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sen by the Hero King, the Second Life of the Illegitimate Child RAW novel - Chapter (37)
37화. 사냥
영웅왕님이 잠을 주무시러 사라지고, 나는 일단 편지 봉투를 고이 주머니에 넣었다.
‘밥이나 먹을까?’
기절한 지 4일이 지났지만 신기할 정도로 몸에 기운이 넘쳤다.
‘경지를 이루어서 몸에 기운이 넘치는 건…… 아니, 그건 너무 성급한 판단이야.’
오러를 이룬 기사는 다른 사람들보다 오랫동안 굶을 수 있다고 듣긴 했다.
몸에 축적된 마나를 에너지 삼아 오래 산다고 듣긴 했는데, 나는 마나를 익히지 않았으니 가망 없는 이야기였다.
‘다른 이유로 에너지가 생길 수도 있지만 우선 밥부터 먹자.’
기운이 넘쳐도 배가 고프지 않은 건 아니었다.
밥을 먹고 싶었지만, 아침 식사 시간은 이미 지난 지 오래였다.
‘메이드한테 달라고 부탁해볼까?’
일단 자리에서 일어나 문밖으로 나갔다.
언제나 똑같은 따사한 햇살이 온몸을 부딪쳤지만, 로크는 오히려 미간을 찌푸렸다.
‘뭔가….. 분위기가 이상한데?’
평소와 같은 다를 바 없는 공작가였지만 어느 정도 자연의 기운을 느낄 수 있게 된 로크는 공기의 흐름이 미묘하게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나하곤 상관없는 일이겠지.’
잠깐 주춤하긴 했지만 이내 나는 부엌으로 향했다.
지금에야 식당에서 밥을 먹지만, 불과 며칠 전만 부엌에서 밥을 먹었기에 찾아가는데 어렵지 않았다.
부엌에 들어가자 검은색 머리카락을 가진 메이드 사나가 그릇을 정리하고 있었다.
“사나.”
“도, 도련님?”
공작가의 혈통은 사용인들이 일하는 부엌에 들어가는 건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었다.
물론 로크는 그 사실을 모른다.
애초에 부엌 바로 옆에 있는 문만 들어가면 식당이다 보니 로크한테는 상관없는 사실이지만, 평소 공작가에서 일하던 사나는 공작가의 혈통이 부엌 안으로 들어오자 당황했다.
“여, 여긴 어쩐 일로…..?”
사나의 말문이 떨리자 로크는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뭘 그렇게 떨어? 그냥 먹을만한 음식 있나 온 건데.”
“으, 음식이요?”
“응. 방금 일어나서 배고파.”
“아….. 그럼 저희를 불러주시지…..”
“귀찮게 뭘 불러? 그보다 음식 없어? 뱃가죽이 푹 꺼져서 내장이 찌그러들겠는데.”
“예, 예? 배, 배가요? 그럼 심각한 거잖아요! 얼른 신관한테 가보셔야…..”
“그냥 농담으로 말한 건데 뭘 그리 진지하게 받아들여?”
뱃가죽이 등에 달라붙는다는 말엔 귀족들은 절대 사용하지 않는 말이었다.
용병들이 배고플 때마다 하는 말이다 보니, 사용인이긴 하지만 준귀족인 사나는 이런 말을 들어 본 적이 없을 것이다.
“아무튼 음식이나 줘봐.”
“지금 당장 준비해드릴게요! 자,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그냥 남는 거 줘도 돼.”
“예, 예?”
리사와는 다르게 사나는 조금 덤벙거리는 성격이 있는지, 말할 때마다 계속해서 당혹스러운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괜찮으니까 그냥 줘.”
“그래도…..”
“배고파서 죽으면 사나가 책임질 거야?”
사나는 잠시 망설이더니 이내 식어버린 스프를 접시에서 푼 다음, 이내 옆에 있던 눅눅해진 빵을 스프 옆에 놓았다.
빵에 스프를 푹 적시는 행동 또한 귀족가에 어울리지 않은 행동이지만, 평소 로크가 어떻게 음식을 먹는지 알고 있던 사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런 식으로 음식을 준비했다.
“잘 먹을게.”
예상대로라고 해야 할까.
로크는 아무렇지도 않게 부엌 식탁에 앉아 대충 숟가락을 들고 스프를 먹었다.
“스프에 고기가 많이 들어가 있네?”
“네에….. 테스런님이 도련님이 일어나시면 기력이 없으실 거라고 ‘사냥꾼’한테 의뢰해서 고기를 조금….. 사 오셨어요.”
“사 왔다? 테스런이 자기 돈으로?”
“그, 그게…..”
“…..내 돈으로 사왔구나.”
“네에…..”
가기 전에 콜로렌스가 남은 돈을 주고 간 듯싶었다.
그건 나중에 다시 찾도록 하고, 일단 나는 음식을 먹는 데 집중했다.
‘확실히 고기가 체력회복에는 좋아.’
무엇보다 맛있었다.
‘문제는 고기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단 말이지.’
메일 내가 머무는 거주 공간으로 일정한 식량이 들어온다.
말 그대로 일정한 식량이었기에 그 양은 그저 평범한 사람이 평범하게 먹을 수 있는 정도였고, 더 먹으려면 메이드나 테스런이 적게 먹는 방법밖에 없었다.
거기에 오는 식량 중에서 고기는 스프에 넣으면 조금 보일 정도로 적었다.
양을 늘리기 위해 식량을 더 달라고 요청해도 고기는 오지 않을 확률이 높았다.
“고기를 구하려면 역시 직접 잡아 오는 방법밖에 없나?”
“네, 네?”
“흐음……”
나는 스프를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었다.
‘부족해.’
스프의 양도 상당히 많았고, 거기에 빵도 먹었지만 매우 부족하다고 느꼈다.
‘하긴, 요즘에 체력 채운다고 그렇게 먹었는데 위가 늘어난 거겠지. 거기에 이제 콜로렌스도 없어.’
남겨진 편지로부터 콜로렌스는 이제 임무 때문에 떠난다는 말이 적혀 있었다.
그렇기에 내 검술 교관이 또 올 것인지, 아니면 본격적으로 제왕학을 가르칠 교사가 또 올 것인지 알지 못했지만.
‘음식은 많이 먹어야 해.’
굳이 「신의 미각」이 발동되지 않더라도 부가적인 효과로 인해 에너지가 많은 음식을 먹으면 체력이 회복된다.
그리고 그 에너지 효율을 가장 잘 끌어올리는 건 디저트였다.
‘조그마한 과자 주제에 웬만한 고기를 먹는 것보다 체력이 올랐지?’
단맛은 귀하다.
에리나와 밥을 먹을 때 단맛이 들어간 것들을 먹었는데, 고기와 비슷한 무게를 먹더라도 몇 배나 넘는 에너지를 주었다.
‘아무튼 간에 나 스스로 훈련을 하려면 에너지 많은 음식은 필수적이야.’
기본과 체력이 적다고 느꼈다.
아카데미에 가기 전에 부족한 부분을 보강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많은 음식이 최고인데, 단맛 나는 음식을 공작가가 줄 리가 없으니 답은 고기밖에 없었다.
“쓰읍….. 사냥이라…..”
“사, 사냥이라니요? 예? 어디서요?”
나는 사나의 말을 무시하며 곰곰이 고민했다.
‘옛날에 배고파서 빅 마우스를 구워 먹은 적이 몇 번 있기는 했는데, 아무래도 그런 걸로는 체력이 회복될 것 같지는 않고…..’
잠시 생각을 맞춘 나는 옆에서 당황하고 있는 사나를 바라봤다.
“고기를 더 구하려고 하는데, 아무래도 답이 사냥밖에 없는 것 같아. 어떻게 생각해?”
“그, 글쎄요? 보통 고기를 더 드시고 싶으시면 공작가에 문의하는 방법밖에 없어요. 그럼 공작가에서 고기양을 늘려서 추가해주는데…..”
“해줄 리가 없으니까. 한다고 해도 지금처럼 돈 주고 사야겠지.”
“그, 그렇다 해도 안 돼요! 산이 얼마나 위험한데요! 거기에 사냥꾼이 산에 들어가지 못하게 막고 있어서 들어갈 수도 없다고요!”
“난 저번에 들어갔었는데?”
“…..네?”
그 말에 사나는 허둥지둥하더니 다시 말했다.
“그, 그럴 리가 없는데….. 언니가 사냥꾼이 지키고 있으니까 함부로 가지 말라고 했는데…..”
“아무튼 간에 직접 사냥해오는 수밖에 없겠네. 설마 사냥해오는 것도 먹지 말라고 하진 않겠지.”
가축이 아니니까 뭐라 할 리가 없었고, 사냥꾼 또한 내가 봤을 때 그냥 무섭기 때문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소문이 있는 것 같았다.
“뭐. 못 들어가게 하면 사냥꾼한테 조금만 달라고 하면 되겠지. 아무튼 걱정하지 마. 스프 잘 먹었어.”
“진짜 가시게요?”
“응. 걱정하지 마. 내가 튼실한 놈으로 잡아 오면 저녁에 고기 파티나 하자.”
그 말에 사나의 얼굴이 환해졌다.
사용인들 또한 고기를 먹고 싶지만 지정된 음식만 먹을 수 있다는 공작가의 규율이 있기에 많이 먹지 못했다.
생각해보면 이곳은 공작가에서 유일하게 규율이 통하지 않는 곳이니 상관없으리라.
“마, 맛있는 녀석으로 잡아 오세요! 꼭이요!”
“그래그래.”
사나한테 대충 손을 흔들어준 뒤 산으로 향했다.
***
한 번 와봤던 산이기에 다시 찾아가는데 어렵지 않으리라 생각했지만, 생각해보니 공작가에 익숙하지도 않았고 무엇보다도 당시 비실비실한 상태로 갔기에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그래서….. 왜 못 들어가는 건데?”
어찌저찌 도착하기는 했지만 그 이상으론 갈 수 없었다.
산 입구에서 여러 동물의 가죽으로 옷을 입은 큼직한 덩치를 가진 남성이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허락 받고 와야 한다.”
“누구한테?”
“공작.”
“나 그 공작 아들내미인데 그냥 들어가면 안 돼?”
“후계자. 미하엘 공자.”
“아니 그건 그런데…… 그냥 들어가면 안 돼?”
“안 된다. 꺼져라.”
“쓰읍……”
나는 땅이 꺼지라 한숨을 내쉬었다.
“저번에는 없어서 그냥 들어갔는데, 왜 이번에는 막는 건데?”
“네가 들어간 날. 나. 공작 안내해야 했다. 그러니 들어갈 수 있었다. 너. 바위에 자고 있었다. 그래서 그냥 내버려 둔 것뿐이다.”
“흐음…..”
“원래라면 잡아다 던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강대한 기운. 느껴졌다.”
사냥꾼은 내가 산에서 명상을 하던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당시 콜로렌스가 근처에서 나를 지키고 있었는지 사냥꾼은 근처로 다가오지 못한 듯 했다.
“아…. 좀 안 돼? 고기 몇 kg만 주면 된다니까?”
“안 된다. 꺼져라. 명령 못 받았다.”
“…..쓰읍.”
산에 들어가거나 고기를 얻으려면 공작의 명령이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그게 가능하겠는가.
‘공작령을 나가서 가는 건 너무 머니까….. 유일하게 고기를 얻을 수 있는 곳이 여기란 말이지.’
사나와의 약속도 있었다 보니 그냥 가고 싶지 않았다.
‘몰래라도 들어갈까?’
그런 내 생각을 읽었는지 사냥꾼은 무심한 눈으로 말했다.
“몰래 들어가면. 공작한테 말한다.”
“칫.”
어쩔 수 없나?
할 수 없이 돌아가려는 찰나에 누군가 산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한 명은 자신과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 여자아이였지만 신기한 은색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고, 또 한 명은 메이드인지 소녀의 뒤를 따라왔다.
‘…..실비아인가?’
위디아 공작가는 대대로 금색 머리카락이 많았기에, 로크 또한 금색 머리카락에 푸른색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 위디아 공작가에서 은색 머리카락이라고 하면 실비아밖에 없었다.
은색 머리카락 자체가 굉장히 희귀한 머리카락이라고 들었기에 다른 사람이 생각나지도 않았다.
“허가증이야.”
실비아는 공작한테 받아온 통행증을 사냥꾼한테 보여주었다.
사냥꾼은 통행증을 보자마자 고개를 끄덕였다.
“나이가 어리다. 그러니. 같이 간다. 불만 있나?”
“없어. 애초에 그러려고 온 거니까.”
그러더니 사냥꾼은 또다시 나를 바라봤다.
“너도 간다.”
“…..응? 갑자기?”
“내가 없는 사이. 너. 몰래 들어갈 수 있다. 잽싸다. 그러니 같이 간다. 공작 허가증 있다. 가도 상관없다.”
“그럼 나야 좋지. 사냥은 해도 돼?”
그 말에 사냥꾼은 고개를 저었다.
“사냥 안 된다. 다만. 이 여자가 잡은 건. 가져가도 된다.”
“오오?”
“물론. 이. 여자한테 허락받아야. 가능하다. 허락 안 하면. 죽은 고기. 공작가에 납품한다.”
그 말에 실비아는 미간을 찌푸렸지만 이내 할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할 수 었죠. 못 따라오면 버리고 갈 거예요. 알겠나요, 로크?”
“응? 나를 알고 있네?”
“모를 리가 없죠. 그리고 더 이상 말 걸지 마세요. 그리고 고기는 공작가에 납품하고 남은 고기만 가져가도록 하세요.”
그러더니 나를 무시하며 사냥꾼한테 다가갔다.
“지금 당장 들어가요.”
“알겠다.”
나는 그들의 뒤를 따라 산 안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