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sen by the Hero King, the Second Life of the Illegitimate Child RAW novel - Chapter (53)
53화. 조직 (2)
로브를 벗어던지자 풍성한 황금색 머리카락이 흘러내리며 레이젠 제국의 혈통을 상징하는 녹색 눈이 드러났다.
25개의 국가와 12개의 민족을 통합하기 위해 500년의 시간이 들어간 레이젠 제국의 혈통들한테 어느 순간부터 묘한 녹색 눈이 나타났다고 들었다.
녹색 눈은 평민, 귀족들을 불문하고 절대 나타나지 않는 색이라고 한다.
물론 눈에 무슨 능력이 있다고는 듣지 않았지만, 당금에 와서는 녹색 눈을 가진 혈통만 황제의 자리에 오르다 보니 그렇게 상징이 되었다.
“제가 황녀라는 건 알고 있었나 보네요?”
강제로 엎드리게 된 상태에서 황녀를 올려다볼 생각도 하지 못했다.
[가 발동됩니다.] [이 발동됩니다.]-쿠구구구구구구구-!!!!!
옆에 내 머리를 강제로 잡은 노인이 퍼트리는 기운으로부터 내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황녀가 말하는 답에 대답할 수도 없었다.
“프란체코. 이제 그만 하세요. 앞으로 친하게 지내야 하는 사이인데 벌써부터 그러면 어떻게요?”
“허나…..”
“애초에 제 정체를 알지 못하고 저한테 무구….. 는 아니지만, 아무튼 저를 진짜 죽이려고 하지는 않았어요. 애초에 제가 공격을 먼저 했는걸요? 그러니 그만 하세요.”
“…..예. 명을 받듭니다.”
하지만 프란체코는 끝까지 손을 거둬들이지 않았다.
-쿠구구구구구구구구-!!!!!
황녀의 명을 받았기에 손을 거둬들여야 했지만, 계속해서 공기 주변이 떨려오는 순수한 살기에 쉽사리 놓지 못했다.
“야……”
땅바닥에 처박힌 로크의 목소리에는 잔잔한 분노가 깃들어 있었다..
삼류용병, 과거에만 느꼈던 천박하다던 그 시선.
모든 모멸이 견디기 힘들었지만,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그 현실과 점점 나이가 들며 성숙해지며 아무렇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때에도 전혀 익숙해지지 않고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것이 있었다.
“지금 누구 머리를 잡고 있는 거야……!”
힘만으로 상대를 짓누르는 상대들.
자신이 가진 조금의 힘이 뭐가 대수라는 것처럼, 마치 윗사람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구역질이 치올랐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들을 볼 때마다 할스가 생각났기에 더더욱 혐오감이 솟아났다.
[이 발동됩니다.]-수수수수숙-!!!!!
머리가 대지에 박혀 있던 상태로 수백 개의 작은 구슬들이 몸 주변에 떠올랐다.
“…..!”
내가 굳이 명령하지 않더라도 「매직미사일」은 프란체코의 몸을 향해 날아갔다.
“네놈…..!”
프란체코는 다가오는 「매직미사일」을 보며 몸에 있는 오러를 끌어올렸다.
무슨 능력인지는 모르겠지만 안에 내제되어 있는 힘은 그리 많지 않기에, 양이 많더라도 자신의 오러 막을 꿰뚫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오산이었다.
-덥석.
머리를 잡고 있는 프란체코의 팔목을 로크가 엎드려있는 상태로 붙잡았다.
[가 발동됩니다.]-우우우웅!
프란체코의 팔목과 몸에 있는 오러를 자신의 몸에 순환시킨 뒤, 잡고 있는 팔목으로부터 돌려주었다.
“크윽…..”
프란체코는 순간 팔목으로부터 흘러들어오는 묘한 충격에 당황하며 내 머리에 올려놨던 손을 거둬들였다.
-피용!
프란체코가 물러나는 즉시 「매직미사일」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달려들었다.
-파아아아아아앙-!!!!!
오러 막에 부딪친 「매직미사일」은 아무런 효과도 내지 못했지만, 그 순간 로크는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에서 눈치만 보던 백골이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그대로 오른쪽 다리를 한 걸음 내디뎠다.
[가 발동됩니다.]-크롸롸롸롸롸롸롸롸-!!!
폭풍의 기운이 대지를 헤집어 놓으며 로크의 신형이 화살처럼 앞으로 쏟아졌다.
휘둘러지는 백골이의 꼬리를 향해 프란체코도 마찬가지로 주먹을 뻗었다.
‘오러 블레이드?’
주먹에 보이는 압축되어 있는 기운에 로크는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백골이라면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끝까지 꼬리를 휘둘렀다.
“거기까지-!!!!!!”
하지만 둘의 공격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우뚝!
프란체코는 스스로 몸을 멈추었지만 로크는 아니었다.
‘몸이……’
강제로 멈추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그 강제력은 오래가지 않았다.
‘방금 그건 뭐지?’
영혼이 옭아매어 움직이지 못한 것이 아닌, 말 그대로 육체가 잠깐 뻐근하듯 움직이지 않았다.
로크는 당황스러운 기색을 숨기지 않으며 황녀를 바라봤다.
“같은 동료끼리 싸우지 말자고요? 아직 할 이야기도 많은데.”
“……”
황녀의 말에 로크는 백골이를 대충 땅바닥에 던져 놓은 뒤 조용히 한쪽 무릎을 꿇었다.
“레이젠 제국의 자손 아탈리네 황녀님을 뵙습니다.”
아무리 내가 세상 신경 안 쓰고 살고 싶다고 해도 예는 지켜야겠지.
현재로서 녹색 눈을 가지고 있는 2명의 자손 중 한 분이시니까.
***
아탈리네 황녀.
갑작스럽게 멸망한 세계로부터 망가진 정계를 홀로 지탱하였던 인류 최후의 보루라고 불리었던 그녀는 미래에서도 굉장한 유명 인사였다.
수많은 귀족 가문과 군사, 군부 시설이 파괴되고, 정계를 책임지던 유명 인사들까지 실종되자 세상은 혼란에 빠졌다.
백성들을 통치할 사람이 없다는 건, 말 그대로 그들을 이끌 사람이 없다는 말도 같았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누구한테 의존하지 못했고, 어디로 피난을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 채 서로 같은 백성들끼리 약탈을 하며 죽을 날을 기다리는 신세였다.
그때 나타난 게 바로 아탈리네 황녀, 즉, 후계자인 황태자에 가려져 아무런 소문도 나지 않았던 황녀가 정계에 갑작스레 나타나 모든 것을 휘어잡았다.
‘유일한 희망이라고 불렸지.’
아탈리네 황녀는 기록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대륙 통일’을 이룬 최초의 황제였다.
물론 그 기간은 1년도 안 되었지만, 당시 우리는 아탈리네 황녀를 믿고 따르며 현실에서 이겨내고자 했다.
‘대충 예상은 했지.’
아이젠 공작으로부터 조직의 수장이 황녀라는 말에 가장 먼저 아탈리네 황녀가 생각나기는 했다.
물론 그녀 말고도 위로 두 명의 황녀가 있었기에 단정 지을 수 없었지만 말이다.
“저를 아시나요?”
“머저리가 아니라면 그 녹색 눈을 모를 리가 없겠죠.”
“흐음? 일단 알았어요. 그만 자리에서 일어나세요.”
아탈리네의 말에 조심스레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시선은 여전히 그녀의 얼굴에 두지 않았다.
“프란체코도 그만 하세요. 지금 신입을 길들이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지 않나요?”
아탈리네의 가느다란 손이 쓰러져 있는 두 여기사한테 향했다.
“이, 이런!”
프란체코는 서둘러 공간에 손을 뻗더니 그곳에서 포션 두 개를 꺼내어 두 여기사의 입에 흘려주었다.
‘아공간 아티펙트….. 부럽다. 나도 가지고 싶은데.’
용량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지만, 그만큼 휴대하기 편해서 항상 가지고 싶었다.
“로크라고 하셨지요?”
“예. 천한 놈입니다. 그냥 말을 놓으시죠.”
“위디아 공작가의 자제분이라면 스스로를 천하다고 말하지 않을 텐데요?”
“서자입니다. 겉도는 제가 어찌 고귀한 위디아 공작가의 자손이라 칭하겠습니까? 그냥 편하게 말을 놓으시죠.”
내 말에 여기사를 치료하고 있던 프란체코의 몸이 잠시 움찔 떨었지만, 오직 나만이 그걸 눈치챘다.
“서자….. 하긴, 콜로렌스 경이 준 문서에는 그런 말이 적혀 있지 않아서 몰랐네요. 그래도 말은 편하게 놓지 못할 것 같아요. 이게 습관이라서요.”
“…..그럼 편하신 대로.”
아탈리네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까마귀가 죽었다고 하니 이야기할 게 많겠네요. 일단 오늘 제가 로크를 이곳에 부른 이유는 조직에 관해 간단하게 말하기 위해서요. 이건 콜로렌스한테 들었죠?”
“편지로….. 받았습니다.”
편지에는 자신이 떠난다는 말도 적혀 있었지만, 며칠 안에 조직에서 사람이 와서 해야 할 일을 알려준다고 적혀 있었다.
그때 조직에 관해서 자세히 들을 수 있을 거라고도 적혀 있었는데 설마 수장이 올 줄은 몰랐다.
“로크의 실력은 확인했어요. 아직 부족하기는 하지만 제 호위 기사를 쓰러트리기도 했고, 제국 실버 드래곤 단장인 프란체코를 상대로 물러서지 않았으니까요.”
“……”
“그러니 이제 정식으로 로크 그대를 인정할까 해요.”
아탈리네는 품에서 패 하나를 꺼냈다.
“그건…..”
“조직을 상징하는 패예요. 조직의 지부에 들러서 보여주면 들여보내 줄 거예요.”
은색용이 새겨져 있는 패를 보자, 레이젠 제국이 주는 골든 나이트 제도인 금룡패가 가장 먼저 생각났다.
“은룡패예요. 백작급 이상의 귀족가에 들러 도움을 요청하려면 이걸 보여주시면 도움을 줄 거예요.”
“처음 보는 패군요…..”
“물론 그럴 거예요. 금룡패랑 달리 은룡패는 비밀스럽게 움직이다 보니 귀족가 그것도 대귀족이라 불리는 백작 이상의 귀족들 중에서도 오직 가주들만 그 진실을 알고 있으니까요.”
“감사히 받겠습니다.”
나는 다시 한쪽 무릎을 꿇으며 조심스럽게 아탈리네가 주는 패를 받아들었다.
“오늘 은룡패를 내리는 이유는 로크가 이미 조직의 일을 하나 해결했기 때문이에요.”
“……예?”
“안 그런가요? 71호?”
[…..나를 알아?]한 쪽에서 눈치를 슬금슬금 보고 있던 백골이는 아탈리네의 말에 귀를 쫑긋했다.
그 반응에 아탈리네는 후훗 웃음 지으며 말했다.
“저희 조직은 로크가 생각하는 것보다 굉장히 오래전부터 있었어요. 물론 당신들을 위해 만들어진 건 아니지만요.”
***
이 행성은 오랜 역사와 기록이 남아있지 않았다.
천년전쟁 이후로부터 이 행성의 역사가 시작된다고 학자들은 말한다.
하지만 간간이 발견되는 고대문명의 기록들과 당시 그들이 가졌던 강력한 무기들은 묘한 의심을 불러일으켰다.
“고대문명은 어쩌면 지금보다 찬란했을 수도 있어요. 그리고 그들이 사용했던 아티펙트들은 현재 기술로도 어찌하지 못할 정도죠.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아티펙트는 할리덴슨의 생활 마법을 토대로 만들어졌으니까요.”
생활 마법과 전투 마법은 엄연히 다르다.
할리덴슨은 최초의 아티펙트 창시자라고 말하고 있지만, 더욱 고대에는 오직 사람을 죽이기 위해 만들어진 아티펙트들도 발견되고 있었다.
그렇다 보니 할리덴슨의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아티펙트들은 묘하게 약하고, 그 능력에는 한계가 존재했다.
“가끔가다 남아있는 기록들로 보아, 그들은 행성에 존재하는 이들을 상대하기 위함이 아니라 행성 밖의 적들과 전투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들을 우리는 퀴긱이라고 생각했죠.”
“퀴긱이라면……”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전래 동화에 적혀 있는 외계로부터 온 존재들을 뜻하죠. 물론 저희도 현재로선 퀴긱도 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그때 콜로렌스가 그럴 수도 있다고 말한 건가?
“현재 존재하는 4개의 제국과 12개의 왕국들 그리고 그들한테 있는 유명 인사들은 전부 저희를 알고 있고 후원하고 있어요. 그들의 돈으로 저희는 맞서 싸울 수 있는 자들을 모으고 있죠. 그게 범죄자든 아니든 말이죠.”
“범죄자….. 마르가레처럼 말입니까?”
“맞아요. 하지만 그들이 어떤 일을 저지를 줄 모르기에, 저희는 조직 안에 들어온 이들한테 단약을 먹여요. 제 말을 들으면 일순 몸이 멈춰지는 그런 약이라고 할까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예전에 조직에서 내려준 단약을 드레이크 3번째 고환과 조합하여 나한테 먹였다고 들은 기억이 있었다.
‘보약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