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sen by the Hero King, the Second Life of the Illegitimate Child RAW novel - Chapter (2)
2화. 영웅왕 (2)
“상태창?”
-띠링!
『[상태창]
이름 : 로크 론 위디아
나이 : 14세
상태 : 「마나불신체」, 「□□」, 「□□」, 「□□」, 「□□」
성향 : 「F : 어린아이 용기」, 「□□」, 「□□」, 「□□」, 「□□」
무술 : 「□□」, 「□□」, 「□□」, 「□□」, 「□□」
스킬 : 【영웅 뽑기】 【능력 저장】
카드 개수 : 0개』
“……이건?”
상태창 안에는 현재의 나이와 이름 그리고 내가 걸린 마나불신체와 더불어, 아까 얻은 영웅의 능력이 있었다.
“이 공백은 뭔가요?”
“흠……. 그렇다면, 공백에 카드에서 나온 걸 다섯 개만 넣을 수 있다는 말인가요?”
“이 F라는 거…… 낮은 편인 거죠?”
상태, 성향, 무술은 【영웅 뽑기】라는 스킬로 획득할 수 있고, 획득하기 위해선 카드가 필요하다.
상태든, 성향이든, 무술이든 각 칸에 최대한 놓을 수 있는 건 다섯 개다.
F라는 글자는 낮은 등급인 편이며 그보다 낮은 것도 있을 것 같았다.
F급이 다섯 개가 모인다면 한 단계 높은 등급의 능력이 생긴다.
다만, 능력은 랜덤으로 정해지며, 하나를 지정해서 등급을 올리려면 10개가 필요하다.
“제가 스스로 합칠 수 있는 건가요?”
“뭐랄까……. 운에 맡긴 능력이네요.”
여기까지 왔으니 궁금한 건 대부분 알 수 있었다.
“그럼 마지막으로 카드는…….”
-똑똑.
말을 끝마치기 전 방문이 열렸다.
“식사 시간이네요. 마지막 질문은 아침 먹고 할게요.”
“……밥도 드세요?”
“……맛있게 드세요.”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섰다.
***
내 식사는 항상 정해져 있었다.
딱딱한 빵 그리고 감자 몇 개가 둥둥 떠 있는 스프 한 그릇.
이것이 전부였다.
아침이든, 점심이든, 저녁이든. 나는 항상 이렇게 먹었다.
공작가 사용인들보다 형편없었지만 당시에도 나는 이걸로 만족했었다.
“그럼 식사하도록 하지요.”
내가 있는 건물에서 유일하게 사람 말을 하는 생명체와 같이 밥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테스런…….’
항상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남자였지만, 그래도 유일하게 내 말에 답해주는 사람이었다.
‘당시에는 그것만으로 행복했…… 잠깐만. 지금 내 나이가 어느 정도 되지?’
영웅왕이 알려준 상태창이라는 곳에서 내 나이를 봤던 것 같았다.
‘14살이라고?’
14살이면 이제 곧 그 사건이 터진다.
내가 음식을 먹지 않고 인상을 찌푸리고 있자, 앞에서 조용히 음식을 먹고 있던 테스런이 입을 뗐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지금이 며칠이지?”
“헤이톤스 1034년 1월 4일이지요. 궁금하신 게 끝나셨으면 마저 식사하시지요.”
테스런의 말을 듣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기회가 있는 거라고 생각해야 하나?’
헤이톤스 기준으로 3월 1일이 되면, 라이젠 제국에 속해있는 귀족의 자제들은 전부 아카데미에 간다.
제국의 오른팔이라 불리는 위디아 공작가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앞으로 두 달 후…… 나는 도망간다.’
정확히는 한 달하고도 반 후에 도망친다.
‘그럼 이 식사가 끝나면…… 그 녀석도 있겠지.’
까득!
이에서 소리가 날 정도로 이빨을 깨물자 테스런은 빵을 집다 말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슬슬 수업 받으러 가실 시간이시군요. 오늘도 미리 가서 기다리고 계실 겁니다.”
“…….”
헤이톤스는 행성을 이야기하고, 헤이톤스의 월은 13월까지 있었다.
13월 30일을 지나면 이 행성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한 살을 먹는다.
즉, 14살이 된 서자인 나라도 일단은 귀족의 자제였기에 아카데미에 가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 위디아 공작가에선 나한테 가벼운 검술이라도 가르쳐 주기 위해 선생을 보냈다.
‘개자식들!’
아마 이 사실은 위디아 공작가의 주인인 아버지도 모르고 있을 것이다.
아니, 애초에 내가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서자였던 나는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어린 시절에 어머니를 잃고 공작가로 들어왔다.
그때부터 이곳에 갇혀 지내다시피 했으며, 내 아비라는 공작은 단 한 번도 내 앞에 얼굴을 드러내지도, 그렇다고 부르지도 않았다.
어린 시절부터 테스런만이 내 옆에 있을 뿐이었다.
“공작가의 위상을 위해서 열심히 수련하시기 바랍니다.”
“수련이라…….”
태어날 때부터 검을 잡아도 검술을 익힌 자제들을 이기기엔 무리였다.
재능이 없으니까.
그런데 고작 입학까지 3개월 남았는데 무엇을 익히란 말인가.
검술은커녕 기본기도 익히기 힘든 시간이었다.
‘젠장.’
그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뭔가에 홀린 것처럼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고 이 지긋지긋한 부당함을 참을 수가 없었다.
“고작 3개월 아니 이제 한 달하고도 반인가? 고작 그 안에 뭘 익히란 말이지?”
“……예?”
“우습군. 우스워. 선생이라 말하고 폭력이라 읽는 교육을 받고 아카데미로 향하라는 건가?”
테스런이 두 눈을 껌뻑이며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껏 단 한 번도 자신의 의견을 내지 않았던 아이가, 스스로의 의견을 말하며 무언가를 불평하는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무엇보다 그 비판의 상대가 공작가에서 보내준 검술 교관이라니.
“기본기도 되어 있지 않은 나한테, 체력도 힘도 있지 않은 나한테…… 가장 먼저 무엇을 가르쳐야 할 것 같나? 테스런.”
“으음…….”
멍하니 있던 테스런은 내 말에 정신을 차리고 침울한 음색을 내뱉었다.
이것을 기뻐해야 하는가. 아니, 과연 기뻐해도 될 일인가?
아니, 그 전에 과연 자신의 도련님이 맞는가라는 의심부터 들었다.
테스런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체력……이 아닐까요?”
“아니다. 체력도, 검을 잡는 방법도, 힘을 기르는 방법도 아니다.”
“그럼 무엇이지요?”
“3개월 만에 검술을 가르쳐 내보내겠다는, 대가리에 아무것도 없는 새끼들한테 따지는 방법이다. 전설로만 내려오는 용사나 영웅도 3개월 만에 검을 마스터하진 못한다.”
‘…….’
테스런은 내 말에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하지만 도련님께서는…….”
“힘도 없지, 부모도 없고, 아비라는 작자…라고 말하면 보고할 건가? 위대한 골든 드래곤의 오른팔인 위디아 공작가의 수장! 블랙 드레이크라 불리는 아이젠 론 위디아 공작은 아예 내 존재조차도 모르겠지.”
“으음…….”
테스런은 혼란스러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분명 검술 교관한테 폭력에 가까운 수련을 당한 뒤, 울먹이는 얼굴로 하늘을 바라보며 어미를 찾던 아이의 행동이 아니었다.
‘수라장을 건넌 얼굴…… 그래, 그런 얼굴이군.’
마치 여러 번의 수라장을 뛰어넘은 듯한 독기 가득한 얼굴에 테스런의 머리는 더욱 혼잡스러워졌다.
“……정말 도련님이 맞으십니까?”
“내 어디가 내가 아니라는 거지? 테스런?”
“……아무것도 아닙니다.”
바뀌었다. 분명 바뀌었다.
하지만 테스런은 바뀌었다고 말하지 못했다.
그가 바뀐다 한들, 상황이 바뀌는 건 없었다.
어차피
‘재능 없는 자가 바뀐다 한들 재능이 생기는 건 아니다.’
로크라는 도련님은 그 어떠한 재능도 없었으니까.
테스런은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혔다.
그의 역할은 도련님의 보필 그리고 도련님의 행동을 월마다 기록하여 공작가로 보내는 것.
자신의 편지가 아이젠 공작님한테 도달하는지 아니면 중간에 사라지는 건지 알 수 없었으나, 공작가의 사용인으로서 의심을 떨치고 그저 일만 제대로 하면 될 뿐이었다.
“도련님의 말씀도 맞으시나, 공작가가 보낸 검술 선생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쯧.”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혀를 차는 도련님을 본 적 없었다.
하지만 테스런은 ‘사용인’으로서 자신의 마음을 한없이 차갑게 만들며 빵을 질겅질겅 씹고 있는 로크를 상대하였다.
“그럼 저는 이만 일어나 보겠습니다. 검술 선생한테는 도련님이 조금 늦는다고 말해 놓겠습니다.”
“그래.”
테스런은 조용히 자신이 먹은 식기를 들고 주방에서 나갔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변하는 건 없다.’
아이젠 공작님의 기준에서 변한다는 것은 곧 재능을 발견했냐는 것이다.
성정이 변했다고 재능을 발현하는 건 아니다.
***
홀로 주방 식탁에 남은 나는 눈앞에 떠오른 창을 곰곰이 바라보았다.
-띠링!
[운명이 0.003% 변하였습니다.] [영웅 카드 3장을 획득하셨습니다.]“……영웅왕님?”
“그게 무슨 말인데요?”
“그야…….”
내가 죽는 순간이 떠올랐다.
앞으로 10년 뒤.
“이 세상은 누군가에 의해 멸망하니까요.”
정체를 알 수 없는 적에 의해 이 행성은 멸망한다.
누군가는 악마를, 누군가는 마족을, 누군가는 다른 차원의 존재를 이야기했지만, 당시 인류 아니 세상은 그 정체를 알아내지 못했다.
마지막의 마지막이 되어서야 침입한 적들의 존재를 알 수 있는 기회가 생겼지만, 결국에는 적의 비웃음만 얻은 채 나는 죽음을 맞이했다.
“……그냥 혹해서?”
“…….”
고작 그런 이유로 나를 고른 거였어?
“……고작 테스런하고 이야기했다고…….”
사실 지금까지의 나와 비교하면 ‘고작’ 정도는 아니었다.
위디아 공작가에 대한 원망을 처음으로 말했고, 테스런은 그 말에 조금이지만 영향을 받은 게 분명했다.
‘밥을 다 먹지 않았어.’
공작가 사용인은 항상 적정량을 배식하여 밥을 남기지 말아야 한다는 규율이 있었는데, 테스런이 처음으로 식사를 남겼다.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태풍으로 변한다는 말처럼, 지금에서야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내 말 때문에 테스런에게도 아주 작은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그럼 카드가 생겼으니 열어봐야겠죠.”
‘3D가 뭐야?’
검술 교관을 만나기 전에 열어 보는 게 좋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