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sen by the Hero King, the Second Life of the Illegitimate Child RAW novel - Chapter (135)
135화. 황혼 (2)
협박해서 약탈해오셨구나.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알고 있어요.’
예기가 너무 날카롭기에 살짝 뒤틀린다면 고대 유적뿐만 아니라 마법진도 두 동강 낼 것이 분명했다.
“일단 밖으로 나가죠.”
“그 상태로요?”
“네.”
“……조금이라도 수틀리면 고대 유적을 전부 베어버릴 것 같은데요?”
“그래도 일단 나가야 뭘 하던가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에 계속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그 말에 아탈리네 황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도와드리겠습니다.”
가리오스는 영혼을 소환하더니 이내 내 검에 덧붙였다.
검집을 씌운다기보다는 옆면에 영혼의 손을 가져다 대어 움직이지 못하도록 속박시켜놓는 것 같았다.
“으음…..”
다만 검집을 안정하게 속박시키기 위해서 영혼들 손에 계속 죽어 나갔다.
“빨리 나가죠.”
힘들게 모아둔 영혼들을 모조리 소모할 수도 있었기에 서둘러 밖으로 걸어갔다.
“저도 도와드릴게요.”
아탈리네 황녀도 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그림자 안개.”
-까악!
까마귀 한 마리가 나오더니 검에 쑤욱 들어갔……
-서걱!
다가오자마자 잘렸다.
절반으로 나뉜 까마귀는 펑! 하고 터져버리더니 이내 안개처럼 흐릿해지며 검 주위를 맴돌았다.
애초부터 잘리는 것을 생각해둔 것 같았다.
“어머나……”
안개는 계속 검에 머물렀다.
하지만 아탈리네는 저 검에 깃든 그림자 안개가 계속해서 잘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떻게 저 검을 진정시킬지 모르지만….. 참 골치 아픈 검이네요. 가지고 있는 것도 그렇고, 버리기도 그렇고….. 봉인을 한다고 해도 오히려 봉인마저 베어버릴 것 같네요.’
진정시킬 수 없는 검.
어째서 그 거대한 벽화가 저 검을 품고 있었는지 이해가 될 정도였다.
그 벽화의 재질은 알지 못하지만, 애초부터 고작 ‘벽화의 돌 재질’만으로 저 검을 봉인했다고 믿기 힘들었다.
‘로크가 그 벽화를 자른 게 아니에요.’
로크가 한 일이라고는 그저 저 벽화 속에 있는 검에 자신의 기운의 파동을 어떻게든 보낸 것뿐이다.
그 이후로 저 검이 알아서 그 벽화를 가른 것이다.
‘대체 뭘까요? 로크는…..’
여러 가지로 숨기는 게 너무 많은 남자다.
특히나 그가 운명에서 벗어난 이레귤러라는 게 마음에 계속 걸렸다.
‘어쩌면 행성에 크나큰 희망…..이 될 수 있는 남자니까요.’
본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저 검을 드는 순간부터 저 남자가 이 행성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저 정도의 검이 인정한 유일한 사내니까.
‘그건 그거고……’
잠깐 집중을 풀었다고 그림자가 전부 잘려 나갔다.
지금은 일단 저 검에 집중을 해야만 했다.
[흠. 아무래도 안 되겠군.]가리오스와 아탈리네 황녀가 너무 힘들어하자, 하는 수 없이 백골이가 일어났다.
[어차피 들켜 버렸으니…..]-우드드드드드득!
백골이의 몸이 다시 여성으로 변했다.
동물의 영혼을 지닌 자들은, 동물들의 능력을 배로 쓸 수 있었다.
하프노스트 10마리가 들어갔다고 해도, 백골이는 그 이상의 힘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 전에 못 미치기는 하지만 도움이 될 것이다.
-부스스스스…..!
왼손에 털이 부스스 올라오며 점점 거대해지기 시작했다.
짐승의 힘을 평상시 상태보다 몇십 배는 더 낼 수 있게 하는 최종 모드였다.
-덥석!
백골이는 거릴 낄 것 없이 황혼을 덥석 잡았다.
-서걱!
잡는 순간 베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씹…..!”
잡자마자 베인다.
흡수한 충격이 너무 많아서 순간 몸 밖으로 충격이 방출될 뻔했다.
만일 충격을 방출했으면 이 주변이 아수라장이 되며 위험했을 것이다.
그렇게 3명한테 서포트를 받으며 밖으로 나왔다.
‘이, 이제 어떻게 하나요?’
밤하늘에 떠오른 별들이 보이자 서둘러 영웅왕님한테 말을 걸었다.
‘이, 이렇게요?’
나는 천천히 하늘을 향해 검을 들어 올렸다.
“해방.”
그 순간 검에 있던 기운들이 검 날 끝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어?”
지금까지 간직했던 충격들이 서서히 뭉치고 압축되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검 끝에 모여들었다.
-크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
단 한 번도 보지 못했지만, 마치 용의 브레스처럼 거대한 기운이 솟구쳤다.
어두운 밤하늘에 거대한 불기둥이 치솟아 아침이 떠오른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모든 기운의 해방.
그것을 가까이서 지켜본 이들은 하나같이 생각했다.
‘로크를 이길 상대가 있을까?’
로크는 황혼을 가진 것만으로 천하제일인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
달의 성녀 루이비는 조용히 달을 보며 차를 마시고 있었다.
달의 성녀가 된 직후, 아침에는 잠을 자고 저녁에는 활동을 하는 일이 많아졌다.
달의 신을 모시는 성녀답게, 밤낮이 바뀐 것이다.
“그 소년은 뭐였는지요?”
조용히 찻잔을 내려놓은 루이비는 낮에 봤던 소년을 떠올렸다.
졸린 와중에 행진까지 하느라 피곤이 하늘까지 닿았던 루이비는, 잠을 자고 나서야 낮에 봤던 소년이 떠오른 것이다.
-찍찍!
그러자 조용히 밤하늘을 돌아다니고 있던 검은색 박쥐 한 마리가 루이비 앞에 내려섰다.
-찍!
“모르신다고요? 그럼 어째서 숨으신 건가요?”
-찍찍찍찍!
“흐음? 그게 말이 되나요? 신이 되어서 겁을 먹으시다니요?”
-찍!
“그 소년은 이미 신을 몇 번이고 죽일 힘이 있다고요?”
토지신이 느낀 건 당연히 로크한테서 느껴지는 영웅왕의 힘과 업적에 어렴풋이 남아있는 기운이었다.
특히 의 업적에 어렴풋이 깃들어 있는 행성 파괴의 힘이 토지신한테 공포심을 느끼게 했다.
-찍찍!
“흐음….. 그 소년을 만나보라고요?”
-찌익!
“겁을 그렇게나 먹으시면서 어째서 그 소년과 만나야 하는 거죠?”
-찍!
토지신의 힘으로 알 수 있었다.
로크가 이레귤러이고, 그가 가진 성품은 결코 나쁘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어째서 그한테 그렇게 무서운 힘이 깃들어 있는 건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도움을 받으면 좋다는 게 현재 토지신의 생각이었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만나 보죠.”
블루 교복을 입고 있으니 만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
모든 충격을 빼낸 황혼은 마치 목검처럼 변했다.
노을과 똑같은 색을 띠던 검이었기에, 칼날이 뭉뚝해지자 목검 같은 짙은 색으로 변해버렸다.
목검이라고 해도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었기에, 일단 기존에 사용하던 검집에 넣었다.
‘다행히 검이 맞기는 한데……’
문제는 이 검이 충격을 뿜어내면 그냥 검집이 파괴된다는 것이다.
영웅왕님이 가르쳐주신 동작을 마스터한다면 이 검을 제대로 다룰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그랜드 마스터에 들지도 않았는데 그게 어찌 가능할지도 의문이었다.
아무튼 그때까지 나는 검을 숙련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 같네요.”
“아뇨.”
아무튼 간에 하루가 흘렀다.
새벽부터 무리를 하긴 했지만 그래도 몸에 피로감은 없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거기에 영웅의 능력까지 사용하는 내 몸에 시간이 이렇게까지 흘렀는데 피로감이 있는 게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그렇게 하루가 지난 시점. 내 방 앞으로 누군가 찾아왔다.
-똑똑.
“……어쩐 일이시지? 먼저 찾아오신 적이 없는데?”
이미 찾아온 사람한테 느껴지는 기척으로 누가 왔는지는 알고 있었다.
교복으로 갈아입은 뒤, 문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로크? 이미 제가 왔다는 걸 알고도 일부로 늦게 열어주신 건가요?”
“……어쩐 일이십니까? 아탈리네 황녀님?”
“식사가 아직이라면 같이 가면 어떨까 하고요. 괜찮으신가요?”
“상관은 없지만……”
갑자기라는 말이 먼저 떠올랐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부담되시나요?”
“딱히 상관은 없지만…… 예. 그러도록 하죠.”
“다행이네요.”
뭐가 다행이라는 거지?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나?
‘에이. 그럴 리가요.’
뭐가 좋다고 나한테 그러겠는가.
그냥 영웅왕님의 착각일 뿐이겠지.
일단 아탈리네 황녀를 따라 나는 식당가…..가 아닌, 아탈리네 황녀 방으로 향했다.
‘방?’
식당가에 가지 않고 기숙사에서 직접 조리해 먹는 것도 가능하기에 딱히 이상할 건 없었지만.
묘한 꽃향기가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처음 아닌데요?’
‘영웅왕님 방에 들어간 적이 있잖아요.’
아무튼 아탈리네 황녀님의 방에는 이미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
“로크가 많이 먹는다는 것을 알아서, 특별히 많이 해달라고 부탁했어요.”
“…..감사합니다.”
예전에 위디아 공작가에서 격식 있는 음식을 먹은 적이 있기에 살짝 불안해했는데,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간에 식탁에 앉아 물끄러미 황녀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래서 무슨 용건이시죠?”
“식사를 하고 나서 말씀드려도 될까요?”
“그야 상관은 없지만…..”
아탈리네 황녀님과 싸운다면 당연 내가 이길 것이다.
그녀한테도 업적이 있듯이, 나한테도 그에 뒤지지 않는 업적이 있었다.
음식에 독이 들어가 있더라도 영웅의 능력이 이미 알려주거나, 알아서 중화시켜주기에 딱히 상관은 없었다.
“잘 먹겠습니다.”
아탈리네가 준비한 음식들을 어느 정도 먹자, 아탈리네가 드디어 용건을 꺼냈다.
“루이비님한테도 연락이 왔거든요.”
“루이비?”
“위디아 공작가는 태양신전을 모셔서 모르시나요? 달의 성녀님이세요.”
“……아.”
그럼 만나야지.
토지신을 모시는 사람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