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sen by the Hero King, the Second Life of the Illegitimate Child RAW novel - Chapter (46)
46화. 사역마
묘한 꿈을 꾸었다.
죽음이 찾아왔기 때문인지, 아니면 하얀 남성이 나한테 무슨 실험을 해서 이러한 꿈을 꾸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마냥 싫은 꿈은 또 아니었다.
온몸을 감싸고 있는 하얀색 털로부터 따스한 기운이 흘러나오더니, 몸이 하늘에 떠 있는 것처럼 포근했다.
마치 이 하얀색 털이 나한테 모든 것을 맡기는 것처럼 몸에 흡수되는 느낌까지 받았다.
[이 발동되었습니다.]‘…..응?’
왜 이게 떠오르는 거지?
그렇게 난 심연의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
“……살다살다 이런 식으로 사람의 몸을 치료하는 건 처음 보는군요. 이게 정말 맞는 방법입니까?”
“흐음……”
“치료돼서 더 웃기는군요. 이 아이 사람은 맞습니까? 무슨 신인류 같은 건 아니겠지요?”
“흐음……”
“것참 저 혼자 말하고 저 혼자 답하는 것 같군요. 그냥 조용히 주입하겠습니다.”
귓가로 어이없어하는 노인과 무언가를 고심하는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지…..’
입안에 무언가가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었다.
혓바닥에 닿자마자 달콤하면서도 향긋한, 마치 꽃으로 만든 달콤한 과즙이 입안에 들어오는 것만 같았다.
[이 발동되었습니다.]-우드드드득!
입안에 달콤한 무언가가 들어올 때마다 몸의 피로가 서서히 사라지며, 몸 관절이 풀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체력이 점점 회복되며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나는 눈을 뜰 수가 있었다.
“…..쿨럭!”
“이런. 잘못 들어갔군요.”
정확히는 코가 막히는 느낌에 멍해져 있던 정신이 깨어져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콜록! 콜록!”
“자자. 여기 손수건에 코를 푸시죠. 코에 시럽이 들어가서 그런 겁니다.”
“콜록!”
나는 괴로움에 눈앞에 있는 손수건을 얼른 가져와 코를 풀었다.
“크응!”
몇 번을 더 풀자 드디어 코 안에 있던 시럽이 배출되었고, 그제야 나는 괴로움에 흘렸던 눈물을 닦으며 주변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얀색 벽지에 저녁임에도 따스한 빛이 풍기는 방이었는데, 여러 약초 냄새가 풍기는 걸로 보아선 아마 이곳에 치료실이 아닌가 싶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늙은 할아버지와 함께 아이젠 공작이 서 있었다.
“저는 잠시 나가 있겠습니다. 둘이서 대화 나누시길.”
그러면서 노인은 가지고 온 유리병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아이젠과 나 혼자 남은 방안은 고요하기 그지없었다.
한참의 공백이 이어지고 나서야 공작은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라.”
“……실비아한테 듣지 못했습니까?”
“너처럼 비싼 시럽을 처먹고 몸을 회복하는 아이가 아니다 보니, 아직 기절하고 있다. 무슨 일을 겪었는지 고통스러워하더군.”
“그렇습니까? 그것참 안 됐군요.”
“흐음….. 버릇이 없군.”
“애석하게도 배운 게 없는지라 이해하시죠.”
그 말에 아이젠 공작은 재밌다는 듯이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실비아의 곁에 있던 루나라는 아이는 내가 직접 데려온 아이다. 아니, 정확히는 실비아가 태어나기 전에 루나가 공작가로 들어왔지.”
“그렇습니까? 뭐. 그렇게 들은 것 같기도 합니다. 실비아가 루나를 살려달라고 애원했으니까요.”
“사냥꾼한테 이미 어느 정도 들었다. 루나에 관한 이야기는 필요 없으니 네가 상대했던 그 녀석에 관해서 이야기해라. 그리고 네 옆에 있는 그것은 또 뭔지도.”
‘옆에?’
공작의 말에 옆을 바라보니, 침대 협탁에 배를 드러낸 채 자고 있는 쥐새끼 한 마리가 있었다.
새들이나 갇혀 있을 것만 같은 철창에 있었지만, 꼬리가 엄청 길어 밖으로 튀어나와 있었고, 마치 날아다니는 다람쥐처럼 다리와 팔에 이어지는 가죽도 있었다.
‘잠깐만 이거 백골 다람쥐 아니야?’
딱 보니 다람쥐 같기도 하고, 영웅왕님이 설명해주신 모습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고롱고롱~
다람쥐가 코까지 골며 자고 있었다.
“네 옆에 떨어져 있던 녀석이다. 혹시 몰라 데려왔다.”
“……예?”
왜 얘가 내 옆에 있던 거지?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아이젠 공작이 나를 구해준 건 아닌 것 같고.’
영웅왕님이라면 무언가를 알고 계실 거라 생각하지만, 그 이전에 지금 있는 이 상황에서 벗어나야 했다.
“그 전에 저는 사냥꾼과 위디아 공작가의 관계를 먼저 알고 싶습니다만, 제 고민을 먼저 해결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흠……”
아이젠은 이러한 로크의 반응이 신선했다.
마나의 재능을 제외하고 봤을 때 로크의 재능은 역대 위디아 공작가의 자제들과 비교해봐도 꿀리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최고의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육체적인 재능이 아닌 강자를 봐도 꿀리지 않는 저 ‘깡’은 어린 나이에 쉽게 가질 수 없는 것이다.
설사 제국의 황제라도 자신한테 무언가를 부탁하려면 공손하게 대했지만, 저 겁 없는 꼬마는 당당하게 정보교환을 요청했다.
“좋다. 너는 들을 자격이 있으니까.”
애초에 다른 이들이라면 몰라도 로크는 들을 자격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너는 황녀님이 만든 조직에 들어가 있으니까.”
“……!”
이건 또 무슨 참신한 소리야.
***
“사냥꾼은 전대 공작이 어릴 적에 구출한 녀석이다. 못해도 100살은 넘었겠지.”
‘그러고 보니 전대 공작이 지켜줘서 사냥꾼을 하고 있었다고 했던가?’
물론 그렇게까지 나이가 많을 줄은 몰랐다.
그도 그럴 것이 루나의 몸에 들어가 있던 영혼의 목적은 애초부터 사냥꾼이었고, 그렇다 보니 사냥꾼이라는 존재가 전대 공작이 살아 있던 20년 정도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전대 공작은 사냥꾼 아니, 스스로를 2142호라 불리었던 아이를 거둬들였다. 그리고 지금의 사냥꾼이라는 직책을 내려 위디아 공작가 안에 몸을 숨기게 했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어떻게 지금까지 숨었던 겁니까?”
“위디아 공작가에 왔을 거라 생각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겠지. 그리고 공작가 전역에 펼쳐져 있는 결계를 피하지 못한 것도 한몫했겠지.”
“…..결계?”
“전전대 공작의 누이가 설계해놓은 결계다. 쉽게 말해 위협감지용이지.”
‘그래서 루나의 몸에 빙의한 건가?’
비교적 최근에 위디아 공작가에 있는 사냥꾼의 존재를 눈치챘고, 루나를 통해 사냥꾼을 죽이러 갔다는 건가.
“100년….. 그 이상 동안 사냥꾼을 죽이려 하는 이유도 궁금하네요. 그들 기준으로 봤을 때 사냥꾼은 그리 중요한 인물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100년이면 사냥꾼이 가지고 있는 모든 정보를 다 빼내고도 남을 시간이다.
“모른다. 어쩌면 그냥 죽이려는 것일 수도 있지.”
“그럴 가능성이 높네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럴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
그도 그럴 것이 사냥꾼의 존재 가치는 내가 봤을 때 전무하다시피 했으니, 그냥 도망간 실패작을 죽이려는 의도가 가장 커 보였다.
“그럼 마지막으로 제 조직의 리더가 황녀라는 건 무슨 소립니까?”
“거래 조건은 사냥꾼에 대해서만일 텐데?”
“쯧. 쪼잔하긴.”
“방금 뭐라고 했지?”
생물의 한계를 초월한 아이젠 공작이 못 들었을 리 없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예. 궁금하신 걸 말씀드리겠습니다. 무엇이 궁금하시죠?”
“네가 상대했던 녀석에 대한 정보다.”
지금까지 상대했던 그 녀석에 관한 정보를 나는 모조리 말해주었다.
***
아이젠 공작은 나에게 녀석에 관한 정보를 듣고 신기하다는 듯 나를 바라봤다.
“너는 어떻게 살아 있는 거지?”
“저도 궁금하네요. 그 녀석이 저를 납치해서 몸을 해부한다고 했었으니까요. 아이젠 공작님이 오셔서 도망갔을 거라 생각되기는 하네요.”
이것도 영웅왕님이 보고 계셨으니 알려주시겠지.
“음….. 알겠다.”
아이젠 공작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밖으로 나갔다.
딱 궁금한 정보만 알아내자 미련도 없이 나갔다.
아이젠 공작이 나가자 나는 조용히 영웅왕님을 불렀다.
“영웅왕님?”
‘네. 대화는 끝났어요. 그래서 제가 기절하고 있을 때 무슨 일이 있었나요?’
‘음….. 우선 제 옆에 있는 이거, 백골 다람쥐 맞나요?’
‘그러고 보니 그러셨죠. 영웅왕님이 전부 멸종시켰다고….. 그 이유가 그거였나요?’
‘그럼 이 녀석은 뭘까요?’
‘……얘가요?’
배를 드러내고 자고 있는 이 녀석이 내가 싸웠던 그 녀석이라고?
‘……그러고 보니 그게 있었네요?’
이게 무슨 능력인지 나는 모른다.
생기긴 했는데 다른 능력들과 달리 무슨 설명을 확인할 수도조차 없었고, 발동 조건도 모른다.
‘무슨 효과였는데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그럼….. 영웅왕님이 쓰러트린 건가요?’
‘이미 존경하고 있어요.’
‘이 녀석이 등장한 거겠네요.’
“……푸른색 보석?”
사냥꾼과 루나가 가지고 있던 붉은색 보석은 하위 버전이라는 건가?
‘뭔데요?’
‘사역….? 그게 뭔데요?’
‘……!’
이게 무슨….. 아니…..
“……어이가 없어서 말도 안 나오네.”
오늘 너무 많은 정보가 머릿속에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