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sen by the Hero King, the Second Life of the Illegitimate Child RAW novel - Chapter (42)
42화. 정체
나는 고개를 돌릴 수가 없었다.
조금이라도 고개를 돌리는 순간 상대가 공격해 올 것을 「초직감」이 계속해서 알려주고 있었다.
아주 천천히.
상대가 자극을 받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뒤로 돌았다.
그리고 그곳엔 검은색 로브로 몸을 감싸고, 하얀색 머리카락을 가진 남성이 무심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동공이….. 아니, 흰자가 없어?’
눈 전체가 붉은색으로 되어 있는 기괴한 생김새보다도, 그의 몸 안에 깃들어 있는 기묘하지만 강대한 기운에 내 몸을 공포에 휩싸이게 했다.
“넌……!”
사냥꾼은 그자를 보자마자 경악 어린 표정을 지었다.
“2142호.”
그는 무심한 얼굴로 사냥꾼을 바라보며 말했다.
“폐기.”
그 말과 동시에 그의 몸에서 하얗고 작은 무언가가 삐죽 튀어나오더니 사냥꾼을 향해 발사되었다.
-피슝!
화살보다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무언가를 보며 나는 서둘러 다리를 움직였다.
[가 발동됩니다.]루나의 몸에 검이 박혀 있었기에 「초직감」을 최대한 극한까지 끌어올려 사냥꾼의 눈앞으로 다가갔다.
[이 발동됩니다.]주먹을 휘두르지 못했다.
그저 다가오는 공격에 맞춰 주먹을 가져다 댈 뿐이었다.
《일 검 – 바위가 굴러간 길.》
-콰앙!
‘크윽……’
단단해진 주먹에 박혀 있는 건 눈에 간신히 보일 정도로 가느다란 하얀색 털 하나였다.
털 하나가 주먹에 부딪힌 것만으로, 손이 부어오를 정도로 충격이 있었다.
“마나도 아닌 것이…..”
그 말과 동시에 남자의 로브가 서서히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어떻게 막은 거지?”
-콰스스스스스스스스-!!!!!
그 말과 동시에 로브에서 하얀색 털이 비 오듯이 쏟아져나왔다.
하나하나가 검풍과 똑같은 위력을 가진 것들이었다.
‘다 막을 수 없다.’
[가 발동됩니다.]나는 사냥꾼의 재생력을 믿으며, 루나의 배에 있던 검을 뽑아 실비아의 앞으로 다가갔다.
‘하나하나 쳐낼 수 없어. 단번에 없애야 해.’
검에 불길이 치솟으며 하얀색 털들을 향해 쏟아졌다.
《이 검 – 불이 타오른 길.》
아까보다도 더욱 많은 체력을 가져갔지만, 검에서 쏟은 불길은 확산하며 마치 기사들이 사용하는 검풍(劍風)처럼 확산하며 타올랐다.
-화르르르르르르륵!
하얀색 털들은 날아오다 말고 전부 잿더미가 되었지만, 괜찮은 건 오직 실비아뿐이었다.
“으윽…..”
다행히 단단한 근육과 피부로 인해 치명상은 피했지만, 온몸에 피가 흐르고 있었다.
“사냥꾼! 움직일 수 있으면 루나와 실비아를 데리고 얼른 튀어!”
“하, 하지만…..”
“빨리 가서 공작 새끼 불러와!”
“…..금방 오겠다.”
사냥꾼은 피 흘리는 몸을 일으키며 쓰러져 있는 루나와 공포에 부들부들 떨고 있는 실비아를 들어 올려 어깨에 걸쳤다.
“살아라.”
큰 발로 쿵쿵거리며 뛰어가는 사냥꾼을 향해 하얀 남성은 왼손을 들어 올렸다.
“내 앞에서….. 도망이라.”
백색 피부라 생각했던 팔은 로브가 벗겨지면서 마치 짐승과도 같은 털이 뒤덮여 있었다.
[가 발동됩니다.]-크롸롸롸롸롸롸롸-!!!!!
단 일보 만에 하얀 남성의 눈앞으로 다가온 나는 서둘러 검을 휘둘렀다.
《일 검 – 바람이 스쳐 간 길.》
팔을 향해 다가오는 검을 봤음에도 남성은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까앙-!!!
베일 거라 생각했던 팔은 오히려 철이 부딪치는 듯한 소리를 내며 검을 튕겨냈다.
“윽……”
팔에 올라오는 진동에 잠시 고통을 느낀 나는 서둘러 털이 부풀어 오르고 있는 팔을 바라봤다.
‘사고를 빠르게 움직여!’
오른쪽 손은 진동 때문에 아주 잠깐이지만 움직이지 못한다.
아직 움직일 수 있는 왼손에 주먹을 쥐고 팔의 정중앙이 아닌, 팔꿈치를 향해 휘둘렀다.
[이 발동됩니다.]《일 검 – 바위가 굴러간 길.》
단단해진 주먹에 단단함을 더욱 끌어 올려주는 금색의 주먹은 하얀 남자의 팔꿈치를 강타했다.
-까아아아아아아아아앙-!!!
철이 찌그러지는 듯한 소리가 들리며 하얀 남성의 팔은 하늘을 향해 뻗어졌다.
“…….”
공격이 무산되고, 사냥꾼이 저 멀리 떠나는 것을 본 하얀 남성은 지긋이 나를 쳐다봤다.
“넌 뭐지?”
“나?”
아니, 나는 아직 영웅이라는 말에 어울리지 않았다.
굳이 하나 말하자면.
“서자.”
이게 지금의 나다.
***
죽는다는 경험을 몇 번이나 겪었다.
실제 죽음을 경험한 적도 있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죽는다는 경험보다 실제 죽는다는 게 생각보다 아프지 않고 편안했다는 것이다.
물론 그 과정은 괴로웠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고작 저 남자 앞에 서 있는 것만으로 죽을 것이라는 경험이 계속해서 내 몸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남자는 공격도 하지 않았어.’
그저 멀뚱히 나를 바라보고 있을 뿐, 어느 행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넌 약해.”
“알아.”
“막을 수 없을 텐데?”
“안다니까?”
“서자라면 귀족의 사생아를 뜻하는 건데 어째서 막은 거지?”
“시발 그냥 막았는데?”
“……이해가 불가능하군.”
“사람마다 생각이 다른데 어떻게 이해하냐? 이해라는 건 원래 불가능한 거야.”
“……”
나는 품에서 주머니 하나를 꺼내 들었다.
“뭐지?”
“포션인데 먹어도 돼?”
“……맘대로. 어차피 금방 죽는다.”
아까 루나와의 싸움과 이 녀석이 나타났을 때 무자비하게 사용했던 영웅의 능력으로 인해 체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그게 포션인가? 나를 놀리는 건가?”
하얀 남성은 처음으로 내가 주머니에서 꺼낸 걸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나한텐 이게 포션이거든.”
우적!
루나한테서 빼앗은 쿠키를 씹자마자 부드러운 단맛이 입안을 맴돌았다.
[이 발동됩니다.]단맛이 몸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지금까지 떨어졌었던 체력이 순식간에 차올랐다.
“휴우……”
주머니 안에 들어가 있던 쿠키를 어느 정도 먹자 체력이 어느 정도는 회복이 되었다.
나는 다시 검을 꺼내 들어 하얀 남성을 향해 기다려주었다.
“공작이 올 거야. 그럼 넌 죽는 거고, 나는 그때까지 버티기만 하면 돼.”
“목표가 너무 높다고 생각하지 않아?”
하얀 남성은 서서히 팔을 꺼내 들었다.
털이 잔뜩 서 있던 아까와는 다르게, 지금은 털이 숨죽여 있었으며 다른 무구가 들려 있었다.
‘손톱?’
루나가 사용하던 손톱과 비교하면 굉장히 짧았다.
다만, 그 손톱은 투명하였으며 무색의 빛이 잔잔하게 흐르는 느낌이 있었다.
‘저 손톱은…… 무슨 짐승이지?’
저 녀석도 루나처럼 동물이나 몬스터의 힘을 가졌을 확률이 높았다.
살짝 도톰한 손가락 위에 얹어져 있는 뾰족하면서도 날카로운 손톱은, 다른 손톱들과 비교하면 조금은 가벼워 보였다.
‘…..다람쥐?’
그 뱀도 잡아먹고, 같은 종족도 잡아먹는 그 녀석들?
영웅왕님의 말을 끝까지 들을 수가 없었다.
[이 발동됩니다.]순식간에 다가오는 하얀 남성의 신형에 서둘러 검을 들어 올렸다.
“무의미.”
남성은 다가오자마자 손을 휘둘렀다.
‘못….. 막아.’
어깻죽지로 다가오고 있는 손톱을 보며 검을 들어 올렸지만 도저히 막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대로 부딪치면 미스릴이 섞여있는 검이라도 부서질 거라고 본능이 말해주고 있었다.
[이 발동됩니다.] [가 발동됩니다.] [이 발동됩니다.]체력이 빠져나가며 검이 점점 단단해지고 무거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아직 부족해.’
손톱을 쳐내야 한다.
그러기에는 내 검은 아직 너무 연약하고 가벼웠다.
《이 검 – 바위가 떨어진 길.》
절벽에서 떨어지는 바위처럼, 내 검은 강한 힘을 내며 하얀 남성의 손을 향해 뻗어나갔다.
-까아아아아아아아아앙-!!!
아까와 같이 철이 부딪치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다른 점이 있다면, 검과 소리에서부터 울려 퍼지는 진동이 아까보다 몇 배는 강했다는 점이다.
[이 발동됩니다.]오른손으로부터 흘러들어오는 진동의 파동을 온몸으로 흡수하였다.
하지만 저번처럼 충격을 몸에 적응시키지 않았다.
내부가 튼튼해진 것도 있지만, 그보다 오른손에 온 진동을 진정시키지 않고 곧바로 휘둘렀기 때문이다.
[이 발동됩니다.]영웅의 능력을 발동하지 않고 남성의 몸을 때리면 그 충격 때문에 내가 다칠 수도 있었다.
진동의 힘과 함께 휘둘러진 주먹은 남성의 배에 부딪혔다.
-우우우우우우우우웅-!!!!!
“커헉……!”
배에 부딪힌 주먹에서부터 흘러나온 충격의 파동은 곧 내 몸을 강타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파동이 얼마나 강했는지 그 충격에 잠시 동안 정신을 잃었을 정도였다.
“으..윽…..”
정신을 차렸을 때 내 몸은 저 멀리 있던 커다란 나무에 박혀있었다.
‘허억…. 허억……’
방금의 공격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서로의 공격이 부딪쳐 그 파동 때문이라고 생각하기보단…… 마치 몸 안에 있던 걸 퍼트린 느낌이었어.’
내 생각을 읽은 영웅왕이 반색하며 말했다.
‘백골 다람쥐?’
아직도 그 자리에 서서 나를 보고 있는 하얀 남성의 시선을 피하지 않으며 박혀있던 나무에서 몸을 빼냈다.
몸에 나무 파편이 잔뜩 박혀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 말은…… 저 녀석이 제대로 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다는 거네요.’
‘육신……’
‘…..뭐예요? 무적의 생물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저러한 공격이 가능한 건가.
‘저는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다했는데요? 그보다 멸종되었다면서요? 백골 다람쥐는 어떻게 죽은 거예요?’
독이라든가, 아니면 독특한 사냥 방법이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다음에 들려오는 말은 뜻밖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