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sen by the Hero King, the Second Life of the Illegitimate Child RAW novel - Chapter (132)
132화. 침입
영웅왕님과 있을 시간은 끽해야 1분.
하지만 이번에 영웅왕님은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 이유는 이것 때문이었다.
아직 나는 무수(無手)조차 완벽하게 펼치고 있지 못하다 보니, 그다음 단계인 무권(無拳)을 펼치는 것만으로 몸에 무리가 간다.
영웅왕님은 그 무권(無拳)을 완벽하게 펼치고 나서야 다음 단계로 들어가시겠다고 하셨다.
아무튼 이것으로 나는 행성으로 이동했다.
“그럼 작전대로 행동하겠습니다.”
가리오스와 아모리 황녀는 현재 있는 행성을 수색.
나와 백골이 그리고 아탈리네 황녀는 적이 있는 행성을 넘어간다.
“가리오스는 최대한 적들을 물리쳐줘. 다만 정체는 들키지 말고.”
“예.”
가리오스는 차가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적들이 가리오스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면 안 되기에, 만일 정체가 들킬 것 같으면 상대를 가차 없이 죽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럼 저희도 가죠.”
“네!”
나는 아탈리네 황녀한테 검은색 보석을 하나 쥐여주었다.
그것으로 우리는 마법진에서 통과할 수 있었다.
***
‘여긴가.’
한 번 가봤던 곳이기도 하고, 거기에 행성이 점점 작아지고 있어서 그런지 20분 내외로 마법 이동진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가리오스의 행성은 새하얀 공간뿐이라 조금 기분이 이상하기도 했는데, 이곳은 마치 정글 같았다.
무수히 많은 기계들이 있었지만, 그곳에는 정글같이 이끼나, 돌, 나무와도 같은 곳이 있었다.
‘이들이 짐승이기 때문에 가장 편한 장소로 만들어 준 건가.’
부려 먹기만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또 아닌가 보다.
“누, 누구냐!”
“적이다! 적이 침입했다!”
우리가 마법진 위로 등장하자마자 그곳에 있던 상급 전사들이 요란을 피웠다.
나는 검 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사 검 – 괴풍이 지나간 길.》
-서걱!
서 있는 공간 안에 크고 작은 알 수 없는 바람이 불어오며, 나한테 적의를 불태운 적들의 목을 전부 잘라버렸다.
백골이는 서둘러 그들의 몸에 마석을 심었다.
“이제 어떻게 할 거죠?”
아탈리네 황녀는 피가 흥건해진 바닥을 무시하며 내 옆으로 걸어왔다.
“일단 오늘 목적은 이곳을 돌아다니며 마법진을 설치하는 겁니다.”
“마법진?”
“차원이동 마법진입니다.”
가리오스 행성의 크기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그 말인즉슨, 차원 이동 마법진이 사라진다는 것이고 이곳으로 올 수가 없다는 것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이곳에 차원이동 마법진을 설치할 생각이었다.
“이곳에 설치할 생각인가요?”
“그러면 좋겠지만,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갈 생각입니다. 아무래도 여긴 위험하니까요.”
마법진은 없앨 수 있다 보니, 신중한 장소에 설치해야 한다.
백골이가 이곳 지리를 알고 있다 보니, 어찌저찌 숨길 만한 장소로 향할 생각이지만 솔직히 불안한 감이 없잖아 있었다.
“그거라면 좋은 곳이 있어요.”
“……예?”
“저희 쪽 첩보원이 이쪽에 있다는 말은 들으셨죠? 그들한테 부탁해보는 거예요.”
그러고 보니 첩보원이 있었지?
“그럼 그들을 어떻게 만나야 합니까?”
“제가 불러올게요. 그때까지 계속 돌아다녀 보죠.”
아탈리네 황녀의 업적 이름은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녀는 검은 까마귀를 소환하여 ‘만물을 창조’한다.
공간을 이동시키고, 자신의 앞으로 소환하고, 까마귀를 무구로 만들기도 한다.
못해도 아이젠 공작이 가지고 있는 마나 조형에 밀리진 않을 것이다.
“그럼 계속 돌아다녀 보죠.”
어차피 적들은 이미 이곳으로 오고 있었다.
***
아탈리네 황녀는 이곳으로 올 때 옷을 교복이 아닌 잠행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얼굴에는 가리오스가 착용한 가면을 쓰고 있었는데, 이는 아모리 황녀뿐만 아니라 나도 마찬가지였다.
평소에는 그냥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지만, 이왕 들킨 거 아낌없이 지원을 받았다.
[공허한 가면]그것이 이번 가면의 이름이었다.
착용한 순간, 목소리부터 시작하여, 상대가 얼굴의 형태를 절대 알지 못하는 공허한 저주가 걸려있었다.
말이 저주지,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이 검 – 번개가 흘러간 길.》
-파직!
서 있던 자리에 작은 전류가 튀며 적들 사이로 화살처럼 신형이 쏟아졌다.
《이 검 – 바람이 몰려온 길.》
-후웅!
검에 바람이 맺히며 적들의 틈으로 바람이 몰려들었다.
-서걱!
적들은 얕은 바람을 느끼며 목이 베어졌다.
-짝짝짝짝짝짝짝!
그 모습에 거대한 까마귀를 타고 따라오던 아탈리네 황녀는 아낌없이 박수를 쳐주었다.
“우와! 정말 강해졌네요? 이 정도라면 저희 단원들 중에서 탑클래스일 거예요! 이제 프란체코도 이기기 힘들겠는데요?”
“……감사합니다.”
목이 떨어진 적들 사이를 백골이가 요리조리 이동하며 마석을 심었다.
[상당히 몰려오는군. 아직 외각인데도 이 정도라니…… 더 세를 키운 건가.]백골이가 사라진 지 불과 몇 달이었지만, 이미 이곳의 적들은 수가 너무 많아졌다.
“이것들 인조인간이다.”
하지만 나는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백골이와 같이 아이를 납치하여 세를 키우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드루이드의 자연 지식은 이 시체들을 보고 놓치지 않았다.
“이것들 어느 ‘정자’로 만들어진 녀석들이야.”
[…..정자로?]“어. 아마도 ‘성공확률이 가장 높은’ 종족의 정자로 만들어진 거겠지. 그 때문에 빨리 성장하고, 빨리 죽어.”
정확히는 성장한 상태로 나온 다음, 남아있는 수명만을 살 것 같지만.
‘미래에서도 실패작은 그리 많지 않았어.’
실패작이라 불리는 녀석들은 위디아 공작가에 있는 사냥꾼보다도 이성이 없는, 말 그대로 괴물들이다.
하지만 그 괴물들은 초반에만 쓰였을 뿐, 몇 년 더 지나자 상급전사만이 남아있었다.
‘당시에는 실패작을 더 이상 사용하는 게 의미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
실패작만으로 우리를 무너트릴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 실패작들만으로 위디아 공작가가 무너졌다.
세상을 무너트리는데 실패작들만으로 충분했던 것이다.
‘그냥 쓰레기 처리였나.’
그렇게 생각하니 화가 안 날 수가 없었다.
“그나저나 아직 소식 없습니까?”
“네. 이곳은 너무 넓거든요. 솔직히 까마귀가 거기까지 도착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기도 하네요.”
“어차피 오늘이 아니더라도 행성이 흡수되려면 시간이 있습니다. 조급해하지 마시길.”
그렇게 백골이가 마석을 회수하려는 찰나였다.
“슬슬 제대로 된 녀석들이 나서려고 하네요.”
그 말에 아탈리네 황녀는 까마귀를 타고 밑으로 내려왔다.
“한 명은 제가 맡아드릴게요.”
“괜찮으시겠습니까?”
“물론이죠. 대신 저 백골이하고 같이 싸울게요. 로크 혼자서 상대해주세요.”
“…..알겠습니다.”
백골이도 과거의 힘을 되찾지 못했을 뿐, 이제 어중간한 푸른색 보석 사용자는 혼자서 상대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안심하며 발을 앞으로 뻗었다.
[가 발동됩니다.]-콰앙!
폭풍과 함께 공간이 일그러지며 내 신형이 순식간에 푸른색 보석을 지니고 있는 이들 앞으로 뛰쳐나갔다.
“뭐, 뭣!”
“…..!”
“신비주의 컨셉 지겹지도 않냐?”
그 말과 동시에 내 검에는 화염이 피어올랐다.
《일 검 – 불이 파괴한 길.》
-콰아아아아아아아앙!
검은 두툼한 바위가 돋아난 팔 앞에 막혔다.
“너는 뭐냐!”
“적이지 뭐겠냐?”
[〈용살(龍殺)〉이 발동됩니다.]《화룡의 호흡 – 참룡(斬龍).》
머리 위로 염소의 뿔이 돋아나며, 검에 깃들어 있는 화염이 더욱 강해졌다.
[〈무패(無敗)〉가 발동됩니다.] [〈신시(神示)〉가 발동됩니다.]상대의 몸에 기척이 느껴지며 약점이 드러났다.
더욱 강해진 불을 품은 검을 역수로 쥐었다.
《일 검 – 불이 파괴한 길.》
-콰앙!
더욱 강해진 검이 앞을 가로막고 있던 팔을 그대로 찍어 눌렀다.
“크아아아아아아아!”
동료가 비명을 지르자, 옆에 있던 적 또한 서둘러 손을 뻗어서 이 사태를 막고자 했다.
“네 녀석…..!”
하지만 더 이상 그럴 수가 없었다.
-푸드득!
몸 주위를 감싸는 검은색 까마귀가 앞에 있는 진로를 모조리 막아버렸기 때문이다.
“…..이건?”
얼굴에 붕대를 감고 있던 적은 하나밖에 없는 눈동자로 저 멀리서 손가락으로 입술을 막고 있는 소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초록색 눈에서 피워 오르는 녹광을 느끼자 등골이 오싹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림자 정원.”
-푸드드드득!
그 말과 함께 우리가 서 있던 공간에 서서히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어둠은 깔렸지만 잔잔한 빛은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림자가 생기면서도, 많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
그림자 정원이라는 말이 딱 맞았다.
“이 녀석은 제가 상대할게요!”
“믿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서걱!
“크윽….!”
완전히 찍어 누르다 못해 잘려버린 팔을 부여잡으며, 얼굴에 바위를 둘러싼 적은 한 걸음 물러났다.
“외부가 단단한 녀석이라…..”
하지만 내 감각은 이미 적의 약점을 모조리 알려주고 있었다.
“그래서 어쩌라고?”
이미 백골이를 통해 단단한 몸을 가진 녀석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이미 잘렸잖아?”
무엇보다 이 녀석의 팔은 이미 잘려있었다.
“얕보지 마라!”
-콰르르르륵!
단단한 돌들이 잘린 팔에 달라붙으며, 아까보다 두껍고 큰 팔이 만들어졌다.
뻗어지는 주먹을 보며, 나 또한 검을 치켜들었다.
《지룡의 비늘 – 압룡(壓龍).》
머리에 소뿔이 돋아나며, 화염이 깃들었던 불꽃 사이로 황금빛 기운이 피어올랐다.
《사 검 – 바위가 갈라진 길》
일격과 일검.
그 두 개의 교리가 섞여 있는 검이 위에서 아래로 천천히 휘둘러졌다.
-화르르르르르르르륵!
대지가 갈라지고, 그곳에 화염이 불길이 치솟으며 거대한 길 하나가 만들어졌다.
불과 대지가 갈라져 있는 길 끝에는 허망한 표정을 짓고 있는 녀석의 얼굴이 보였다.
“아직은 하급인가.”
푸른색 보석도 다 급이 다르듯, 나는 이 녀석을 저번에 봤던 20호와 똑같다고 느꼈다.
그저 능력 자체가 특이하기에 소드마스터 언저리에 있는 녀석.
단지 그뿐인 녀석이었다.
“죽어.”
대지와 불꽃이 피어오른 검에 작은 미풍이 불어왔다.
그 미풍은 내 검에서부터가 아닌, 적의 목을 한 바퀴 휘감으며 검에 깃들었다.
《일 검 – 바람이 스쳐 간 길.》
작은 바람과 함께 적의 목이 잘렸다.
-툭.
볼품없이 떨어진 목을 아무런 감정도 없이 쳐다본 나는 고개를 돌려 아탈리네 황녀가 싸우는 장면을 확인했다.
“…..저건 뭐냐.”
그저 손가락 하나 까딱하며 움직이는 아탈리네 황녀 옆으로 기다란 꼬리를 가진 여성이 폴짝폴짝 뛰며 주먹을 휘두르고 있었다.
백골이였다.
왜 예쁘지?
짜증 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