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sen by the Hero King, the Second Life of the Illegitimate Child RAW novel - Chapter (134)
134화. 황혼
석판의 재질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영웅왕님이 부수라는 것에 의문을 갖지 않았고, 그렇기에 남아있는 시간 이 석판을 부수기 위해 전심전력을 다하기로 했다.
-불끈!
[〈용살(龍殺)〉이 발동됩니다.]검을 준 손에 힘이 들어가며 머리에 5가지의 뿔이 떠올랐다.
-뿌득!
5가지의 뿔은 점차 소멸되며, 새로운 뿔 하나가 튀어나왔다.
《강철룡의 비늘 – 삭룡(削龍).》
내 검에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은색의 기운이 흘렀다.
극강의 대지의 기운이 한층 진화된 힘.
[〈무패(無敗)〉가 발동됩니다.]위력을 2배로 증가시키는 까지 발동시키고 나서야 내 검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 검 – 바위가 갈라진 길》
-쩌억!
허공을 벤 검은 거대한 파동을 일으키며 눈앞에 있는 석판을 그대로 베어버렸다.
‘……역시 평범한 재질은 아니었나.’
베였음에도 검 끝이 자잘하게 떨려온다.
-빠직!
뿐만 아니라 하프노스트의 신체가 들어간 검신이 부서졌다.
‘내 힘과 벽화의 재질을 견디지 못한 거다.’
애초부터 2개의 성질이 섞여 있는 드래곤의 힘을 사용할 때면 하프노스트의 육신으로 만든 검이라 할지라도 제대로 견디지 못했다.
그런데 단단한 것을 잘랐으니, 검이 이 정도의 형태를 견딘 것만 해도 대단한 것이다.
“검이 부서졌네요. 하프노스트의 육신으로 만든 검인데…..”
“음…..”
이 검도 언젠가 이렇게 될 운명이었다.
의 업적은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업적 중에서도 가장 이질적이기도 했고, 가장 강력하기도 하다 보니 검이 견디지 못한 순간부터 언젠가 부서질 것이라 생각은 하고 있었다.
‘더욱 강하게 할 수도 있지.’
하프노스트의 육신이 확보된 지금, 지금 들고 있는 ‘육신이 조금만 들어간 검’보다 더 많은 육신을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드워프도 그 검 수리 못할 텐데…..”
문제가 있다면 이 검을 더 이상 만들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깔끔하게 양단되어 있는 벽화 속에서 검 한 자루가 우뚝 박혀 있었다.
묘한 색을 풍기는 평범한 철검.
하지만, 그 철검에서 느껴지는 고요한 기운에 나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느낌을 느꼈다.
‘이게 무슨 느낌이지…..’
어째서 검을 보는 것만으로 강자와 대면하고 있는 것 같단 말인가.
나는 홀린 듯이 그 검을 향해 걸어갔다.
“로크?”
옆에서 검을 경계하던 아탈리네가 갑자기 앞으로 걸어 나가는 로크를 다급히 불렀지만 이미 늦었다.
내 손은 이미 검을 붙잡았기 때문이다.
-띠링!
[귀속 아이템 【영웅왕의 업적이 봉인되어 있는 검】을 획득하였습니다.] [【영웅왕의 업적이 봉인되어 있는 검】은 오직 영웅왕만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띠링!
[영웅왕한테 선택받은 영웅임을 확인합니다.] [영웅왕의 힘이 【영웅왕의 업적이 봉인되어 있는 검】에 흘러 봉인을 해체합니다.]-띠링!
[봉인이 해체되어 새로운 이름을 얻습니다.] [【황혼】을 획득하였습니다.] [귀속됩니다.]그 순간 내 눈앞에 여러 창이 떠올랐지만, 내 시선은 오직 검에 박혀 있었다.
평범한 철검에 마치 노을처럼 아름다운 빛깔이 그려졌다.
검을 잡는 순간 천지를 갈라버릴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제어할 수 없는 검…..’
몽롱하게 검에 빠져 있을 때 눈앞에 또 다른 창이 떠올랐다.
-띠링!
[영웅의 서사 3장 『영웅이 걸은 길을 걷고자 하는 소년』이 【아카식 레코드】에 기록됩니다.] [기록 보상 【자연신검】이 영웅의 근본에 스며듭니다.] [영웅의 서사 3장(외전)에 『영웅이 되고 싶은 소년』이 【아카식 레코드】에 기록됩니다.] [『영웅』을 갈망하여 『영웅』의 힘을 사용합니다.] [외전 보상 【일곱 개의 죄악】 【성욕】이 영웅의 근본에 스며듭니다.]새로운 서사가 나타났다.
“……”
새롭게 생긴 【일곱 개의 죄악】 그리고 【성욕】.
앞선 두 개의 발동 조건을 알기 위해서 노력했기에, 이건 또 어떻게 발동해야 할지가 의문이었다.
하지만 그 고민을 하기에는 현재 이곳은 너무 상황이 좋지 않았다.
-푸욱!
너무 갑작스러운 사태에 감각에 집중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감각에 집중하고 있다고 한들 과연 이 공격을 피할 수 있었을지도 의문이었다.
“로크!”
뒤에서 아탈리네 황녀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그 소리를 듣지 못할 정도로 나는 가슴을 뚫고 나온 손을 바라봤다.
익숙했다.
분명 처음 보는 손임에도 왠지 모를 분노가 끓어올랐다.
“적진에서 함부로 정신을 팔면 안 된다는 걸 안 배웠나?”
뒤쪽에서 들리는 말에 나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너구나.”
“뭘 말하는 거지?”
익숙하지는 않지만 절대 잊을 수 없는 목소리.
“후우…..”
가슴을 뚫린 건 아무래도 좋았다.
새로 얻은 황혼을 쥔 손에 지금까지 없던 모든 힘을 깃들었다.
“어째서 죽지 않지? 인간이 진화를 일으켰나?”
무색의 빛이 흐르는 검.
그 검을 보자 얼굴을 알 수 없는 이는 피식 웃었다.
“어차피 그걸로 나를 어찌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 텐데?”
지금까지 그런 말을 많이 들어왔다.
어차피 안 될 것이기에 포기하라고 말이다.
“지랄.”
나는 지금까지 그러한 길을 걸어왔고, 포기하지 않았다.
설사 강대한 적이 있다고 할지라도, 죽을 것을 알지라도 피하지 않았다.
지금 그게 나를 이곳에 서 있게 하는 가장 큰 이유였다.
-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그 순간 들고 있던 무색을 띠는 검에 분홍빛이 깃들기 시작했다.
-띠링!
[【일곱 개의 죄악】 【성욕】이 해금됩니다.] [영웅왕의 힘이 【황혼】에 깃듭니다.] [봉인된 업적 을 발동시킵니다.]그 순간.
세상이 어두워졌다.
***
갈라져 있는 석판 앞에 선 정체불명의 자는 조용히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끈적한 피가 손에 가득 묻어 있는 것으로 봐선 무언가의 생명을 죽인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 피의 주인은 죽지 않았다.
당당히 이곳에서 빠져나가기까지 했다.
“가리오스가 아니었나…..”
팔목까지 흘러내리는 피를 무심히 바라본 그는 자신의 가슴팍을 확인했다.
-주륵…..
멍하니 있던 시간이 길었음에도 가슴팍에는 계속해서 얕은 핏줄기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재생하지 않는가.”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상처를 입은 건 처음이 아니었다.
그들을 배신했을 때, 도망치기 위해서 자잘한 상처를 얻었었다.
하지만 그 상처들은 곧 치유되었고, 자신의 몸은 당연히 그러한 줄 알았다.
지금 가슴에 새겨진 상처는 어째서인지 치료되지가 않았다.
핏줄기가 마치 타들어 가듯 진정되지 않았다.
얕은 상처였지만 이대로 두면 위험했다.
“내버려 두도록 하지.”
하지만 그는 그냥 내버려 두기로 하였다.
어차피 이 정도의 상처에 호들갑 떨 정도로 평범하지 않다.
이 정도 상처가 영원토록 지속된다 할지라도, 그한테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기념….. 그래, 인간들은 이런 걸 기념한다고 하지?”
그는 가슴팍에 남은 상처를 조용히 쓰다듬었다.
피가 묻어 있는 손에 자신의 피가 묻었음에도 그는 오히려 재밌다는 듯이 웃었다.
“최초의 영웅이 고른 최후의 영웅이여….. 너는 어찌하여 나를 알고 있는 것인가?”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린 그는 천천히 그곳을 떠나갔다.
갈라진 벽화 속 부서져 있는 분홍색 기운이 잠시 일렁거렸다는 것을 그는 알지 못했다.
***
운이 좋았다.
애초에 벽화와 맞닥뜨렸을 때 5분 정도 남아있었기에 금세 우리는 원래의 장소로 돌아올 수 있었다.
“꺄아아아아악! 로크으으으으으으!”
다시 고대 유적으로 돌아온 아모리 황녀는 내 가슴에 뻥 뚫려있는 상처를 보며 비명을 질렀다.
“로…..크…..?”
아탈리네 황녀도 창백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지만, 정작 나는 무덤덤했다.
“괜찮으니까 그렇게까지 소리 안 지르셔도 됩니다.”
“로크으으으으으…..으?”
멀쩡히 답하는 내 모습에 비명을 지르던 아모리 황녀는 고개를 갸웃했다.
“……어째서 살아있는 거죠?”
가슴 정중앙이 뻥 뚫려있음에도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나를 보며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이 발동됩니다.]-스르르릇!
이윽고 뻥 뚫린 가슴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직접 사용하지 않을 때는 그냥 알아서 치료되나 보네.’
가슴에 있는 룬을 건들면 수동으로, 건들지 않으면 시간이 지나면서 치료되는 형식인 듯 보였다.
“…..어머나?”
아탈리네 황녀는 상당히 놀랐다는 듯이 내 가슴을 노려봤다.
영웅왕님이 화를 내셨지만 들어주는 사람은 당연히 없었다.
“신기하네요? 이게 무슨 원리지?”
“그냥 새로 얻은 능력입니다. 그나저나 두 분은 괜찮으십니까?”
“저는 괜찮아요. 가리오스 씨가 지켜줬거든요.”
“저도 뭐….. 나쁘지 않은 경험이었어요. 그들의 리더도 봤으니까요.”
그들의 리더라는 말에 가리오스의 귀가 쫑긋 움직였다.
가리오스 또한 그 녀석과 만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죽지 않았겠죠?”
“그럴 겁니다.”
나는 손에 있는 검을 바라봤다.
하나는 망가진 기존의 검인데, 그자의 일격에 산산이 부서져 이제는 손잡이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검집을 만든 이유가 없네.’
완벽한 육신이 들어간 검이었더라도 부서졌을 것이다.
그렇다 보니 애초에 망가질 검, 부서진다고 해도 딱히 아깝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황혼.’
새로 얻은 황혼이라는 이름을 가진 검.
‘황혼이라는 건 해가 막 지는 시기.’
해가 지고 달이 떠오르려는, 노을이 지는 시기를 황혼이라고 한다.
‘빛과 어둠이 섞여 있는 검.’
이 검은 그런 검이었다.
태양과 달.
아침과 저녁.
빛과 어둠.
실제 이 검은 천지를 가를 정도로 강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가만히 있어도 공기가 잘리는 느낌이네요.”
내가 물끄러미 검을 바라보고 있자, 아탈리네 황녀 또한 느꼈던 감상을 말했다.
그저 가만히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검은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을 잘라버렸다.
먼지조차도, 공기조차도 이 검에 닿는 순간 휘두르지 않았음에도 두 동강이 나버렸다.
“이 검으로도….. 그자를 베지 못했습니다.”
이 검뿐만 아니다.
영웅왕님의 힘을 그대로 가져오는 【일곱 개의 죄악】 【성욕】의 힘을 담았음에도 그자의 피부를 겨우 베는 정도였다.
“…..두렵네요.”
아탈리네 황녀는 처음으로 자신의 진심을 보였다.
그러한 적을 상대해야 한다는 조직의 리더로서, 어쩌면 그녀의 두려움은 당연한 것이다.
“그나저나….. 이 검은 어떻게 하죠?”
하지만 지금은 그보다 이 황혼검을 어떻게 해야 할지부터 생각해내야 했다.
“가볍게 휘두르기만 해도 산을 자를 것 같은데.”
어디 좋은 검집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