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sen by the Hero King, the Second Life of the Illegitimate Child RAW novel - Chapter (154)
154화. 파르체마
857호 그녀의 정체를 본 순간 나는 말문이 막혔다.
“요정이네?”
‘…..몇만 년이나요?’
잠자리 같은 날개에 손바닥처럼 작은 몸.
동화 속에 등장하는 요정이라는 말이 단번에 떠오르긴 했지만, 솔직히 아는 건 없었다.
“…..저걸 먹어요?”
“히이이이이익!”
먹는다는 말에 857호는 기겁을 하며 새장 구석에 숨었다.
가리오스의 영혼 조형으로 만든 철창이라 그런지 쉽게 부서지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 녀석 몸은 너무….. 깨끗한데요?”
쉽게 말해 조율자의 보석이 없다는 것이다.
몸에 아무런 이질감이 없었다.
“어떻게 된 거야?”
“857호는 수장과 처음부터 같이 다니던 존재라고 합니다. 그래서 가장 경비가 삼엄한 곳에 있더군요.”
“그래? 권력이 없는 너희들한테도 지켜야 할 존재는 있던 거네.”
“그만큼 소중한 녀석이니까요. 보통 페어리들은 삶과 죽음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데 이 녀석은 상당히 신경 쓰더군요.”
가리오스의 말과 같이 이 녀석은 겁을 먹고 있었다.
사는 것과 죽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녀석치고는 상당히 이상했다.
“그래서? 왜 안 죽였어? 죽이고 싶었던 녀석이라며?”
“그러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쓸모가 있을 것 같아서 일단 사로잡았습니다.”
“쓸모?”
“예. 이 녀석은 영혼을 강화시키는 능력이 있으니까요.”
“아. 가리오스 네가 쓰려고 했던 거야?”
“그렇습니다. 페어리는 대체로 영혼들의 친구라고 할 정도로 영혼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아는 이들이기도 합니다. 심성이 나태해서 그런 경우가 없지만, 이렇게 삶에 대한 의지가 확실하다면 충분히 이용할 수 있죠.”
“…..영혼의 활용이라.”
나는 품에서 조율자의 보석을 꺼냈다.
정확히는 실패작이었으나, 그것을 본 857호는 눈을 번쩍 떴다.
“그, 그건….. 1, 1호의 몸에 있던 건데?”
“네 수장도 죽었는데 그게 무슨 상관이야?”
“……?”
그 말에 그녀는 벙쪄 있었다.
“바, 반레트님이 죽었다고?”
“그 새끼 이름이 반레트였어? 아무튼 죽었어.”
“그, 그럴 리가 없어! 반레트님이 얼마나 강한데!”
“내 아부지가 더 강하더라. 내가 죽이지 못해서 아쉽긴 한데, 인생이 그런 거지 뭐. 아니 신생이라고 그래야 하나?”
“그, 그럴 리가 없어! 그럴 리가 없다고!”
“그게 현실인 걸 어떻게 하라고? 그나저나….. 이 녀석도 노예로 만들어야겠네.”
“히, 히이이이이익!”
자연의 지식을 천천히 살펴본 결과 페어리에 대한 정보가 있었다.
문제는 이 페어리들은 영혼이 고결하여 사역마로 삼는 데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애초부터 삶에 그리 흥미가 없는 녀석들이라, 사역마로 삼는다고 해도 자결할 수 있는 녀석들이니까.
“노예로 만드실 생각이십니까?”
“응. 근데 방법이 없겠는데?”
“페어리는 삶에 대한 의욕은 없지만, 통증과 통각은 살아 있습니다. 그렇기에 예전에 인간들은 페어리를 간지럽혀서 요정의 가루를 얻었다고 들었습니다.”
가리오스의 말에 현재까지도 날개에서 떨어지고 있는 비듬, 아니 요정의 가루를 봤다.
영웅왕님은 저걸 먹으면 오러 사용자들한테 효능이 있다고 들었다.
그래서 간질이는 고문으로 요정의 가루를 계속 생산하게 했다는 건가?
“시, 싫어!”
간질이겠다는 말에 857호는 싫다며 소리를 꽥꽥 질렀다.
“고문당한 적이라도 있나 본데?”
“마, 맞아! 맞다고! 그러니 싫어! 싫다고!”
“진부한 이야기겠네. 반레트가 너를 구해주고, 너는 그 은혜로 반레트를 따르고….. 진부하다 진부해.”
“……어떻게 알았어?”
“요즘 로맨스 소설도 그렇게 안 적어.”
“……”
내 말을 들은 857호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로크의 말대로 과거 857호는 인간이 아니긴 하지만 노예로 붙잡혔던 적이 있었고, 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혹사당하다가 반레트의 행성 침공 이후로 살고 있던 고향이 멸망하면서 구출되었다.
이후 반레트와 함께 다니며 여러 행성을 멸망시키는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다.
“아무튼 간지럽힘 당할래? 이거 깨울래?”
조율자의 보석을 앞에서 흔들자, 857호는 떨리는 얼굴로 보석을 바라봤다.
***
실은 조율자의 보석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바로 857호였다.
가리오스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영혼을 조율하는 데 가장 큰 힘을 가진 게 페어리다.
거기에 조율자의 보석을 만드는 레시피까지 있으니, 조율자의 보석을 무한대로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렇기에 로크가 가지고 있는 조율자의 보석을 해방시키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니었지만, 문제가 있다면 영혼이 있다고 육신이 제 창조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백골아 너처럼은 안 되려나?”
[솔직히 나도 모른다. 내가 어째서 이렇게 됐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알겠냐?]“하긴, 그렇네.”
과거 영웅왕님과의 대화를 보면, 그냥 보석에서 빛이 뿜어지며 백골이의 몸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얘도 그럴 가능성은 있지만, 작은 것에 희망을 품고 싶지는 않았다.
“네? 그래도 돼요?”
그냥 감이었다.
“하긴 그렇죠.”
짐승이 강하더라도 그냥 동료 하나가 는 것이지, 내 힘에 별다른 차질은 생기지 않는다.
그렇기에 나는 그냥 조율자의 보석을 857호한테 내밀었다.
“해방시켜.”
“크윽…..”
“깃털 가져올까?”
“하, 하면 되잖아! 하면! 역시 인간은 비열해……”
857호는 내가 내민 조율자의 보석을 톡 하고 쳤다.
-쩌억!
그러자 조율자의 보석은 순식간에 소멸했다.
‘백무린의 영혼은 곧바로 해방되어 사라지네…..’
백골이처럼 진행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천마의 영혼이 홀연히 사라지자 가리오스가 아쉽다는 얼굴을 하였다.
고결하고 강한자. 인간의 몸으로 반신에 오른자의 힘이 허무하게 떠나가니 아쉽기도 하겠지.
-퐁!
그와 동시에 또 하나의 영혼이 서서히 몸집을 부풀리고 있었다.
보석에서 털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이내 하나의 생물로 변하였다.
[뭘 보셈?]어딘가 익숙한 목소리.
재수 없으면서도 x나 패고 싶은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파르체마?”
“파르체마네요? 이게 왜 살아있지?”
“1, 1호의 몸에 있던 게 파르체마였어?”
“파르체마잖아?”
나와 백골이를 제외한 모두가 놀라워하며 나타난 새를 바라봤다.
심지어 857호마저도 1호의 몸 안에 있는 영혼이 파르체마라는 것에 놀라워했다.
“…..”
[……] [뭘 보셈? 뒤지려고? 뒤지고 싶음?]파르체마.
과거 위디아 공작가에서 허니 버드들을 이용해 실비아를 관찰하기 전에 처음으로 만난 개념이 상실한 새다.
이 새가 왜?
***
파르체마.
불멸의 새라고도 불리지만, 실상은 그리 멋있는 별명으로 불릴 녀석이 아니다.
일단 신수란다.
영웅왕님도 그 외에는 그다지 말해주지 않았다.
분노 조절을 못 해서, 지나가다 나뭇가지한테도 시비를 걸다가 죽을 정도로 나약한 녀석이라 솔직히 별 볼 일 없던 녀석이라 생각했다.
과거 백골이는 이 녀석의 둥지를 만들어주기도 하였고, 참고로 그 녀석은 아이젠이 마음에 들어 하여 키우고 있기도 했다.
아이젠이 키우기 시작하니, 신기하게도 분노 장애가 없었다.
“멸종한 새예요.”
“그럴 리가 없는데?”
“네?”
내 말에 엘리아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 그럴 리가요? 500년 전에도 멸종한 새라고 들었는데요?”
[…..이 녀석 있다. 공작가 안에. 내가 둥지도 지어줬다.]그 말에 모두가 경악한 얼굴을 하였다.
조용히 상황을 보고 있던 가리오스가 입을 열었다.
“혹시 파르체마에 대해서 모르십니까?”
“분노 조절을 못 해서 쉽게 싸움을 걸다가 죽어서 멸종위기까지 가는 새….. 그리고 불멸을 가지고 있는 새 정도?”
“암컷이 알을 낳으면 수컷이 먹이를 가지고 오는데, 그 먹이가 자기를 화나게 하면 싸우다가 죽어서 결국 암컷까지 죽이게 하는 파르체마라는 새가 맞긴 합니다. 그 때문에 멸종됐죠.”
“근데 이거 저택 안에 있는데? 아버지가 키우고 있어.”
“……그래서 신기하다고 하는 겁니다. 워낙 겁대가리가 없어서 멸종이 쉽게 되는 녀석입니다. 저도 실제로 본 건 처음입니다. 현재 우주 전체에서도 멸종된 종이다 아니다로 말이 많은 종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새가 왜?”
영웅왕님한테 이야기를 들었을 때 솔직히 별 볼 일 없는 새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새 특성을 듣자마자 어떻게 멸종이 안 됐는지 궁금할 정도였다.
“천 년 전인가? 이 새에 대한 특성이 하나 발견되었습니다.”
“특성?”
“바로 ‘룬’입니다.”
“…..룬?”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그런 룬이 아닙니다. 세상의 이치를 없애버리는 그런 룬입니다.”
그 말과 함께 내 상태창에 있는 「룬 : 초재생」이 생각났다.
“파르마체의 털에는 불멸의 룬이 있기에 그들이 죽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가리오스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파르마체의 살아있는 깃털에는 차원을 이동하는 데 필요한 토지신의 힘을 보충시켜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 이유가 불멸의 룬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그 말은 설마.”
“파르마체가 있으면 토지신이 필요 없었다는 겁니다.”
제길.
어째서 천마가 이 동물을 데려가라고 하는지 조금은 이해가 갔다.
“갈 때는 아티펙트를 사용하고, 올 때는 파르마체를 이용하라는 건가?”
이 양반 생각보다 착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