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sen by the Hero King, the Second Life of the Illegitimate Child RAW novel - Chapter (157)
157화. 에필로그
헤이톤스 행성은 3년이 흘렀다.
로크가 떠나고, 아탈리네 황녀도 이제 성인이 되어 있었다.
말없이 떠난 건 로크뿐만이 아니었다.
아카데미를, 행성을 책임지던 총장도 사라졌다.
이후 실비아와 아이젠으로부터 로크가 어디로 갔는지 알게 되었다.
행성 침범자들이 있는 최후의 목적지로 갔다는 말에 절로 힘이 빠졌다.
많은 이들이 로크가 돌아오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돌아오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 가득했다.
처음 돌아온 실비아는 이런 말을 내뱉었다.
‘제 힘을 전부 사용했는데….. 한 명이었어요. 단 한 명한테만 능력이 통했어요.’
아이젠이 작은 반신은 성신이었다.
그 성신조차도 바글바글한 곳에서 로크가 살아남을 것이라 기대하는 이는 적었다.
동료는 많았지만, 그 동료들조차도 힘이 통하지 않는 곳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몇 달이 흐르고, 아카데미 수정구가 박살이 났다.
“…..총장이 죽었다.”
수정구는 총장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는 아티펙트였다.
총장이 죽자마자 아티펙트는 박살이 났다.
그 모습에 많은 이들이 말을 삼켰고, 이후 아카데미는 4개의 제국의 차지가 될 위기가 처해 있었다.
이후 아이젠의 ‘아카데미 유지’ 선언에 모두가 다시 아카데미를 안전하게 다닐 수 있었지만, 아직 보이지 않는 위험이 존재했다.
그렇게 2년이 흐르고 엘리아와 흑순이라는 남성이 돌아왔다.
살아 있었다.
아직 살아 있었다.
총장님은 죽었지만 아직 로크가 살아있다는 소식을 듣자 아모리 황녀는 그 자리에서 실신하였다.
아탈리네 황녀도 눈물을 보일 뻔했지만, 꾹 참고 그들한테 정보를 요청했다.
정보는 두 개였다.
자신들은 부상 때문에 더 전진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신들의 정원의 구조에 대한 것이었다.
이후 그들은 치료를 받고 요양을 진행했다.
흑순이라 불리는 남성은 아이젠 공작한테 요청하여 불안감이 휩싸인 아카데미 총장직을 맡게 되었다.
알고 보니 아크 총장과 흑순이는 전쟁터에서 서로 등을 맞대며 싸웠다고 한다.
둘의 시너지가 좋았다고 한다.
이후 아크 총장의 유언을 받들어 흑순이는 아카데미 총장이 되었고, 불안감이 가득해진 아카데미를 당시 강하게 휘어잡았다.
물론 임시 총장이었지만 말이다.
엘리아는 북부로 향했다.
더 이상 간섭을 하지 않겠다고는 했지만, 북부가 좋지 않은 방향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 적극적으로 개편을 시작했다.
북부에 찬 바람이 아닌 따스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고 또 1년이 흘렀다.
이번에는 가리오스와 백골이가 돌아왔다.
그 둘의 상처는 엘리아와 흑순이보다 심각했다.
둘한테 들은 바로는 엘리아와 흑순이한테 들었던 대로 고대신이라는 존재들을 죽이기 위해 남아 있었다고 했다.
상처가 너무 심각하였는데 특히 가리오스 같은 경우는 의수와 의안을 만들어 착용해야만 했다.
백골이는 이후 위디아 공작가에 머물며 자유롭게 다녔다.
상처를 전부 치유한 직후에는 후계자인 미하엘과 대련도 하고, 루나와 함께 산책을 하는 등 여러 평화를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늘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보름달이 뜨면 하늘을 바라봤다.
가리오스는 영혼 조형으로 의안과 의수를 만들어 멀쩡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가끔 걸을 때 휘청거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후회는 없어 하는 것 같았다.
가리오스는 계속 마법진을 연구중이었다.
상처가 회복되자마자 다시 신들의 정원으로 갈 수 있게 좌표를 설정하는 차원이동 마법진을 연구하려고 하였지만, 이후 아이젠이 와서 그만하라는 말을 하였다.
더 이상 그대가 나설 일이 아니라는 말에, 가리오스는 항상 고개를 숙이고 다녔다.
아직 그녀의 사죄는 끝이 나지 않았다는 것을 아탈리네 황녀는 어렴풋이 눈치챌 수 있었다.
그로부터 3달 뒤 조직은 해체되었다.
가리오스와 백골이의 말을 종합하여, 더 이상 이 행성에 위해를 끼치는 존재는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얻었기 때문이다.
고대신을 셋이나 쓰러트렸고, 반신 녀석들도 거의 점멸에 가깝게 죽었기에 그들이 다시 행성에 침입하려면 이 행성이 수억 년은 흘렀을 때라는 말에 조직을 해체하는 것으로 했다.
아탈리네는 이후 황녀가 되어 오라비인 루카스타를 보조했다.
“여행을 떠날게요.”
“…..뭐?”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탈리네는 처음으로 모든 일을 잊고 여행을 떠나고자 했다.
평상시 자신이 원하던 것에 대해서 아무것도 이야기하지 않고, 묵묵히 맡은 일만 집중하던 아탈리네의 말에 루카스타는 잠시 멍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갔다 와라. 근데 혼자 갈 거냐?”
“아뇨. 아모리 황녀하고 같이 갔다 올게요.”
아모리 황녀는 항상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탈리네 황녀와 아모리 황녀는 아카데미에서 자퇴를 하였다. 어차피 제국 신분인데 그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하지만 그녀가 기다리는 이는 아무한테도 알려주지 않았다.
다만, 남부 측에서 그런 그녀가 외로워 보여 혼사를 진행하겠다는 말이 나오자 불같이 화를 냈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역시 아모리 황녀는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소문의 주인공은 오직 아탈리네 황녀만 알고 있을 뿐, 다른 이들은 아모리 황녀가 그저 남자를 그리워한다고만 알고 있었다.
이후 아탈리네 황녀와 아모리 황녀는 세상을 여행했다.
호위는 없었다.
애초에 그녀 둘을 함부로 할 수 있는 상대는 이 세상에 아이젠 공작 정도였기에 이 일에 관해 두 제국 측도 그냥 허락을 했다고 한다.
그녀들은 세상을 여행하며 다양한 문화를 체험했다.
어디든 공간이동 할 수 있는 아탈리네 황녀의 능력이 있었지만, 사용하지 않았다.
말도, 마차도 타지 않고 오로지 두 다리로만 이동하며 세상을 구경했다.
맛있는 음식도 먹고, 관광도 하고, 즐거운 나날을 보냈지만 그녀들의 얼굴은 좀처럼 펴지지 않았다.
이후 북쪽 대륙에 찾아가 엘리아를 만났다.
엘리아는 과거에 같이 싸웠던 그녀들을 환영하며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황제가 되셨네요? 완전히?”
“응. 내가 없는 사이에 너무 개판이 됐더라고. 다시 옛날로 돌려야지.”
그녀들은 이후 대화를 나누었다.
당시 못했던 신들의 정원에 대한 이야기가 주였고, 그때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아모리 황녀는 계속 움찔하였다.
“로크씨가….. 기억을 잃은 듯한 모습을 자주 했다고요?”
“응. 아무래도 반신을 많이 죽여서 그런 것 같아.”
이들은 이미 로크가 기억을 서서히 잃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굳이 이야기하지 않았다.
로크의 목적과 다짐을 그들은 알고 있었기에, 방해가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에 이야기를 나누다가 실론에 관한 이야기 나왔다.
“실론이라고 했던가? 실비아라는 아이의 엄마.”
“네. 현재 감옥에 갇혀 있어요.”
“이제 풀어줘.”
“그건…..”
“아무 조건 없이 풀어달라는 건 아니야. 애초에 이제 행성도 안전하잖아? 실비아 그 아이가 엄마를 보고 싶어 했어.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지만.”
“…..하긴, 실비아씨의 공로를 보면 그녀의 죄를 조금은 사해주는 게 좋긴 하겠네요. 제국에 공식적으로 요청해보세요.”
“그래. 고마워. 실비아뿐만 아니라 다른 녀석도 있었거든. 실론을 보고 싶어 하는 녀석이.”
“네?”
“로디릭이라고 실론의 아들이 있더라고. 여기 오니까 열심히 수련 중이더라. 나한테 계속 애원해서 조금 귀찮기도 했고.”
위디아 공작가의 둘째였던 로디릭은 실론이 잡혀가자 이후 세상을 서성이다 용병이 되었다.
이후 실론의 이야기를 들은 로디릭은 자신이 그 죄를 속죄하겠다며 용병 생활을 하며 돈을 모았다.
돈 가지고 안 되겠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죄를 감면할 방법을 찾고자 했고 그게 돈이었다.
평소에 자신한테 관심도 주지 않던 엄마였지만, 로디릭은 정신을 차리며 어떻게든 어미의 도움이 되고자 했다.
“아무튼 북부에서 푹 쉬다가. 이후에 서부로 갈 거지?”
“네.”
“그러고 보니 레이젠 제국에서 너하고 아토란 황태자하고 혼담을 나누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사실이야?”
그 말에 옆에 있던 아모리 황녀가 기뻐하며 말했다.
“그냥 수락해. 서로 잘 어울리는데 뭐 어때?”
그 말에 아탈리네 황녀는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정색한 표정으로 말했다.
“싫어요. 제가 미쳤어요?”
실제 혼담이 간 건 맞지만, 아탈리네는 자신의 오빠인 루카스타를 협박하여 무효로 만들었다.
그 소식을 들은 아토란 황태자 침울했다는 소식도 있었지만, 애초부터 아탈리네는 확고했다.
“저보다 강한 남자하고 결혼할 거예요.”
“너보다 강한 남자가 세상에 있어?”
“이 세상에는 없죠. 그러니 기다려야죠.”
그 말에 아모리 황녀는 볼을 부풀렸다.
***
시간이 흘러갔다.
로크가 떠나고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보통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곧바로 혼인을 하는 헤이톤스 행성 특성상, 아탈리네 황녀와 아모리 황녀는 혼기가 놓쳤다는 말이 많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둘은 결혼을 하지 않고 지냈다.
“언제 오시려나……”
로크가 살아있다고 모두가 믿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길어질수록 불안감이 가득했다.
그렇게 공원 테라스에 앉아 보름달을 보고 있던 아탈리네 황녀는 찻잔을 들어 올렸다.
“저도 한 잔 주시겠습니까?”
“……?”
누군가 다가오는 인기척을 느끼지 못했기에 아탈리네는 당황해하며 보름달을 보고 있던 시선을 돌려 맞은편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낡디낡은 금속컵을 들고 있는 상처투성이인 남성이 앉아 있었다.
“……!”
“안 주실 겁니까?”
“로…..크?”
“네. 로큽니다. 차원이동 깃털을 그 자식이 소멸시켜서 다시 돌아오느라 좀 늦었습니다.”
전에 봤을때와 달라진 건 없었지만, 어딘가 무뚝뚝해지고 얼굴은 차가워져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강인하고 따스한 눈을 가지고 있었다.
“로크으으으으으으으!”
아탈리네 황녀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로크의 품에 안겼다.
로크는 갑자기 안긴 아탈리네 황녀의 등을 쓸어 내리며 입을 열었다.
“저희가 이런 사이였습니까? 거기서 오래 있어서 그런지 과거의 기억이 희미하거든요.”
“오늘부터 이런 사이면 되죠.”
“하긴, 그것도 그러네요. 근데 그 전에 이런 관계를 허락받아야 하는 사람이 있어서요.”
“응?”
로크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돌린 아탈리네 황녀는 얼굴이 굳어졌다.
방비가 완벽한 레이젠 제국에 자유롭게 들어온 것도 이상하지만, 그녀의 얼굴이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더 놀라웠다.
“저분은…..?”
“음….. 제 스승님이자, 인생의 선배이자, 영웅이시자…… 제 어머니이십니다. 제 마음의 어머니.”
분홍색 머리카락이 아름다운 그녀는 아탈리네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말했다.
“헤르시아, 아모리, 아탈리네. 이 3명 이후엔 안 돼!”
“왜 3명이에요?”
“그 3명만 인정했어! 다른 여자는 안 돼! 특히 에리나 그년은 더더욱!”
“에리나라면 친누나잖아요? 제가 미쳤어요? 아무튼 알았어요.”
그녀는 아탈리네를 보며 엄지를 척 하고 내밀었다.
그냥 가벼운 행동이었지만
어딘가….. 즐거운 감정이 느껴졌다.
이게 행복인가 싶다.
– 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