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sen by the Hero King, the Second Life of the Illegitimate Child RAW novel - Chapter (156)
156화. 무색
지금까지 느꼈던 힘과 다른 힘이었다.
아니, 희미한 기억 속에서 느껴지는 따스한 기운의 근원이 경고하는 것 같았다.
목소리의 정체가 위험하다고.
“넌 어디 있지?”
들려오는 목소리한테 말했다.
넌 어디에 있냐고.
“난 어디에나 있다.”
우문현답이 들려왔다.
“널 죽이려면 어떻게 해야지?”
그렇기에 나도 우문현답으로 대답했다.
그는 말했다.
“모른다.”
자신이 죽을 방법을 모른다고.
“나를 만나고 싶으면 중앙으로 와라.”
그 말과 함께 시선이 사라졌다.
“어떻게 할 거냐.”
“……가실 겁니까?”
힐끗 고개를 돌려 백골이와 가리오스의 상태를 확인했다.
더 이상 싸울 수 없는 상태였다.
백골이는 자랑하던 꼬리가 사라져 있었고, 가리오스는 한쪽 눈과 팔이 사라져 있었다.
가리오스는 영혼을 다룰 수 있으니 의수나 의안을 만들면 괜찮다고는 하지만, 더 이상은 무리였다.
백골이도 인간의 모습이기는 하지만, 그 힘의 근원인 꼬리가 사라졌으니 회복에 시간이 걸린다.
-척.
그들이 반응하지 못할 속도로 이마에 깃털을 붙였다.
“뭐, 뭣?”
“주인님?”
“상처 입으니까 이 정도 속도도 반응 못 하는데 데려가봤자 짐이야. 나는 됐으니까 둘은 이제 가. 솔직히 이 깃털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긴 하다.”
30년이 흘렀다.
고대신인 두 신을 잡는데 각각 5년이나 흘렀다는 것이다.
더 이상 이 둘은 희생하고 싶지 않았다.
-퐁!
무언가 말을 하려고 하는 것 같았지만 그 시간조차 지체하지 않았다.
30년 동안 함께한 동료들이 한순간에 사라지자 마음이 복잡했지만, 더 이상 희생은 없어야 한다.
“아크……”
아크가 죽은 후부터 더 이상 동료를 잃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파괴된 허무한 신전 안에서 무너진 돌 틈에 등을 기대고 있던 로크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게 누구 검이었지? 또 달라고 할 수 있나?”
황혼이라는 건 기억이 나는데, 마치 지워진 듯 머릿속에 이 검을 준 이가 누구인지 떠오르지가 않았다.
브레스 같은 걸 뿜어내는 검이라 상대의 허점을 찾기가 쉬웠는데, 이제 그걸 기대하는 것도 무리였다.
“나는 왜 싸우고 있는 거지?”
부서진 신전에 뚫린 구멍 속에서 흘러 내려오는 빛에 답을 갈구했다.
하지만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이제 주변에 아무도 없다.
“가리오스한테 물어볼 걸 그랬나?”
20년 정도 됐을 때부터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그저 주변에 있던 인물들이 싸우기에 같이 싸웠다.
아무 말도 없이, 이들이 내가 이곳에 왔기에 따라왔다는 것을 알기에 혹여나 민폐가 될까 봐 말하지 않았다.
“가자.”
잠시 휴식을 취하며 체력을 회복한 나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중앙에 있는 올라가지 못하는 탑.
그곳을 향해서 말이다.
***
이곳은 거대한 도시다.
처음 반신들이 있는 곳을 보고 인간과도 같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 도시의 정중앙에는 크기가 인간의 2배는 될 법한 탑이 있었는데, 반신을 잡아 협박하니 절대로 건드리면 안 되는 탑이라고 하였다.
“히이이이익!”
“아, 악신이다! 악신이 왔다!”
반신은 나를 보며 악신이라고 불렀다.
그들한테는 아무 이유도 없이 반신을 죽이는 악신이 맞을 것이다.
웃기지 않은가.
자기들은 재미 삼아 생명을 유린하면서, 그 생명이 복수한다고 찾아와 모두를 죽이니 악신이라 평하니 말이다.
결국 한 꺼풀 벗겨보면 모두가 똑같았다.
“후우.”
중앙에 도착한 나는 돌로 만들어진 탑을 바라봤다.
반신 녀석들은 이 돌탑을 보며 무서워서 다가가지도 않았다.
고대신도 성신이라 불리는 녀석들도 이 돌탑에 대해서 말하길 꺼렸다.
“네가 악신이라고?”
또다시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니. 너는 영웅이다.”
영웅.
그리운 목소리다.
예전에는 누군가 나보고 영웅이 되어야 한다고 소리쳤던 것 같기도 했다.
“내가 영웅이라…..”
“기억이 희미한가? 하긴 그러겠지. 너는 반신을 너무 죽였다.”
돌탑에서 계속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반신을 죽인 게 기억을 잃는 의미라는 건가?
“그녀 또한 그랬다. 하찮은 생명이 위대한 생명을 너무 해쳤다. 그녀가 하다못해 다른 생물이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졌을 수도 있지.”
“그녀?”
“네 몸에서 흘러나오는 분홍색 기운이다.”
돌탑과 대화하는 내내 마치 나를 보호하려는 듯 분홍색 기운은 내 몸에 맴돌고 있었다.
“넌 뭐지?”
“아까도 말했지만 악신이다. 세상에 악을 전파한 신. 반신에서 진정한 신에 오른 신.”
그 말과 동시에 돌탑은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쿠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돌탑이 무너지는 것과 동시에 세상이 떨려온다.
마치 경고를 하는 것과 같았다.
“고대신은 나를 막는 봉인이었다.”
“……”
“너한테는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과연 그들의 후손답다.”
“그들?”
곧이어 악신의 입에서 아주 익숙한 이름이 나오기 시작했다.
“자연의 기운을 품지 않고 이해하고자 하는 이가 있었다.
악신의 목소리에 거대한 숲에 앉아 있는 남자가 보였다.
다가오는 자연을 이해하고, 그 자연과 친해지며, 휩쓸리지 않고 함께 걸어가고자 했다.
그 목적은 우정이었을지라도 그 끝은 신이 있었다.
“하늘을 죽이고 천살(天殺)의 업적을 이루어 본격적인 드래곤 사냥에 나서던 이가 있었다.”
희미한 기억 속에서 한 남성의 모습이 떠올랐다.
거대한 드래곤들 앞에서 홀로 검 하나를 들며 그들을 상대했다.
그 목적은 복수였을지라도 그 끝은 신이 있었다.
“스스로 오염되어 본인의 존재를 지키고자 했던 행성이 있었다. 그 행성을 부수어 ‘파괴자’라는 업적을 이룬 자가 있었다.”
호쾌한 웃음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했다.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몸 하나로 거대한 악에 맞서 대항했다.
그 목적은 해방이었고 그 끝은 신이 있었다.
“어린 나이에도 감이 뛰어나 홀로 서서 수많은 이를 지탱하던 이가 있었다.”
작은 단검 하나로 대군을 노려보는 날카로운 눈빛을 하고 있는 이가 있었다.
뛰어난 감각으로 상대의 약점을 찾는 그와 그녀는 백성들을 지키고자 대항했다.
그 목적은 수호였을 지라도 그 끝은 신이 있었다.
“기본 마법의 역학으로 무한에 무한을 만들어낸 이가 있었다.”
기본 마법의 정수를 깨달아 세상에 밀어붙여 오는 죽음에 활력을 불어넣는 이가 있었다.
무한한 마법의 시초로 세상을 수호하고자 하였다.
그 목적은 연구였을지라도 그 끝은 신이 있었다.
“천과 마를 이루어 세상의 마귀가 되고자 하는 이가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신교의 이름 아래 천마(天魔)의 별호를 받은 이가 있었다.
적군을 무참히 파괴하며 세상을 지켜냈다.
그 목적은 일통이었으나 그 끝은 신이 있었다.
“극강의 대지의 힘을 몸에 흡수하여 궁극을 이룬 이가 있었다.”
그 어떤 적이 오더라도 소중한 이를 지킬 수 있게 무릎을 꿇은 자가 있었다.
적군의 모든 공격을 아우르며 수많은 아군을 지켜냈다.
그 목적은 복수였으나 그 끝은 신이 있었다.
“여인의 몸으로 태어나 죽음조차도 죽이고자 하는 여인이 있었다.”
처음은 미약했으나 그 끝은 죽음조차도 용납하지 않은, 기록상에도 존재하지 않는 여인이 있었다.
자신이 지키고자 하는 것을 위해 적을 죽였다.
그 목적은 애정이었으나 그 끝은 신이 있었다.
“실험실에 끌려와 죽음만을 기다리다 불사를 얻은 이가 있었다.”
고향에 돌아가는 선택이 아닌,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고향을 지키고자 노력한 이가 있었다.
아무도 알아주지 못하는 그는 수많은 상처를 입었음에도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 목적은 복수였으나 그 끝은 신이 있었다.
“이들이 네 몸을 이루는구나.”
“……”
서서히 돌아오는 기억 속에서 나는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너….. 내 몸에 뭘 한 거냐.”
“뭘 한 게 아니다. 네가 반신을 죽임으로써 신살(神殺)을 계속 획득하며, 하찮았던 인간 시절의 기억과 목표를 모두 잃은 것이다.”
“너….. 너 대체 뭐냐.”
“악신(惡神).”
그는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다른 반신들과 다르게 그의 모습을 알 수가 없었다.
남성인 것 같으면서도, 여성인 것 같았다.
노인인 것 같으면서도, 어린아이 같았다.
“우주를 창조한 건 창조신이고, 우주에 생명을 창조하는 건 신이며, 우주에 규율과 규칙을 만드는 건 조율자이며, 우주에 선과 악을 나누게 한 건 위대한 생명이다.”
언젠가 들었던 익숙한 어구가 귓가에 들려왔다.
“나는 조율자다.”
“……”
그 말과 동시에 나는 부서진 황혼을 뽑아 들었다.
그를 어떻게 해서든 죽여야 한다고 내 본능이 속삭이고 있었다.
“우주에 선과 악을 나누게 한 위대한 생명을 봉인한 존재다.”
그 말과 함께 눈앞에 창이 하나 떠올랐다.
-띠링!
[영웅의 서사 마지막 장 『영웅의 앞에 선 소년』이 【아카식 레코드】에 기록됩니다.] [영웅의 근본에 스며듭니다.] [영웅의 서사 마지막 장(외전)에 『최후의 영웅』이 【아카식 레코드】에 기록됩니다.] [외전 보상 【일곱 개의 죄악】 【오만】이 영웅의 근본에 스며듭니다.]-띠링!
[【일곱 개의 죄악】을 완성하였습니다.] [영웅의 봉인이 해체됩니다.]-우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
그 창과 함께 세상이 떨려온다.
공기가.
대지가.
식물이.
수분이.
모든 게 떨리고 있었다.
두려움 때문에 떨리는 게 아니다.
경외였다.
위대한 존재를, 기억 속 한편에 봉인되게 내버려 두었던 존재를 맞이하기 위해
우주 전체가 호응했다.
그 말과 함께 서서히 영웅왕님의 모습이 드러났다.
“나 강림.”
“……”
분홍색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는 그녀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그녀를 보자 눈에서 물이 차올랐다.
“영웅왕님?”
“나야! 로크!”
“……어째서 성인이십니까?”
그녀가 성장해 있었다.
“봉인되어 있었으니까! 그나저나 오래간만에 만나서 처음으로 내뱉는 말이 그거야?”
“아뇨….. 아니죠.”
갑자기 몰려오는 기억의 파도에 어색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지금 해야 할 말은 그게 아니다.
“저 녀석 족치고 술 한잔하시죠.”
“나 주량 꽤 센데 감당할 수 있겠어?”
“맥주로 가능합니까?”
“그건 음료수잖아!”
편안했다.
지금까지 온몸에 쌓였던 걱정과 피로가 전부 사라지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그녀를 만나기 위해, 아니 그녀와 만나서 삶을 찾았던 것이다.
“영웅왕님.”
“왜에?”
“고마워요. 잊지 않아 줘서.”
그 말에 영웅왕님은 피식 웃음 지었다.
“항상 보고 있었어. 내가 선택한 사람이니까.”
그 말과 동시에 내 이마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드디어 연결이 되는군.」
크렌디니아 또한 모습을 드러냈다.
신들의 정원에 오느라 연락이 끊겼던 크렌디니아는 영웅왕이 소환되는 것과 동시에 그 찰나의 틈을 비집고 나온 것이다.
악신은 우리를 보며 씨익 미소 지었다.
“무색이구나. 전부 무색이야.”
아무런 색도 없다.
영웅왕도.
크렌디니아도.
로크도.
“그렇기에 무슨 색이든 될 수 있겠지.”
그 말과 동시에 우리는 공격을 감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