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sen by the Hero King, the Second Life of the Illegitimate Child RAW novel - Chapter (33)
33화. 명상
영웅왕님한테 지금 꾸었던 꿈에 대해서 말하였다.
지식이 많은 영웅왕님이라면 지금 내가 꾼 꿈에 대해서 무언가 알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른 능력들은 앞에 등급이 있던 것과 다르게, 「드루이드의 육신(미완)」은 등급이 없었고 내 몸에 존재하던 「마나불신체」에 스며들었다.
‘그렇게 나쁜 꿈은 아니었지만요.’
영웅왕님도 확신은 하지 못하는 것 같으셨다.
하지만 나는 영웅왕님의 말이 맞다고 생각된다.
‘아스텔은 분명 꼬마의 모습이었지.’
「드루이드의 육신」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능력이다.
그렇다 보니 아스텔이 미숙한 시절에 있었던 기억이 스며들어 온 것일 수도 있었다.
거기에 아스텔의 육신이 스며들면서 그랬다는 말도 맞는 말인 것 같았다.
‘나를 알아봤어.’
마치 내 육신에 들어온 또 하나의 영혼처럼 아스텔은 나를 바라봤다.
하지만, 영혼이 육신을 만질 수 없는 것처럼 나를 만지지 못했다.
‘자연과 순응이라…..’
지금까지 영웅의 능력들 중에서 자연의 힘을 다루는 것들이 있었다.
굳건한 대지의 힘으로 신체의 일부를 단단하게 만든다든가, 몸에 흐르는 흐름을 이용하여 상대의 공격을 막는다든가, 폭풍의 강렬함을 한 발에 담아 이동한다든가.
‘그것들을 제대로 다룬다고 생각하는데…..’
아스칼은 그것들을 활용만 하고 있다고 했다.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연과 순응하여야만 했는데, 그 방법을 아스텔이 가르쳐 준 느낌이었다.
‘근데….. 마지막 말은 대체 뭐지?’
[너는 무엇을 따라가는 거야?]말 전부가 전부 이상했다.
‘내가 무엇을 따라가다니?’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이 말을 듣자마자 딱 하나 생각난 것이 있었다.
그건 어제 콜로렌스한테 들었던 「근본 사상」에 대해서였다.
‘그놈의 근본이 대체 뭔데?’
콜로렌스는 자신의 근본을 찾으라고 했다.
자신의 근본을 회상하고, 자신의 육신을 바탕으로 삼는 그 근본을 떠오르며 검을 휘두른다.
‘잠깐만…..’
그 순간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장면이 있었다.
방금 기절하기 직전에 콜로렌스가 보여주었던 검 긋기가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콜로렌스의 별명이……’
훗날 72영웅이라 불리는 존재들은 각자마다 별명이 있었다.
백설마녀라 불리는 마르가레와 재앙의 마녀라 불렸던 에리나.
미래에 이들은 유일한 희망이었고, 사람들은 이들의 활약을 안주삼아 별명을 지어주었다.
‘문 나이트’
달의 기사.
삼류 용병이었던 나는 여러 전장을 돌아다녔지만, 내 주제에 맞게 험난한 전장을 돌아다니지 않았다.
비위가 가장 상하기는 했지만 안전한 경우가 많은 마르가레의 전장을 자주 다녔다.
반대로 에리나의 전장은 너무 험난했기에 한 번도 참여하지 않았다.
콜로렌스의 역할은 여러 가지가 있다 보니 험난한 전장도 있었지만, 내가 참여해도 괜찮을 정도의 전장도 있었다.
아주 멀리서 그를 본 적이 있었고, 가까이서 콜로렌스를 본 사람들은 마치 달의 신한테 선택받은 ‘가즈나이트’ 같았다고 말하였다.
그렇게 콜로렌스의 별명은 문 나이트가 되었다.
‘오러가 퍼지는 그 기분….. 분명 달빛이 흩어지는 것 같았지.’
그 느낌과 콜로렌스가 마지막에 한 말을 종합해보면, 콜로렌스는 자신의 근본을 달에서 찾았다는 건가?
‘아스텔도 누구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무엇을 따라가냐고 말했어. 근본이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건가?’
나는 점점 생각이 깊어졌지만, 애석하게도 그 생각은 깊지 않았다.
“…..실천해봐야겠지.”
스피릿 브레이크를 아무도 익히지 않는 이유는 영혼이 박살 날 정도로 힘들기 때문이라고 들었다.
“모르면 몸으로 때우는 게 정답이겠죠.”
***
로크의 몸 전체가 진탕이 되자, 콜로렌스는 마르가레한테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
임무 때문에 한동안 이곳에 있어야 하는 마르가레는 조직의 막내를 그냥 내버려 둘 수 없었기에 흔쾌히 승낙하였다.
마르가레는 연금술사다 보니 조직 내에서도 여러 가지 약물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했다. 다만, 지금 시대의 마르가레는 세상에 드러나기에는 윤리적으로 좋지 않기에 음지에서만 다녔다.
“심해도 너무 심했어~”
마르가레의 말에 콜로렌스는 들고 있던 책을 잠시 내려놓았다.
“어쩔 수 없었다…..라는 게 맞는 말이겠지. 스피릿 브레이크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 못하니까.”
“콜로렌스도 모르는 게 있네~?”
“스피릿 브레이크는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쉽게 대성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이 시대의 콜로렌스는 방랑기사로서 세상을 여행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이는 틀린 말이 아니지만, 조직의 초대 일원으로서 세상을 여행하며 임무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런 콜로렌스조차도 스피릿 브레이크에 관해서 자세히 알지 못했다.
“예전에 스피릿 브레이크 사용자와 만났다고 하지 않았어~?”
“……만났지. 한 번이지만.”
만난 것뿐이겠는가?
만나서 싸우기도 했고, 직접 죽이기까지 했었다.
그 사람이 콜로렌스가 만난 유일한 스피릿 브레이크 사용자였다.
물론 살아오면서 몇 명을 더 만나기는 했지만, 그들은 전부 가볍게 몸이나 풀자는 식으로 익힌 것일 뿐 그 경지가 높지 않았다.
「마나불신체」이면서도 어느 정도 대성한 스피릿 브레이크는 그자가 유일했다.
“당시 죽이지 않았으면 내가 죽었어.”
스피릿 브레이크 사용자는 굉장히 강했고, 요상했다.
악행을 저지르는 자가 아니었다면 조직에 들어올 것을 권유할 정도로 굉장한 실력자였다.
“분명~ 주먹을 쓴다고 했던가~?”
“그래. 온몸을 마치 무기처럼 사용했지.”
강철같은 육신은 오러를 두른 검으로 아무리 두들겨 봤자 겨우 생채기나 낼 뿐이었다.
그의 손은 웬만한 칼날보다도 날카로웠으며, 그의 발은 마치 황소처럼 빠르고 사나웠다.
당시 콜로렌스가 소드마스터를 문전에 두지 않았더라면 지금 상황이 반대로 되어 있었을 것이다.
“이후에 스피릿 브레이크에 대해 많이 조사해봤지만, 그 남자만큼 올랐다는 기록이 없다.”
“전부 사라지게 한 거겠지~?”
“그래.”
스피릿 브레이크는 한때 이단이라고 불리던 무술이므로, 기술이나 비전이 전부 사라진 상태였다.
그렇기에 콜로렌스는 로크를 한계의 한계까지 굴릴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남겨져 있는 자료들에는 항시 ‘스피릿 브레이크는 한계 속에서 각성한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조사하고 있던 책에서도 그와 비슷한 문구가 적혀 있었다.
“세상 어딘가에 존재할 수도 있지만, 스피릿 브레이크에 대해 아는 게 없는 이상, 그때 봤던 그 녀석처럼 도련님은 스스로 성장할 수밖에 없다.”
콜로렌스도 이게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기사들이 익히는 오러의 방식과 그나마 남겨져 있는 기록들을 합하여 도련님한테 조언을 해줄 뿐이었다.
“치료는?”
“끝났어~ 최근에 얻은 그레이트 옥토퍼스의 심장이 없었다면 솔직히 위험했어~”
콜로렌스는 내려놓은 책을 잠시 바라본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또다시 시작해야지.”
“조금 쉬게 해주는 게 좋지 않아~? 저러다 정말 죽을 수 있겠는데~?”
“…..앞으로 4일이다. 그때까지 되지 않는다면 다른 방법을 모색해봐야겠지. 너는 이만 사라지도록 해.”
“후훗~! 그럼 저녁에 보자고~”
마르가레는 저번처럼 공간이 일그러지며 모습을 감추었다.
잠시 마르가레가 서 있던 자리를 바라보던 콜로렌스는 로크의 방으로 향했다.
과외를 진행하는 가정교사들한테는 미안하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었다.
조직이 콜로렌스한테 쥐여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벌컥.
“도련님 다시 신나는 수련 시간을……”
로크의 방문을 노크도 없이 들어간 콜로렌스는 아무도 없는 방안을 멍하니 바라봤다.
“…..내가 잘 못 봤나?”
눈을 비비고 다시 방을 바라봤지만 침대 위에 누워있어야 할 로크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있었다.
“…..설마.”
에이 그럴 리가.
어린아이도 아니고, 수련이 힘들다는 이유만으로 그렇게 하겠는가?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로크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콜로렌스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토낄 줄은 몰랐는데….. 못 말리는 도련님이군.”
***
위디아 공작가 저택 뒤쪽에는 작은 산이 하나 있었다.
물론 동산 같은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산이었지만 아무튼 이곳은 위디아 공작가의 모든 사람들이 애용할 수 있는 식량을 보충하는 곳이기도 하였다.
지형적 특성 때문에 강한 몬스터는 살지 않았고, 그들이 공작령으로 내려와도 사용인들한테 위협이 되지 않을 수준이었다.
몬스터가 없다 보니 순한 동물들이 번식을 많이 하며 자유롭게 살아가는데, ‘사냥꾼’이라 불리는 자가 이곳에 있는 짐승들을 사냥하여 고기를 공작가에 납품한다고 들었다.
‘반찬 투정할 때 얼핏 들은 거지만.’
감자 몇 개가 떠 있는 스프와 딱딱한 빵이 일상이었던 과거.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몇십 번 먹으면 질리기 마련이다. 나는 그런 식단을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오랫동안 먹어왔다.
그렇기에 아주 어릴 때 투정을 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테스런이 사냥꾼에 대한 존재를 짧게나마 말해주었다.
“저어….. 괜찮으시겠어요?”
나를 이곳으로 안내해준 메이드 리사는 살짝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뭐가 걱정이지?”
“이 산은 공작님의 허락이 없으면 들어갈 수가…..”
“나는 공작가의 사람이기 이전에, 공작가의 사람이 아니니까 굳이 허락을 맡을 필요 없지 않아? 뭐. 걱정되면 뛰어가서 알려주든가. 아무튼 수고했어. 이만 가봐.”
“네에…..”
리사는 걱정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러났다.
보통 메이드라면 걱정된다며 같이 남아있겠다고 했겠지만, 애석하게도 리사는 내 사용인이 아니었다.
그렇다 보니 이 일을 보고하려고 가야 할 것이다.
‘아스텔의 기억 속에서 봤어요. 자연과 소통하는 모습을요.’
물론 나도 이게 맞는지 모르겠다.
다만,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고수들은 명상을 즐겨 한다면서요? 이런 자연 속에서 명상하면 그럴듯하지 않을까요?’
‘그건 무리고요. 아니….. 어쩌면 그래야 할 수도 있겠네요.’
아무것도 먹지 못한 지금, 솔직히 의식을 유지하는 것도 겨우였다.
여기에 무언가를 알아낼 때까지 집중해야 하다 보니 어쩌면 죽을 수도 있을 거란 생각까지 들었다.
‘휴우. 그래도 뭐라도 해봐야죠.’
산에 올라갈 힘은 없었지만, 그래도 천천히 산에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