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sen by the Hero King, the Second Life of the Illegitimate Child RAW novel - Chapter (23)
23화. 암살자
위디아 공작가의 차남인 로디릭 론 위디아는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기분이 더러웠다.
이유는 얼마 전에 있었던 만찬회에서의 아버지 반응 때문이었다.
얼굴도 모르는 막내가 불참했음에도, 만찬회 내내 아버지는 오직 막내만을 생각하는 듯 보였다.
그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모두 처음 보는 아버지의 표정과 행동에 어색한 눈치였다.
‘뿌득!’
로디릭은 당시 치욕을 잊지 못했다.
아카데미를 졸업하자마자 후계자로 확정되다시피 한 미하엘한테 꾸중을 들은 것보다, 자신의 말을 지나가는 벌레보다도 못하게 취급하는 아버지보다도, 지금까지 존재하는지조차 몰랐던 로크라는 녀석 때문에 만찬회가 열렸다는 사실이 더욱 치욕스러웠다.
‘무시 받는 자’
로크가 버림받은 자였다면, 로디릭은 무시 받는 자였다.
외가 덕분에 로크와는 달리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었고, 마나를 익힐 수 있다 보니 공작가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순 있었다.
다만 그뿐이었다.
귀족으로서 혹은 강자로서 필요한 재능이 그한텐 없었다.
후계자 다툼?
어머니도 포기했다.
아니, 자신한테 와야 할 주목이 여동생한테 가야 했다고 해야 할까?
위디아 공작가는 지금까지 재능이 없는 자한테 후계자 자리를 주지 않았고, 만일 자손이 한 명이고 재능이 없다면 아내를 더 들여 설사 막내라도 최고의 재능을 가진 자손한테 후계자 자리를 물려주며 이어왔다.
아무리 외가 쪽 힘이 세다고 해도 이곳은 레이젠 제국의 오른팔이라 불리는 위디아 공작가였다.
‘죽이자.’
잠시 아버지한테 주목받긴 했지만 어차피 마나도 익히지 못하는 녀석이다.
갑자기 발현된 재능 때문에 잠깐 주목을 받았을 뿐, 갑자기 죽어도 위디아 공작가에는 전혀 영향이 없는 녀석이었다.
그렇기에 로디릭은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도합하여 충분히 죽일 수 있는 암살자한테 의뢰를 맡겼다.
***
“끄응……!”
암살자한테 의뢰를 맡긴 뒤 삼 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로디릭은 포근한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
기지개를 켜며 주위를 둘러본 로디릭은 믿을 수 없는 장면을 목격했다.
“우욱!”
따스한 아침 햇살이 들어와야 할 창문에 걸려있는 사람의 목.
잘린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검붉은 피를 뚝뚝 흘리고 있는 목을 보자 로디릭은 치밀어오르는 구토를 손으로 막았다.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겁에 질린 눈으로 창문에 걸려있는 목을 바라보았다.
처음이다.
죽은 사람을 본 건 처음이었다.
‘뭐라고…… 적혀 있는 거지?’
잘려있는 목에 쪽지 하나가 걸려있었는데, 그 내용으로 시선이 옮겨갔다.
파랗게 질린 얼굴로 로디릭이 천천히 쪽지를 읽었다.
『선물 잘 받았습니다. 보답하겠습니다.』
“……!”
피로 적혀 있는 쪽지.
수신인은 적혀 있지 않았지만 누가 보냈는지 모를 수가 없었다.
바로 저 잘린 목의 주인공이 로크에게 보낸 암살자였으니까.
지금껏 집과 밖에서 귀족 놀음이나 하느라 단 한 번도 죽음이라는 공포를 느껴보지 못했던 로디릭은 극한의 공포를 느꼈다.
-주르륵…….
식은땀이 온몸에 흘러 로디릭의 잠옷까지 젖고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느껴본 ‘죽음을 앞둔 공포’가 로디릭의 온몸을 자극했다.
그의 사타구니가 축축해졌다.
***
‘그렇긴 하겠죠.’
평상시라면 말이다.
‘어차피 둘째 형님은 저를 범인으로 지목하지 못할 거예요. 애초에 저와 비슷한 신세인 사람이니까요.’
무시 받는 자.
과거에 분명 그렇게 들었다.
웃긴 게 있다면 둘째 형님은 시간이 지나고 상당히 유명해진다.
‘핏줄이 아니거든요.’
‘뻔한 스토리죠.’
미래에 둘째 형님이 유명해진 이유는 다름 아닌 위디아 공작가의 핏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위디아 공작가 역사상 나처럼 ‘마나불신체’인 자는 있지만, 마나를 익힐 수 있음에도 평균조차도 이루지 못할 재능을 가진 자는 없었다.
‘뭐랄까…… 둘째 형님 외가 쪽 지역이 상당히 개방적이거든요? 형님의 어머니가 애초에 임신한 상태로 위디아 공작가에 왔었다고 하더라고요.’
아비가 누군지는 미래에서도 밝혀지지 않았다.
중요한 점은 이를 아이젠 공작도 알고 있다는 거다.
‘첫날밤을 가지고 6개월도 되지 않아 아이를 낳았으니 의심이 안 가려야 안 갈 수가 없죠.’
위디아 공작가에서 일하던 하녀로부터 퍼진 이야기의 진실은 지금으로부터 5년 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둘째 형님은 자신한테 재능이 없어서라고 무시 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 반대죠.’
외가 쪽 힘이 상당해서 아직 아들 신분으로 있는 거지, 어차피 5년 후면 알아서 자멸한다.
결국에는 둘째 형님 또한 나와 같이 죽어도 상관없는 존재로 눈도장이 찍힌 상태였다.
‘괜찮아요. 이제 저한테도 든든한 후원자가 있으니까요.’
내가 들어간 조직의 규모는 아직 확실히 알 수 없었지만, 콜로렌스는 지금 이 시대에서도 상당히 유명했고, 그런 콜로렌스가 속해있는 조직이니 규모가 작진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암살자는 제가 죽인 게 아니잖아요?’
암살자를 죽인 건 내가 아닌 콜로렌스다.
즉, 난 그냥 습격받은 피해자일 뿐이었다.
“뭘 그리 골똘히 생각하십니까?”
“아무것도 아니다. 그보다 그건 뭐지?”
아침이 되자 여느 때처럼 콜로렌스는 허허 웃으며 나를 데리러 왔다.
콜로렌스의 손에는 작은 목함 하나가 쥐어져 있었다.
“영약입니다. 들어보신 적 있으신지요?”
“영……약?”
미래의 기억에서는 들어본 적 없었다.
다만, 영웅의 기억에선 본 적이 있었다.
“마나를 증진시키는 효과가 있는 건가?”
“오? 알고 계시는군요? 맞습니다. 그 또한 영약 중 하나이지요.”
“그럼 다른 영약도 있다는 건가?”
“예. 보통 고위급 몬스터를 잡으면 특수한 부위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 부위를 다양한 방식으로 제조하면 각기 다른 영약이 만들어지죠. 몬스터의 부위마다 영약의 효과가 달라집니다.”
딸깍!
콜로렌스가 눈앞에서 목함을 열었다.
그곳엔 회색빛을 띠는 동그란 구슬 같은 것이 자리 잡고 있었다.
‘몸에 안 좋은 건가요?’
“……불알?”
“오? 약을 보자마자 이게 뭐로 만들어진 건지 아신 겁니까?”
“으, 응? 아. 뭐…….”
암살자를 신문하는 과정에서 독초를 사용하는 걸 보고 콜로렌스는 내가 약에 대한 지식이 빠삭한 줄로 착각하고 있었다.
물론 전문가급은 아니지만 「생활의 지식」으로 인해 상당히 알고 있기는 했다.
“공작님의 사죄에 대한 진실된 보상입니다. 드레이크의 세 번째 고환입니다.”
“…….”
“솔직히 남녀 성비가 1 : 10인 드레이크의 고환을, 그것도 세 번째 고환을 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귀한 건가?’
암컷 10 수컷 1이라는 성비 불균형을 가지고 있는 드레이크.
그중 수컷은 태어나서 단 한 번의 번식 활동을 한다.
첫 번째 고환에선 몸을 가지는 정자가, 두 번째 고환에선 영혼을 주는 정자가, 마지막으로 세 번째 고환에선 용의 세포를 주는 정자가 나온다고 한다.
성비 자체가 적고, 수컷 드레이크가 번식을 한 후면 고환에 깃든 능력도 사라진다.
거기에 수컷 드레이크가 죽으면 10마리의 드레이크가 태어나지 못하다 보니, 당금에 와서는 수컷 드레이크는 보호종이 돼버렸다.
“세 번째 고환을 그냥 먹으면 몸이 용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터져버릴 겁니다. 제 아는 지인이 약을 정제했습니다. 마침 좋은 약재가 있다고 하더군요.”
“그럼 그냥 먹으면 되는 건가?”
“도련님께선 마나를 익히지 못하시니 그냥 드셔도 상관없을 겁니다. 끽해야 신체 능력이 좋아지는 수준이지요.”
“…….”
회색빛의 영약.
고환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들으니 뭔가 입으로 넣기 꺼림칙……
“자자! 빨리 드시죠! 귀한 겁니다!”
덥석!
콜로렌스는 내 입을 벌리게 만든 뒤 그대로 입안에 영약을 집어넣었다.
“우웁!”
강제로 들어온 영약은 입속에서 사르륵 녹아내렸다.
꿀꺽.
영약을 삼키고 몸을 조금 둘러봤다.
“……생각보다 아무렇지도 않은데?”
“말했지 않습니까? 끽해야 신체 능력이 좋아지는 정도라고요. 몸을 움직이다 보면 무언가 변화가 있을 겁니다.”
“……음.”
뭔가 힘이 솟구치거나, 또 다른 힘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일말의 희망을 가져봤지만 허무하게도 진짜 아무렇지 않았다.
콜로렌스의 말대로 몸을 움직여 보아야 무언가를 알 듯싶었다.
“참. 오늘 새벽에 쳐들어온 암살자는 검에 마나를 주입할 수 있는 실력자였지요? 오러를 사용하는 암살자를 쫓아내다니…… 공작님과 검을 부딪치면서 무언가 깨달으신 게 있으신 겁니까?”
“그 정도 실력자와 검을 부딪쳤는데 아무것도 깨닫지 못하는 게 이상하겠지. 그 대가로…….”
나는 부서진 검을 꺼내 들었다.
“검이 부서져서 암살자하곤 몸으로 대화했지만.”
“몸? 설마…… 검을 사용하지 못한 겁니까?”
“그래. 검이 중간에 두 동강이 나버려서 제대로 싸우지도 못했다. 다만, 그 녀석도 제대로 싸운 것 같진 않더군.”
암살자는 예상 밖의 내 능력에 당황하여 잠시 달아났을 뿐이었다.
제대로 싸웠다면 승리를 장담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도 오러와 부딪쳐서 살아남았다는 게 중요한 겁니다. 저번에 말했다시피 오늘은 결투장에 가기 전 무기를 맞추고 가보지요.”
“무기? 콜로렌스 자네 돈 많은가? 나 돈 없다?”
“…….”
콜로렌스는 잠시 곰곰이 생각하다 이내 우리한테 다가오고 있는 베르아와 테스런을 바라보았다.
“테스런님?”
“네. 말씀하시죠, 콜로렌스경.”
“도련님의 훈련에 일정한 금액이 필요한데, 혹시 공작가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아. 마침 잘 됐군요. 도련님이 하루 동안 기절하셔서 말을 전하지 못했습니다.”
테스런은 잠시 목을 가다듬고 말했다.
“아이젠 공작님께서 가정교사들의 교육비, 식비 등 부모로서 당연히 지불해야 할 금액은 주겠다, 그뿐이다라고 말하셨습니다.”
“…….”
“쉽게 말하면 공작가의 지원은 식비와 교육비 그리고 약간의 생활비를 제외하면 드릴 수 없다는 겁니다.”
“난……. 가정교사가 많지 않은데?”
“예. 현재 도련님께서는 역사, 예법, 검법 그리고 제왕학만 수업받고 계시지요? 즉, 언어, 수학, 병법에 대한 교육비는 모아서 따로 사용하실 수 있다는 겁니다.”
“그게 총 얼마지?”
테스런이 말한 금액은 터무니없는 적은 액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