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sen by the Hero King, the Second Life of the Illegitimate Child RAW novel - Chapter (126)
126화. 황금 멧돼지
로하트리오 가문과 똑같은 무술을 쓴다고, 이자가 로하트리오 가문과 연관이 있는 건 아니었다.
똑같은 무술이지만 어딘가 달랐다.
‘로하트리오 가문의 상징이…. 분명 황금 멧돼지라고 했던가?’
메일마다 찾아와서 싸우자고 찡찡거리는 타퀴오 덕분에 알고 싶지 않아도 알게 되었다.
자신의 무술은 과거 황금 멧돼지라는 멸종된 짐승으로부터 전승되었다고.
처음에는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이해했다.
아리스 또한 고독한 늑대를 보며 검술을 만들었고, 그 검술로부터 창안한 라잔 검법이 현재 내 근본이 되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9호의 무술은 타퀴오와 비슷한 것이다. 아니, 그의 행동 하나하나를 그저 단련했을 뿐인데 무술처럼 된 것일 수도 있었다.
-후웅!
[가 발동됩니다.]아무런 저항감 없이 떠오른 몸에는 그 어떠한 충격도 느껴지지 않았다.
살기를 느낌과 동시에 자동으로 영웅의 능력이 발동되어 내 충격을 모두 통과시켰다.
공중에 떠오른 몸에 중심을 잡으며 다리를 구부렸다.
-불끈!
다리에 근육이 도드라지게 올라오며, 순간적으로 폭풍 그 이상의 힘이 다리에 깃들었다.
[가 발동됩니다.]-크롸롸롸롸롸롸롸-!!!!
거대한 폭풍을 이끌며 9호의 몸 앞으로 다가왔다.
“이놈!”
-후웅!
거대한 팔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검을 치켜들었다.
[〈용살(龍殺)〉이 발동됩니다.]《화룡의 호흡 – 참룡(斬龍).》
-화륵!
검에 불길이 치솟으며 머리에 염소의 뿔이 돋아났다.
[〈신시(神示)〉가 발동됩니다.]상대의 약점을 파악하며 숨을 들이켰다.
멈춰진 호흡 속에서 내 시간은 점점 느려졌다.
[이 발동됩니다.]마치 벌레의 촉수처럼 감각이 예리해졌다.
이 순간에는 가벼운 통증만으로 쇼크사에 이르는 고통을 당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미세하게 느껴지는 9호의 숨소리로부터 약점과 움직임을 파악한 나한테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무패(無敗)〉가 발동됩니다.]-불끈!
검에 깃들어 있는 힘이 더욱 강인해졌다.
-우우우우우우우우웅-!!!
정순한 자연의 기운이 검에 깃들며 폭풍과도 같은 무색의 빛을 띠었다.
-화르르르르르르르륵-!!!!!
무색의 빛은 곧 내가 만들어낸 불에 물들어 폭풍을 만난 산불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사 검 – 불길이 소멸한 길.》
이내 타오르는 불길은 점점 검은색으로 변질되었다.
압도적인 화염에 검이 검게 타오른 것이다.
[이 발동됩니다.]-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9호의 약점을 향해 뻗어간 검은 이내, 빠르게 움직인 팔에 가로막혔다.
“흐읍!”
그 순간 9호의 몸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며, 주변에 있는 공기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극강의 대지.’
적산의 금강의 힘은 대지가 낼 수 있는 최대의 극강의 힘일 것이다.
황금 멧돼지는 대대로 그 힘을 자유롭게 사용했다.
-토옹!
발을 최대한 가볍게 움직이며 뒤로 최대한 물러났다.
[가 발동됩니다.]두려움을 없앴다.
그러자 시야가 넓어지며 9호의 다음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었다.
[앞으로 4분이다!]멀찍이 떨어져 있는 백골이의 외침을 들으며 나는 발을 움직였다.
[이 발동됩니다.]케이슨과 같은 무구의 창고를 소환하기에는 내 심상세계는 아직 없었다.
다만, 무색의 빛을 가지고 있는 무구를 창조할 수는 있었다.
-피융!
일천 개의 화살이 9호의 몸을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그 화살들은 9호의 몸에 닿지도 못해 소멸되었다.
‘열기?’
그 순간 감각들이 내가 서 있는 자리까지 공 격범위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나는 서둘러 발걸음을 뒤로 돌리며 안전권까지 후퇴했다.
“멧돼지 불.”
-화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륵-!!!!!
대지와 불이 뒤섞이며 사방에 불꽃으로 만들어진 해일이 몰아쳤다.
‘황금 멧돼지의 능력은…..’
대지와 불의 힘을 자유롭게 쓰는 힘.
지금까지 봤던 짐승들과 비교하면 어쩌면 하찮은 수준일 수도 있지만, 황금 멧돼지는 그 둘의 힘을 마스터급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적산이 보여주었던 금강불신(金剛佛身)의 힘 또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 이자는 스스로의 몸을 단련하였다.’
자신의 능력에 안주하는 다른 녀석들과 달리, 9호는 스스로의 몸을 단련하고 거기에 여러 푸른색 보석을 흡수함으로써 그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철컥!
나는 무색의 빛을 뿜어내는 검을 위로 치켜들며 다가오는 불꽃의 해일을 향해 위에서 아래로 휘둘렀다.
「자연신검(自然神劍) 제 일식 – 무색의 길」
-…….서걱
그러자 불꽃의 해일에 아무것도 타오르지 못하는 평범한 길이 만들어졌다.
그 끝에 서 있는 9호는 조금은 놀랐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제법이군.”
하지만 9호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앞으로 2분.’
[가 발동되었습니다.]9호의 눈앞까지 다가간 나는 곧바로 검을 휘둘렀다.
《사 검 – 괴풍이 지나간 길.》
광대처럼 휘둘러지는 어지러운 바람의 참격 속에 9호는 씨익 웃음 지을 뿐이었다.
-콰가가가가가가가각-!!!!!
‘역시 이 정도로는 베이지 않네……’
대지의 극강의 힘인 금강은 단단함에서 비롯되니 말이다.
“이게 끝은 아니겠지? 더 보여줘라! 더!”
아무래도 9호는 내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았다.
《뇌룡의 일각 – 섬룡(閃龍).》
그렇다면 나 또한 남은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여 9호의 몸을 조사하면 될 뿐이다.
머리 위로 기다란 뿔 하나가 생겨났다.
《지룡의 비늘 – 압룡(壓龍).》
염소의 뿔 옆으로 소의 뿔이 나타났으며.
《풍룡의 피부 – 단룡(斷龍).》
그 옆으로 사슴의 작은 뿔도 돋아났다.
“…..뭐냐? 그 해괴한 모습은.”
“…..후우.”
아모리 황녀로부터 재료를 받아 마르가레로부터 완성된 영약.
얼마 전 영약을 섭취함으로써 드래곤의 영혼을 2개나 얻을 수 있었다.
거기에 내 육신은 마스터로 성장해 있었다.
-파스스스슥…..
머리에 솟아난 4개의 뿔이 먼지가 되어 사라지며, 또 하나의 뿔이 나타났다.
그 뿔은 지금까지 생물의 기준점에서 본 것들과는 어딘가 많이 이상했다.
《지염룡의 호흡 – 단룡(斷龍).》
앞에 있는 이름이 길어질수록 더욱 강해지는 드래곤.
하나의 속성만을 사용하는 것이 아닌, 두 가지의 속성을 사용하는 드래곤의 영혼은 너무나도 강하다 보니 드래곤의 영혼이 배로 들었다.
거기에 마스터급에 이른 육신이어야지만 겨우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다지 시간을 오래 끌면 안 돼.’
4마리의 영혼이 합쳐져야 하나의 드래곤을 완성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익숙지 않다 보니 몸에 부담이 많아졌다.
-화르르르륵…….
뜨거운 용암과도 같은 불꽃이 내 몸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나와 똑같은가.”
대지와 불이 타오르는 모습에 9호는 알 수 없는 고양감을 느꼈다.
그 고양감의 정체를 9호는 곧 알 수 있었다.
호승심이 아니다.
“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내가 두려움을 느끼게 될 줄이야! 어디 와보거라!”
바로 두려움이었다.
하프 드래곤이 된 로크는 드래곤의 힘을 그대로 가져올 수 있었다 보니, 반신에 이르는 드래곤들의 힘을 목격한 9호는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격의 차이였다.
하지만 그런 차이를 보고도 9호는 오히려 웃음 지었다.
투기가 끓어오르는 것을 참지 못했다.
그리고 그것을 행동으로 보였다.
-크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
주변에 있는 자연의 기운을 빨아들이는 9호와 자신이 품고 있는 정순한 자연의 기운을 드래곤의 기운으로 바꾸는 로크.
그 둘의 차이는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어차피 드래곤의 기운이 강대하다고 한들, 그 또한 자연이 품은 한 종류의 힘을 바꾼 것뿐이니 말이다.
“와라.”
“말하지 않아도……”
로크는 검을 들지 않고 주먹을 들어 올렸다.
검에 아무리 하프노스트의 육신이 들어가 있다고는 하지만, 방금 공격으로 인해 상당한 무리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뛰어난 검이 현재로선 구할 수 없다 보니, 그냥 쓰고 있었다.
-파지지지지지지직!
대지와 불에 멈추지 않고 전력의 기운을 끌어와 주먹에 휘둘렀다.
《일 검 – 번개가 지나간 길.》
일자로 쭉 뻗어나간 주먹은 곧이어 9호가 뿜어내는 기세에 닿았다.
-카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각-!!!!!
흙과 바위가 갈리고, 불이 불을 태운다.
두 가지 다 자연이 만들어낸 기운임에도 섞인 기운이 달라 서로가 계속 부딪쳤다.
“멧돼지 돌진.”
마치 거대한 멧돼지가 주먹에 깃들어 돌진하는 것처럼, 거대한 장벽이 눈앞까지 다가왔다.
-덜덜덜덜.
인간이라는 생물의 육신은 더 이상 무리하지 말라고 속삭였다.
마스터에 오르더라도 짐승의 육신이 섞인 인간과 싸우지 말라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로크는 거기서 포기하지 않았다.
《삼 검 – 뇌전이 관통한 길.》
-피융!
주먹 끝에 기운이 몰려들더니 오히려 장벽의 허술한 지점을 관통하려 하였다.
-카가가가가가각-!!!!!
그럼에도 장벽은 뚫리지 않았다.
-드륵…..
서서히 밀리는 발에 로크는 이를 악물었다.
《사 검 – 전력이 뻗어간 길.》
-파지지지지지지지지지직-!!!!!
더욱 강한 전력을 육신에 부여하며 다시 한번 발을 들이밀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도시만 한 행성에 마그마라도 분출되는 듯이, 눈에 띄게 출렁거렸다.
행성의 일부가 용암에 타들어 가며, 행성이 눈에 띄게 손상되었다.
하지만 그 둘의 움직임은 좀처럼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위험하다.
9호의 힘은 강해도 너무 강했다.
로크의 육신은 아무리 버티려 해도 버티지 못하고 점차 뒤로 불러갔다.
좌절하는 로크의 귓가로 영웅왕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 상황에서라는 말이 가장 먼저 떠올랐지만 의심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영웅왕한테 받은 은혜와 진리는 이미 믿음으로 변해있는 상태였다.
‘무수(無手)’
주먹에 손을 빼며 점차 밀려오는 힘에 손바닥을 폈다.
이곳으로 오기 전 보았던 영웅왕님의 자세를 일부 따라 하며 가벼워진 손바닥에 다시 또 다른 가벼움을 담았다.
무색의 길.
그것은 내가 선택한 것이다.
작은 손바닥이 9호의 커다란 주먹을 서서히 감싸기 시작했다.
감싸 쥔 손바닥은 서서히 뭉쳐지고 다부져졌다.
“무권(無拳).”
아무런 리듬도, 박자도, 움직임도 없었다.
그저 주먹을 쥔 것뿐이었다.
지금까지 9호의 몸으로 모아왔던 압축된 기운을 손바닥에 놓고 쥔 것뿐.
단지 그뿐이지만 충분했다.
-후웅!
압축된 기운들은 로크가 주먹을 쥔 것과 동시에 견디지 못하고 9호의 가슴을 향해 쏟아졌다.
-퍼엉!
행성의 저편에서도 보일 법한 빛 한줄기가 로크의 주먹에서 뻗어 나왔다.
[……1초]그 말과 동시에 로크의 몸은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