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sen by the Hero King, the Second Life of the Illegitimate Child RAW novel - Chapter (123)
123화. 감정 공격
프라이아.
그녀에 대한 역사는 생각보다 적었다.
그가 하나의 행성 한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다른 이들과 달리 업적도, 그렇다고 생물의 격도 상승시키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업적의 차이를 뛰어넘으며 스스로가 반신의 경지에 오른 자였다.
그랜드 마스터 그 이상의 경지.
그것을 뛰어넘는 또 다른 경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에 근접한 경지조차 보지 못했고, 역사서에조차 없다 보니 이런 경지에 대해 서술한 행성은 없었다.
다만, 단 한 곳.
이러한 경지에 대해 서술한 이들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적산이 있는 무림이었다.
무림에서는 소드 마스터의 경지를 초절정,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를 화경(化境)이라 표한다.
그리고 그 이상의 경지를 현경(現境)이라고 칭한다.
현경의 경지는 100년에 한 명 이룰까 말까 한 경지로, 현재 로크가 있는 행성에서 이를 이룬 자는 단 두 명.
아크와 아이젠 정도였다.
무림인들은 이 경지에 삶의 생, 죽음의 사, 경지의 경 자를 넣었다.
삶과 죽음을 스스로가 제어하는 경지라는 뜻이었다.
「그녀한테는 이미 무패가 깃들어 있다. 허나 무패를 버렸다.」
하크는 이미 프라이아에 대해 조사가 끝난 듯이 입을 열었다.
「마음만 먹으면 상대를 죽일 수 있는 경지라….. 이것 참 무섭군.」
아리스 또한 조용히 검을 만들어 냈다.
같은 영웅임에도 그들 모두가 프라이아를 적대했다.
그냥 본능에 의한 적대였다.
프라이아는 갈무리한다고 했지만, 그녀의 기운은 이미 이곳에 있는 모두의 몸에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적대하지 맙시다. 그녀도 그녀 나름의 사정이 있을 텐데.」
하지만 그런 그들을 중재한 건 다름 아닌 아스텔이었다.
그는 가지고 있는 자신의 지식을 사용하여, 이곳을 ‘영웅왕의 방’과 같은 여러 심상세계가 공존할 수 있는 공간을 일시적으로 만들었다.
일순 프라이아한테서 흘러나온 기운이 위험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허나 그녀 또한 영웅왕이 고른 영웅.
그뿐만 아니라 이곳은 심상세계다 보니 죽이더라도 다시 부활시킬 수 있었다.
정말 위험한 일이 벌어진다면, 영웅왕이 자신의 권리를 사용하여 강퇴 시킬 수도 있었으니, 아스텔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일단 무기를 집어넣었다.
「미안하군.」
프라이아는 순순히 사과의 마음을 그들한테 전했다.
「하지만 이 힘을 익히려면 그에 상응하는 각오가 필요하다. 그러니 이 힘을 가르치려면 나는 제대로 된 방식을 가르쳐야만 한다.」
「동의합니다. 저희도 이제 물러서도록 하죠.」
아스텔의 말에 영웅들은 서로의 얼굴을 보더니 이내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렇게 프라이아의 공간 속에서 우리는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봤다.
「…..자연지체(自然肢體)를 실제로 볼 줄은 몰랐군.」
“……신기합니까?”
「당연하지 않은가? 기록상에도 존재하지 않는 경지인 자연경(自然境)에 오른 자들만이 가질 수 있는 육신이니. 애초에 내가 있는 경지에서 나는 너무 치우쳐 있지.」
생과 사.
하지만 프라이아는 죽음이라는 힘에 너무 파묻혀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자연경이 아닌 다른 경지에 발을 들였다.
그 또한 자연경과 흡수한 경지였지만, 굳이 이름을 붙인다면.
「살의경(殺意境), 자연의 기운을 무한히 흡수하는 경지가 아닌, 그 누구더라도 죽일 수 있는 경지. 나는 이곳의 필득을 심즉살의 교리로 만들었다.」
내 몸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는 목적 없는 살의.
그렇기에 「하늘을 향한 살기」와 잘 어울려 역으로 그 능력을 흡수한 것이다.
아니 어쩌면 「하늘을 향한 살기」의 최종 형태일 수도 있었다.
「이 힘을 배우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다짐이 필요하다.」
“다짐….. 말입니까?”
「살기를 일으키는 것만으로 상대를 죽일 수 있는 무한 순환의 죽음. 그러니 너 스스로가 다짐을 하라는 것이다.」
“…..무슨 다짐 말입니까?”
「상대를 죽일 때는 손에 망설임을 주지 마라.」
“저는 지금까지 그러했습니다만?”
나는 지금까지 적들과 만나면 망설임 없이 그 녀석의 죽음을 갈망하면 공격했다.
「딱 거기까지만 생각하거라. 그자의 죽음, 그 이상으로 가지 마라. 그 이상으로 간다면 너는 폭주할 테니까.」
“그 이상으로 가지 말라……인가요?”
즉, 자신이 죽일 상대만 죽일 뿐, 그 이상으로 필요로 하지 않는 살인을 하면 몸이 폭주한다는 것이다.
「살기라는 것은 곧, 감정의 힘. 감정은 가지고만 있다면 0에서 무한까지 기운을 끌어낼 수 있다. 스스로 상대를 죽일 때 분노할 수 있는 감정을 익혀라, 가장 분노했을 때의 기억을 떠올려라.」
내가 가장 분노했을 때.
그건 당연히 하나밖에 없다.
내 머릿속에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자, 몸에서 쏟아져 나오는 살기는 프라이아를 향했다.
프라이아는 나한테 업적을 주지 않았기에, 내 몸은 움직일 수 없었음에도 공격을 감행할 수 있었다.
-스윽!
물론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움직인 건 감정에서 일어난 살기라는 검이었다.
-슈우우우웅!
무형의 기운을 가진 검들은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으며 일자로 날아갔다.
「극멸섬(剋滅閃)」
하지만 그 검은 앞으로 가지 않고 오히려 소멸되었다.
살기는 더 큰 살기로만 막을 수 있었다.
「상당히 강한 살기였다. 무엇을 생각했는가?」
“…..내가 죽었을 당시.”
아무것도 못 하는 비참했던 자신
그 자신이 외친 마지막 외침도 비웃었던 얼굴 모를 이.
그 시절 나의 무능함과 바보 같음에 분노하였다.
「…..그거면 되었다. 이만 가보거라.」
나는 결국 프라이아의 공간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했다.
하지만, 움직이지 않고 살기만으로 상대의 움직임에 제약을 거는 능력을 얻었다.
***
EX급 영웅들의 능력은 하나하나가 소름 돋았다.
“…..감정 컨트롤.”
나는 서둘러 방에서 감정을 컨트롤했다.
잊지도 않은 행복한 감정들을 계속해서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하나하나 조절해나갔다.
업적의 능력도 좋긴 하지만, 역시나 EX급 영웅들의 능력도 거기에 꿀리지 않았다.
그녀의 능력에 아카식 레코드조차 경의를 느꼈지만, 그런 그녀가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아무도 그녀한테 죽지 않았기 때문이다.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고 대군을 죽이는 모습에 공포심을 느끼지 않을 사람은 없었다.
당시 그녀는 500살이 넘었고, 곧 죽음의 경계를 앞두고 있었기에 그녀가 죽을 때까지 무리하지 않았던 것이기도 하다.
“…..EX급 남은 건 다음에 까죠.”
지금 가까스로 감정 컨트롤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능력까지 온다면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몰랐다.
남아있는 시간은 이 능력을 컨트롤하는 게 최우선이었다.
“오톤의 능력도 다스리는 데 시간이 걸렸는데, 이건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네요.”
나는 밤새 감정을 컨트롤하였다.
***
다음 날이 밝고, 나는 연무장 한가운데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스스로의 감정 컨트롤이 자유자재로 될 때까지 반복에 반복을 지속했다.
그 사이 루나가 가져다주는 밥을 먹기도 하였지만, 연무장에서 엉덩이를 떼지 않았다.
“이곳에 한 명도 못 들어오게 해줘.”
그 이유는 내가 감정을 실수하면 사람 하나가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 그렇게 잘 다루는 능력도 아니고, 완벽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보니 사람이 죽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혹시나 위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오후 6시 정도가 되었다.
“…..후우.”
학생들의 수업이 전부 끝났을 때쯤 나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느 정도는….. 가능할지도.’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는 건 역시 기억이 가장 좋았다.
내 삶을 돌아보고, 가장 알맞은 기억을 찾아내어 그때그때 떠올렸다.
[끝났냐?]“응. 그거 가져와 봐.”
백골이는 사전에 말했던 식물 하나를 가져왔다.
이름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냥 근처에 있던 잡초를 뿌리가 상하지 않게 뽑아 화분에 꽂아둔 것이었다.
“넌 떨어져 있어.”
[이미 떨어져 있다.]백골이는 이미 내 곁에서 떨어져 자신이 기절하지 않을 정도의 위치에 서 있었다.
나는 잠시 숨을 고른 뒤, 그 식물을 향해 ‘죽이고 싶다’라는 감정을 쏟아부었다.
-스르륵…..
잡초는 곧바로 죽음에 이르다 못해 먼지로 소멸되기까지 하였다.
“……조절이 필요하겠네.”
감정을 단계로 분리해 놓는 게 필요할 것 같았다.
아무튼 알 건 다 알았으니, 일단 여기까지만 하도록 하자.
“그나저나 헤르시아는 왜 또 안 와?”
[요즘 그 여자를 계속 찾는군. 그 여자한테 무슨 애정의 감정을 느끼냐?]“그건 아니고…… 그냥 계속 눈에 거슬리기도 하고, 애초에 재능은 확실하니까.”
[소드 마스터 녀석들도 미래에 다 죽어가는 마당에, 확실히 절망적인 미래에서 버티는 것 하나만큼은 재능이 있다고 봐야겠지.]“아무튼 오늘은 좀 늦네?”
시간이 흘러도 오지 않자 무슨 일이 생긴 건가 했다.
하지만 이내 내 감각에 거슬리는 게 하나 느껴졌다.
“…..또 너냐.”
로크는 털레털레 자리에서 일어났다.
***
헤르시아는 레드반, 그것도 평민이지만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이른 나이에 벌써 오러가 발동되는 것만 해도 그녀가 얼마나 뛰어난지 증명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시기하는 시선이 가득했다.
특히, 요즘에는 블루 기숙사에 들어가는 것 보고, 그녀의 외모만을 보고 블루 기숙사 학생의 몸종이 된 것 아니냐는 소문까지 흘렀다.
하지만 헤르시아는 그런 소문을 싸그리 무시했다.
‘실력이 올랐다.’
로크의 어처구니없는 수업은 헤르시아의 실력을 상승시켰다.
그 이유는 올바른 자세와 균형의 힘이었다.
알게 모르게 하체에 마나를 실어 무겁게 하다 보면, 그 균형이 일그러지다 보니 제대로 된 힘이 전달받지 못한다.
정작 본인은 그걸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어릴 때와 미묘하게 달라지는 걸음걸이를 깨닫지 못하고, 결국 잘못된 걸음걸이가 습관이 되어 버린 것이다.
로크는 단지 자세를 잡아주며 더욱 경지 높은 검술을 몸이 부서지도록 혹사시켰다.
그로 인해 틀어졌던 몸이 다시 맞춰지며, 그녀의 경지가 더욱 오른 것이다.
“안녕하세요.”
“왔니?”
며칠 지나다 보니 처음에는 어색했던 경비원 아저씨들과도 상당히 친해졌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달랐다.
“왜 레드 버러지가 기숙사 안을 자유롭게 들어오는 거지?”
수업을 마치고 들어오는 아토란 황자와 마주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