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sen by the Hero King, the Second Life of the Illegitimate Child RAW novel - Chapter (29)
29화. 드루이드
멸망에서 벗어나는 비율이자, 내가 죽을 운명에서 멀어지는 걸 알려주는 비율이기도 하였다.
저번에 비율을 정산받고 나서 내가 한 일이라곤 그저 결투장에서 이긴 것뿐이었다.
‘로디릭의 암살자를 죽이고, 결투장에서 이긴 것만으론 운명이 이렇게까지 많이 변하진 않을 것 같고…..’
운명을 정산할 때마다 한 가지 의문점이 든 부분이 있다.
우선, 내 운명이 변할 때는 비율 폭이 그리 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상의 운명에 간섭했을 때나 비율의 폭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에리나 때문인 것 같네.’
에리나가 조직으로 들어가지 않았기에, 나는 S급 카드를 얻어 「검의 진리」를 얻었고 이는 내 운명에도 크나큰 변동이 되었다.
조직에 대신 들어갔다는 것 자체만으로 세상의 운명은 크게 요동쳤다는 것이다.
‘거기에 결투장에서는 에리나가 보낸 기사와 싸웠고, 오늘 아침에 찾아왔지.’
기사와의 싸움에서 나에 대한 설명을 들어 무슨 심경의 변화가 생겨 아침부터 찾아왔다는 것인데, 그게 중요한 원인인 것 같았다.
과거 세계를 구한 영웅이 나를 보고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다는 것이다.
‘아무튼 간에 수업을 받으려면 시간이 남았으니, 열어보는 게 좋겠네요.’
나는 상태창에 들어가 【영웅 뽑기】를 클릭하였다.
-띠링!
[S급 영웅 에 당첨되셨습니다.]그 순간 나는 의식 속으로 몸이 빨려 들어갔다.
***
내가 눈을 떴을 때 나는 행성의 어딘가에 서 있었다.
그저 가만히. 풀뿌리 하나 없는 삭막한 대지 위에 서서 멍하니 세상을 바라볼 뿐이었다.
[[성향]에 해당되는 능력인가?]보통 이렇게 영웅이 있는 세상에 오는 능력들은 [성향]에 해당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곳은 생명이 없나?]행성에 오자마자 내가 느낀 점은 너무나 고요하다는 것이었다.
생명의 기척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고요한 대지 위에 서 있는 것만으로 정신이 아득해졌다.
잠시 허공을 본 것뿐인데 정신이 미쳐 돌아갈 것만 같았다.
[아무것도 없는 세상이란….. 이런 건가?]영웅왕이 원래 하얀 방에 들어가면 위험하다고 말합니다.
하얀 방이 뭐 하는 곳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나는 걸음을 옮겼다.
고작 몇 걸음 옮긴 것뿐이지만 나는 이 세상의 전체를 둘러볼 수 있었다. 그리고 느꼈다. 이 세상은 이미 죽어있다는 것을.
[지옥이네요.]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던 것 같았다.
영웅이 보이지 않는 것 이전에, 애초부터 모든 생명이 사라진 행성에 오는 것 자체가 처음이었다.
영웅이란 동경심이다.
능력을 터득할 때마다 영웅이 몇 명을 구원했는지 나오고, 그 구원받은 자들로부터 입에 오르내리며 영웅으로서 완성되어 간다.
그것이 아니라고 해도 자신이 모르는 사이 세상을 구해 영웅이 된 경우도 있는데, 그 같은 경우도 일단 ‘누군가를 구원’하거나 ‘누군가를 위한 행동’이 뒤따른다.
이런 생명이 하나도 없는 곳에서 영웅이 탄생한다는 것 자체가 가능하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정말 아무도 없는 건가?]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앞으로 쭈욱쭈욱 나아갔다.
고작 몇 걸음만으로 세상을 전부 돌아다녔음에도 생명체라 불리는 존재는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대지에 귀를 대보았지만 고요했다.
결국 나는 해답을 듣고자 영웅왕을 불렀다.
[영웅왕님….. 영웅은 어디 있는 거예요?]영웅왕이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가끔은 하늘도 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늘?]고개를 위로 올려 하늘을 바라보니, 그곳에는 무수히 많은 별들이 있었다.
마치 계곡처럼 은하수의 별들이 흐르는 밤하늘을 바라보자 어째서인지 모르지만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갑자기 밤하늘을 빼곡히 채워놓았던 별들이 일제히 폭발하기 시작했다.
-우르르르르릉!
대지가 요동치듯 흔들리기 시작한다.
어차피 나는 영웅의 기억 속에서 그 무엇도 느낄 수 없지만, 시야가 서서히 흔들리는 것으로 보아 내가 서 있는 세상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은 세상이나 행성 따위로 불릴 만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건…. 설마……]내 시야는 수없이 바뀌기 시작했다.
지금에서야 깨달았다. 행성에 서 있던 것이 아닌 그저 작은 돌덩이 위에 서 있었던 것이다.
하늘에 있는 수많은 은하수들 또한 실제 별이 아니었다.
계속해서 시야가 바뀌며 이곳이 현실이 아님을 인지하게 되었지만, 결국에는 이 세상의 정체를 파악하지 못하였다.
[여긴 대체….. 여긴 대체 어디죠?]나는 결국 영웅왕한테 답을 구걸했다.
영웅왕이 이곳은 하나의 전장이라고 말합니다.
영웅왕이 이곳은 하나의 심상 세계이며, 그 심상 세계가 현재 파괴되어 가고 있다고 말합니다.
[심상….. 세계?]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말이었다.
영웅왕이 심상 세계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근본의 세계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합니다.
영웅왕이 심상이라는 건 자신의 마음의 세계, 즉, 사람의 근본을 이루는 세계라며….. 이건 나중에 설명하겠다며, 복잡해진 머리를 부여잡고 끙끙거립니다.
영웅왕이 이 나이가 되면 머리가 점점 굳어서 큰일이라고 말합니다.
영웅왕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세계는 서서히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마치 유리창이 깨지는 것처럼, 세계의 벽을 이루는 것들이 서서히 무너져 내리더니 시야가 밝아지기 시작했다.
밝아지는 시야는 서서히 붉어지기 시작했다.
마치 불의 터널 안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모습을 드러낸 건 모든 세상이 타오르는 세계였다.
그리고 그곳에는 키가 150cm로 보이는 초록색 머리카락을 가진 남성과 온몸이 타오르고 있는 인간이 있었다.
서로 적인지, 눈에는 살기를 띠고 있었다.
[저자인가….. 심상 세계라는 걸 만든 영웅이……]키가 작고 초록색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는 남성이 이 기억을 가진 영웅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앞에 있는 불타오르는 남성과는 다르게 그의 눈에는 신념이 보였다.
「강하구나….. 드루이드여.」
-화르르르르륵-!!!!!
거대한 덩치를 가지고 있는 정체불명의 생명체의 몸이 더욱 타오르기 시작했다.
짙은 화염이 감싼 그의 몸은 보는 것만으로도 몸에 식은땀이 흐를 것만 같았다.
「하지만 너의 능력은 나한테 통하지 않는다. 너의 몸을 이루는 것, 너의 힘이 되는 것, 너의 근본이 되는 것….. 너는 나를 이기지 못한다.」
상성의 차이라고 해야 할까?
그의 몸은 서서히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스스로 허물어졌음에도 그의 몸에서는 생명이 요동쳤고, 더욱더 몸이 진화되기 시작했다.
-크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
비교적 인간의 모습에 가까웠던 타오르던 몸이, 서서히 무언가의 형상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드래곤……!]그 어떤 존재라도 무력하게 보일 것만 같은 거대한 현상이 눈앞에 드러났다.
“드래곤…… 이라…..”
그제야 남성의 목소리가 귀에 울려 퍼졌다.
거대한 드래곤의 모습을 보았음에도 두려움 하나 없는 눈동자로 그저 무심히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불의 조형인가.”
그들의 대화는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만으로 무슨 내용인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남성은 방금의 모습으로 적의 능력을 어느 정도 파악했는지, 들고 있던 자신의 두 배나 되는 거대한 도끼를 뻗어 드래곤으로 변한 적을 향해 겨누었다.
“그 모습….. 그렇군. 지금까지 네가 죽여왔던 것들인가?”
[…..!]그렇다면 적은 드래곤을 죽였다는 이야기가 된다.
하지만 그 말이 사실인지 그는 드루이드라 불린 존재의 말에도 아무 말 없이 입꼬리를 올려 웃음을 보일 뿐이었다.
「너의 모든 것은 이미 죽었다.」
드래곤으로 변한 존재는 서서히 입을 벌렸다.
「너를 이루는 것들은 전부 불타 소멸되었다.」
-화르르르르르르르륵-!!!!!
행성을 불태우던 불들이 거세게 일어나기 시작했다.
「너의 심상은 나를 가두지 못했다.」
거세게 일어났던 불이 서서히 벌어진 입으로 향해 흡수당하기 시작했다.
드루이드라 불리는 남자가 서 있던 대지 자체를 영원히 파괴하려는 것인지, 서서히 몰려드는 불은 설사 신이라 불리는 이들조차도 소멸시킬 것만 같았다.
「너의 힘을 이루는 것조차 모두 죽었으며」
서서히 압축되기 시작하는 불꽃에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켜야만 했다.
「너는 현재 아무것도 아니다.」
그 말을 끝으로 드래곤의 입에서 한 줄기의 불길이 뿜어져 나왔다.
-크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
빛의 속도로 뿜어져 나오는 불길을 향해 드루이드는 그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아니, 행동이라면 행동일까? 드루이드는 다가오는 불을 향해 천천히 손을 뻗을 뿐이었다.
“너의 능력이 불이라면……”
-화르르르르륵……
「…..!」
[……!]그 장면은 내가 예상은 그 어느 것보다도 뛰어넘는 장면이었다.
드래곤이 내뿜은 불이 마치 아기 고양이처럼 드루이드의 몸 주위에 다가오자 점점 가라앉기 시작하더니, 자유롭게 주위를 돌아다녔다.
「어…..떻게?」
지금까지 드루이드라는 남성한테 공격을 해왔던 드래곤은 경악했다.
아까는 공격을 당해 죽음 직전까지 몰아붙였던 사내가 갑자기 자신의 공격을 막아내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침입자여, 그대가 얼마나 강한지, 얼마나 자신의 능력에 자부심이 강한지 알겠다. 허나…..”
-화르르르르르르르륵-!!!
드루이드의 몸 주위에 있던 불들의 색이 점점 초록색으로 물들어 갔다.
초록색으로 물든 불들은 남성이 들고 있는 도끼 안으로 서서히 흡수되어 가더니, 이내 드래곤의 몸을 불태우던 불조차도 흡수하기 시작했다.
“내 심상을 불태웠다고?”
그 순간 세계가 변하기 시작했다.
불타던 대지에 서서히 새싹이 피어나기 시작하더니, 이내 울창한 숲으로 변하였다.
고도가 높아지고 아까 보았던 계곡을 이루는 별들이 하늘을 빼곡히 장식했다.
“네가 드래곤을 죽였다고?”
-쑤우우우욱!
대지에서 흘러나오는 식물들이 천천히 드래곤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꽈아아아아악!
느리게 다가오는 식물임에도 그는 움직이지 못하고 그저 속박당할 뿐이었다.
“고작 신의 파편 하나 가지고 오만 떠는 꼴이 퍽이나 우습구나.”
도끼를 감싸고 있는 초록색 불은 이내 남성의 몸 안으로 흡수되기 시작했다.
그러자 도끼는 서서히 작아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작은 손도끼로 변하였다.
드루이드라 불리는 남성의 모습은 그대로였으나, 그가 불을 흡수하여 더욱 강한 힘을 가지게 되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작아진 도끼 그리고 남성의 몸에서 지금껏 느끼지 못했던 위압감을 느꼈다.
[이건……]과거에 단 한 번 느낀 적이 있었다.
「검의 진리」를 얻었을 때 아리스한테서 느껴졌던 역천(逆天)의 기운이라는 걸 아직 로크는 알지 못했다.
“내 힘을 이루는 건 파괴되지 않는다. 기억이 이를 증명하고, 심상이 이를 바탕으로 한다.”
드루이드는 들고 있던 도끼를 천천히 휘둘렀다.
-서—–걱-!!!!!
그 순간 세상이 갈라졌고 나는 기억 속에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