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sen by the Hero King, the Second Life of the Illegitimate Child RAW novel - Chapter (43)
43화. 소림의 영웅
영웅왕님이 백골 다람쥐를 없앤 이유에 대해선 궁금하긴 했지만, 지금 당장 궁금하지는 않았다.
다만, 방금의 말과 지금까지의 설명을 들어보면 답을 하나밖에 낼 수 없었다.
‘그럼 어떻게 이겨요?’
버티면 무슨 좋은 수라도 생기는 걸까?
일말의 기대감은 다음에 들려오는 영웅왕님의 말에 바람처럼 사라졌다.
‘……’
나는 다시 검을 쥐었다.
검을 쥔 손 그대로 주먹을 휘둘렀기에, 오른손의 상태는 처참하여 검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찌익!
옷자락을 뜯어낸 다음 검과 손을 빙글빙글 둘러 고정되게 하였다.
왼손은 아직 멀쩡했지만, 괜히 왼손으로 검을 휘둘렀다가는 더욱 약점만 드러낼 뿐이었다.
“하나 궁금한 게 있는데…….”
하얀 남성은 나에게로 천천히 걸어왔다.
“어째서 내가 너를 아직까지 살려두고 있는 건지 눈치채지 못한 건가?”
“…..그러게? 네 실력이면 나를 순식간에 죽일 수 있을 텐데?”
“주제는 아는 데, 그럼 그 실력으로 왜 나를 막는 거야?”
“아까도 말했잖아? 그냥 막았다고.”
“하아….. 인간은 여전히 이해가 불가능해.”
또다시 내 눈앞까지 다가온 하얀 남성은 미간을 찌푸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너를 죽이지 않는 건 순전히 마나가 없는 그 몸이 신기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의 적이 될 수도 있으니까.”
“……하? 내가?”
“아직 약하지만 그 가능성은 몇 번이고 확인했으니 틀린 말은 아니다.”
영웅왕님의 말에 나는 일순 감동받았지만, 다음으로 들려오는 말에 또다시 바람처럼 감동이 사라졌다.
-띠링!
[통증이 사라집니다.]“…….”
이런 게 있었으면 진작 해주시지.
오늘 잘하면 진짜 죽겠는데.
“너를 죽이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네가 말한 공작을 불러들이기 위해서다.”
“……뭐?”
하얀 남성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헤이톤스 행성의 강자의 힘을 측정 및 분석하기 위함이다. 이는 나중에 큰 도움이 되겠지.”
“흐음……”
오늘을 기준으로 나는 상당히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하나는 그들의 정체가 대략 동물, 몬스터에 관한 영혼으로 만들어졌다는 것.
또 하나는 아이젠 공작의 실종이다.
‘그저 예측일 뿐이지만……’
아이젠 공작이 이 녀석한테 죽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오늘을 기준 삼아 그의 능력이 파훼되었고, 어느 날을 기점으로 그들한테 습격을 받았다면?
‘가능성은 있지.’
원래 강자한테 1:1로 덤비는 짓은 기사같이 신념 있는 자들만 하는 짓이다.
행성의 침입자들인데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
‘아이젠 공작은 아직 살아있다. 솔직히 마음에 들진 않지만 인류에 큰 힘이 되는 인간인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야.’
그렇다면 내가 해야 할 일은 하나뿐이다.
‘영웅왕님.’
‘아까 분명히 손으로 찍어 누르니까 죽었다고 했죠?’
‘후우….. 그 말 믿습니다.’
다행히도 아직 체력은 남아있었다.
[가 발동됩니다.]작은 인영이 거대한 폭풍을 이끌며 산을 헤집어놓았다.
***
지금 하나 후회되는 점이 있다면 영웅의 카드를 전부 확인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S급 카드 2장에 A급 카드 3장이면 이 상황을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조금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쿨럭……”
아무것도 통하지 않았다.
다이아몬드보다 단단한 몸이라는 게 이해가 되었다.
‘제길.’
그 어떠한 공격도 통하지 않았다.
그냥 아무런 행동도 없이 서 있기만 했음에도 일정한 충격을 흡수하고 때가 되면 다시 배출할 뿐이었다.
그것만으로 주변의 산이 초토화가 될 정도로 강한 파괴력을 내었다.
‘흡수와 방출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다는 건가……’
하다못해 충격을 흡수시키고 몸을 무겁게 만들어 도망가자는 생각까지 하였다.
하지만 그 또한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조금이라도 내가 도망가려는 낌새를 보이면 충격을 방출했다.
-덜렁.
“쯧……”
피투성이가 된 몸으로 덜컹거리는 몸을 바라봤다.
오른쪽 다리와 왼쪽 팔은 이미 부서진 지 오래였다. 상처가 가득한 오른손에는 미스릴이 섞여 있다던 검이 부서져 있었다.
다리가 부러져 있으니 일어나 있을 수도 없었다. 지금 정신을 차리고 있을 수 있는 이유도 영웅왕님의 응원이었기 때문이지, 없었더라면 충격 때문에 기절했을 것이다.
‘하다못해….. 저 단단한 몸이라도 어떻게 해야 해.’
충격을 흡수하고 방출하는 것 이전에, 저 단단한 몸이라도 어떤 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내 몸이 계속해서 싸울 수만 있다면 좋겠는데……’
내 몸도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해질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었다.
대지의 기운을 받아들여 사용하는 「금강(金剛)의 격(格)」은 아직 성장하지 못한 능력이다.
성장만 할 수 있다면,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해질 가능성이 높았다.
“이제 끝?”
하얀 남성은 무심한 표정으로 내 앞으로 다가왔다.
“흠…… 어쩌면 나 이상의 훌륭한 자질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겠군.”
“…..뭐?”
“넌 죽지 않는다. 몸의 조사가 끝나면 실험실로 간다. 최강의 자질을 가지고 있다. 육체적으로든 외부적으로든 완벽한 몸은 최강의 자질이다.”
이러한 상황이 아니었더라면 나름 기뻐했을 말이지만, 애석하게도 내 몸은 더 이상 움직여지지 않았다.
‘카드라도 더 열었으면……’
서서히 사라지는 감각 속으로 마지막으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방법이….. 있어요?’
‘…..소모?’
‘……그렇다면.’
현재 【능력 저장】 안에는 「댄스 관종」이라는 B급 능력이 하나 남아있었다.
그렇다면 총 10장으로 현재 가진 B급 능력인 「금강(金剛)의 격(格)」을 성장시킬 수 있다.
‘상관없어요.’
지금 이 순간에서 어떻게든 벗어나야 한다.
‘……네.’
B급 능력들 중에서도 쓸 만한 게 있을 수 있었지만, 그런 걸 지금 따질 때가 아니었다.
나는 상태창을 열고 간신히 움직이는 팔을 들어 올려 【능력 저장】 안으로 들어가 영웅왕님의 말을 따랐다.
-띠링!
[「B : 댄스 관종」 외 B급 영웅카드 9장] [「금강(金剛)의 격(格)」각성을 시작합니다.]-띠링!
[A급 영웅 으로 각성되셨습니다.]영웅의 기억을 볼 수 있는 그 잠깐의 시간.
-띠링!
[기억 속으로 들어갑니다.]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
눈을 떴을 때 내 주위에는 시신으로 강을 이루고 있다는 말이 어울리는 만큼, 시체들이 즐비해 있었다.
내 몸은 그런 시신들 사이를 걸으며 계속해서 앞으로 전진하였다.
‘사신혈마(死神血魔)……!’
까득!
이빨이 부서질 정도로 이를 악문 적산의 몸에선 분노만이 가득 차 있었다.
그 분노의 강도는 얼마나 심한지, 몸에서 아우라가 느껴질 정도였다.
적산의 몸에 들어간 내 몸은 계속해서 「적응」을 하는 중이었다.
현재 적산의 몸은 저번보다 강해져 있는 상태였고, 대지의 기운 또한 보다 충만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태였다.
내 몸은 각성하듯 적산의 몸에 서서히 「적응」하며 학습하고 있었다.
-질퍽.
걸음을 옮길 때마다 질퍽이는 핏물이 섬뜩할 정도였지만 그럼에도 적산의 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시체들은 점점 많아졌고 산을 이룰 정도였다.
적산의 걸음이 멈추었을 때, 시체들의 산 위에서 모든 것이 재미없다는 표정을 한 사내가 앉아있었다.
‘중놈? 아아. 네가 후지기수 중에 가장 잘나간다는 금룡(金龍)이냐?’
‘……’
‘쯧. 중놈 아니랄까 봐 사람 말을 개같이 알아듣는군. 이래서 중놈은 비 오는 날 개 패듯이 때려야 하는 건데. 개새끼들.’
‘……’
말없이 들어 올려진 주먹에는 수없이 많은 상처와 굳은살이 배겨져 있었다.
굳건한 그의 신체는 마치 작은 산과도 같았으며, 그의 몸으로부터 흘러나오는 대지의 힘은 가히 압도적이었다.
‘내력도 사용하지 못하는 중놈이라…… 쯧.’
하지만 상대는 그런 적산의 힘을 느끼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느꼈음에도 적산을 무시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명망 높은 후지기수라고 해서 조금은 기대했건만….. 쯧. 칼맛은 좀 있으려나?’
머리를 기다랗게 늘어트린 남성은 시신들로 이루어진 산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의 팔에는 피가 잔뜩 묻어 날이 나간 칼이 들려 있었지만 개의치 않는지 어깨에 툭 걸치며 적산 앞으로 다가왔다.
‘야.’
‘……’
‘뭐라고 말 좀 해봐. 벙어리야?’
적산은 지금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말을 하지 못할 정도로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대지로부터 끌어오는 힘으로부터 자신의 몸을 서서히 압축시켜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