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sen by the Hero King, the Second Life of the Illegitimate Child RAW novel - Chapter (20)
20화. 재능
[이 발동됩니다.]한순간의 본능.
「초감각」이 만들어주는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세계에서 나는 눈앞에 다가온 검풍에 본능적으로 앞발을 내디뎠다.
-스윽!
느려진 세계에선 남들보다 0.3초 정도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기껏해야 눈 한 번 깜빡일 정도로 느린 한순간이었지만, 그 한순간은 전투에서 굉장히 중요한 시간이었다.
다만, 아이젠 공작 같은 강자한테는 0.3초라는 시간이 무의미했다.
‘이것만으론 부족해!’
발에 바람의 기운이 일어났다.
[이 발동됩니다.]마치 춤을 추는 것처럼, 내 다리가 가볍게 걸음을 밟았다.
‘크윽!’
고작 가벼운 바람만으론 눈앞에 다가오는 폭풍을 피할 순 없었다.
‘피하지 못한다면…… 부순다.’
꽈악!
검을 쥔 손에 다리부터 흘러들어 오고 있는 대지의 힘을 담았다.
그리고 다시 한번.
[이 발동됩니다.]부술 수 있을까?
아니, 부숴야만 한다.
과거에 오러를 본 적은 수두룩했을지라도, 한 번도 그들과 싸워본 적은 없었다.
‘금강의 힘으로…… 가능할까?’
의구심이 들었지만 날아오는 검풍을 피하지 못한다면 어차피 치명상이다.
-휘익!
다가오는 검격과 나아가는 검.
그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가 발동됩니다.]“……!”
느려지는 세계를 보는 눈에 또 다른 세계가 펼쳐졌다.
점과 선으로 이루어진 세계. 그 작디작은 세계가 오직 아이젠 공작과 다가오는 검풍에만 그려져 있었다.
-꽈악!
검을 움켜쥔 손에 핏줄이 돋아날 정도로 세게 힘을 주었다.
영웅왕님이 말한 선이 눈앞에 보이는 저것인 게 확실했다.
붉은색으로 그려진 선에 보이는 검은색 점.
‘부족해…… 느려!’
검을 빠르게 휘두르고는 있지만, 그 점에 검이 닿기 전에 검풍이 내 몸을 벨 것이다.
[이 발동됩니다.]-쭈와아아아압!
온 몸의 체력이 순식간에 소모되기 시작했다.
점에 검을 가져가겠다는 노력이 발동되었다.
온몸의 체력을 소비하는 대가로 검은 눈앞으로 다가오는 검풍을 마주 베었다.
-콰아아아아앙-!!!
“끄아아아아아!”
근접한 거리에서 터져버린 검기 가닥들로 인해 나는 뒤로 튕겨지듯 쓰러졌다.
***
아이젠 공작이 느릿한 동작으로 검을 검집에 집어넣었다.
행색에 어울리는 자연스러운 행동임에도 공작의 얼굴은 전혀 평소 같지 않았다.
평소와는 달리 너무도 놀란 얼굴.
아이젠 공작을 아는 이들이 봤다면 화들짝 놀랄 정도로, 아이젠 공작은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네가 가르친 것이냐?”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뒤쪽에서 지켜보던 콜로렌스가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군……. 그 편지 네 녀석이 보낸 것이로군.”
“어떻게 아셨습니까?”
“편지를 직접 보냈다면 편지의 내용을 나에게 다시 한번 상기시켰겠지.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로 같은 답은 내뱉을 리 없지 않나.”
콜로렌스가 허허 웃으며 쓰러진 로크한테 다가갔다.
“다행히 상처가 그리 심하진 않군요. 대지의 힘 때문인가 묘하게 피부가 단단해져서 그런 것 같습니다.”
“스피릿 브레이크…….”
“대견하지 않습니까? 마나를 익히지 못하니 다른 방면으로 재능을 발휘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로크의 몸에 포션을 졸졸졸 부어주던 콜로렌스가 아이젠을 바라보았다.
“그럼 약속대로 제가 데려가도록 하겠습니다.”
“……그 전에 하나 묻지. 정말 네가 가르친 게 아니라는 말이냐?”
“그렇습니다. 뭐……. 힌트를 준 정도라고 말하고 싶군요. 하지만 애초에 힌트를 받았다고 그걸 반나절도 안 돼서 실행에 옮기는 게 노력가지고는 안 된다는 걸 아시지 않습니까?”
“끌……. 정말 재능이란 말인가…….”
에반의 말대로 마나를 익히지 못하는 재능을 제외한 나머지 재능이 뛰어난 것일까?
“오러를 익히는 기사들도 형에 대해서는 어렴풋하게 느낄 뿐입니다. 하다못해 중급에서 상급 정도는 되어야 검에 형을 입히지 않고 자유를 주죠.”
마나를 아무리 올려봤자 형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수없이 많은 노력과 인내 그리고 깨달음이 있어야지만 형이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
힌트를 얻은 이들이든, 힌트를 받지 못한 이들이든 말이다.
그런 숙련도를 한순간에 무너트리는 존재가 있었다.
노력이라는 돌로 차근차근 탑을 쌓는다면 그 탑을 한순간에 무너트리는 존재가 ‘재능’이다.
“……에반”
아이젠은 콜로렌스의 말에 고개를 돌리고 아주 멀리서 이곳을 지켜보고 있는 에반을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일반인들이라면 보이지 못할 속도로 다가온 에반을 향해 아이젠이 손을 내밀었다.
“준비한 그것을.”
에반은 아이젠의 손 위에 고급스러운 천으로 감싸진 무언가를 내밀었다.
천을 벗기자 어린아이 주먹만 한 함이 모습을 드러냈다.
함 안엔 마치 하얀색 공처럼 생긴 물체가 있었다.
철이나 나무 같은 재질이 아닌 육류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드레이크의 3번째 고환이다.”
“……호오.”
“진실된 사죄의 선물이라고 전하거라.”
“정말…… 귀한 걸 주시는군요. 용족의 유전자가 들어가 있는 영약이라…….”
영웅왕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콜로렌스는 씨익 웃음 지으며 품 안으로 고환을 넣었다.
“그럼 도련님을 데려가도록 하겠습니다.”
허리를 숙여 로크를 들어 올리려 하는 찰나.
“하나 더 묻고 싶은 게 있다.”
이어지는 아이젠 공작의 말에 콜로렌스가 허리를 숙인 상태로 행동을 멈췄다.
“말씀하시죠.”
“그대들이 속한 조직에…… 막내가 들어갈 때 무슨 조건을 내세웠느냐?”
그 말에 콜로렌스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이걸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우선 도련님은 조건을 걸지 않았습니다.”
“……걸지 않았다?”
“예. 그 어떠한 조건도 걸지 않았습니다. 아마 공작가에 자신이 설 자리가 없음을 생각하고 있던 것 같습니다. 이곳에서 나오기 위해서요.”
“그 정도는 알고 있다.”
아무리 재능에 관대한 위디아 공작가이긴 하지만, 후계자를 선정하는데 오직 재능만 보는 것은 아니었다.
마나에 축복받은 신체.
가문 대대로, 핏줄 대대로 내려져 오는 마나에 축복받은 신체를 유지하기 위해선 마나의 재능이 가장 먼저 필요했다.
“대신, 이런 말을 하더군요. 그들을 막을 수 있냐고.”
“……그래서?”
“솔직하게 모르겠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더니 조직으로 들어오겠다고 하더군요.”
공작은 슬며시 입꼬리를 올렸다.
“다행이군……. 정체를 알 수 없는 적들한테서 승리를 장담한다는 머저리 같은 생각은 하지 않아서.”
로크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미래를 알고 있었기에, 미래에서 오는 참혹함을 알고 있었기에 로크는 콜로렌스가 속한 조직의 진심을 알고 싶었다.
“그럼 이만…….”
콜로렌스는 조심스레 로크를 데리고 연무장에서 벗어났다.
***
-띠링!
[운명이 1.681% 변하였습니다.] [C급 영웅 카드 4장을 획득하셨습니다.] [B급 영웅 카드 1장을 획득하셨습니다.]“으으…….”
갑작스러운 소리에 나는 잠에서 일어났다.
슬며시 떠진 눈에 보이는 건 어두워진 창문으로 들어오는 은은한 달빛뿐이었다.
“제가 기절한 건가요?”
“기절했나 보네요. 기절하고 몇 시간이 지난 거죠?”
“……하루?”
내가 하루 동안 기절해 있었다고?
“상태창.”
-띠링!
『[상태창]
이름 : 로크 론 위디아 나이 : 14세
상태 : 「마나불신체」, 「S : 검의 진리」, 「S : 초직감」, 「C : 수학 신동」, 「A : 전략의 천재」
성향 : 「F : 어린아이 용기」, 「D : 주방의 카리스마」, 「G : 바보의 한숨」, 「B : 하늘을 향한 살기」, 「G : 청소부의 노력」
무술 : 「B : 금강(金剛)의 격(格)」, 「G : 태권도 발차기」, 「D : 바람의 걸음」, 「E : 일발일중」, 「A : 생활의 지식」
스킬 : 【영웅 뽑기】 【능력 저장】 【영웅의 근본】 카드 개수 : 11개』
‘11개…….’
C급 카드 6개, B급 카드 2개, A급 카드 3개.
‘이 정도면…… S급 카드를 하나 만들 수도 있겠는데?’
다만,
‘필요 없는 A급 카드가 없단 말이지.’
「전략의 천재」와 「생활의 지식」 능력을 버리고 싶진 않았다.
‘일단 카드를 전부 열어 보자.’
어차피 시간은 많았다.
저녁에 일어나서 그런지 더 이상 졸립지도 않았으니, 내일 아침까지 카드를 열어볼 수 있으리라.
“시작하죠.”
그대로 【영웅 뽑기】에 손가락을 가져갔다.
***
콜로렌스는 기절해 있는 로크를 떠나 잠시 어딘가로 가고 있었다.
어차피 로크가 하루 정도는 기절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에 잠시나마 곁을 떠나 임무를 진행하러 간 것이다.
“임무 수고했어~”
위디아 공작령 근처에 일어난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그의 임무는 끝났다.
노곤해진 몸을 바위에 기대어 쉬고 있는 콜로렌스 옆으로 피부가 도화지처럼 하얀 여자가 다가왔다.
짙은 검은색 머리카락에 대비하여 너무도 하얀 피부는 그녀의 아름다움을 더욱 부각시켰다.
“마르가레…… 네가 여긴 어쩐 일이지? 분명 헤이지 백작령에 임무가 있다고 들었는데?”
“괜찮아~ 내 기사를 보냈으니까.”
그 말에 콜로렌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 기사 또한 그녀의 능력, 뭐라 할 생각은 없었다.
“무엇보다아 네가 적극 추천한 신입이 보고 싶달까~?”
조직이 만들어지고 처음 들어오는 10대의 소년이자, 조직에 가장 적합한 인물.
나이가 어리지만 그가 가진 재능은 조직의 대업에 함께 가도 된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는 10년 만에 들어온 신입과 동시에 최초의 10대 소년이었다.
“조직에는 나이 많은 노땅들이 대부분이니까 귀여운 신성을 빨리 보고 싶잖아~”
마르가레는 주머니 하나를 꺼냈다.
“로드가 주는 선물도 있고 말이야아~”
“선물?”
“응! 나도 뭔지 모르는데에 아무튼 선물이래~”
마르가레는 입꼬리를 슬며시 올리며 말했다.
“무엇보다도 콜로렌스 너 내가 필요하지 않아~? 날 보자마자 감정을 숨기지 못하잖아~?”
“허허허허…….”
콜로렌스는 품에서 아이젠 공작한테 받은 선물을 마르가레한테 내밀었다.
“이건~?”
“이번 신입한테 먹여야 할 보약이다.”
마르가레는 웃으며 나무함에 들어가 있는 내용물을 확인했다.
“헤에~ 확실히 내가 해야 하는 거네~?”
“할 수 있겠는가?”
“충분해~ 로드한테 받은 선물도 있으니까~ 마나불신체라고 했으니 아주 좋은 영약으로 만들어 줄게에~”
“시간은?”
“하루면 충분하지~”
마르가레는 희미하게 웃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