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sen by the Hero King, the Second Life of the Illegitimate Child RAW novel - Chapter (16)
16화. 투기장 (2)
시합은 여전히 계속 진행되었다.
“크윽!”
-서걱!
재빠르게 자리를 피했지만 옷자락 끝부분이 잘리는 건 막을 수 없었다.
‘쌍검?’
다음 도전자의 양손에는 검이 들려 있었다.
작은 단도보다 조금 더 큰 검이었지만 그보다 문제인 건 저 사람이 방금 마나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수준 자체는 할스보다도 낮아.’
마나 양이 적은 걸 수도 있지만, 마나를 익힌 지 얼마 되지 않은 게 이유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라면…….’
능력을 쓰지 않고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었다.
로크는 모랫바닥에 발이 파묻힐 만큼 다리에 힘을 주었다.
-파앗!
다리를 그대로 뻗자 모래가 남자 쪽으로 흩뿌려졌다,
남자는 몸에 마나를 둘러 순식간에 자리를 떴지만,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검을 찔렀다.
-채엥!
하지만 역시 마나를 익힌 자라 내 검을 어렵지 않게 막아냈다.
“흐읍!”
나는 검을 잡은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뿌득!
두 개의 검으로 내 검을 막았던 남자가 갑작스러운 힘에 당황한 듯 보였다.
‘이 정도 마나는 나한테 통하지 않아.’
오러라도 사용하지 않는 이상, 고작해야 몸에 마나를 두르는 정도로는 나에게 통하지 않았다.
“돼지 멱따기”
-콰앙!
돼지 멱따기라는 라잔 검법 최고의 오의는 솔직히 별거 없었다.
힘을 준다. 영혼까지 끌어모은다. 그다음 세차게 휘두른다.
라잔 검법은 단순했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검에 모든 힘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꽤액!”
검끼리 맞부딪힌 순간 상대의 검이 튕겨 나가며 그대로 바닥에 털썩 쓰러졌다.
‘고작 이 정도로?’
힘을 실어서 사용하긴 했지만 그리 강한 힘은 아니었다.
풀썩 나가떨어지자 오히려 내가 당혹스러울 지경이었다.
‘아니 이건 성장했다고 보기에는…… 적응? 적응이죠?’
아직 마나를 미흡하게 사용하는 자들에겐 승산이 높다.
“후우…….”
나는 쓰러진 남성의 가면을 부수고 투기장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경기는 끝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
콜로렌스와 베르아는 투기장에서 상당히 떨어져 있는 귀족들만 앉을 수 있는 2층에서 로크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방금 그건…… 뭐였죠?”
“흐음……. 라인 브레이크를 사용할 줄은 몰랐는데 말이죠.”
“라인…… 브레이크?”
콜로렌스는 턱을 쓰다듬으며 방금 로크가 사용한 기술을 생각했다.
로크가 마법을 파괴할 때만 해도 관중들 중 유일하게 콜로렌스만 놀라지 않았다.
마법을 파괴하는 방법은 계속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티팩트나 스크롤을 파괴하는 방법은 충분히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다만, 방금 로크가 한 행동만큼은 콜로렌스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라인 브레이크라……. 참으로 재밌는 상황을 만드셨군요. 도련님.’
그제야 로크가 어떻게 할스를 이겼는지 이해가 되었다.
‘스피릿 브레이크를 익힌 자들 중 극히 일부가 라인 브레이크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하지.’
스피릿 브레이크 사용자는 대륙 내에서 극히 적다.
그들조차도 경지를 이룬 자들이 별로 없다 보니, 마나를 몸에 적응시켜 카운터 치는 라인 브레이크라는 기술은 오직 역사로만 전해질 뿐이었다.
콜로렌스가 여행과 방랑을 좋아하기 때문에 겨우 아는 기술일 정도로, 선을 부순다는 의미인 라인 브레이크를 아는 자들은 없었다.
“연공법을 부수는 방법입니다.”
“예?”
“말하자면 복잡하지만…, 쉽게 말해 라인은 선 즉 기맥을 뜻하고, 브레이크는 부순다는 말입니다. 기맥에 흐르는 마나를 자신의 몸에 적응시켜 상대의 마나를 무력화시키는 방법이지요. 허허……. 역시 도련님은 스피릿 브레이크에 재능이 있는 듯합니다.”
“아무나 못하는 건가요?”
“몇 가지 조건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하나는 기맥이 단단할 것. 도련님은 마나불신체라 기맥이 단단하지요. 또 하나는 마나불신체임에도 마나 적응력이 높아야 합니다.”
“그건…….”
“보통 마나 적응력이 높은 사람들을 ‘천재’라고 말하죠. 위디아 공작가의 모든 자제들은 마나 적응력이 높다는 재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로크의 적응 능력은 과연 우연일까?
아니었다.
로크 본인이 모르고 있을 뿐, 애초부터 적응능력은 위디아 공작가의 핏줄을 타고 흐르는 능력이었다.
로크의 적응이 다른 공작가의 자제와 다른 점이 있다면 마나를 익힐 수는 없기에, 지식을 위한, 신체를 위한, 행동을 위한 적응력이 여타 공작가 자제들보다 높았다.
마나의 축복을 가진 위디아 공작가였기에 로크가 재능이 없다고 판단한 것일 뿐, 만일 로크가 다른 곳에서 태어났다면 대접이 상당히 달라졌을 것이다.
‘도련님은 아직 모르고 있군.’
수준 높은 지식, 스피릿 브레이크에 사용할 수 있는 근육 거기에 라인 브레이크를 본능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신체.
‘천재…….’
마나를 익힐 수 없을 뿐, 로크는 애초부터 재능이 뛰어났다는 의미였다.
콜로렌스는 상념을 떨치고 다시금 로크가 서 있는 무대를 바라보았다.
***
“허억……. 허억…….”
나는 숨을 들이마시며 눈앞에 쓰러진 덩치 큰 남자를 바라보았다.
‘더… 더, 이상은 무리다.’
금강의 격은 체력이 오를수록 많이 사용할 수 있었지만, 익힌 지 이틀 정도밖에 되지 않았기에 장기간 사용은 무리였다.
모든 능력을 소비한 나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가면을 얼굴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슬쩍 들어 올렸다.
항복 표시.
더 이상 싸울 체력이 없을 때 가면을 들어 올리면 된다고 한 콜로렌스의 말을 따라 나는 곧장 가면을 들어 올렸다.
“수고하셨습니다.”
결투장에서 나오는 나를 향해 베르아가 손수건을 내밀었다.
나는 손수건을 들고 조금 떨어진 장소에서 가면을 벗어 얼굴에 가득한 땀을 닦아냈다.
-오오오오오오오오-!!!!!
내가 결투장 밖으로 완전히 나가자 결투장 안에서 환호성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뭐가 이리 시끄러워.”
“허허허허. 도련님의 실력에 환호하는 겁니다.”
“……나에게?”
“예. 결투장의 전통 같은 겁니다. 최고의 결투를 보여준 이가 결투장을 나가고 빈 공간이 됐을 때 사람들은 환호를 하지요.”
“……내 얼굴도 모르면서?”
“허허. 그렇습니다. 얼굴을 모르기에 빈 공간이 됐을 때 환호를 보내는 겁니다. 그자의 직위, 외모가 아닌 실력만을 본다는 의미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누군가의 칭찬이나 응원을 받아본 적 없는 나로서는 이런 경우가 낯부끄럽게 느껴졌다.
카메라는 뭐고 영구 소장은 또 뭐란 말인가?
가끔 영웅왕님이 하는 소리는 알아듣지 못할 때가 많았다.
“일단 주목받는 건 좋지 않으니 구석으로 가지요.”
콜로렌스의 말에 우리는 환호성을 뒤로하고 결투장 구석으로 향했다.
“허허. 자. 그럼 정산을 하고 밥이나 먹으러 가지요.”
“밥? 미안하지만 난…….”
“저녁만찬은 제가 이미 거절해 놓았습니다.”
“……!”
“……!”
이게 갑자기 무슨 말이란 말인가?
콜로렌스가 현재 무얼 하고 다니는지는 모르겠으나, 한낱 기사가 공작의 말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거절해놓았다니?
옆에 있던 베르아가 어처구니 없다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공작님의 초대입니다. 아무리 공작가의 자제분일지라도 피할 수 없습니다, 그걸 로크 도련님이 아닌 기사인 콜로렌스 경께서 거절할 순 없을…….”
“허허. 괜찮습니다. 애초부터 ‘필요 없는’ 자리일 뿐입니다.”
그 말에 내 미간이 일그러졌다.
“필요 없는?”
“애초부터 공작님은 도련님을 초대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없었다?”
“예. 그저 공작님은 도련님을 만찬에 초대하여 그간의 일을 사과 한마디로 씻어낼 생각이었을 겁니다.”
“……사죄를?”
“도련님한테 재능이 없다고 판단하여 가두어 놓은 것을 말합니다.”
“……흐음.”
“놀라지 않으시군요?”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으니까.”
“호오?”
“제왕학이라는 건 후계자한테나 교육시키는 과목이다, 마나를 사용하지 못하는 나한테 제왕학을 배우라고 했을 때부터 이상했다. 후계자 자리에 올려줬으니 그동안 너를 버린 것에 대한 사과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나한테 제왕학 가정교사를 붙여준다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생각했다.
어째서 후계자 자리에 오르는 자제들만 가르친다는 ‘공작가 제왕학’을 나에게 가르친다는 말인가?
평범한 어린이라면 드디어 집안에서 인정받았다며 좋아할 테지만, 10년 동안 밑바닥에서 구른 경험상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저녁 만찬에 초대해서 나를 진정한 귀족의 자제로 인정한다……. 그렇게 하여 나를 공작가에 가둔 죄를 무마시키려는 것이겠지.”
“흐음……. 맞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나하고 단 한마디 상의도 없이 저녁 식사를 취소하는 건 월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일단은 처음으로 받은 공식 초대이니 거절하더라도 내가 거절해야 했지.”
“허허……. 그걸 생각하지 못했군요.”
“……콜로렌스 자네 거짓말엔 쥐약이군. 그래도 오늘만큼은 넘어가 주지.”
어차피 난 공작가에서 여전히 버림받아온 신세였기에, 아이젠 공작의 체면이고 뭐고 신경 쓰고 싶지도 않았다.
다만, 내가 궁금한 건 콜로렌스의 정체였다.
콜로렌스가 ‘내 일’을 대신 거절했다는 말은 아이젠 공작의 체면을 콜로렌스 역시 무시했다는 말이었다.
“그 대가로 하나만 묻고 싶군. 정말 괜찮은 건가?”
공작의 말을 무시할 수 있는 남자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었다.
설사 적국의 황제라도 아이젠 공작의 말을 가볍게 무시할 수는 없었다.
“허허……. 그 부분이라면 괜찮습니다. 제가 이래 봬도 힘이 꽤 있습니다.”
‘힘이라…….’
그러니 더욱 궁금해졌다.
지금의 콜로렌스는 대체 뭘 하고 지내는 것일까?
내 눈빛을 알아차린 콜로렌스는 그저 너털웃음을 지으며 옆에 놀란 표정으로 서 있는 베르아를 향해 말했다.
“베르아양.”
“…….”
“베르아양?”
“네? 아…. 네. 말씀하세요.”
“오늘은 제가 한 턱 쏠 테니 같이 저녁을 들지 않겠습니까?”
“어차피 저는 도련님께 예법을 가르쳐야 하기에 도련님과 함께 있어야 합니다.”
“허허……. 그러시군요. 그렇다면 식당에 먼저 가 있으시겠습니까? 제가 정산을 마무리하고 오겠습니다.”
정중한 콜로렌스의 목소리에 베르아가 눈치 빠르게 고개를 숙이며 자리를 피했다.
“……예. 알겠습니다.”
베르아가 떠난 뒤 둘만 남자 콜로렌스는 나를 결투장 뒤편으로 데려갔다.
결투장 뒤편은 스산했지만 인적이 없어 조용한 이야기를 나누기는 적절했다.
“도련님이 저한테 묻고 싶은 눈치신 것 같아 이곳으로 왔습니다.”
“……오러로 막을 칠 정도로 내 이야기가 궁금한 줄은 몰랐는데?”
밖에서 봐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짙은 마나로 이루어진 벽을 펼쳤다.
“제 권한이 어디까지인지, 아니, 제가 현재 뭘 하고 다니고 있는지가 궁금하신 것 아니십니까?”
“맞다.”
10년 후의 콜로렌스라면 공작가의 말 정도는 무시해도 될 정도의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는 게 분명했다.
하지만 지금은 평화로운 세계다.
콜로렌스의 정체가 무엇이길래 아이젠 공작을 한발 물러나게 한 걸까?
“도련님. 혹시……. 이 세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세계?”
“예.”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
“별거 아닙니다. 이 행성…… 솔직히 평화가 너무 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평화가 길다라…….”
“물론, 공작가에서 벗어나면 가난한 이들, 병자들, 힘이 없는 자들이 많습니다. 다만, 제가 말하고자 하는 건 ‘행성의 평화’를 말하는 겁니다.”
‘그러고 보니…….’
천년전쟁이 끝나고 난 후부터 전쟁다운 전쟁이 없었다.
제국은 제국답게, 왕국은 왕국답게.
그저 이 평화를 지속시키고자 노력했기 때문이다.
“저는 이 평화가 언젠가 끝날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내부적인 요소든…… 아니면 외부적인 요소든 말이죠.”
“뭘 이야기하고 싶은 건가?”
아직 아무것도 듣지 못했지만 심장이 거칠게 뛰기 시작했다.
내 두 눈은 왠지 모를 불안감에 콜로렌스의 입을 주시할 뿐이었다.
“혹시……. 이 행성의 바깥 존재를 아십니까?”
내 몸이 싸늘하게 식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