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sen by the Hero King, the Second Life of the Illegitimate Child RAW novel - Chapter (61)
61화. 실버 블러드
“그럼 저는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수고했어.”
수업을 듣던 방안에 싸늘한 기운이 돌자 하이실러는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방안에 에리나는 채소를 냠냠 먹고 있는 백골이를 지긋이 노려봤다.
“이거 나 줘.”
“꺼져.”
“얼마?”
“꺼지라고. 나도 돈 많아.”
그 말에 에리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네가 돈이 많다고?”
“어.”
빈말이 아니었다.
조직한테 받은 은룡패 같은 경우 각 왕국의 대귀족한테 보여주면 그때마다 도움을 받을 수 있었고, 조직이 알려준 지부에 요청하면 임무에 따른 비용도 받을 수 있었다.
그렇다 보니 얼마를 주든 간에 팔 생각도 없었고, 애초에 줄 방법도 없었다.
“네가 돈이 어딨어? 아빠가 지원을 끊었다고 들었는데?”
“지원이 끊겼다고 돈이 없다는 생각은 어디서 나온 거냐? 몸으로 뛰면서 버는 거지.”
공작가의 자손으로 태어나 높은 재능으로 인해 어릴 때부터 지원을 받아온 에리나한테는 귀족의 자제가 몸으로 뛰면서 돈을 번다는 건 신기한 일이었다.
“그럼 하나만 말해줘. 이건 대체 뭐야?”
“몰라도 돼.”
하프노스트에 관한 모든 정보는 비밀이다.
아이젠 공작이라면 모를까 조직에 관해 모르는 에리나한테는 비밀이었다.
“그보다 아네스라고 했나? 괜찮아?”
“걱정하지 마. 그 정도로 약하게 단련하지 않았으니까. 중급 포션까지 사용했으니 괜찮아질 거야.”
“다행이네.”
한때 내 목숨을 노렸던 아네스가 이제는 내 애완동물한테 당했다고 생각하니 묘하게 이상한 기분이었다.
물론, 진명이 없는 상태로 백골이와 싸운다면 나 또한 이기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보다 왜 왔어?”
“놀러왔 지. 요즘 실비아는 놀리는 맛이 없어서 재미없거든.”
“평소에 놀리냐?”
“응. 솔직히 놀리면 재밌거든.”
공작가에서 에리나의 지위는 상당히 높은 편이지만, 그 때문인지 공작가에 대한 흥미를 금세 잃어버리고 재밌는 것만을 찾았다.
물론 실비아도 재미가 없었지만, 그나마 따분함을 풀 수 있는 유일한 상대이기도 했다.
특히 약하다고 놀릴 때가 가장 재밌었는데, 지금은 마치 약에 취한 것처럼 뭐라 해도 듣지를 않아 재미가 없었다.
“실비아는 어때?”
“지 애미 품 안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는 거지 뭐. 외가 쪽이 병신이라서 애도 병신으로 만들려는 것 같기도 하고.”
‘외가……’
그러고 보니 신경 쓰였다.
아주 잠깐이지만 실비아의 엄마를 본 적도 있었고, 그녀를 지키는 기사와 잠깐이지만 검을 부딪쳤다.
대체 그녀가 뭐기에 최고 전력이라 불리는 소드 마스터를 호위기사로 둔단 말인가.
“왜? 신경 쓰여?”
“어.”
“그럼 거래하자.”
“백골이는 안 돼.”
“칫. 나도 간단한 정보만으로 백골이를 원하지 않아. 그보다 이름이 백골이가 뭐야? 조금 귀엽게 짓든가.”
“내 맘이야. 그리고 이유가 있으니까 백골이라 부른 거니까 신경 꺼. 그보다 뭘 원하는데?”
“흐음…..”
에리나는 잠시 턱을 괴더니 고민에 빠졌다.
“그냥 알려줄게. 대신 나중에 부탁 하나 들어줘.”
“들어줄 수 있는 선이라면.”
“그거면 충분해. 아무튼 실비아의 외가라….. 쉽게 말해서 고아탄 제국의 속국이야.”
“…..고아탄 제국?”
현재 세상은 4개의 제국이 균형을 이루며 살고 있고, 그 4개의 제국에 12개의 속국이 그 균형을 받쳐주고 있었다.
하지만 단 하나의 제국만큼은 속국이 1개의 국가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척박한 대지기에 인구조차 부족하지만, 천연의 요새를 가지고 있어 침략하기도 힘든 북부다 보니 신이 주어졌다는 신분을 버린 반역자들이 숨기에 가장 좋은 곳이기도 하였다.
“프라츠 왕국?”
“맞아. 실비아의 외가 쪽은 프라츠 왕국이야.”
“……”
모를 리가 없었다.
프라츠 왕국을 개국한 케빈의 능력인 「빛의 동경」을 얻었으니 말이다.
“그러면 이상한데? 왕국을 개국한 케빈은 금색 머리카락 아니야?”
“응? 그것도 알고 있어?”
“책에서 봤어.”
그의 얼굴을 직접 보기도 했으니 말이다.
당시 내가 기억하는 케빈의 분위기는 전형적인 귀족의 모습에, 금빛 머리카락, 그리고 수련한 외모로 인기가 많을 것 같았다.
“그럼 프라츠 왕국이 노예들이 개국한 국가라는 것도 알겠네?”
“어. 노예들한테 마나를 배우게 해서 기사로서 싸우게 했잖아?”
“고아탄 제국이 단일 민족인 건 알고 있지?”
“응.”
레이젠 제국은 25개의 국가 12개의 민족이 융합하여 만들어졌고, 코하리트 제국은 십성 제도로 인해 막강한 힘으로 주변 민족과 왕국을 흡수하여 크기를 키웠다.
“북부지역에는 원래 카스마라 일족이 지배하던 곳이야. 모두 같은 민족이지만 방대한 대지 때문에 서로 연락도 못 하고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갔지.”
방대한 대지에 흩어져 있는 카스마라 일족을 합친 게 바로 지금의 고아탄 제국의 선조였다.
“카스마라 일족에는 아주 가끔씩 은빛 머리카락이 태어나는 아이가 있는데, 은빛 머리카락을 가진 이들끼리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도 은빛 머리카락으로 태어나. 고아탄 제국의 설화가 그거고.”
“설화가 있어?”
“응. 눈의 정령의 아들 설화인데, 은빛 머리카락을 가진 아이들은 눈의 정령 아들의 자손이라는 설화야. 그래서 은빛 머리카락을 가진 아이들은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해.”
“그럼 실비아도…..”
“20대 전후로 각성하겠지. 그래서 고아탄 제국의 ‘실버 블러드 제도’라는 게 있어.”
“레이젠 제국의 금룡패 제도나 코하리트 제국의 십성제도 같은 건가?”
“맞아. 은빛 머리카락 아이는 각성해. 그러니 평민이든, 귀족이든 간에 은빛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한테 지원을 해서 기르는 거지. 그리고 그중 일부는 다른 왕국이나 귀족들과 결혼시켜.”
“…..잠깐만, 그럼 설마.”
“맞아. 고아탄 제국은 그렇게 세력을 키웠어.”
은빛 머리카락을 가진 아이가 각성하면 무슨 힘을 내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후계자 싸움에서 유리한 건 분명하다.
세계 각국에 있는 유명 귀족가와 결혼시키고, 그 아이가 다음 대 귀족가의 주인이 되면서 고아탄 제국은 그렇게 세력을 키운 것이다.
“뭐. 이게 말은 그렇게 해도 쉽게 되지 않지. 처음에는 그들의 외모가 아름다워서 혹한 귀족들이 많았는데 한두 번이야? 점점 고아탄 제국은 세력을 늘릴 수가 없게 됐지.”
“그럼 실비아 엄마는 어째서 이곳에 온 건데?”
“나도 몰라. 하지만 뻔하지 않아? 위디아 공작가 대대로 내려오는 「마나적응력」에 대한 힘과 실버 블러드의 힘을 가진 아이가 나타난다면 상당한 영향력을 끼칠 테니까. 거기에 재능만 있다면 이 가문은 실비아한테도 가주 시켜줄걸?”
“……”
결국에 이게 어떻게 된 건지 알 수 있었다.
일단 실비아의 외가 쪽은 프라츠 왕국이고, 프라츠 왕국을 건립한 케빈은 고아탄 제국에 보호받는 조건으로 속국이 되어 제국의 실버 블러드의 핏줄과 결혼했다는 것이다.
‘혈맹인가.’
다른 가문들과 다르게 위디아 공작가는 재능 위주기에 실버 블러드의 핏줄이 후계자에 오른다면 가주의 자리를 차지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다만, 그렇다면 그걸 알고도 프라츠 왕국을 외가를 둔 아내와 결혼한 이유가 궁금해진다.
“그걸 알고도 결혼한 이유가 뭐야? 색욕? 협박?”
“그럴 리가 있겠어? 나도 그 이유는 몰라. 아무튼 간에 실비아는 외가 쪽의 기대를 받으니 그만큼 압박을 받는 거겠지.”
내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영웅왕님. 실비아가 미래의 운명에 크게 관여될 수 있다고 했죠?’
실비아가 20대 전후로 각성을 하고, 거기에 위디아 공작가가 물려준 마나적응력으로 소드 마스터가 된다면…… 그녀는 과연 얼마나 강한 걸까?
‘위디아 공작가가 멸문했을 때 죽지 않았다면….. 그리고 루나가 사냥꾼을 죽이는 것으로 엄마가 주는 압박을 벗어났다면…..’
운명 비율이 제대로 청산되지 않은 것도 이해가 된다.
“흐음……”
그렇다면 역시 실비아를 고쳐 쓰는 편이 좋을 것이다.
‘가장 편한 건 아이젠 공작이 협력해주는 건데…..’
그럴 가능성은 현저히 적었다.
이곳에 있는 모든 사용인들이 후계자가 미하엘 형님으로 알고 있지만, 아직 완전히 정해진 것도 아니다.
그렇다 보니 외가 쪽에서 포기를 못 한 것이겠지.
“실비아 상태가 심각해?”
“어. 눈에 힘도 없던데? 그냥 인형같이 움직여.”
나는 머리에 손을 올리고 한참 생각에 빠졌다.
‘소드 마스터가 문제인데……’
대놓고 가면 전쟁을 일으키는 것이다 보니 그것도 무리였다.
결국에는 실비아가 미래에 있었던 일처럼, 스스로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날 사냥꾼과 루나한테 무슨 일을 겪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확실치는 않지만 분명 외가 쪽에서 벗어나는 시발점은 맞을 것이다.
그러니.
‘실비아의 약점을 없애주는 게 우선인가.’
전에 우리 집에서 미친 듯이 검을 휘둘렀을 때 실비아는 분명 무언가를 다짐했다.
다만, 다시 끌려가서 그 다짐이 모래성처럼 와르르 쓰러졌을 것이다.
실비아의 약점인 실전과 생명을 죽이지 못한다는 것을 없애준다면 다시 바뀔 가능성도 있었다.
“뭔가 재밌는 걸 상상하는 것 같은데? 뭐하게?”
“몰라도 돼.”
“나도 할래! 재밌는 거라면 못 참지!”
“시끄러. 또 백골이한테 처맞기 전에 그냥 꺼져.”
“우와. 내 동생 변했다?”
“나이도 똑같은데 동생은 무슨. 아무튼 왜 왔어?”
“놀러 왔다고 말했잖아?”
“그게 정말 끝이야?”
“응. 정말 끝이야.”
“하아…..”
아무래도 진담인 것 같았다.
재미가 없어서 후계자 자리도 관심 없다는 에리나다. 재미가 없으니 이곳에 오는 것도 납득은 되지만 솔직히 방해였다.
“그래서? 여기에서 뭐 하고 놀 건데?”
공작가가 재미없다고 하지만, 이곳보다는 재밌을 것이다.
여러 궁이 있지만 내가 있는 곳은 외곽 중의 외곽이다 보니 그저 작은 집 하나만 있을 뿐이었다.
재미있는 거라곤 하나도 없었다.
“그럴 것 같아. 그래서 밥이나 같이 먹자고 해서 왔어.”
“밥?”
“응. 나가자!”
“…..나가자고? 공작가 밖으로?”
“사줄게.”
“가자.”
사준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
나는 옷을 대충 갈아입고 에리나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안녕하십니까 아가씨.”
밖으로 나가기 직전, 공작가를 지키는 병사들이 우리를 막아섰다.
“어디가시는지 알 수 있을까요?”
“잠깐 나갔다 올게요. 쇼핑하는 거니 걱정하지 마세요.”
“사용인 한 명만 데려갑니까?”
병사는 나를 알지 못하다 보니 사용인으로 착각한 듯하였다.
하지만 이런 취급에 익숙하기에 나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있었다. 애초에 내 존재를 아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네. 맞아요.”
“홀로 가시면 위험합니다. 잠시만 기다리시면 호위기사를 불러오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위디아 공작령에서 저를 건드릴 정도로 간 큰 인간은 없어요.”
“그렇다 할지라도 공작가의 영애분이 혼자 나갔다고 하면 제가 큰 화를 입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그 말에 에리나는 조용히 입가에 손가락을 가져갔다.
“슬립.”
-털썩.
병사는 허물어지듯 쓰러졌다.
“자. 가자.”
“…..미친년.”
나가겠다고 병사를 기절시키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