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sen by the Hero King, the Second Life of the Illegitimate Child RAW novel - Chapter (142)
142화. 8호 (3)
사역마.
영혼이 완전히 함락되었을 때 벌어지는 일이다.
백골이와 가리오스는 영혼까지 나한테 충성하였기에, 내 명령이라면 스스로 자살까지 한다.
가리오스의 경우는 사역마와 조금 다르긴 하지만, 명맥은 비슷했다.
‘이 경우는 조금 특이하네.’
백골이는 오직 영혼만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육신이 재구축되며, 영혼이 기억하고 있던 모습인 다람쥐 상태로 사역마 계약이 완료되었다.
가리오스의 경우에는 애초에 엘프라는 혈통을 벗어나지 못했기에, 그 때문에 사역마 계약이 원상태에서 완료되었다.
하지만 8호는 조금 달랐다.
이미 조율자의 보석에 대한 분석은 아스텔의 지식으로 끝난 상태다.
거기에 백골이 때는 영웅왕이 ‘죽이는 것’에 목적을 두었다면, 8호 때는 ‘노예로 삼는 것’에 목적을 두었다.
당시에는 처음 얻은 근본 스킬이다 보니 경향이 없었지만, 이후 2번째에는 여유가 있었기에 8호의 육신을 남겼다.
육신을 남긴 이유는 간단했다.
아직 백골이는 자신의 힘을 전부 되찾지 못했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도 있는데.
이건 한천잉어 자체가 초능력으로 물을 소환하면 되었지만, 그래도 물과 함께 다니면 귀찮아지기도 하니까 말이다.
아무튼 가장 큰 이유는 역시 힘이었다.
가리오스와 백골이는 힘을 너무 많이 잃은 상태였다.
물론 8호 또한 힘을 많이 잃은 상태로 사역마가 되었지만, 그래도 둘처럼 완전히 잃은 상태는 아니었다.
“이름은 뭐….. 백순이 하자.”
“……”
그렇게 사역마가 생겼다.
***
-띠링!
『《하프노스트》
이명 : 「백골」 등급 : EX
능력 : 흡수. 방출, 무게 조절, 인간화, 증폭
특징 : 뼈다귀 물고 있는 것을 좋아합니다.
신의 힘을 담고 있는 다람쥐입니다. 공백의 존재로 인해 멸종당했습니다.
신의 금속이라 불리는 아오니오아로 육체가 이루어져 있습니다.』
『《한천잉어》
이명 : 「백순」 등급 : EX
능력 : 신의 지식, 물 정화, 조롱
특징 : 남을 놀리는 것을 좋아합니다.
신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 잉어입니다. 공백의 존재로 인해 멸종당했습니다.』
우선 한천잉어 자체는 그렇게까지 네임드가 아니다.
본인의 힘 자체는 별 볼 일 없고, 그저 자신이 가진 신의 지식으로 남을 놀리는데 집중했던 한천잉어는 애초부터 약해도 너무 약했다.
‘백골다람쥐가 스킬 3개….. 아니, 성장하면서 공백이었던 게 2개가 더 생겼네.’
EX급 등급을 가진 동물들은 기본적으로 3개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걸로 생각된다.
다만, 한천잉어는 신의 지식 말고는 물 정화와 조롱이라는 뭔가 별 볼 일 없는 스킬들만 있었다.
아마 저 조롱이라는 능력이 정신력과 연관이 있던 거겠지.
‘카스마라 일족이 아니었으면….. 솔직히 별 볼 일 없었겠어.’
시너지가 너무 좋았다.
정신력과 지식의 원천을 가지고 있는 초능력이기에, 한천잉어와의 시너지가 무한한 힘을 발휘한 것이다.
“……”
“아무튼 백순아. 앞으로 잘 부탁한다. 비린내는 안 나서 다행이네.”
내 말에 백순이의 얼굴이 썩어질 듯 문드러졌다.
백순이 또한 힘을 아예 안 잃은 건 아니지만, 애초에 전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아무튼 내일도 갈 거니까 곧바로 동료들하고 인사할 수 있겠네.”
내일이면 아모리 황녀님한테 있는 아포라스가 힘을 회복할 테니 말이다.
그 말에 8호의 얼굴이 더욱 썩어들어 갔다.
“저보고 배신을 하라는 건가요?”
“응.”
그 말에 대놓고 싫다는 표정을 지었다.
‘백순이는 백골이랑 다르네.’
백골이는 배신을 너무 자유롭게 해서 백순이도 배신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니었다.
물론 명령을 한다면 알아서 배신할 테지만 말이다.
[영혼의 기억이 뒤섞이지 않아서 그런다.]어정쩡하게 서 있는 백순이와 다르게, 백골이는 아예 드러누워서 채소를 아작아작 씹어먹고 있었다.
“기억이 뒤섞이지 않아서라니?”
아삭.
오이를 볼이 빵빵해질 때까지 집어넣은 백골이는 백순이를 보며 말했다.
[나는 영웅왕한테 죽었다. 말 그대로 죽은 것이다.]백골이는 영웅왕한테 완전히 죽었다.
영혼을 아주 조금 남긴 상태로 말이다.
온몸이 가루가 되었고, 영혼조차도 명계로 끌려가기 직전이었다.
[영혼의 대부분이 명계로 가기 이전, 내 몸 안에 있는 또 다른 영혼이 너한테 굴복했다. 조율자의 보석 안에 있는 하프노스트의 영혼이 두려움을 느끼고 알아서 굴복한 것이다.]그 굴복의 대상은 영웅왕님이었지만, 결국에는 나에게 굴복했다.
[그래서 사역마의 계약이 완료되자, 조금 남아있는 내 영혼과 하프노스트의 영혼이 뒤섞이며 새로운 육신이 만들어지며 감정이 변했다……라는 게 현재 내 생각이다.]“즉. 백순이는 완전히 죽지 않고, 조율자의 보석에 있는 영혼만 굴복해서 배신하겠다는 마음이 적다. 이거냐?”
[그래.]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백순이는 고개를 갸웃했다.
“조율자의 보석…..에 짐승의 영혼이 깃들어있다는 건가요?”
[그래.]“들은 말과는 다르네요.”
백순이 또한 백골이와 마찬가지로 조율자의 보석에는 짐승의 영혼이 아닌 그저 힘만 깃들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별로 상관이 없었다.
“어느 정도 눈치는 채고 있었지만요.”
“눈치?”
“보석을 먹으며 힘이 강해질수록, 보석 안에서 강한 파동이 느껴지거든요.”
그 말을 들은 백골이는 조금 놀랐다는 얼굴을 하였다.
“파동이 점점 강해질수록 제 영혼이 굴복하는 듯한 느낌도 가지고 있었거든요. 근데 지금은 그런 게 적네요.”
‘즉, 영혼은 아직 살아있는 상태기에, 다른 조율자의 보석을 먹음으로써 서서히 깨어나고 있다는 건가? 한천잉어의 영혼은 나한테 굴복했으니 백순이의 몸을 차지하려고 하지 않는 거고?’
이어서 백순이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그 파동이 이어질수록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느끼거든요. 그때부터 랭킹찬탈전이 있어도 보석을 섭취하지 않아요.”
[…..그래서 내가 살아있는 거였나.]과거 백골이도 한자리 숫자한테 덤벼서 살아남았다고 들은 적이 있다.
너무 오래전에 들은 거라 누구한테 맞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내일 싸울 수 있는 거지?”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
“어차피 내일 가니까 그때까지 생각해봐. 배신하고 싶지 않아도 배신할 테니까. 그리고 사역마 계약을 하면 애초에 멀리 떨어질 수도 없고.”
“…..아.”
요즘 백골이도 상당히 떨어지고는 있지만, 그래도 아직 완전히 떨어지지는 못한다.
백순이는 백골이보다 멀리 떨어질 수 있긴 하겠지만, 그래도 제대로 알지 못하니 최대한 붙어있는 편이 좋았다.
“가리오스.”
“네.”
“같이 있어 줘.”
“알겠습니다.”
“그리고 가론도 레드 기숙사에 데려다주고.”
“예.”
백순이도 일단 성인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으니 가리오스를 통해서 신분을 감추는 게 가장 좋다고 여겼다.
기사 한 명을 더 추가할 수는 없으니 백순이의 모습은 최대한 숨길 생각이다.
“이제 좀 쉬자.”
백순이가 가리오스를 따라 방에서 나가고 나서야 나는 침대에 드러누울 수 있었다.
“영웅왕님도 수고하셨어요.”
***
과거 고아탄 제국에는 전설적인 황녀가 있었다.
그 황녀는 다른 이들과 달리 무척이나 아름다웠고, 실버 블러드의 힘이 강하여 초능력이라는 힘을 다른 이들과 달리 몇 개나 더 사용할 수 있었다.
500년 전 태어난 그녀는 애석하게도 오래 살 수가 없었다.
아름다운 외모와 강력한 힘을 가진 대신, 알 수 없는 저주에 걸려 각성하자마자 죽을 위기에 처했다.
길어야 3년.
20대의 나이에 사망을 선고받은 그녀를 안타깝게 여긴 제국은 그녀를 어떻게든 살리고자 했다.
“…..”
실비아는 아이젠 공작이 구해다 준 고아탄 제국의 비서를 읽으며 하나 궁금했다.
“능력을 몇 개나 더 사용할 수 있다고?”
초능력이라는 힘을 알기에 이게 얼마나 터무니없는 일인지 알 수 있었다.
한 혈통마다 하나의 힘을 사용할 수 있는 대에는 이유가 있었다.
초능력 하나가 영혼 하나에 주어져 있는 힘이기 때문이다.
“몇 개나 더 사용할 수 있다라….. 사람의 몸이 버티질 못해.”
“그 말 그대로다.”
“아버지…..”
고서를 읽고 있던 실비아의 곁으로 아이젠이 걸어왔다.
“사람의 몸이 견디질 못한다. 그래서 그녀를 살리기 위해 제국은 해선 안 될 짓을 했다.”
“해선 안 될…..짓?”
“다른 이라면 모를까, 너는 이미 관여되어있으니 알아도 되겠지.”
아이젠 공작은 실비아의 손에 들려있던 고서를 들며 입을 열었다.
“행성의 침입자를 이 행성에 불러온 것이다.”
“……설마.”
“이 행성은 문명이 생기고 나서부터 행성 밖의 존재들로부터 여러 번 침공당했다. 그렇기에 고아탄 제국도 이번만큼은 자신들이 어떻게든 억제할 수 있는 수준인 줄 알았겠지.”
비밀리에 적과 접촉한 그들은 이내 그 황녀를 살렸다.
“하지만 황녀는 너와 같았다.”
애초부터 적들은 황녀를 인도할 생각이 없었다.
“너처럼 몸 안에 강한 보석을 심은 거다. 그리고 세뇌했지.”
애초에 그들은 그런 식으로 상대를 굴복시켰다.
실비아의 경우도 그들한테는 너무 익숙한 방식이었다.
500년 전 황후는 고아탄 제국의 탄탄한 지지도 있었으니, 방해하는 이도 없었을 것이다.
몸을 빼앗은 영혼이 사라지더라도, 이미 세뇌가 완료된 몸은 조직에 충성을 강요했다.
“이후 황녀는 사라졌고, 그때부터 행성의 침입자들은 천천히 하지만 빠르게 행성에 침입했다.”
이후 황녀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처음으로 태어난 여러 가지 실버 블러드의 힘을 사용할 수 있는 황녀는 그렇게 역사 속에서도 모습을 감추었다.
“고아탄 제국은 실패했고, 그 대가를 받아야 했다. 그 때문에 은룡의 일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는다.”
자신들이 일을 벌이고, 결국 실패했지만 그 결과로 너무 많은 걸 잃어버렸다.
그렇기 때문인지 복수의 대상을 행성의 침입자가 아닌 은룡한테 풀고 있던 것이다.
“그 황녀에 관한 정보는 더 이상 없는 건가요?”
“글쎄….. 애초에 지금 읽고 있는 책도 과거 프라츠 왕국과 연관이 있던 선조가 몰래 가져온 것이다. 고아탄 제국에 가면 더욱 자세한 정보가 있을 수도 있지.”
아이젠은 고서를 접고 다시 책장 안에 집어넣었다.
실비아는 그 모습에 아까까지 읽던 고서의 내용을 다시 생각했다.
“그 황녀가 다시 나타나면 어떻게 될까요?”
“…..별일 없겠지. 다만, 고아탄 제국은 혈통의 항렬을 따지니…..”
아이젠은 자신의 생각에 어이가 없었는지 피식 웃음까지 지었다.
“지금의 고아탄 제국은 그 황녀의 것이 될 수 있겠지. 물론 적이다 보니 은룡이 순순히 넘기지 않을 테지만.”
실비아는 고서에 적혀있던 황녀의 이름을 다시 한번 상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