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sen by the Hero King, the Second Life of the Illegitimate Child RAW novel - Chapter (152)
152화. 대결 (5)
1호는 반으로 갈라지는 행성을 무심한 얼굴로 힐끗 바라보고 말 뿐이었다.
지금 그한테 ‘어차피 복구될 행성’ 따위한테 신경을 쓸 정도로 1호는 자유롭지 못했다.
“강하구나…… 본좌를 상대로 표정 하나 바뀌지 않을 정도라니.”
“영웅인 당신과 손을 겨룰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영광은 개뿔….. 한 손으로 아주 가지고 놀 더구나.”
“당신이 ‘영혼의 기억을 전부’ 알고 계셨더라면 상황은 달라졌겠지요….. 허나, 이게 결과입니다.”
1호는 자신의 몸을 바라봤다.
다리 하나는 부서졌고, 왼팔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허무하구나.”
“결국 육신의 주인을 택하는 건 영혼의 주인이라는 겁니다. 허무는 원래부터 당연한 것일 뿐.”
로크는 이번 싸움에서 황혼의 힘을 제대로 사용하지도 않았다.
그냥 목검인 그 상태로 1호를 상대하며 압도했다.
“하나 묻고 싶은 게 있네.”
“말씀하시죠.”
로크는 서서히 황혼에 힘을 불어넣었다.
1호는 다가오는 죽음에 지금까지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자네가 아는 백무린이라는 자와 현재의 나와 차이는….. 과연 어느 정도인가?”
로크는 서서히 걸음을 옮기며 1호의 목에 검을 겨누었다.
“궁금하십니까?”
“평생의 괴로움이었네.”
로크는 말없이 손을 들어 우주를 가리켰다.
“……그런가.”
“태초부터 강했던 자와, 밑부터 올라와 천하가 된 자는 근본적으로 다른 법입니다.”
“……”
1호는 천천히 다가오는 검을 보며 중얼거렸다.
‘애초부터 닿을 수 없었던 것인가.’
1호와 2호는 다른 이들과 다르다.
그 강함부터가 급이 다르다.
애초부터 그들은 어미의 배 속에서 태어난 태아로 만들어지는 육신이 아니었다.
그들의 수장이 가지고 온 ‘무언가의 찌꺼기’에 기억된 세포로 만들어진 육신에 영혼을 이식한 것이다.
거기에 동물의 영혼을 집어넣은 것이다.
“내 몸에 있는 짐승을….. 가져가거라.”
“……”
“너라면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 거다. 나 같은 얼간이가 품고 있기에는…… 아무런 효과도 없으니.”
-서걱!
그 말과 함께 1호의 목이 떨어졌다.
“짐승?”
저 멀찍이 떨어져 있던 백골이와 흑순이가 천천히 걸어왔다.
“넌 알고 있냐? 1호가 가지고 있는 짐승?”
백골이는 애초부터 한 자리 숫자인 녀석들에 관해서 잘 모른다.
하지만 흑순이는 이들을 이미 여러 번 만나왔기에, 어느 정도 정보를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니.”
하지만 흑순이도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동료니까 말 안 하려는 거 아니야?”
“내 인생을 건다.”
“네 인생은 노예생인데 걸어봤자 뭐하게?”
“이 미친년이…..”
“년 아니다. 놈이다.”
“…..뭐래.”
“아무튼 모른다는 거잖아?”
“그래.”
흑순이 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모른다.
다만, 2호의 몸 안에 들어가 있는 건 알고 있었다.
“2호의 몸 안에는 ‘흑까마귀’라는 녀석이 들어가 있다고 들었다.”
아무튼 그런 녀석이란다.
2호도 누군가한테 죽은 것 같은데, 아이젠한테 죽었겠지.
“하지만 1호는 아무도 모른다. 수장만 알고 있다고 하는데…… 이것도 정확하지도 않고.”
“정확하지 않다니?”
“1호와 2호는 제약이 없거든. 검은 보석이 없어.”
그 말과 동시에 1호의 몸이 서서히 부서지기 시작했다.
시체가 남는 다른 자들과 달리, 1호와 2호는 인조인간이었다 보니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허무함과 다르게 몸이 부서지고 남은 자리에는 오직 짙은 금색 보석 하나만이 남아 있었다.
“금색?”
“금색?”
“금색?”
이곳에 있던 모두가 전부 금색 보석을 보며 놀라워했다.
수장이라는 녀석이 뺏어온 조율자의 보석.
다른 녀석들은 전부 조율자의 보석이 수장이 만든 것이라 들었으니, 1호와 2호의 몸에는 진짜 조율자의 보석을 넣은 것이다.
“그럼 1호 이 녀석의 몸 안에 있는 건 뭐야?”
백골이는 나를 바라봤다.
“몰라.”
하지만 나도 모르겠다.
백골이와 흑순이는 저 멀리서 구경하느라 못 봤을 수도 있겠거니와 생각하고 있지만, 문제는 나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럼 이게 천마라는 건가요?’
1호는 죽기 전에 내 안에 있는 짐승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보석을 들어 확인하니 무언가 이상한 점이 있었다.
“그런가……”
황금빛 안에 또 다른 황금빛이 있었다.
다른 이들은 모르겠지만, 내 눈에는 조율자의 보석 안에 또 다 하나의 영혼이 들어가 있었다.
‘빛이 짙은 게 백무린의 영혼이겠고….. 빛이 옅은 게 짐승의 영혼인가?’
싸우면서 솔직히 이 짐승의 힘을 느끼지 못했다.
‘실패작인가?’
이 조율자의 보석에는 과연 뭐가 있는 것일까?
그때 영웅왕이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게요?’
“……”
“조율자의 보석에 갇힌 영혼을 깨우기 위한 방법…..이라.”
하지만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슬슬 몸이 분해되는군.”
백골이는 그 말과 함께 짐승의 몸으로 돌아갔다.
“역시 이만한 인원들을 데리고 이동하는 건 힘들었네. 2시간인가? 이 정도면 오래 버틴 거지 뭐. 얻을 것도 다 얻었고.”
서서히 차원이 이동되는 게 느껴졌다.
1호의 보석을 품에 넣으며 황혼을 꺼내 들었다.
“가기 전에 한 방 갈기고 가자. 해방.”
그 말과 동시에 황혼에서 브레스가 뿜어져 나왔다.
1호와 치고받고 싸웠던 충격은 지금까지 황혼이 흡수했던 그 어떤 충격보다도 급이 높았다.
***
행성이 완전히 파괴되었다.
수장은 이번에야말로 이상함을 느꼈다.
반신.
인간이 밑에서부터 올라온 게 아닌, 태어날 때부터 반신이었던 그는 처음으로 분노를 느꼈다.
“…..전부 죽었군.”
푸른색 보석을 지닌 자들은 아직 몇백 정도 남아 있었지만, 그중에서 두 자리 숫자는 많지 않았다.
마지막에 느꼈던 빛 한 줄기가 모든 것을 집어삼키며 행성을 파괴시킬 때 정말 수많은 부하가 죽었다.
무엇보다 가장 심각한 건 9명의 부제였다.
1호부터 9호까지.
전부 사라졌다.
죽은 것이다.
8호처럼 배신했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이 죽은 것이라 단정 지었다.
“내가 너무 얕봤구나…..”
수장은 등을 돌렸다.
그의 등 뒤에는 무심한 얼굴로 서 있는 남성이 있었다.
“그대가 저 행성의 최강자인가?”
“얼마 전 아들놈한테 그 칭호를 빼앗겼지.”
“…..아들이라.”
그는 자신의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직도 가슴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심검(心劍)에 당한 상처는 신의 육신조차 베어낸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지. 무림이라는 곳에서 들려온 말인데….. 처음에는 그 말을 듣고 코웃음을 쳤지만, 막상 당해보니 끔찍하더군.”
“……”
“이 흔적을 남긴 게 그대의 아들인가?”
“그럴 수도.”
“재밌군….. 인간의 몸으로 반신에 이른 그대들의 힘에 경이롭기도 한 반면, 역시 인간은 멸망해야 할 존재라는 것을 다시 한번 머릿속에 상기시킬 수 있어서 참으로 재밌어.”
아이젠은 그를 보며 팔짱을 낀 상태로 입을 열었다.
“하나 묻고 싶은 게 있다.”
“그걸 묻기 위해서 남은 건가?”
“몸에 줄 하나 더 그어주기 위해 남은 거긴 하지만, 궁금증을 먼저 풀고 싶군.”
아이젠은 과거 한 소녀를 만났었다.
평민이었던 그 소녀는 자신한테 아주 재밌는 소리를 하였다.
그 소리가 재밌어 아이젠은 그 소녀와 어울렸고, 결국 사내아이를 낳았다.
“어느 날 만난 소녀가 내가 훗날 누군가한테 봉인 당해 영원히 우주를 맴돈다고 하더군.”
“…..호오.”
“그걸 피할 수 있냐고 물었다. 그런데 자신과 반죽을 쳐서 결과물을 만들어내면 희박한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군.”
“반죽?”
“천박한 여자였다. 하지만 재밌기에 그 결과물로 로크라는 아이가 나왔다.”
“그래서?”
“처음 그 아이를 봤을 때 실망했다. 마나조차 익히지 못하는 버러지였지….. 그렇기에 이 아이가 나를 운명에서 피하게 도와줄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뭘 묻고 싶다는 거지?”
아이젠은 검을 들어 올렸다.
“나를 어떻게 우주에 가둔 것이지?”
“그게 지금까지 궁금했나?”
“별로 궁금하지는 않지.”
아이젠 그가 진정으로 궁금해하는 것은 단 하나였다.
“로크, 그 아이는 너희의 무엇이지?”
얼마전 만난 혈통 마녀 에아론은 아이젠한테 운명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처음 아이가 태어났을 때와 다른 말이었다.
그 말에 안심하기는커녕 의구심이 들었다.
저들이 어떻게 우주에 자신을 가둘 것인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그 로크라는 아이가 대체 무엇이기에 이들한테 그리 위험이 되는지 말이다.
“……”
수장은 망가진 행성을 무심히 바라보며 말했다.
“애비라는 자가 모르고 있었나?”
“뭘 말이지?”
“석판을 자르고 최후의 검을 뽑은 자….. 그자는 최초의 영웅이 선택한 이일 것이다.”
무심히 중얼거린 그의 말에 아이젠은 이질감을 느꼈다.
“최초의 영웅?”
“그녀가 선택한 영웅이 네 아들이다. 이레귤러, 운명에 따르지 않는 자들.”
“……”
아이젠은 이제 들을 것을 다 들었다는 듯이 검을 들어 올렸다.
“나를 죽일 건가?”
“로크 그 녀석한테는 미안하지만….. 아무래도 이게 내 운명인가 보군.”
“바뀐 운명 속에서 진짜 운명을 본 것인가?”
“내가 어째서 태어났을 때부터 강하게 태어났는지 항상 의문을 품었다. 로크….. 그 녀석은 네 따위가 상대할 게 아니다.”
그 말에 수장은 피식 웃음 지었다.
“나를 너무 가볍게 여기는군.”
“그럴 수도. 하지만….. 그저 감이다. 로크 그 녀석은 너를 뛰어넘는 적들을 상대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 말과 함께 아이젠은 검을 휘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