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sen by the Hero King, the Second Life of the Illegitimate Child RAW novel - Chapter (12)
12화. 가정교사 (5)
콜로렌스는 조용히 검을 들고 준비 자세를 취하고 있는 로크라는 막내 도련님을 바라보았다.
‘어색하다.’
마치 삼류 용병이 검을 잡는 것처럼, 도련님이 잡고 있는 목검은 생존만을 위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어색했다.
14살의 어린 나이. 아직 아카데미에 들어가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어엿한 검술 교관이나 스승이 있지도 않았던 로크 도련님에겐 이러나저러나 어울리지 않는 자세였다.
“들어오시죠. 반격과 마나는 사용하지 않겠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휘익!
“그럴 거다!”
로크는 순식간에 발을 움직여 콜로렌스의 얼굴을 향해 날렸다.
‘발?’
검을 휘두를 줄 알았건만 갑작스레 튀어나온 건 발이었다.
콜로렌스는 당황함을 지우며 금세 검을 들어 올렸다.
-콱!
‘……묵직하군. 무슨 각법이지?’
몸을 회전하였음에도 다리의 탄력이 그대로 발에 실렸다.
정확히는 몸을 회전했기 때문에 다리에 무게가 실려 더욱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사악!
‘모래를!’
버림받은 자는 맞지만 다른 게 있다면 로크는 미래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 버림받은 자.
10년 동안이나 숱한 전장에서 자신만의 생존 방식을 익히고 적응했다.
‘크윽! 뭐지…! 막내 도련님은 아무것도 익히지 못했다고 들었는데?’
모래 때문에 당황한 게 아니었다. 로크의 발에는 모래와 함께 무언가가 실려 있었다.
그 기운을 느낀 콜로렌스는 당황했다.
‘……스피릿 브레이크?’
모래 때문에 눈을 질끈 감긴 했지만 콜로렌스는 뛰어난 실력을 가진 검사였다.
순간적으로 몸에 마나를 일으켜 눈에 들어오는 모래를 제거하려 했지만 ‘공격 금지’ ‘마나 사용 금지’라는 룰에 따라 할 수 없이 기감을 열었다.
-탁!
머리를 향해 다가오는 검을 막자마자, 검이 순식간에 뒤로 빠지기 시작하더니 바람을 가르며 다시 콜로렌스를 향해 쏟아졌다.
-탁탁탁! 타아악!
‘거칠다 못해 난폭하군…… 어째서 도련님이 이런 검법을 익히고 있는 거지?’
스피릿 브레이크는 둘째치고, 삼류 용병들이나 익힌다는 라잔 검법을 어떻게 사용하고 계신 건지 의아했다.
‘슬슬 눈이 풀리는군.’
모래 때문에 따가워졌던 눈이 서서히 멀쩡해지기 시작했다.
눈을 뜨자마자 모습을 드러낸 건 다름 아닌 로크의 목검이었다.
“허허.”
솨아아악!
콜로렌스는 시야가 잡히자마자 로크의 목검을 쳐내기 위해 빠르게 움직였다.
-콰직!
“……응?”
그런데 로크의 목검과 부딪힌 목검이 너무도 쉽게 부서졌다.
지이이잉~!
강철로 만들어진 검에 부딪힌 것처럼 손에 강한 진동이 느껴지며 온몸에 찌릿함이 흘러내렸다.
“돼지 멱따기!”
-콰앙!
“커헉!”
콜로렌스의 안면에 목검이 강타했고, 그가 그대로 지면에 널브러졌다.
콜로렌스가 경험한 인생 첫 패배였다.
***
꾸깃.
콜로렌스가 종이를 구겨 코에 밀어 넣었다.
패배를 경험했음에도 얼굴에는 분노나 상실감보다는 놀라움이 자리 잡고 있었다.
제대로 싸운 것도 아니었고, 기껏해야 코에 피가 나는 정도였으니 콜로렌스는 놀라움이 가득한 말투로 입을 뗐다.
“스피릿 브레이크를 익히신 귀족가의 자제분이 있을 줄은 몰랐군요.”
“……스피릿 브레이크?”
“예. 설마 모르셨습니까?”
“크흠! 그냥 책에 나온 대로 연습한 것뿐이라…….”
“책에 나온 대로 익혔는데 이름조차 모른다라…… 뭐. 그럴 수도 있지요.”
콜로렌스는 로크가 무언가 숨기고 싶어 한다는 걸 눈치챘다.
“스피릿 브레이크라…… 번역하자면 영혼 부수기군. 설마 영혼이 부서지는 금단의 무술이었나?”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스피릿 브레이크라 붙인 이유에 대해선 여러 속설이 있습니다. 그중 유력한 건 두 가지로, 하나는 영혼이 부서질 정도로 익히기 힘들다라는 것과 또 하나는 영혼이 부서질 정도로 강한 힘을 발휘한다는 것에 있습니다.”
“흐음.”
“스피릿 브레이크는 일부 지역에 있는 원주민들이 익히는 무술로 마나와는 다른 육체의 힘을 사용한다고 하더군요. 시중에 익히는 방법이 많이 풀려있기는 하나, 용병들조차 익히지 못하는 것을 하고 계실 줄은 몰랐습니다.”
‘그래서 내가 모르고 있던 건가?’
용병 생활을 하면서 영웅의 기억에서 봤던 ‘마나 없는 무술’은 본 적 없었다.
하지만 이 세계에서도 그런 무술이 있었다. 다만, 익히기가 너무 힘들었기에 그 누구도 익히지 않은 것이었다.
‘무엇보다 서점에 갈 일이 없었으니까.’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무술 서적이었다지만, 용병이 무슨 돈으로 책을 보겠는가.
용병들 중에는 문맹도 수두룩했고, 책도 워낙 가격이 나갔으니 그 돈으로 든든한 고기에 맥주 한 잔 마시는 걸 더 추구했다.
거기에 배우고 싶다 해도 하루 벌고 먹고사는 삼류 인생에 그럴 시간조차 없었을 것이다.
“스피릿 브레이크라…… 좋습니다. 마나를 사용할 수 없는 몸이라 익힐 수 있는 무술이군요. 아니, 마나를 쓸 수 없기에 더욱 익혀야 한다고 해야 할까요?”
“그건 무슨 의미지?”
“도련님도 마나에 관해 어느 정도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보통 마나라는 힘은 자연의 기운을 빌린다는 서식을 많이 사용하지요. 자연의 기운을 몸에 가져오는 것을 ‘호흡’이라 하고, 그 자연의 기운을 저장하는 부분을 ‘하트’라 하며, 자연의 기운을 몸의 힘으로 바꾸는 것을 ‘연공법’이라고 합니다.”
“그 부분은 알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하트와 연공법입니다. 마나불신체는 이 두 가지를 쓰지 못한다는 의미니까요.”
자연의 기운을 몸에 가져오는 방법은 지극히 간단하다.
숨만 쉬면 공기 중에 떠 있는 마나가 몸 안에 들어오니까.
하지만 그것을 심장으로 옮겨야만 마나를 자신의 힘으로 치환해 사용할 수 있다.
“마나를 몸에 저장하고 그것을 힘으로 바꾸려면 연공법을 사용하는데, 쉽게 말해 마나 하트 즉, 심장에 깃들어 있던 마나가 피로 이동하여 전신으로 퍼지는 겁니다. 하지만 스피릿 브레이크는 다릅니다.”
“다르다?”
“도련님도 아실 테지만 마나를 익힌 자는 스피릿 브레이크를 익힐 수 없습니다. 피를 통해 이동하는 마나는 ‘자연의 기운을 가져온 것’이지만, 스피릿 브레이크는 ‘자연의 일부를 흡수한 것’이기 때문이지요. 마나와 성질이 같으면서도 완전히 다르기에 같이 익히면 혈맥이 전부 파괴될 수 있습니다.”
“음…….”
“마나불신체의 원인은 마나 하트를 만들 수 없다는 것도 있지만, 대다수의 원인은 그 혈맥이 너무 단단해서입니다.”
“대다수의 경우? 내가 혈맥이 단단하다고 어떻게 확신하지?”
“아까 심하게 운동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심장에 마나를 저장할 수 없는 이유는 심장이 터무니없이 약해서입니다. 심장이 약한 사람이 도련님처럼 움직이면 벌써 몸에 무리가 있을 겁니다.”
“……음.”
마나불신체에 관해 제대로 된 설명을 들은 건 이번이 처음이라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혈맥이 단단하면 피의 흐름이 느려집니다. 그러면 심장에 마나를 제대로 보낼 수도, 그렇다고 심장이 마나를 몸 전체에 활성시키는 것도 무리지요. 마나의 흐름이 너무 약하면 혈맥 구석에 막혀 터져버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바로 마나불신체지요.”
“그럼…… 스피릿 브레이크는 다르다는 건가?”
“스피릿 브레이크는 피가 아닌 혈맥 그 자체에서 흐르는 겁니다. 쉽게 말해 혈맥이 단단하면 더욱 강한 힘을 내지요.”
그 말에 가슴이 턱 막히는 듯한 기분이 느껴졌다.
슬픔이 아니었다.
환희였다.
무언가를 익힐 수 있다는 말에 그동안 갖고 있었던 패배감이나 자책감들이 봇물 터지듯 환희로 뒤바뀌고 있었다.
영웅의 기억으로 얻은 재능이 아닌, 태초부터 나한테 있었던 재능이라는 사실이 감격스러웠다.
“스피릿 브레이크는 한때 귀족이 익히면 안 된다는 법률도 있었습니다. 마나라는 것은 오직 위대한 혈통을 위한 것이었기에 이단으로 취급하였죠. 하지만, 스피릿 브레이크의 힘은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무시할 수 없었다? 마나에 밀리지 않는다는 말인가?”
“당연하지요. 경지만 제대로 이룬다면 ‘마나의 궤’에 필적하는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도련님도 어느 정도 느끼고 계시지 않으셨는지요? 대지와 바람의 힘을 다루시지 않았습니까?”
“……내가?”
“이런. 인지하지 못하셨군요.”
금강의 힘을 사용하면 대지로부터 힘을 받는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바람이라니?
“방금 전 각법을 사용할 때 바람의 힘이 담겨있었습니다. 너무 미약하여 느낄 수 없을 정도였지만 분명히 느껴졌습니다.”
바람의 힘이라… 그 말에 문득 머릿속에 떠오르는 능력이 하나 있었다.
‘「바람의 걸음」인가?’
바람에 관련된 능력은 그밖에 없었다.
솔직히 아직 무슨 능력인지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상황이라, 정확히 무슨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미처 알지 못했다.
“그럼 이제 수업을 시작하죠.”
“……두 시간이 지났지 않았나?”
“하하. 어린아이도 아니고 왜 그러십니까?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제왕학과 검술을 병행하며 한다고. 오늘 예법 수업을 하지 않았으니 저는 도련님의 시간을 6시간이나 가지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도련님의 천재성 때문에 몇몇 가정교사가 그만둔다고 말하더군요. 아무래도 저와 함께 계실 시간이 더욱 늘어날 듯싶습니다. 허허.”
“…….”
“스피릿 브레이크는 아까 말했다시피 영혼이 부서질 정도로 익히기 힘듭니다. 부디 극락왕생하시길.”
“극…락? 그게 무엇이냐?”
“동양 쪽에서 배운 말입니다. 상대의 행운을 빌어주는 말이라고 들었습니다.”
망할…..
***
힘든 수업을 예상했지만 오늘은 생각만큼 힘들지는 않았다.
6시간 동안 자세를 교정하는 정도에서 끝났기 때문이다.
‘허허허허. 스피릿 브레이크. 그 전설적인 변태 무술을 배운 새끼… 아니 사람이 있다니…… 허허 내일이 기대되는군요.’
‘…….’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수업들을 해치운 뒤 드디어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려 할 때였다.
-띠링!
[운명이 0.221% 변하였습니다.] [크나큰 변동률입니다.] [영웅 카드 3장을 획득하셨습니다.] [C급 영웅 카드 1장을 획득하셨습니다.] [B급 영웅 카드 1장을 획득하셨습니다.] [A급 영웅 카드 1장을 획득하셨습니다.]“흐음…….”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다.
가정교사들이 백기를 들고 나갈 정도로 내 재능을 과시했고, 오늘의 일은 아이젠 공작의 귀에도 들어갔을 것이다.
거기에 기사단의 부단장인 카멜슨 같은 경우는 아예 첫째 형님 쪽 세력이었기에 더욱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C급……? 즉. 그건가?”
운명이 0.001% 변동되면 그냥 평범한 영웅 카드, 0,01% 변동되면 C급 영웅, 0.05% 변동되면 B급 영웅, 0.1% 변동되면 A급 영웅이었다.
‘거의라는 건 가능은 하다는 거군요.’
‘머리를 숙이더라도 좋은 능력을 얻을 수 있으면 박아야죠.’
어차피 삼류 인생을 살다 와서 그런지 허리를 숙이든, 고개를 조아리든 딱히 자존심이 상하진 않았다.
‘오늘 자기는 글렀네요.’
한숨을 내쉬며 【영웅 뽑기】에 손을 가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