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sen by the Hero King, the Second Life of the Illegitimate Child RAW novel - Chapter (114)
114화. 가리오스의 비밀
가리오스는 하늘에 붕 떠 있는 느낌을 받았다.
처음으로 느껴보는 따스함.
다른 12 엘프들과 달리 가리오스는 태초부터 차가움을 느끼며 살았다.
영혼들은 늘 그녀한테 차가웠다.
그도 그럴 것이 원한을 가진 영혼들이 대부분이었으며, 따스함을 가지고 있는 영혼들은 원한이 없다 보니 강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강한 힘은 늘 그녀를 괴롭혔고, 결국 그녀는 모든 것을 포기하며 차라리 이 차가움을 지배하고자 했다.
그렇기에 이런 따스함을 처음 느꼈다.
‘아니….. 처음이 아니야.’
처음 창조주로부터 태어났을 때 이러한 기분을 느껴본 적이 있는 것 같았다.
너무 오래된 기억이라 이런 느낌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그때도 따스했다.
‘……졸려.’
하지만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 따스함은 서서히 가리오스의 몸을 맴돌며 서서히 조여왔다.
“커헉!”
“일어나 썅년아.”
따스함과는 반대되는 베일 것 같은 차가운 목소리에 가리오스는 눈을 부릅떴다.
떠진 두 눈 사이로 아까 싸웠던 소년과 다람쥐가 들어왔지만, 왠지 모르게 그 소년과 영혼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 노예야.”
그 말에 가리오스는 알 수 있었다.
나는 차라리 죽는 게 더 나았을 수도 있었다고.
***
가리오스의 외모는 너무 뛰어나다.
그게 문제가 되었다.
현재 엘프라는 종족은 이 행성에서 꼭꼭 숨어 있었고, 결국에는 행성이 멸망하는 날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엘프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적기는 하지만 하프 엘프들이 존재하기에 어딘가에는 엘프가 있으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엘프를 숭배하는 자들도 있었다.
마나하트의 시초인 엘프들은 일부 마법사들로부터 숭배의 대상이기도 했으며, 그들은 엘프를 자신의 일생 동안 찾아 나선다.
“가면 쓰고 다녀.”
나는 일단 인식 장애 마법이 걸려 있는 가면을 조직으로부터 구한 다음 가리오스의 얼굴에 붙였다.
눈과 코까지만 가리는 가면이다 보니 일상생활에서 밥을 먹을 때도 벗지 못하게 할 생각이었다.
‘마법이 걸린 가면이라 귀도 가려주네.’
이중으로 되어 있는 귀도 안 보여주니, 그냥 겉으로만 보면 미녀가 가면을 쓰고 있는 모습이었다.
“자. 검.”
에리나의 기사인 아네스가 애증하는 레이피어를 내밀었다.
“일단 미스릴이 들어가 있는 거니까 조심히 써.”
-끄덕.
가리오스는 군말 없이 검을 받아들였다.
이 검 또한 조직에서 구한 검으로, 가리오스가 검을 잘 쓸 수 있을지는 의문이기는 했지만 일단 현재 포지션은 수호 기사였기 때문에 쥐여줬다.
위디아 공작가의 자재인 나는 사용인 2명과 기사 1명을 데리고 올 수 있기 때문에, 가리오스는 무조건 기사가 되어야만 했다.
나하고 싸울 때는 활이라는 것 자체를 보여주지 않았다.
“영혼들은 어떻게 모을 수 있어?”
“……생명을 죽여야 합니다.”
가리오스는 내 눈치를 보며 공손히 말했지만, 그와 상관없이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 방법밖에 없어?”
“예에…… 오래된 영혼은 힘이 약해서……”
직접 죽여서 싱싱한 영혼을 뽑아내면 그만큼 힘이 강하고, 구천을 오래 떠돈 영혼은 힘이 약하다는 건가?
“그럼 몬스터는? 인간 말고 몬스터 영혼도 가능해?”
“가능은 합니다만….. 한기가 부족하면 강한 힘을 내기가…..”
“한기? 원한 같은 거야?”
“그, 그렇습니다.”
즉, 생명이 억울하게 죽으면 원한이 크게 증폭되는데 그게 가장 강한 영혼이라고 한다.
몬스터들 같은 경우는 그러한 ‘상식’이나 ‘지식’이 부족하기에 원한이 약하다고 한다.
“음……”
약한 원혼들이라도 구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공동묘지만 가도 되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들의 힘이 얼마나 약한지는 대충 이해가 되었다.
‘영혼 하나하나가 그렇게 강하지는 않았지?’
죽음의 정령은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솔직히 그냥 삼류 용병도 싸울 수 있는 수준이었다.
“강함의 기준은 상대한테 보이냐 안 보이냐지?”
“그것도 있지만….. 제가 흡수하는 힘도 해당됩니다.”
행성의 기운은 결국 가리오스한테 독이나 다름없다 보니, 흡수한다고 해도 오히려 그 힘을 중화시키기 위해 자신의 힘을 더 사용한다고 한다.
“음…..”
“그게 아니라면……”
고민하고 있는 내 귓가로 가리오스의 말이 또다시 들려온다.
“반신의 힘을 이은 자들….. 그들의 영혼은 설사 원한이 있다 할지라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반신의 힘을 잊는 자라…… 드레이크 같은 건가?”
“그것도 있지만…… 옆에 있는 다람쥐 또한 해당됩니다.”
“백골이도 일단 신수긴 하니까.”
“아뇨.”
“응?”
“그가 가진 보석을 말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말을 들으며 건조된 채소를 먹고 있던 백골이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너, 너! 이 보석에 대해서 알아?]가리오스는 백골이의 말을 들을 수 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동물, 영물, 몬스터, 신수의 영혼이 든 보석….. 이걸 안다고?”
우리 행성에 가장 먼저 침입하여 잔혹하게 사람들을 죽였던 생체 병기.
그 생체 병기의 주된 원인인 3가지의 보석.
가리오스는 그것을 반신의 힘을 잊는 자들이라 평했다.
“조율자의 보석. 저희는 그것을 그렇게 부릅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저번에 백골이한테 들었던 벽화 속 글씨가 떠올랐다.
“조율자의 보석은 쉽게 말해, 규칙과 규율을 무시하는 보석이라는 의미기도 합니다. 본래는 ‘사제’ ‘신도’들과 같이 신을 모시는 자들한테 내림으로써 그들이 행성을 잘 조율하도록 만들어진 보석이었습니다.”
조율자의 보석이 과연 어떠한 생김새였는지 모르겠지만, 영웅왕님마저 이것을 모르고 있었다.
“비록 조율의 행위를 잊은 드래곤들이라 할지라도 조율자한테 선택받은 자들보다는 일을 잘하는 편입니다. 그들은 오히려 재앙을 가져왔으니 말이죠.”
아리스가 들으면 화낼 것 같았다.
드래곤이 칭찬받는 일이 있을 줄이야.
“당시 조율자와 함께 보석을 만들었던 반신이 그 일부의 지식을 가지고 배신했습니다. 미완성된 조율자의 보석. 그것이 바로 로크…..님이 알고 있는 보석입니다.”
나를 ‘로크 님’이라고 부를 때 수치스러워하는 가리오스였지만 나는 새로 들어온 지식으로 인해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미완성된 보석이기에 우리의 몸에 이식할 때 부작용을 일으키는 건가? 그게 아니면….. 애초에 짐승의 영혼을 넣는 보석이 아니기에 부작용을 일으키는 건가? 혼란스럽군.]백골이 또한 처음으로 알게 된 지식에 무척이나 당황했다.
“그자는 자신의 힘과 지식으로 보석을 만들었기에…… 그들을 죽이고 나온 영혼은 일반 영혼들보다 몇십 배는 강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그자가 백골이의 전 상사고, 그자가 만든 보석을 지닌 자들을 죽여야 한다라……”
“그리고 그자가 있는 곳을 제가 압니다.”
“……호오.”
아직 안 갈 겁니다.
***
가리오스의 말에 문제가 하나 있다면, 거기까지 가는데도 일단 행성의 파편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 같은 경우 세상에 떨어져 있는 작은 파편들을 모으면 된다는데, 그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아모리 황녀한테 부탁하는 방법도 있다고 하니까. 일단 시간이 걸리는 건 확실하겠지.’
일단 아크 총장한테 오늘 하루만 쉬겠다고 말하고 비교적 일찍 기숙사 방으로 들어왔다.
“그나저나 어째서 가리오스한테 【일곱 개의 죄악】이 발동된 걸까요?”
기숙사 한쪽에 멀뚱히 서 있는 가리오스를 바라봤다.
겁을 먹은 것인지, 아니면 자포자기한 것인지 아까처럼 독기 오른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진짜요?”
“그래서 뭔데요?”
“……아?”
하프노스트. 과거에 영웅왕님한테 멸종당함.
크렌디니아. 무색의 정령왕이지만 일단 영웅왕님을 알고 있음.
가리오스. 배신자.
이렇다 보니 일단 다들 영웅왕님의 존재를 알고 있긴 했었다.
‘즉, 영혼 속 기억이 뿌리 깊게 남아있는 녀석들만 영웅왕님과 만날 수 있다는 건가?’
아크 또한 영웅왕님과 만나서 존경심이 생기긴 했지만 부족했다는 것이다.
“그게 뭔데요?”
“음…..”
“그건 그렇죠….. 그럼 【나태】는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