들어가 싸웠던 경험은 잊을 수 없는 기억이었다.
‘괴물이었지.’
무력, 지력, 금력, 권력 그 어느 것 하나 부족한 게 없었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적들로부터 상당히 많은 승리를 거머쥐었다.
“제 살기를 알아채신 걸 보니 도련님의 실력이 무척 궁금해지는군요. 본디 무언가를 가르치려면 학생의 실력을 먼저 확인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흐음.”
지금의 콜로렌스는 과연 얼마나 강할까?
‘미래에는 분명 소드마스터였지.’
미래의 콜로렌스라면 상대조차 되지 않을 테지만, 지금은 나 역시 고유의 능력이 있으니 한 번쯤은 확인해보고 싶었다.
“연무장으로 가면 되나?”
“호오……. 좋지요.”
콜로렌스는 내 말투에 겁먹은 기색이 하나도 없자 살짝 놀란 듯 보였지만, 이내 웃으면서 내 뒤를 따라 연무장으로 향했다.
“도련님?”
연무장에는 청소 중인 메이드들이 있었다.
‘그게 뭐가 진리예요.’
예전에는 테스런 혼자 관리하느라 정돈되지 않던 연무장이 지금은 메이드 두 명의 청소로 인해 무척 깨끗했다.
“참으로 더럽고 겨루고 싶지 않은 연무장이군요.”
“크흠.”
깨끗하다고 입 밖으로 내지 않길 잘했다.
콜로렌스가 사용하던 연무장에 비하면 못 쓸 수준인 것 같았다.
“대지는 평평하지 않고, 청소를 하고 있다고는 하나 군데군데 잡초들이 피어있군요. 돌도 많이 박혀있는 것 같고. 여기 정말 연무장 맞습니까?”
그 말에 뒤쪽에 서 있던 테스런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본래 그냥 정원이었으나 연무장이 필요해 임시로 잔디를 뽑아 만든 곳입니다.”
“그렇군요. 도저히 귀족가 자제분이 검을 익힐 곳이 아니다 보니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배경이 있었군요.”
콜로렌스는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연무장이 제대로 완성하실 때까지 기다리시겠습니까. 아니면…….”
“바로 시작하지.”
“예?”
“땅이 좋든 안 좋든, 풀이 자라있든 안 자라있든 나하고는 상관없다. 어제까지만 해도 여기서 할스라는 녀석과 검을 휘둘렀다.”
“할스?”
그 말에 콜로렌스는 미간을 찌푸렸다.
“아는가?”
“예… 뭐. 교관이면서도 재능이 없는 녀석이라 아이젠 공작님과의 연을 생각에 검에 훈수를 둔 적이 있습니다. 이후에 뭐……. 그런 일을 저지를 줄은 몰랐습니다만, 그자가 여기에 있었습니까?”
그 말에 내가 아닌 테스런이 답했다.
“어제 도련님을 가르치다가 머리가 깨져 현재 치료실에 누워있습니다.”
“호오?”
그 말에 콜로렌스는 아까보다 더욱 흥미가 있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 멍청이는 그래도 마나를 익혔습니다만…… 어떻게 하신 겁니까?”
콜로렌스의 말에 천천히 연무장으로 걸어가 떨어져 있던 목검을 주워들며 말했다.
“그건 직접 확인해보면 되지 않겠는가?”
콜로렌스가 잠시 멍하니 있다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건 그렇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