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sen by the Hero King, the Second Life of the Illegitimate Child RAW novel - Chapter (131)
131화. 혈통 마녀
달의 성녀 뒤에 머물러 있던 기운은 나를 발견하자마자 흠칫 놀라며 서둘러 성녀의 작은 몸 뒤로 숨으려고 하였다.
하지만 거대한 크기를 가진 몸을 숨기기에는 달의 성녀의 몸이 너무 작았다.
“…..”
계속 토지신이 귀찮게 하자, 달의 성녀는 이내 나를 알아차린 듯 시선을 돌렸다.
“…..호오.”
그녀는 뭔가 신기하다는 것을 봤다는 듯이 미소 지으며 행진을 따라 지나갔다.
‘그렇게 된 거였나.’
어째서 성국이 무너졌는지 드디어 알게 된 순간이었다.
***
토지신의 존재는 적들한테 가장 필요한 요소였다.
행성을 침입하기 위한 가장 필요한 열쇠와도 같은 힘.
위디아에는 레오나가 있었고, 성국에는 성녀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성녀한테는 전부 토지신이 있을 것이라 추측된다.
‘아모리 황녀도 결국 남부의 성녀니까.’
하는 짓과 명칭만 다를 뿐, 결국 무희는 성녀와 비슷한 존재였다.
‘공식적으로 12성녀가 있다는 거지, 아직 숨겨져 있는 성녀들이 더 있을 수도 있고.’
적들은 그들의 위치를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아탈리네가 그 사실을 모를 리가 없었기에, 아모리 황녀 호위로 날 붙여둔 것이기도 했다.
‘최후의 보루인가.’
성녀라 불리는 존재들이 사라질수록 행성의 멸망은 가속화된다.
그것을 인지하며 나는 저녁 늦게 반지를 꺼냈다.
-슈룩!
눈앞에 차원 포탈이 열리며 그 안으로 들어갔다.
포탈을 넘어가자 그곳은 저번에 가봤던 밀실이었다.
“오셨나요?”
아탈리네 황녀만이 밀실에 있을 뿐이었다.
나는 주위를 살피고 들고 있던 검을 뽑아 땅바닥에 완전히 내려놓았다.
-툭.
그 모습에 아탈리네 황녀는 골치가 아프다는 듯 머리를 부여잡았다.
“하아…… 그러지 않아도 전부 알려드릴게요. 로크는 그걸 전부 알 권리가 있으니까요.”
“…..믿겠습니다.”
“어디서부터 이야기 해야 할까….. 우선 에아론님의 정체를 궁금해하실 텐데요. 그분은 혈통 마녀라고 불리세요. 아시나요?”
“…..어느 정도는.”
영웅왕님이 에아론님을 보자마자 잠을 주무시러 갔기에 자세히 듣지 못하였다.
단지 혈통 마녀라는 이름을 가진 자가 예언을 할 수 있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었다.
“혈통 마녀라는 이름은 그들이 죽더라도, 그가 남긴 혈통으로 인해 그 피가 전이될 수 있다는 능력 덕분에 나온 거예요.”
“…..혈통 전이?”
“예. 로크한테는 가지 않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기본적으로 여성한테만 가니까요.”
“…..그럼 그녀는 혈통 마녀의 머나먼 후손일 수도 있다는 건가요?”
“맞아요. 그렇기에 저는 그녀의 혈통을 최대한 봉인하기 위해 에아론을 봉인했죠.”
“이유가 있나요?”
“혈통 마녀가 있는 곳에는 멸망이 따른다…..라는 예언이 있기 때문이죠.”
“예언이라…..”
“그리고 그 예언은 혈통 마녀가 한 것이고요.”
“단지 그것만으로는…..”
“아뇨. 에아론은 반드시 봉인을 해둬야 해요. 그녀의 예언 수준도 문제가 있으니까요.”
혈통 마녀는 행성 밖에서 온 존재라고 한다.
그리고 그 혈통 마녀를 퍼트리는 자는 그 행성에 머물지 않고, 다른 행성을 이동하며 자신의 씨앗을 뿌린다.
어떻게 이동하는지에 대해선 그들도 알지 못한다고 한다.
“혈통 마녀는 예언가예요. 다만, 평범한 예언가는 아니죠.”
“어느 정도 수준인가요?”
“한 사람의 미래를 볼 수 있어요. 예언가들처럼 큰 사건만 보는 게 아닌, 자잘한 사건도 볼 수 있죠.”
“…..”
“내일 로크가 어디서 밥을 먹고, 어디를 갔다 오고, 어디서 씻는지까지 에아론은 다 알고 있을 거예요….. 아니, 모를 수도 있겠네요.”
“예?”
“정확히 에아론은 미래가 아닌 세상의 운명을 보는 거니까요.”
세상이 흘러가야 하는 운명.
그 운명에 갇혀 있는 사람들의 미래는 어쩌면 먼지만큼 가볍기에, 보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당신은 이레귤러니까요.”
“……이레귤러?”
나는 짐짓 모른 척을 하였다.
‘에아론이 알려준 거겠지.’
그녀가 어째서 내가 이레귤러인 것을 알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눈치채고 있었다.
다만, 이레귤러가 대체 뭐인지에 대해선 나도 궁금하기에 모르는 척을 했다.
영웅왕님도 그냥 특별한 경우고, 우주에서조차 자주 일어나지 않는 특이한 경우라고 하였다.
“이레귤러는 운명에서 어긋난 자를 뜻해요….. 그래서 혈통 마녀라 할지라도 이레귤러의 미래를 예측할 수 없죠. 행성의 운명에서 벗어난 자는 행성의 멸망할 운명을 뒤바꿀 수 있다고 하죠.”
“…..그게, 이레귤러인가요?”
“맞아요. 그렇기에 전 로크를 계속 지켜봤어요. 그리고 로크가 어느 순간에 운명에서 벗어났는지도 알고 있죠.”
아탈리네 황녀의 말에 나는 잠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내가 운명에서 벗어난 시간…..’
그건 영웅왕님을 만났을 때의 이야기일 것이다.
“본래 혈통 마녀가 된 여성은 더 이상 아기를 낳으면 안 돼요. 그 자손한테 예언의 힘이 깃들 수도 있으니, 어떻게 해서든 이 행성에 혈통 마녀의 핏줄이 흐르게 하지 않기 위해서죠.”
그녀가 있는 곳은 위험하다.
있는 것만으로 재앙이 닥치고, 그녀의 예지에 수많은 사람들이 절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로크는 아니에요. 위디아 공작가의 업적이 혈통의 힘을 아예 소멸…..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부딪혀서 마나를 익힐 수 없는 몸이 되어버린 거니까요.”
“……”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의도적으로 마나불신체가 되었다는 말이었지만 딱히 화가 나지는 않았다.
예전이라면 화가 났겠지만, 지금에서는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게…. 제 엄…..마를 봉인해둔 이유입니까?”
“맞아요. 화…..나셨나요?”
어딘가 조심스러워 보이는 아탈리네 황녀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이유가 없는 것도 아니고, 그 이유가 행성의 안전이기에 화날 이유는 없습니다. 그녀도 딱히 저한테 애정이 있어 보이지는 않았으니까요.”
그녀는 마치 나를 재미있는 물건을 보는 것만 같았다.
혈통 마녀라고 해서 예언만 전해지는 게 아닌, 지식 또한 전해지는지 이레귤러를 처음 봐서 재밌다는 반응이었던 것 같았다.
“다행이네요.”
아탈리네는 안심했다는 듯이 조용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건 그거고…. 요즘 첩보원한테 온 연락이 있어요.”
“연락?”
“예. 최근 그쪽에서도 여러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예를 들면 가리오스 일족이라든가…..?”
“……”
참고로 가리오스의 존재는 아직 숨기고 있었다.
조직으로부터 가면을 빌려 가리오스의 얼굴을 숨기고 있기는 했지만, 아직 조직을 믿지 못하다 보니 최대한 숨기는 편이었다.
“최근에 에리나 씨하고 같이 수업을 듣는데, 가면을 쓴 늘씬한 여기사하고 같이 다니고 있어요. 이름은 밝히지 않았는데 상당히 강하더라고요.”
“…..그런가요?”
그러고 보니 아탈리네는 에리나와 함께 수업을 들었었지?
에리나와 가리오스가 같이 다니는 건 알고 있었다.
가리오스의 마법적 지식이 에리나를 여러 방면으로 성장시켜 줄 것이라 생각했기에 그냥 내버려 두는 중이었다.
그게 걸릴 줄은 몰랐는데.
“그래서 가리오스 일족이 전부 죽고, 그 행성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고 해요. 그 행성 어딘가에 있는 차원이동 마법진으로부터 적이 침입했다고 해요.”
“…..그런가요?”
“네. 그 적이 상당히 강해서 상급 전사만으로 부족해 한 자리 숫자를 투입했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패배해서 지금 패인이 되었다고 하네요.”
“…..그거 신기하네요.”
“9호라는 남자인데, 패배한 이후로 ‘아이한테’ 패배했다고 중얼거린다고 하더라고요. 거기에 그 아이가 71호하고 같이 다닌다고 하던데 이건 또 무슨 일일까요?”
[…..이런.]싱긋싱긋 웃고 있는 아탈리네 황녀의 얼굴에 나는 식은땀을 삐질 흘렸다.
최대한 숨긴다고 숨긴 건데, 역시 난 아직 허술하구나.
***
그날 새벽.
내 옆에는 아탈리네 황녀가 싱긋싱긋 웃고 있었다.
“…..그래서! 같이 가게 됐어요!”
“어머나…..”
아모리 황녀는 왠지 모르게 아탈리네 황녀를 보며 아니꼽다는 표정을 지었다.
물론 그 표정을 그렇게 느낀 건 나뿐만이 아닌 것 같았지만 말이다.
[정말 데려갈 거냐?]‘어쩔 수 없잖아.’
아탈리네 황녀는 일단 강하다.
어느 정도 강한지 모르겠지만 일단 마스터 급 정도는 자신이 혼자서 처리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호위를 데려올 수는 없으니까.’
상대가 우리 행성으로 넘어올 때 조건이 필요한 것처럼, 우리가 상대 행성으로 넘어갈 때도 토지신의 힘이 필요하다.
그 토지신의 힘에 따라 데려갈 수 있는 인원이 한정되어 있다 보니, 이곳으로 올 때도 아탈리네 황녀가 겨우였다.
‘가리오스도 있고, 아직 마법진의 위치도 들키지 않은 것 같으니…..’
이번에는 이쪽에서 그쪽 행성으로 칠 생각이다.
[가리오스 행성에 있는 녀석들은 내버려 둘 생각이냐?]‘어. 아탈리네 황녀 말을 들어보니까, 기껏해야 푸른 보석을 보내려나 봐.’
9호의 전력 상실에 당황한 적들은, 일단 푸른색 보석을 지닌 이들만을 보내 행성을 탐색한다고 한다.
그렇기에 가리오스가 아모리 황녀를 지키는 정도면 충분했고, 나는 이제 적들의 행성을 탐방해볼 생각이다.
예상치 못한 아탈리네 황녀가 끼어들었지만, 그녀도 나름 전력이 될 것이다.
“가죠.”
우리는 행성의 차원이동 마법진 위에 섰다.
‘이번에는 내가 몸으로 전부 받아들인다.’
그렇기에 저번과는 달리 이번에는 아모리 황녀 옆에 서서 어깨에 손을 올렸다.
“후에…..”
“…..예?”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모리 황녀는 뭐가 그리 부끄러운지 잠시 멍해 있다가, 이내 다시 정신을 차렸다.
“그럼 이동할게요!”
그 말과 동시에 아포라스가 튀어나왔다.
***
차원을 이동하면 항상 영웅왕님을 만난다.
영웅왕님은 때마침 밥을 드시고 계셨다.
“네. 왔어요.”
“…..그래도 되나요?”
영웅왕님은 이곳에 갇혀 계신다.
하지만 허상은 아니다.
먹을 것을 먹고, 즐길 것을 즐기신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마치 그녀가 흥분하지 못하도록 모든 편의시설을 제공하는 느낌이었다.
“…..먹어도 되는 음식인가요?”
음식을 보는 순간 나는 눈을 질끈 감을 수밖에 없었다.
초록색의 무언가에서부터 소독약 냄새가 올라왔기 때문이다.
도저히 사람이 먹을 거라고 생각할 수 없는 형체를 가지고 있었다.
“……”
정확히는 밥이 아닌 간식을 드시고 계신 것 같으셨다.
영웅왕님이 내미시는 초록색 케이크를 조금 때어 입에 넣어봤다.
우물우물.
시원한 향기와 맛이 뇌리 끝까지 꿰뚫으며…..
“생각보다 먹을 만하네요?”
“…..아뇨. 그건 조금.”
왠지 절대로 들어가면 안 되는 곳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