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sen by the Hero King, the Second Life of the Illegitimate Child RAW novel - Chapter (5)
5화. 변화
테스런은 공작가에 보고를 하기 위한 편지를 작성하고 있었다.
뚝……. 뚝…….
종이 위로 잉크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지만, 깃털펜을 든 테스런은 한참이나 고민했다.
‘변하였다. 변하진 않았지만 변하였다.’
성격이 변했다고 해도 어릴적부터 없었던 재능이 생길 리는 없었다.
하지만, 성격의 변이조차도 어떤 의미로 따지면 재능의 발현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섣부른 용기는 해가 된다. 다만… 해가 됨을 알면서도 용기 있다는 것은 바보밖에 없겠지.’
막내 도련님은 공작가에 대한 욕이 무슨 의미를 뜻하는지 알 것이다.
그렇다면 막내 도련님은 공작가를 어찌하여 모욕했는가?
‘바보와 무모함은 다르다.’
무모한 걸 알면서도 말했다는 것은 그만한 ‘용기’가 생겼다는 것이고, 무모한 걸 모르고 말했다는 것은 ‘바보’라는 의미다.
‘용기인가…….’
과연 용기를 재능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이 맞을까?
테스런은 생각하고 생각하고 계속 생각했다.
끊임없는 생각 끝에 어느새 편지가 완성됐다.
[아직까지 변함이 없다.]에서 [성격의 변화가 생겨 조금 더 지켜보겠다.]로.“맞는……거겠지.”
막내 도련님이 공작가에 불만이 있다는 부분은 제외시켰다.
테스런은 편지를 고이 접어 품 안에 넣고 바깥으로 나왔다.
‘지금쯤이라면…… 수업을 받고 있겠군.’
아직까지도 수업을 빙자한 폭력을 당하고 있을 시간이다.
테스런은 문득 편지를 보내려다 변한 도련님의 성격이 생각났다.
‘만일…… 성격만 바뀐 게 아니라면?’
고작해야 식사 시간에 판단한 것일 뿐이다.
테스런은 곧장 발걸음을 돌려 도련님이 수업받고 계신 곳으로 향했다.
“……!”
탁! 탁! 탁!
테스런도 과거 마나를 익혔던 경험이 있기에, 검술 교관 할스가 마나를 사용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보통이라면 마나를 쓰는 자의 목검에 맞으면 강한 충격파가 생겨 목검이 부서질 정도의 충격을 받는다.
하지만 막내 도련님은 그런 검을 상대로 일절 물러나지 않았다.
‘근력? 그럴 리가…….’
도련님한테 근력이라는 게 있을 리가 없었다.
‘대체 어떻게……?’
마나를 사용한 흔적도, 사용할 수도 없었다.
도련님한테 마나 사용법을 알려주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도련님은 만분의 일 확률로 태어난다는 마나불신체를 지니고 있었다.
마나를 절대 익힐 수 없는 몸으로 할스의 검에 대항 아니, 압도하고 있었다.
‘저 검법은…… 대체 뭐지?’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한 검법이었다.
애초에 검법이라 불릴 만한 것도 아니었다.
무식하고, 더러우며.
거세고, 난폭한.
하루하루 벌며 살아가는 용병들의 삶에 맞춰진 검법을 한낱 공작가 사용인이 알아보는 건 불가능했다.
‘이, 이런!’
갑작스러운 도련님의 모습에 당황한 나머지 테스런은 할스의 검이 도련님의 머리를 향하고 있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선을 넘었다!’
도련님에 대한 폭력을 지금까지 못 본 척한 이유는, 도련님이 지금까지 아무 말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사용인으로서 선 넘은 간섭은 공작가에서 금기시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할스의 검은 명확하게 도련님을 죽이려 하고 있었다.
테스런이 황급히 대련이 펼쳐지고 있는 연무장을 향해 뛰어갔다.
-빠악!
‘이, 이런…….’
늦었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무언가 깨지는 둔탁한 소리에 할스도 드디어 정신을 차렸는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테스런은 급하게 로크를 향해 뛰어갔지만, 발걸음은 곧 속도를 잃고 멈출 수밖에 없었다.
‘……투기?’
투기? 살기? 패기?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살아오며 누군가를 증오한 적이 없었던 도련님이 날카로운 기운을 뿜어내자 테스런의 발걸음이 도통 움직여지지 않았다.
-퍼억!
도련님의 검이 할스의 당황스러운 틈을 타 움직이기 시작했다.
“커헉!”
허벅지를 때려 할스의 다리에 힘이 풀리게 하고.
-퍼억!
옆구리를 때려 틈을 유도했으며.
-퍼억!
기사라면, 아니 사람이라면 절대 해선 안 될 낭심을 발로 찼으며.
-퍼억!
중심이 풀린 할스의 명치를 때려 고개를 숙이게 하였다.
할스가 고개를 숙이자 도련님이 서서히 검을 들어올렸다.
-빠아아아아아악-!!!!
자신의 머리에서 나던 소리를 똑같이 돌려준 것인지, 그보다 더 강한 소리가 할스한테 들렸다.
“커허……억!”
할스는 결국 정수리에서 피를 흘리며 뒤로 고꾸라졌다.
“도, 도련님!”
그리고 로크 또한 힘을 다했는지 자리에서 풀썩 쓰러졌다.
테스런은 서둘러 로크를 향해 달려가며 생각했다.
‘편지를 수정해야 한다!’
믿을 수 없겠지만.
재능이…… 생겼다.
***
“으윽…….”
머리에 느껴지는 통증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영웅왕……님?”
영웅왕의 목소리를 듣자 내가 살아있음을 깨달았다.
“하하…….”
처음으로 들어보는 거친 언변에 나는 자리에 누운 상태로 웃음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보다 나……. 이겼구나.’
과거로 돌아와서 하나의 연을 끊어버린 느낌이 들었다.
꼬아져 있는 끈들 중에 가장 길고 가장 얇았던 끈을 끊은 느낌이었다.
공작가에서 도망치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를 없앴다는 생각에 마음이 고조되었지만, 곧이어 현실을 깨달았다.
‘나는 아직 약해.’
약하다. 터무니없이 약하다.
할스라는 녀석은 그저 망상에 빠져 자기 자신을 스스로 높게 평가하는 머저리 녀석일 뿐이었다.
만일 아카데미에 들어가게 되면, 저런 녀석은 수두룩하다 못해 발에 밟힐 정도로 많을 것이다.
‘힘을 길러야 해.’
아카데미에 가기 전까지, 아니 공작가에서 버티기 위해서 나는 스스로의 힘을 기를 필요가 있었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다.
돈도, 권력도, 인맥도 그리고 심지어 가족도.
‘힘이 있는 자의 말에는 힘이 실리고, 힘이 없는 자의 말에는 거짓이 섞이는 법이지.’
우리들의 고향이 위협받을 거라고 소리쳐도 지금의 날 믿어줄 사람은 없다.
내 말에 신뢰를 얻기 위해선 힘을 키워야만 한다.
“상태창.”
-띠링!
『[상태창]
이름 : 로크 론 위디아 나이 : 14세
상태 : 「마나불신체」, 「G : 행군의 근성」, 「S : 초직감」, 「□□」, 「□□」
성향 : 「F : 어린아이 용기」, 「□□」, 「□□」, 「□□」, 「□□」
무술 : 「□□」, 「□□」, 「□□」, 「□□」, 「□□」
스킬 : 【영웅 뽑기】 【능력 저장】 【영웅의 근본】 카드 개수 : 7개』
새로 얻은 스킬이 눈에 보였다.
나는 상태창에 떠오른 【영웅의 근본】이라는 스킬을 눌러보았다.
-띠링!
『【영웅의 근본】
설명 : 미래, 현재, 과거를 눈여겨본 결과 가장 어울리는 능력이 근본이 됩니다.
능력 : 모든 것에 적응할 수 있습니다.』
“……이게 뭐예요?”
즉, 지금까지 내가 얻었던 영웅의 능력들이 이 능력에 해당되는 능력이란 말인가.
‘적응이라…….’
모든 것에 대한 적응. 그럼 할스와 검을 부딪히면서 마나에 대한 힘에 적응한 건가?
“좋은 능력인진 모르겠지만, 그보다 제 능력이 어째서 적응인지 모르겠네요.”
내가 가장 하기 어려웠던 게 적응일 텐데.
“아무튼 간에 B급 영웅 카드를 얻었으니 열어보죠. 이번에는 필요한 게 나왔으면 좋겠네요.”
-띠링!
[B급 영웅 에 당첨되셨습니다.]그 순간 내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이번에는 아프진 않네요.”
머리가 어지러워 시야가 제대로 잡히지 않았을 뿐이다.
-띠링!
[기억 속으로 들어갑니다.]***
눈을 뜨자 가장 먼저 보이는 건 바위들로 이루어진 산봉우리였다.
[아름답다…….]라이젠 제국에서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광경이다.
전 세계를 누비고 다녔던 나조차도 이런 광경은 처음이었다.
[구름 위에 떠 있는 것 같아.]돌과 바위로 이루어진 산 위에 바다처럼 떠 있는 구름을 바라보며 나는 문득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저번과는 달리 몸이 자유롭게 움직였다.
긱스 때는 마치 영혼 상태에 있던 것 같았다면, 지금은 영웅의 몸 안으로 들어온 느낌이었다.
“아미타불. 아직도 포기하지 못했느냐.”
[누구?]몸을 돌려보니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고, 머리카락이 있어야 하는 부근에 여섯 개의 붉은색 점이 찍혀있는 노인이 있었다.
[……뭐야.]내가 들어가 있는 사람의 마음일까?
그 노인을 보자 가슴 속 어딘가가 따뜻해지며,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어딘가 묵직하고, 단단하며 마치 웅크린 사나운 야수를 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사부님.”
“아미타불…….”
나는 그 노인을 보자 손을 앞으로 모으며 고개를 숙였다.
내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절맥증에 걸려 세상의 원한을 잊기 위해 이곳에 오지 않았느냐.”
“세상의 원한을 잊고 싶으나. 마교가 다시 전진한다는 말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미타불. 내력도 익히지 못하는 네가 거기 가서 무얼 한다는 것이냐.”
“그렇다고 웅크리고 있고 싶진 않습니다. 가족의 원수를 눈앞에 두고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머저리가 되고 싶진 않습니다.”
“갈! 내 언제나 마음을 비우고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거늘! 원수를 보아 심성이 흐트러지면 어찌하겠다는 것이냐!”
노인의 호통에 울적한 마음이 느껴졌다.
“내 너를 소림으로 들인 이유는 절맥증에 걸린 몸도 있지만, 그 복수심을 잊게 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속세에서 벗어나 마음을 다스리라 했거늘…… 에잉. 쯧.”
“……죄송합니다.”
“너의 잘못은 아니겠지. 부모의 원수를 잊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테니. 그래. 그래서 결과는 있느냐?”
“예.”
“그럼 어디 보여 보거라. 내 눈에 차지 않으면 나는 널 내보내지 않기 위해 수련동에 넣을 것이다.”
“반대로 제가 스승님의 눈에 차면 강호로 나갈 것입니다.”
“아미타불.”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하나만큼은 알 수 있었다.
[마나불신체가…… 절맥증이야.]그리고 내가 들어가 있는 이 몸은 절맥증인 걸 알면서도 무언가를 하려고 하였다.
내 몸이 앞발을 스윽 내밀었다.
“금강(金剛)의 격(格)”
남자의 말과 함께 몸속에 ‘흐름’이 느껴졌다.
[이건…….]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지렁이가 움직이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파도 위를 노닐고 있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지 정확하게 어떤 느낌이라고 말하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알 수 있었다. 이건 마나와는 또 다른 힘이라는 것을.
-화아아아아아악!
기억해낸다.
습득해낸다.
만들어낸다.
적응해낸다.
나는 지금 이 남자가 하는 짓을 머릿속으로 집어넣을 대로 집어넣었다.
남자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굳건한 황금의 빛을 나는 머릿속에 각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