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sen by the Hero King, the Second Life of the Illegitimate Child RAW novel - Chapter (120)
120화. 나태 해금
이틀이 지난 뒤 가리오스는 우리를 데리고 어느 곳으로 향했다.
아카데미하고 그리 멀어지지 않은 장소였기에, 마나를 활용하여 뛰어간다면 1시간 정도면 도착할 정도로 가까웠다.
숲 사이로 더욱 들어가 보니, 그곳에는 작은 규모의 유적이 하나 있었다.
“고대 유적이네?”
고대 유적이라고 하여 귀하기만 한 건 아니었다.
딱히 흔한 편도 아니었지만, 조사가 끝난 고대 유적은 관광목적으로 쓰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건 일부일 뿐, 이처럼 볼품없고 조사도 끝난 유적들은 그냥 이대로 내버려 둔다.
그러면 여행자나 모험가들이 지나가다 하룻밤 신세 지기도 하고, 고블린이나 오크 같은 집단형 몬스터들이 자리 잡기도 한다.
미래에 나도 이런 고대 유적에서 몇 번 잠을 청한 적이 있었기에 딱히 이상한 건 아니었다.
“이곳에 차원의 일그러짐이 있습니다.”
‘일그러짐?’
가리오스의 말에 궁금증을 해소시켜 준 건 역시나 영웅왕님이셨다.
‘네. 몇억 분의 1의 확률로 벽을 통과할 수 있다고요.’
‘그렇죠? 그래서 신의 파편이 필요하다면서요.’
‘반대로 그들이 이곳에 나타날 수 있다는 말도 되겠네요.’
차원의 힘은 딱히 영향을 주지 않지만, 몇억 분의 1의 확률로 무언가를 이동시키는 확률을 조금 증가시킨다.
사람이 통로를 지나듯, 물건 또한 통로를 지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이런 곳은 가끔 ‘행성에 존재하지 않는 물건’이 발견되기도 하는데, 과거에는 그걸 신의 물건이라 여기며 유적을 세우기도 했다.
이 고대 유적도 작게 남아 만들어진 이유가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
“무슨 일이야?”
“저와 같이 온 동료가….. 죽었다는군요.”
“친해?”
“제 자손입니다.”
“아아…..아?”
유부녀였어?
내 선조는 그렇게 탄생 된 건가.
조금 자괴감 드네.
“그 자손은 실비아라는 소녀한테 보냈습니다. 하지만 흔적은커녕 영혼조차 남아있지 않은 걸 보니 이미 산산조각이 난 것 같습니다.”
“…..조금 놀랍네. 영혼의 흔적이 안 남았다니까 안 죽은 거 아니야?”
실비아한테는 현재 아이젠이 달라붙어 있었으니.
“그럴 가능성도 있지만, 그랜드 마스터 그 이상의 실력을 가진 녀석입니다. 비록 이렇다 할 업적은 없지만 그래도 이 행성에서 죽이는 건 가능해도 사로잡을 수 있는 자는 없을 것입니다.”
“…..업적이 없어?”
“그렇습니다. 애초에 저희는 업적을 그리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영혼의 힘으로 업적 그 이상의 힘을 발휘할 수 있으니까요.”
다른 상대라면 모를까, 크리스탈 드래곤을 상대라면 업적의 힘이 반드시 필요할 텐데?
아무튼 사로잡은 것인지, 죽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영혼조차도 없다면 구천을 떠돌다 죽은 자들의 세계로 간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저는 뭐 하면 되나요?”
그간 가리오스의 정체를 알게 된 아모리 황녀는 팔짱을 낀 상태로 우리를 바라봤다.
“……이리로.”
우리는 고대 유적 안으로 들어갔다.
“…..윽.”
나는 서둘러 바람의 힘을 불러들여, 고대 유적 안에 있는 냄새를 모두 제거했다.
이곳은 애초부터 몬스터들의 소굴이었던 것인지, 썩고 있는 몬스터들로부터 짙은 피 냄새가 났다.
‘아예 칼로 난도질을 해놨네.’
죽음의 정령을 강제로 다스릴수록 영혼이 손상 가다 보니, 자신과 다른 살아있는 생명체를 상대로 흉포해진다고 한다.
이렇게 난도질해놓은 이유도 그 때문이겠지.
“여깁니다.”
더욱 안쪽으로 들어가자 마치 마법진 같은 게 그려져 있었고, 마지막으로 정체불명의 생명체가 미라처럼 굳어 있었다.
“이건…..”
“가트로 행성에서 잡은 원주민입니다. 아무리 숙주를 괴롭혀도 토지신이 영혼 밖으로 나오지 않아 그냥 육신 상태로 사용한 것이죠.”
“……!”
그 말에 아모리 황녀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이미 다른 행성에 대해 들었기에 비교적 놀라지 않으려고 했지만, 만일 그때 자신이 납치되었다면 저런 상태가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도저히 놀란 얼굴이 펴지지가 않았다.
-사아악!
하지만 그런 그녀를 아포라스가 달래주었다.
“애초에 토지신이 고집을 부리지 않았더라면 숙주는 살려놨을 겁니다. 언젠가 죽을 테니까요.”
“……”
미래에 아모리 황녀가 죽어간 이유였다.
[걱정하지 마라. 아모리 황녀는 죽지 않는다. 나처럼 완전히 이전을 해야 하거나, 생명의 격이 약한 녀석들을 수십 번 보내는 정도가 아니라면 저렇게 되지 않는다.]우리의 목적은 적의 공간에 침입하는 것.
그리고 가리오스가 사용한 영혼들을 모으는 것이다.
완전 이전이 아니다 보니 그 시간도 길지 않고, 거기에 내 업적인 으로 능력을 극대화시켜 최대한 아모리 황녀한테 가는 부담감을 없앨 것이다.
‘오늘 지나고 정산해야겠네.’
오늘 오기 전에 깨달았으면 참 좋았을 텐데.
“시작하자.”
그러자 가리오스는 아모리 황녀를 데리고 마법진 안으로 데려갔다.
“이 마법진은 토지신의 힘을 증폭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주인님이 마법진에 대고 업적의 능력을 사용하시면 됩니다.”
나는 바닥에 있는 마법진에 손을 가져갔다.
그와 동시에 아모리 황녀의 몸을 맴돌던 거대한 검은색 뱀의 형체가 서서히 거대해지기 시작했다.
-오싹!
‘이게 토지신인가……’
영웅왕님의 힘에 주눅 들지 않고, 거기에 저 마법진의 힘으로 인간의 육신에 구애받지 않고 힘을 100% 사용하는 아포라스의 힘은 보기만 해도 전율할 수밖에 없었다.
행성의 주인의 힘을 가지고 있는 토지신은, 만일 형태만 있었다면 이 세상을 이미 지배했을 것이다.
“이동합니다.”
그와 동시에 갑자기 눈앞에 창이 떠올랐다.
-띠링!
[【일곱 개의 죄악】 【나태】가 해금됩니다.]-띠링!
[영웅왕의 봉인된 장소에 초대되었습니다.]그렇게 내 시야가 뿌예지며 이동하였다.
***
눈을 떴을 때 내 주변에는 가리오스도, 백골이도, 아모리 황녀도 없는 혼자였다.
다만, 저번에 봤던 장면과 방금 눈앞에 떠올랐던 창으로 인해 그리 놀랍지는 않았다.
핑크핑크한 내 눈앞으로 소녀 한 명이 푹신해 보이는 의자에 앉아 경악하고 있었다.
분홍색 머리카락에 무엇이든 뚫어볼 것 같은 황금빛 동공은 보는 이로 하여금 경외감이 들게 하였다.
하지만 그녀를 본 순간 알 수 있었다.
‘묶여있다.’
시야 속에는 옷만 입고 있었지만, 그냥 알 수 있었다.
보이지 않는 사슬이 저 소녀의 몸을 칭칭 감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나는 무심결에 그 사슬을 향해 손을 뻗었다.
-딱!
하지만 소녀는 황급히 일어나 내 손을 쳐냈다.
딱히 아프지 않았다. 그냥 평범한 소녀한테 맞은 느낌이었다.
사슬에 묶여있지만 소녀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그저, 이 사슬은 그녀가 이 방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려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걸 알아차리는 것보다 내가 먼저 해야 할 게 있었다.
“…..영웅왕님을 뵙습니다.”
정중히 두 무릎을 꿇고 이마를 땅바닥에 가져갔다.
죽은 부모한테도 하지 않는다는 큰 인사를 로크가 한 것이다.
“…..예?”
영웅왕님의 말에 고개를 내린 나는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
그저 이레귤러의 힘으로 잠시 이곳에 온 것뿐이다.
영웅왕은 천천히 손을 휘저었다.
그 순간, 손에서 시작한 파동은 거대한 해일을 만들며 내가 만든 근본과 심상을 뒤흔들었다.
손에서 시작한 파동은 계속해서 이 공간에 맴돌고 있었다.
“예!”
-퐁!
그 말을 마지막으로 로크의 몸이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영웅왕의 곁으로 5개의 영혼이 나타났다.
「방금 그건…… 【나태】가 발동된 것이로군요.」
「음. 저희는 강제로 이 방에서 퇴출당했습니다. 그 어떤 힘도 사용할 수 없었지요.」
「…..처음 느껴보는 강제력.」
「마치 근간이 나를 강제로 빼내는 느낌이었지.」
「아무래도 영웅왕님과 독대를 할 때는 저희가 만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현재 로크한테 기술과 능력을 가르쳐 주고 있는 EX급 영웅들이었다.
「저희도 깨달았습니다.」
영웅왕뿐만 아니라 그들도 깨달았다.
【일곱 개의 죄악】 【나태】의 해금 방법을 말이다.
소녀의 입에서 해맑은 욕이 튀어나왔다.
***
로크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그곳은 어딘가 새하얀 통로였다.
벽에서 나오는 은은한 빛은 마나나 광물로 이루어진 게 아닌, 내가 모르는 다른 무언가로 이루어져 있었다.
하지만 이 새하얌만 있는 공간에는 이질적인 게 있었다.
“…..너희가 죽인 건….. 아닌 것 같고.”
죽은 이들은 이미 상당한 시간이 흐른 것 같았다.
뿐만 아니라, 이들의 얼굴은 가리오스의 외형이 비슷했다.
‘가리오스 일족….. 부하들인가.’
가리오스는 시체들을 부여잡으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무표정한 얼굴이지만 저 안에 은은한 분노가 스며들어 있었다.
[가리오스 일족이다. 이미….. 죽은 지 한참 되었군. 공격이 전부 일정하다. 몰살…. 되었군.]한 사람으로부터 몰살당했다는 소식은 더욱 나를 공포스럽게 하였다.
그런 내 귓가에 영웅왕님의 발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영웅왕님도 눈치는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