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sen by the Hero King, the Second Life of the Illegitimate Child RAW novel - Chapter (140)
140화. 8호
《사 검 – 괴풍이 지나간 길.》
-서—-걱-!!!!
상급 전사들이 사는 행성의 외곽에서 때아닌 소란이 일어났다.
행성의 침입자가 등장하여, 남녀불문하고 목을 베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급 전사들도 모두 기사에 맞먹는 전력들, 곱게 당하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
하지만 그건 예상일뿐, 실제로는 달랐다.
상급 전사들은 평소 사냥을 한다.
행성의 주민들을 사냥하고 약탈해오는 그들로서, 역으로 사냥당하는 느낌을 겪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경험이었다.
“도, 도망가!”
“간부들을 불러!”
“끄아아아아아!”
로크는 가면을 쓴 상태로 본격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전과 달리 여기는 지부다.
‘아무리 혼자 강해도 물량을 이길 수는 없다.’
영웅왕님도 입버릇처럼 말하지 않는가.
물량을 이길 수 있는 건 화력밖에 없다고.
하지만 그 화력도 결국에는 갖춰져야 의미가 있는 법, 지금의 나한테는 버거웠다.
그렇기에 로크는 초반부터 모두 죽이겠다는 생각으로 검을 휘둘렀다.
-서걱-!!!!
검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폭풍이 몰아치며 적들의 몸을 산산조각 냈다.
[정말 강해지긴 했는데….. 너무 많군.]현재 가리오스는 그냥 뒤에서 묵묵히 지켜보며 영혼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가까이 있기에 굳이 마석을 심을 필요가 없이 그저 가론만 수호하고 있으면 됐다.
‘여기는 적진이니까.’
몇 명씩 상대하던 가리오스 일족 행성과 달리, 이곳은 완전히 적진이다.
도망가고 있는 이들도 있지만, 역으로 달려드는 인원들도 있었다.
-푸욱!
예민해진 감각 속에서 모습을 감추고 다가오는 적이 느껴졌다.
“키이이…..”
‘카멜레온 아인인가.’
동물의 영혼은 수가 많다 보니 동일한 아인들이 많았다.
그 외에도 동일한 아인들이 몰려들었지만 그 수는 많아도 너무 많았다.
-위이이이이이이잉!
‘귀가….. 초음파인가.’
고개를 올려보니 거꾸로 매달려 있는 적들이 있었다.
‘박쥐의 영혼.’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리를 이용하여 뇌가 울린다.
하지만 그것도 곧 잠잠해졌다.
“커헉!”
‘소리 또한 자연.’
그들이 내뱉는 초음파 또한 어차피 소리의 한 종류고, 소리는 자연의 한 종류다.
눈에 보이지 않을 뿐, 그게 자연의 속성 중 하나라고 한다면 내가 막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빨리빨리 끝내는 게 좋겠네요.”
‘…..아뇨.’
나는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우우우우우웅!
검에 무색의 기운이 깃들더니 이내 무형의 해일이 요동쳤다.
「자연신검(自然神劍) 제 일식 – 무색의 길」
-쩌어어어어어억!
눈앞에 모든 것이 파괴되며 거대한 충격파가 적들을 집어삼켰다.
-쿠우우우우웅!
“도, 도망쳐!”
“모두 피해!”
“끄아아아아아아아악!”
“다, 당황하지 마! 곧 간부님들이 오신다!”
적들은 눈앞까지 다가온 무색의 해일에 당황하며, 이도 저도 하지 못하다가 이내 휩쓸려 나갔다.
무색의 해일이 지나간 곳에는 오직 파괴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흐음.”
툭툭.
공허해진 주변을 바라보며 검을 어깨에 툭툭 쳤다.
“이제 괜찮네요.”
“그렇기는 한데, 어차피 1시간이니까요.”
한 자리 숫자가 나타난다면 위험하기도 하겠지만, 어차피 시간이 정해져 있으니 도망가는 선택지도 있었다.
[욤뇽뇽~]백골이는 요상한 소리를 내며 파괴된 주변에 떨어진 시신들로부터 쓸만한 조율자의 보석을 얻고 있었다.
예전과 달리 아껴먹는 게 아니라, 양이 많아졌다 보니 양보단 질을 선택하고 있었다.
그렇게 보석을 줍고 있다가 문득 눈앞에서 달려오고 있는 이들이 보였다.
빠른 속도로 달려오고 있지만, 이미 로크라면 저들을 눈치챘을 것이라 생각하며 보석을 마저 주워 들었다.
[2차가 온다.]“드디어 납셨네.”
상급 전사들이 당하는 게 불편했는지 푸른색 보석을 지닌 이들이 나타났다.
하지만 그 수가 평소와 달랐다.
“10명? 꽤 많이도 몰려오네.”
[어쩔 거냐?]“슬슬 도망가야지. 아무리 그래도 푸른색 보석 10명은 위험하니까.”
개개인의 힘도 거슬리지만, 역시 가장 거슬리는 건 저들의 상성이었다.
72호처럼 나하고 극상성이라면 한 명 죽이기도 힘들었고, 역으로 상성이 맞다면 10명 전부를 상대할 수도 있었다.
그렇다 보니 정보를 모을 때까지 도망가는 게 가장 좋았다.
[……어이.]“…..그래.”
그렇게 도망가려고 각을 재고 있을 때, 10명들 사이로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이건…..’
과거 9호를 만났을 때 느꼈던 압도적인 생동감이 또다시 느껴졌다.
활화산 같은 생명의 정수. 하지만 그 사이엔 묘한 이질적인 기운이 기감을 어지럽힌다.
“모두 그만.”
아주 작은 소리였지만 그 소리는 이곳에 있는 모두한테 들렸다.
-또각또각.
여성의 구두 소리와도 같은 소리가 멈춰있는 10명 사이로 슬그머니 들려온다.
그 소리의 정체는 곧 10명 사이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인간?”
“한때 그렇게도 불리었죠.”
그렇게 모습을 드러낸 건 여성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 적이었다.
하지만 이내 하얀색 머리카락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카스마라 일족인가.”
“맞아요. 100년 전쯤에는 그런 일족이라 불리었던 기억이 있네요.”
“…..100년이라.”
애초에 이들한테 있는 수명도 짐승의 영혼이 닿음으로써 충분히 바뀔 수 있다 보니 100년은 오히려 짧은 시간이기도 했다.
‘백골아. 튈 준비 하자.’
[…..못 튄다. 저년 앞에서는 도망가는 게 쉽지 않다.]‘왜?’
[카스마라 일족…..이라고 하니 이해가 되는군. 저년은 1:1의 최강자. 절대 도망갈 수 없다.]그 순간 그녀의 몸에서 짙은 파란색의 공간이 서서히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결계? 근데 좀 이상….. 초능력?’
지금까지 초능력이라는 힘을 많이 듣기는 했지만, 그 힘에 관해서 자세히 안다고 자부할 수는 없었다.
그저 특이한 힘이고, 마나와 섞어서 사용이 가능하며, 정신력 소모가 극심하다는 정도였다.
[쯧. 늦었군. 아니, 안다고 해도 애초에 피할 수 없겠지만……]백골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공간 안에는 나와 백골이, 그리고 그녀와 10명의 푸른색 보석을 지닌 전사들만이 남아 있었다.
‘아니, 가리오스도 남아 있네. 문제는 가론을 놓친 건가…..’
가론을 놓쳤다기보다는, 강제로 떼어낸 것 같았다.
가리오스도 갑작스러운 사태에 당황했다.
‘자신이 들여놓고 싶은 상대만 들어오게 하는 결계……’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짜증 나네.’
초능력과 짐승의 능력과의 결합.
아직 이 결계 하나만을 봤음에도 짜증이 머릿속까지 치솟을 정도였다.
검을 쥔 손에 긴장을 풀지 않고 눈앞에 있는 적을 바라봤다.
“저는 8호라고 해요. 그대는 이름이 뭐죠?”
“……”
“하긴, 이름을 알려줄 정도로 친한 사이는 아니겠죠. 옆에 있는 배신자와 가리오스를 보아하니 헤이톤스 행성에서 온 인간인가 보네요.”
“……”
그녀를 노려보면서 나는 백골이한테 최대한의 정보를 갈망했다.
[나도 처음 본다.]답을 얻을 수는 없었다.
[8호의 별명은 간단하다. 1:1 최강자. 1:1만으로는 앞선 순위에 있는 녀석들도 쉽사리 8호를 건드리지 못한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이 무적의 결계다. 밖에서 들어오는 것도, 안에서 들어가는 것도 불가능하다.]“…..”
[짐승의 능력은 고사하고 이 결계 안에 들어오면 밖에서 보이지도 않는다. 그래서 그녀의 능력은 누구도 모르지.]그녀는 자신의 말을 내가 듣지 않자 심통 난 얼굴로 뒤를 바라봤다.
“당신들도 잠시 나가 계세요.”
“…..예.”
그 말과 동시에 그들은 퇴출되었다.
애초부터 그들이 순순히 나간 이유는 간단했다.
한 자리 숫자인 그녀가 패배한다는 것 자체가 그들의 머릿속에서 쉽사리 상상이 안 갔기 때문이다.
그렇게 공간 안에 홀로 남은 그녀는 흥미롭다는 얼굴로 나를 빤히 바라봤다.
‘가면을 쓰고 있으니 상관없겠지.’
그래도 긴장을 풀지는 않았다.
“어째서 날 보자는 거지?”
“궁금해서요. 9호를 어떻게 무력화시켰는지.”
“…..흠.”
역시 9호는 무력화된 건가.
영웅왕님한테 어느 정도 이야기를 듣기도 했고, 푸른 보석을 가진 녀석들이 무력화됐다고 말하기도 했으니 아마 진짜일 것이다.
“그래서?”
날을 번뜩이는 황혼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백골아 시간.’
[현재 50분이 조금 지났다. 다만, 1시간이 지나면 돌아가는지는 불명확하다.]가론을 데리고 왔다 보니 솔직히 50분도 많다고 느꼈다.
‘곧 돌아갈 수도 있다는 건가?’
그렇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금 여기에는 가리오스와 백골이도 있었으니 8호를 상대하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으리라 생각했다.
-스윽.
들어 올린 검날이 번뜩이며 날카로운 예기를 뽐냈다.
그 모습에 8호는 흐흥거리며 팔짱을 꼈다.
“저와 해보겠다는 건가요? 저도 좋죠.”
그 말과 동시에.
-부우우우웅!
“…..!”
내 몸은 공중을 향해 날고 있었다.
“다만, 당신이 저를 건드릴 수 있다면요.”
싱긋 웃는 8호를 보며 나는 지금까지 상대했던 적들과 무언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
한천잉어.
우주 전체를 통틀어 10마리도 되지 않는다는 이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잉어다.
이 잉어는 자신의 지식을 뽐내는 것을 좋아하지만, 반대로 그 지식을 이용해 남을 골탕 먹이는 것도 좋아한다.
진리 속에 있는 거짓.
한천잉어는 진리인 것 같은 거짓을 내려주며 수많은 나라를 멸망시키고, 수많은 생명을 죽여왔다.
그 모습에 오히려 한천잉어는 우월감에 빠졌고, 이후 하면 안 되는 짓을 하였다.
불로, 시간, 차원 등.
생물한테 주어져 있는 규격을 깨고 신들이 가지고 있는 진리조차도 넘고자 한 것이다.
-부우우우우웅!
카스마라 일족은 전부 초능력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인당 하나.
하지만 그녀는 아니었다.
“저는 이미 초능력의 진리를 알아버렸으니까요.”
한천잉어의 뛰어난 지식은 그녀가 가지고 있던 초능력이라는 것의 개념을 파악했고, 그 수를 늘려갔다.
지식은 곧 초능력의 힘으로 연관된다.
이는 재능은 곧 초능력의 힘으로 연관된다는 말과도 같았다.
그녀는 인위적으로 초능력의 개수를 늘려갔다.
“당신은 저를 이길 수 없어요.”
공중에 떠 있던 나는 8호의 몸 주변에 생기는 에너지를 느끼며 영웅왕님을 불렀다.
‘그래서 누가 멸종시켰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