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sen by the Hero King, the Second Life of the Illegitimate Child RAW novel - Chapter (4)
4화. 검술 교관 (2)
위디아 공작가는 다른 귀족들과는 달리 사용인들마저 품위와 규칙을 지켜야 할 정도로 규율에 무척 까다로웠다.
할스는 그런 위디아 공작가에 적응하지 못했고 결국에는 자신보다 계급이 낮은 병사들을 상대로 수십 차례 폭행을 행사했다.
강한 자에겐 찍소리도 못하고 약한 자에겐 함부로 대하는 할스의 성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꼬리가 길면 잡히듯 그간의 행실이 수면 위에 드러난 할스는 위디아 공작가에서 퇴출당할 위기에 처했었다.
‘전대 공작님과 위대한 공작가에 충성한 그대의 아비를 생각해 마지막 기회를 내리지.’
아이젠 공작도, 공작가를 책임지는 총관도, 검술 교관장도 아닌 한낱 집사가 와서 말했다.
‘막내 도련님을 가르쳐라.’
할스는 그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애초부터 막내 도련님이 누구인지 모를뿐더러, 한낱 집사라고 해도 준남작 이상의 직위를 가진 자들이었기 때문에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하고 그저 받아들여야 했다.
‘아, 안녕하세요오…….’
처음 만난 막내 도련님의 첫인상은 이것이었다.
자신보다 못한 버림받은 자.
미움받는 자는 바깥의 정보라도 알 수 있지만, 버림받은 자는 기생충처럼 공작가의 눈치만 보며 살아가다 죽을 운명이었다.
할스는 로크라는 막내 도련님을 보자마자 가학성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재능이 없다. 마음씨도 약하다. 맞아도 하소연조차 할 수 없다.
나름 머리를 굴린 할스는 병사들을 괴롭혔던 방법대로 로크까지 괴롭혔다.
눈에 띄지 않게 몸만 계산적으로 가격하고 목 위로는 절대 때리지 않았다.
중간중간 모욕적인 언행도 서슴지 않았다.
레이젠 제국에선 서자한테도 작위를 물려줄 수 있기 때문에 할스보다 로크의 직위가 높았지만, 로크는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는 버림받은 자였다.
어차피 하소연할 데가 없었으니까.
‘나는 버림받지 않았어!’
공작가 도련님을 폭행하면서도 자신은 아직까지 위디아 공작가에 머무르고 있었다.
미움받았을 뿐, 공작가는 아직 날 버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로크를 때릴 때마다 머릿속에 되새겼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커흑!”
할스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로크를 쏘아보며 자신의 옆구리를 부여잡았다.
그렇게 아픈 건 아니었다.
몸을 단련했던 할스와는 달리, 로크는 근력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할스가 믿을 수 없는 건, 로크가 자신의 검로를 교묘하게 피한 뒤 옆구리를 가격했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럴 리가 없었다.
버림받은 자한테 그 무엇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가르쳐 주면 자신과 로크의 위치가 바뀔 것 같았기에 검을 잡는 법조차 가르쳐주지 않았다.
할스는 당황한 눈빛으로 로크의 손을 바라보았다.
살아오면서 책이나 겨우 들었을 법한 가느다란 손에 목검이 제대로 잡혀 있었다.
“오늘 수업은 끝인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할스는 우연이라고 치부하며 옆구리에서 손을 뗐다.
우연일 것이다.
하루아침에 재능이라는 것이 생길 리가 없었다.
“도련님의 실력이 한층 좋아진 듯하니 저도 속도를 높이겠습니다.”
할스는 생각했다.
‘우연이겠지만…… 우연이 아니라면…….’
역할이, 위치가, 생활이 뒤바뀐다.
그것만큼은 절대로 일어나면 안 되는 일이었다.
로크가 공작가에서 인정을 받기 시작한다면 이 꼬마 녀석에게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였다.
할스는 검을 잡아 본 적도 없는 14살짜리 꼬맹이를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찮은 서자 녀석이 수련 도중 죽었다고 해도 공작가에서 날 버리진 않을 것이다.’
자신의 아버지는 위디아 공작가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
서자 녀석이 수련하다 죽었다고 공작가를 위해 희생한 기사의 아들을 버리지 않을 거라고 할스는 진심으로 생각했다.
-후우우우웅!
할스는 자신의 몸에 마나를 일으키며 빠르게 움직였다.
-콰앙!
“크윽!”
마나를 둘러 갑작스레 공격했기 때문에 제대로 피하지 못하고 목검으로 가까스로 막았다.
‘이 자식! 마나를 둘렀어!’
순간적으로 목검을 놓칠 뻔했다.
원래의 나였다면 목검을 놓치는 건 당연하고 일격까지 허용했을 것이다.
행군의 근성 스킬로 가까스로 목검을 잡고 있었을 뿐, 검을 휘두르기에는 팔이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털썩.
나는 결국 목검을 바닥에 떨어트렸다.
“제가 몇 번이고 말했을 텐데요. 검사라는 이는 검을 놓치면 안 된다고.”
“검을 잡는 법도 가르쳐 준 적 없으면서 말은 잘하는군.”
나는 조소를 지으며 떨어트린 목검에서 아예 시선을 돌렸다.
“우습군.”
할스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뭐가 말입니까?”
“아직도 자기한테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는 꼴이 터무니없이 우스워. 자신이 아직도 미움‘만’ 받아서 여기에 있는 줄 아는 건가?”
미래의 할스를 알고 있기 때문에 그가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만 골라 했다.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 뒤엔 초조하고, 버림받기 싫어하고, 아직도 자신을 귀족이라 생각하는 ‘오만함’이 있다는 것을.
할스가 내 말에 얼굴을 볼품없이 찡그렸다.
“정곡을 찔렀나? 아니면 알면서도 계속 부인하고 있던 건가? 제발 좀 깨달아라. 여기는 ‘버림받은’ 자들만 오는 곳이니까.”
버림받은 자에게 오는 자들 역시 전부 공작가에서 버림받은 이들뿐이다.
공작가에서 버림받는 사용인은 할스밖에 없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그 말고는 아무도 오지 않은 것뿐.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제 아버지는 도련님과 달리 진짜 ‘귀족’으로 전대 공작님과 함께 전장을…….”
“나서지 않았지. 이제는 머릿속에 곱창이라도 집어넣은 것인가? 너희 아비는 기사가 아니었다. 그저 검을 든 준귀족 ‘백인장’이었을 뿐.”
할스는 망상에 빠져 있었다.
자신의 아비가 기사라고 말이다.
“어린아이도 아니고 아직도 아비가 평범한 병사였다는 사실을 부정하는가?”
기사도 아니었다. 귀족도 아니었다.
공작가가 할스 아비한테 은혜를 입은 적도 없었다.
그저 특전이었을 뿐이다.
전대 공작가가 만든 규율 중, ‘30년 이상 공작가에 봉사한 사용인들에 한해서’ 그 자식들을 공작가에 취직시켜주는 것뿐이었다.
자신이 진짜 귀족이라고 믿고 싶어 하는 할스의 망상이었다.
“…….”
할스가 조용히 목검을 들어 올리자, 나는 부아가 치밀었다.
‘이 망할 「어린아이 용기」!’
어린아이의 용기가 할스의 가슴에 제대로 대못을 꽂아버렸다.
어린아이이기에, 아무것도 모르기에, 주변을 생각하지 않고 서슴없이 말할 수 있던 것이다.
할스가 제대로 열받은 게 걱정되긴 했지만, 조금이라도 시간은 끌었기에 떨림이 멎은 손으로 다시 목검을 주워 들었다.
“오늘 수업은 조금 더 길듯하군요.”
할스는 목검을 부여잡은 상태로 왼발에 힘을 주었다.
[이 발동됩니다.]귓가에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는 것과 동시에 나는 시선을 집중했다.
‘오른쪽!’
검을 휘두르면 항상 앞으로 뻗은 발에 힘을 주기 마련이다.
마나를 사용하면 검을 휘두르는 속도가 몇 배는 빨라지기 때문에 아무리 초직감 스킬이 발동되어 어디로 휘두를지 안다고 해도 완벽하게 피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검을 부딪치면 아까처럼 팔에 무리가 오다 보니 초직감으로 상대의 움직임을 최대한으로 확보하여 검을 최대한 피할 수밖에 없었다.
휘익!
검이 오른쪽 어깨를 향해 휘둘러지는 걸 직감했고, 나는 검을 휘두를 자세를 이미 취하고 있었다.
-빠악!
내 목검이 할스의 목검 뒷면을 그대로 내리쳤다.
“윽!”
내가 내리쳤음에도 목검에서 느껴지는 진동에 통증이 느껴졌다.
“…….”
할스는 말없이 나를 노려보았다.
그의 얼굴엔 잔잔한 분노가 깃들어 있었다.
-빠악!
할스가 본격적으로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검술교관이었던 할스는 내 생각보다는 검술 솜씨가 좋았고, 거기에 마나까지 사용할 수 있어서 속도나 공격면에서 나보다 훨씬 뛰어났다.
‘크윽!’
나는 계속해서 발을 움직였고 할스의 움직임을 가까스로 읽으며 검을 피했다.
-쾅!
가끔 검을 피하지 못할 때는 목검을 들어 올려 막기도 하였지만, 검을 막을 때마다 손끝부터 오는 자잘한 충격이 머리까지 쭈뼛 서게 만들었다.
“말만 번지르르 하시네요 도련님.”
‘개자식!’
할스의 입가에는 다시 비웃음이 담겨 있었다.
언제 도발을 당했냐는 듯 오만함이 하늘을 찔렀다.
영웅왕도 그런 할스의 태도에 화가난 듯 보였다.
전형적인 약자를 괴롭히며 희열을 느끼는 악당의 모습에 영웅왕은 분노했다.
‘……네?’
-띠링!
[영웅의 근본론을 들으셨습니다.] [스킬 【영웅의 근본】를 획득하였습니다.]놀랄 새가 없었다.
할스의 검이 머리를 향해 휘둘러지는 것을 확인한 나는 다급하게 고개를 옆으로 틀었다.
휘익!
검을 뻗은 상태로 목검을 옆으로 휘두르자, 나는 황급히 고개를 숙이고 들고 있던 목검을 다시 한번 할스의 옆구리를 향해 휘둘렀다.
-탁!
검이 막혔다.
하지만 아까와 같은 충격은 없었다.
“……!”
할스가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봤고, 나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무슨 일이 벌어진지 모르겠지만, 마나가 통하지 않다면…….’
나는 검을 들고 있던 손에 힘을 주었다.
‘할스. 너한테 경험이 있다면, 나한테도 나름대로 경험이라는 게 있다.’
육체적인 경험이 아닐지라도, 본능에 의한 경험은 재능이 없는 나라도 존재했다.
‘너는 모를 거다. 내가 미래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딱! 딱!
재능이 없는 인간은 살아남으려고 별짓을 다하기 마련이다.
‘라잔 검법…….’
용병들이 살아남기 위해 익히는 그저 허접한 삼류 검법이었지만, 당시 이 검법을 익혔을 때의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아무것도 익히지 못했던 내가 처음으로 배운 검법이었기 때문이다.
“물어뜯기.”
이 검법을 만든 자는 어느 미친 용병이었다.
거칠고, 바보 같고, 무식한 용병이 늑대를 보며 만든 검법이다.
-휘익!
머리 정중앙으로 내리쳐지는 목검을 피하지 않았다.
계속되는 부딪힘으로 마나가 이제 통하지 않는 걸 안 할스는 목검에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최대한의 마나를 불어넣었다.
그리고 휘두르기 직전에 깨달았다.
‘죽는다!’
자신이 지금 무슨 짓을 저지르려고 하는 건지 정신이 돌아왔음에도 휘둘러진 검을 멈추지는 못했다.
-흠칫!
로크의 살기 어린 눈빛을 보며 순간적으로 목검에 더욱 힘을 주었기 때문이다.
-빠아아악!
목검이 로크의 연약한 정수리를 내리쳤다.
목검을 타고 피가 흘러내렸지만 로크는 정신을 잃지 않았다.
[이 발동됩니다.]두 번째로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나서야 깨달았다.
지금까지 내가 느낀 건 스킬의 진정한 힘이 아닌 부가적인 힘이었다.
눈앞에 창이 떠오르자 머리를 뒤흔든 충격에서 정신을 유지할 수 있었다.
“죽어.”
당황해하는 할스를 향해 목검을 휘둘렀다.
-빠악!
“커헉!”
신장의 차이 때문에 머리를 목표로 하였으나 목을 때리고 말았다.
목을 부여잡고 뒷걸음질 치는 할스를 끝까지 따라가 매달렸다.
-빠악!
내 어깨를 때릴 때처럼 나는 허벅지를 때렸다.
-빠악!
내 팔을 때릴 때처럼 나는 옆구리를 때렸다.
-빠악!
내 배를 발로 찰 때처럼 나는 낭심을 발로 찼다.
-빠악!
내 등을 찌를 때처럼 나는 명치를 찔렀다.
“커허허헉!”
털썩.
할스가 자리에 무릎을 꿇자 나는 양손으로 검을 부여잡았다.
“라잔 검법.”
머리 위로 높게 든 검에 모든 힘을 실었다.
“돼지 멱따기.”
-빠아아아아아악-!!!!
할스의 머리를 강타한 동시에 목검이 반으로 부러졌다.
“커허……억!”
정수리에서 피를 분수처럼 뿜어낸 할스가 자리에 털썩 쓰러졌다.
-띠링!
[운명이 0.058% 변하였습니다.] [영웅 카드 5장을 획득하셨습니다.] [B급 영웅 카드 1장을 획득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