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sen by the Hero King, the Second Life of the Illegitimate Child RAW novel - Chapter (15)
15화. 투기장
투기장 내부는 총 세 곳으로 분류된다.
첫 번째는 보호대를 갖춘 뒤 목검으로만 결투를 진행하며, 치명상을 입히면 역으로 패배하는 가장 안전한 결투장으로 처음 결투장이 지어진 목적과 같았다.
두 번째는 그나마 결투다운 모습을 볼 수 있는 진검 결투로, 검만 바뀌었을 뿐 보호대는 똑같이 착용한다.
세 번째는……
“도련님은 세 번째 결투장으로 가셔야 합니다.”
“……실화냐.”
“네. 실홥니다.”
보호 장비 없음, 마법사용 가능, 무구 자유, 치명상을 입을 시 하급 포션은 지급하지만 나머지 치료는 스스로.
쉽게 말해.
“죽이지만 않으면 모든 것이 가능한 결투장입니다. 아. 참고로 상대를 죽이면 벌금으로 수당을 전부 압수당하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
“자. 가시죠. 아침에 와서 미리 신청은 해놨습니다.”
슬그머니 살려달라는 눈빛을 베르아한테 보냈다.
그런 내 눈빛을 봤는지 베르아는 슬쩍 웃으며 말했다.
“저는 참고로 도련님한테 배팅했어요, 꽤 큰돈을 넣었으니 꼭 이겨주세요.”
내편은 없구나.
***
위디아 공작령의 결투장은 깨끗한 거리와 걸맞게 ‘합법’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이곳에선 대부분 신분이 낮은 자들이 일확천금을 위해 결투장에 오는 경우가 많았다.
싸우는 자들은 대부분 형량을 줄이기 위한 범죄자, 일확천금을 노리는 용병, 실패한 기사 등 신분이 낮은 자들뿐이다 보니, 어떻게 보면 위엄 넘치고 공정한 위디아 공작령하고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할 수도 있었다.
다만, 이 결투장에서 숱하게 승리를 쟁취할 경우 재능이 있다는 것이 증명되는 자리기도 했다.
기사라는 직위를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곳이기에 공작령하고 가장 어울리는 곳이기도 했다.
‘신기하네.’
나는 콜로렌스가 준 하얀색 가면을 착용하며 생각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결투장과는 다르게, 세 번째 결투장에서는 번호가 적힌 가면을 착용하는 게 룰이었다.
하얀색 가면에 적혀있는 17번. 그것이 현재 내 이름이었다.
“아. 도련님 들어가시기 전에 할 말이 있습니다.”
“…….”
나를 여기로 데려온 콜로렌스는 시합에 나가려는 내 어깨를 붙잡았다.
‘이길 수 있는 비결이라도 말해주는 건가?’
주변사람들의 걱정과는 다르게 내 속은 의외로 평온했다.
10년 동안 몬스터들과도 싸웠는데 그깟 인간이 뭐가 무섭겠는가.
이왕 여기 온 김에 제대로 해보고 싶었기 때문에 콜로렌스가 주려는 비결은 괜찮다며 만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도련님 상대는 지속으로 잡아놨습니다. 순위가 낮은 자들부터 계속해서 올라올 테니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큰일 날 수 있습니다.”
“이 시바…….”
“예? 제가 잘못 들은 것 같은데, 설마 욕하신 건 아니시겠죠?”
“……잘했다고.”
“허허허허. 제가 눈치가 빨라서 이런 건 참 잘합니다. 아무튼 건투를 빕니다 도련님.”
“뿌…득!”
콜로렌스의 응원인 듯 응원 아닌 응원을 듣자마자 나는 떠밀리듯 결투장 안으로 들어왔다.
‘대지는 모래인가.’
사방은 철벽으로 막혀 있고, 대지는 모래로 되어 있었다.
모래 안에 잔잔히 섞여있는 붉은색의 거무튀튀한 모래들에 살짝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이내 그런 마음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우우우우우우우우-!!!
사방에서 들려오는 야유소리가 귓가를 강타했기 때문이다.
“꼬맹이는 꺼져!”
“가서 엄마 젖이나 더 처먹고 와! 우우우우우우!”
“내 젖 줄까? 아저씨 젖이라 먹기 싫냐? 푸헤헤!”
“뭐야!? 겁먹어서 움직이지도 못하는 꼬맹이를 왜 데려온 거야!”
-우우우우우우우우-!!!
철판 위 의자에 앉아있던 관객들이 각자 나무패를 가지고 나한테 야유를 보내고 있었다.
“……물론이죠.”
그 말과 동시에 나는 발을 움직여 몸을 살짝 틀었다.
-푸욱!
내가 서 있던 모래 위로 작은 화살 하나가 꽂혔다.
“……석궁인가?”
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곳엔 팔에 석궁을 장착시킨 검은색 가면을 쓴 남자가 씨익 웃고 있었다.
“……그렇군. 대충 룰은 이해했어.”
석궁이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하려면 크기가 못해도 1m는 넘어야 한다.
고작해야 팔뚝만 한 석궁으로는 멀리 날아가지도 그렇다고 치명상을 입히지도 못한다.
기껏해야 팔뚝에 살짝 꽂히는 정도가 되려나.
마법이 걸린 아티팩트라면 상황이 달라지겠지만, 돈이 없어 결투장에 온 사람에게 값비싼 아티팩트가 있을리 없었다.
‘독도 사용 가능한 건가?’
저렇게 작은 석궁을 사용하는 녀석들 특징이 바로 독이었다.
팔뚝에 살짝 박힌다고 하더라도 그 순간에 독이 퍼지기 때문에 움직임을 제한받는다.
결투에 손쉽게 이기고 싶어 하는 자들이 쓰는 게 저런 수법이겠지.
-스윽.
나는 콜로렌스한테 받은 검을 들어 올렸다.
아직 키가 작은 나에게는 단검이 잘 어울렸지만, 그것보단 조금 더 긴 검이었다.
피융!
[이 발동됩니다.]순간 세상이 멈추더니 눈앞으로 다가오는 화살이 터무니없이 느리게 보였다.
‘이런 현상은 처음인데?’
스킬 「초직감」이 평소에 유지되는 건 익숙했으나, 능력이 발동된다는 메세지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마치 세상 속에서 나 혼자만 존재하는 듯 주변의 모든 것이 느려졌다.
-텁!
내 몸 또한 평상시의 속도에는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느려졌다고 해도 상대보다 한 발자국 더 빠르게 인지할 수 있었기 때문에 느리게 오는 화살을 그냥 손으로 덥석 잡았다.
[이 발동됩니다.]능력이 바뀜과 동시에 속도가 제자리를 찾아갔다.
-피융!
“뭐, 뭐야!”
화살을 보낸 남자는 자신이 쐈던 화살이 도로 자신에게 돌아오는 걸 보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푸욱!
“…윽!”
손으로 던지다 보니 위력은 거의 없다시피 했지만, 조잡하게 만든 가면 정도는 충분히 부술 수 있었다.
가면의 이마에 꽂힌 화살이 점차 가면에 균열을 만들어냈고, 이내 그자의 면상이 드러났다.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자극적인 걸 찾는 관중들답게 야유가 환호성으로 뒤바뀌는 건 금방이었다.
이 결투장에서 맨 얼굴을 드러내면 패배로 인정된다.
하지만 나는 이겼다는 기쁨보다 새롭게 알아낸 사실이 온몸에 전율을 돌게 했다.
‘영웅 능력 발동 조건이… 실전이군요?’
부가적인 능력은 항시 발동된다.
작은 용기, 활발한 기감 등. 평소에도 능력은 계속 유지된다.
하지만 눈앞에 창이 떠오르는 ‘진짜 영웅의 능력’은 지금까지 몇 번 발동되지 않았다.
기억나는 건 끽해야 할스와 싸울 때, 그리고 수학을 풀 때.
이 두 상황의 공통점은 모두 실전이라는 점이었다.
할스와의 싸움은 둘째치고, 새로운 문제를 푼다는 것 자체가 실전으로 치부된 것이다.
그리고 지금, 눈앞에 있는 남성에게 느껴지는 살기가 영웅의 능력을 촉발시킨 트리거였던 셈이다.
‘알고 있어요.’
[이 발동됩니다.]누군가 가만히 서 있는 내 머리를 향해 무구를 휘둘렀다.
-후웅!
바람이 갈라지는 소리가 들려오자 나는 순식간에 고개를 숙였다.
곤봉이 내 머리카락을 스쳐 지나감과 동시에, 나는 발을 재빠르게 움직였다.
[이 발동됩니다.]허리를 숙인 상태에서 바람을 타고 날아가도 될 정도로 가벼워진 발에 역회전을 걸어 위로 뻗었다.
[가 발동됩니다.]허리가 뒤틀리는 충격을 견디며 발바닥을 상대의 턱에 꽂아넣었다.
-빠악!
금강의 힘을 사용한 건 아니라 상대의 턱이 깨지진 않아 보였다.
‘현재로서는 무린가.’
“으아…악! 골이야..!”
상대가 잠시 주춤거리는 틈을 놓치지 않고,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이번엔 검을 움직였다.
-서걱!
“…이런.”
순식간에 가면이 두 동강 나자 남성의 입에서 한탄의 소리가 들려왔지만 아직 이 테스트는 끝나지 않았다.
한 사람이 쓰러지면, 다음 순위 사람이 급습한다.
애석하게도 콜로렌스가 만들어 놓은 판이었다.
-파지지직!
‘마법?’
전류가 흐르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서둘러 고개를 돌렸다.
값비싼 아티팩트나 귀한 인재인 마법사가 이곳에 있을 리 없었다.
역시나 그는 1회용 마법 스크롤을 들고 있었다.
[이 발동됩니다.] [이 발동됩니다.]“……!”
그 순간 날아오던 번개가 서서히 느려지기 시작하더니, 번개에 붉은색 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순간 당황하는 바람에 나는 피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였다.
정신을 차렸을 땐 마법이 몸 가까이 온 상태였고, 나는 본능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우연의 일치인지 검은 마법에 찍혀있는 붉은색 점 중 가장 커다란 점에 검이 닿았다.
-파지직…….
마법이 그대로 소멸되었다.
‘마법을…… 파괴한다고?’
이 순간. 결투장에 가득했던 환호와 야유가 멈췄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시도하지 못했던 ‘마법 파괴’가 일어난 순간이었다.
하지만 로크의 생각은 달랐다.
‘아니, 이건 마법 파괴가 아니야.’
기사들이 쓰는 마나와 마법사들이 쓰는 마나는 동일해 보이지만 그 내면은 그렇지 않다.
기사는 각 계파마다 익히는 호흡법, 저장하는 하트 저장법, 마나를 변화시키는 연공법 등이 전부 다르지만, 단 하나만큼은 공통됐다.
기사의 마나는 심장의 내부에 저장하는 것.
반면, 마법사의 마나는 심장의 외부에 저장한다.
그렇기에 기사들은 마나의 성장 빈도를 ‘익스퍼드’라 칭해 비교한다면, 마법사들은 심장 외부에 둘러진 ‘선’을 가동시켜 마법을 사용하기에 ‘써클’로 칭한다.
여기서부터는 조금 심화된 내용이지만, 기사들의 연공법은 혈맥을 기맥으로 활용한다.
심장 내부에 있기에 피에 마나를 싣기 편하다.
하지만 마법사들의 연공법은 조금 달랐다.
심장 내부에 쌓이는 ‘써클을 돌려’ 몸 안의 마나를 몸 밖으로 배출하는 형식이다.
배출된 마나는 지팡이나 완드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고, 수식과 법칙을 활용해서 자연의 힘을 담는다.
즉. 마법이라는 건 고도의 연산과 자연의 힘이 합쳐진 ‘완벽한 상태’라는 것이다.
자연의 법칙과 힘을 ‘숫자’로 표시하고, 마나를 ‘수식’으로 활용하여, 답이 정해져 있는 수에 도달한다.
하찮아 보이는 바람을 공으로 만드는 마법 또한 상당량의 수식이 들어간다.
1+1=2. 즉, 마법이란 정해진 수가 있는 마법. ‘완벽한 정답’만이 마법을 발동시킬 수 있었다.
‘내가 부순 건 마법이 아니야. 마법 스크롤이지.’
정답이 정해져 있는 수식이 그려져 있는 마법진과 쉽게 그릴 수 있는 종이 그리고 마법진을 그릴 수 있는 싸구려 마력석 가루.
이 세 가지로 비교적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1회용 마법 스크롤은 할리덴슨이 만들어낸 결과물 중 하나였다.
할리덴슨의 기억으로 그의 지식에 기반하여 만들어진 마법 스크롤을 부술 수 있는 것이었다.
“이럴……수가.”
믿었던 마법이 파괴당하자 91번이라 적힌 나무 가면을 쓴 남자가 우두커니 제자리에서 꼼짝하지 못했다.
-퍼억!
“꽤액!”
능력을 쓸 필요도 없었다.
그저 조금 빠르게 다가가서 검면으로 머리를 때렸을 뿐.
“후우…….”
내가 한숨을 내쉬며 주변을 바라보자 여전히 이 공간엔 고요함만 맴돌고 있었다.
‘배당…… 미쳤네.’
영웅왕님의 말처럼 관중 중 누군가가 초반에 나에게 배팅을 했다면 그자는 성까지는 아니더라도 꽤나 큰 돈을 가져갈 수 있을 게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