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sen by the Hero King, the Second Life of the Illegitimate Child RAW novel - Chapter (62)
62화. 부작용
에리나는 힐끔 내 허리춤을 바라봤다.
“왜 검을 그냥 차고 있어? 위험하게.”
“딱히 위험하진 않아. 날이 없으니까.”
지금 당장은 위험하지 않겠지만 서둘러 검집을 만들 필요는 있었다.
현재 기절해 있던 백골이의 털을 계속 빗어서 상당수의 죽은 털을 가지고 있었지만, 대장장이를 찾지 못해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혹시 공작가 안에 야장이 있어?”
“공작가 안에는 없지만, 공작령에는 있지. 왜? 필요해?”
“어.”
“솔직하네?”
“딱히 숨길 필요는 없으니까.”
그러자 에리나는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밥 먹고 가자! 내가 소개해줄게!”
“나야 좋지.”
왠지 모르게 공작가 밖에서의 에리나와 안에서의 에리나의 얼굴은 상당히 다르다고 느꼈다.
***
에리나는 밖을 자주 돌아다닌다.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전부터 공작가의 자제들은 실습을 익히다 보니, 밖으로 나가는 건 딱히 어려운 건 아니었다.
다만, 공작가의 자제다 보니 호위를 대동해야 했지만 에리나는 그러지 않았다.
조용히 다니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평소에는 아네스 한 명만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그렇지 않으면 병사들이 기사들을 끌고 올 테니 말이다.
‘나가는 걸 허락받는 것보다, 용서받는 게 더 편하니 말이지.’
거기에 자신의 귀여운 동생까지 같이 가고 있으니 그녀의 마음은 들떴다.
그에 반해 로크는 약간이지만 이상함을 느꼈다.
‘뭐지?’
에리나와 자신의 나이 차이는 기껏해야 4달 차이였다.
같은 나이라 봐도 무방하지만 에리나는 고작 며칠 사이에 상당한 육체적인 성장을 이루었다.
물론 꼬맹이티에서 갓 벗어난 것 정도였지만, 그래도 자신의 비해서는 상당한 성장이었다.
‘나는 왜 성장하지 못했지?’
과거에 비해 지금의 나는 용병 시절보다 많은 음식을 먹고 있었다.
그렇기에 과거라면 슬슬 멈췄던 성장이 진행되어야 한다.
‘영웅들의 능력을 무지막지하게 써서 그런가?’
그렇게 몸에 축적된 에너지를 체력과 치유로 전부 써버렸으니 성장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었다.
‘이제 조심 좀 해야겠네.’
물론 키가 크든 작든 그런 건 상관없지만, 하다못해 지금의 작은 키에서 벗어나긴 해야 한다.
전투에서 불리하니까.
“자! 여기야! 여기 맛있어! 값도 싸고!”
묘하게 신나 보이는 에리나를 무시하며 도착한 식당을 바라봤다.
“여긴…..”
“응? 알아?”
“어. 몇 번 먹어봤어.”
콜로렌스가 처음 밥을 사줬던 곳이다.
물론 평민들이 자주 이용할 정도로 값싼 곳은 아니지만, 에리나한테는 값싸다고 느낄 정도로 가격이 상당히 괜찮은 곳이었고 맛도 뛰어났다.
“들어가자.”
나는 에리나의 뒤를 따라 식당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이 바글바글했기에 우리는 조용히 비어있는 식탁으로 가서 앉았다.
“음식은 어떻게 할래?”
“나는 고기 위주로, 그리고 얘는 채소 위주로.”
[아니. 나는 먹고 와서 배부르다.]“안 먹겠다네. 그냥 내 것만 시켜.”
그러자 에리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대화할 수 있어?”
“그냥 느낌 같은 거지 뭐. 아까 밥을 그렇게 먹었는데 먹고 싶겠어?”
“하긴, 그것도 그런가? 알았어.”
에리나는 조용히 종업원을 부르더니 익숙한 듯 몇 가지 음식을 주문했다.
사람들이 많은 걸 보면 음식이 나오는 데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그래서 실비아는 그대로 내버려 둘 거야?”
에리나의 말에 나는 조용히 팔짱을 끼고 가만히 있었다.
“그래도 귀여운 동생이라고?”
“너는 그냥 재밌을 것 같아서 그러는 것 같은데?”
“반은 맞아. 근데 반은 아니거든.”
“반?”
“응. 나 외가 쪽 싫어해. 나뿐만 아니라 아빠도 싫어할걸?”
“싫어하면서 왜 결혼한 거야?”
“여러 가지 복잡한 사정이 있겠지.”
계속 이야기를 들어보니 실비아의 외가 쪽을 좋아하는 사람은 공작가 내에서도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상대의 가문에 오는 건데 소드마스터를 데려온 건 명백히 봐도 위디아 공작가를 못 믿는다는 항의 표시거든.”
평범한 기사도 아니고 국가전력이라 불리는 소드마스터다.
위디아 공작가 또한 몇 명의 소드마스터가 있기에, 그들을 못 믿는다는 항의 표시가 되기도 했다.
“거기에 사용인들도 모조리 갈아치우려고 하고.”
“그건……”
“완전히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겠다는 표시겠지. 물론 그게 쉽사리 될 리가 없겠지만.”
에리나의 말을 듣자 나는 의아함이 먼저 들었다.
“근데 대체 뭘 원하는 거야? 위디아 공작가를 집어삼키려는 행동치고는 너무 대놓고 움직이는데?”
“그러니까 더 어이없는 거지. 그렇게 대놓고 움직이니까.”
뭘 원하는지는 알 것 같지만, 너무 대놓고 움직이니 오히려 혼란스럽기만 했다.
“아무튼 간에 실비아를 도와주는 거면 나도 협력할게.”
“도와줄지 말지 결정하지도 않았어. 무엇보다…..”
“무엇보다 뭐?”
“아니야. 음식 오네. 밥이나 먹자.”
실비아는 반드시 구출해야 한다.
그녀의 미래에 따라 운명 변화율은 크게 바뀔 것이다.
백골이를 얻고, 적에 대해 들었음에도 운명은 크게 변하지 않았을 정도로, 실비아는 미래에 큰 전력이 될 것이다.
‘네?’
영웅왕님의 진지한 목소리에 나는 흠칫 놀라며, 다음으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집중했다.
‘뭔데요?’
‘네?’
‘근데 제가 가지고 있는 능력들 중에서 자연교감에 해당되는 능력들이 있나요?’
「어둠의 개념」은 C급 능력이지만 기껏해야 어둠 속에서 밝게 볼 수 있는 능력이기에 그렇게 좋은 능력이 아니었다.
물론 사용한다면 좋겠지만, 이미 꽉 찬 상태창에 넣을 수가 없었다.
오늘 얻은 「동물언어 백과사전」 같은 경우는 동물의 말을 하는 경우로, 동물과 대화할 수 있는 꿈과 같은 능력이지만 그다지 필요가 없었다.
‘생각해보면 「동물교감」하고 「동물언어 백과사전」하고 비슷하기도 하고.’
아무튼 지금까지 깜빡하고 있었다.
‘근데 「어둠의 개념」을 한참 전에 얻었는데 왜 지금 말씀해주시는 거예요?’
‘꿀꺽.’
영웅왕님의 진지한 목소리에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앞에 있던 에리나가 음식만 보고 침만 삼키는 나를 보며 빠르게 먹으라고 재촉했지만, 나는 영웅왕님의 목소리에 집중하였다.
‘…..하아’
역시나 영웅왕님이라고 생각하며 속으로 한숨을 쉰 나는 에리나가 시킨 스테이크를 포크로 푹 찍어 입으로 가져갔다.
우뚝!
방금 내가 뭘 들은 거지?
‘……잠깐만요 영웅왕님.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아니, 그 전에요.’
‘……’
-툭.
들고 있던 포크가 식탁에 떨어졌다.
***
시간 동결에 대한 부작용이 신체에 생길 수 있다고 들었다.
그렇기에 어느 신체에 오나 불안해하고 있었는데, 그게 ‘키’일 줄은 몰랐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근육의 성장과 뼈가 단단해지는 건 계속 진행되지만, 오직 뼈 크기만 유지된다고 한다.
‘부작용은 풀 수 있다고도 하니까.’
그저 부작용을 푸는 게 힘들 뿐이지.
식사가 끝나고 나는 에리나를 따라 대장간을 향했다.
“전전대 공작 때부터 가문에 무기를 납품해주는 대장간이라고 하더라. 실력은 좋은가 봐.”
“가본 적 없어?”
“그건 아니고, 나는 검을 사용하지 않으니까 실력을 모르지. 내가 사용하는 건 스태프니까.”
검사의 검은 야장이, 마법사가 사용하는 스태프는 마탑에서 만든다고 알려져 있으니 가본 적이 없는 것도 이해가 된다.
“그래도 아네스가 검 손질 받으러 갈 때마다 기분 좋은 표정을 지으니까 실력은 걱정하지 마.”
에리나를 따라 길을 걸으니 서서히 주변의 공기가 변하는 게 느껴졌다.
[철 냄새가 강하게 나는군.]내 어깨에 앉아 있던 백골이는 주변 공기에서 흘러들어오는 철 냄새에 미간을 찌푸렸다.
[역겨운 냄새다. 쯧, 인간들은 어찌나 이리 어리석은지.]‘뭐가 어리석은데?’
[어차피 다루지도 못할 무기를 만들지 않은가? 그런 철쪼가리 몇 개보다 본신의 힘을 단련하는 게 더 좋을 터인데.]‘인간이 너처럼 몸을 다양하게 움직일 수 있는 줄 아냐?’
[다른 인간은 몰라도 너는 다르지 않나?]‘……그래도 무기를 쥐면 강해지니까.’
[아무튼 간에 이곳은 불의 기운이 강하다 보니, 땀이 나서 털이 눅눅해진다.]백골이도 땀을 흘리나 보다.
아무튼 에리나를 계속 따라가니, 태양의 문양이 그려진 대장간 앞에 멈춰 섰다.
“여기야.”
대장간 안으로 들어가니, 여러 야장들이 작업을 하며 뜨거운 화기를 내뿜고 있었다.
“이거이거….. 에리나 아가씨 아닙니까?”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바라보니, 그곳에는 나와 키가 비슷한 할아버지 한 분이 서 계셨다.
온몸이 근육질로 덮여 있었고, 옷 틈 사이로 보이는 피부에는 큰 상처까지 나 있었다.
“오랜만이에요. 헨브레드.”
“오랜만입니다. 그나저나 혼자 오셨습니까? 아네스 경은 안 데려오시고.”
“아네스는 임무 때문에 다쳐서 치료를 받고 있어서요. 그리고 아네스의 검도 부서져서 새로운 의뢰도 맡길 겸 해서 왔어요.”
“흐음. 아네스의 검은 적지만 미스릴이 들어가 있어서 쉽게 부서지지 않을 텐데요….. 허참. 알겠습니다. 저번에 만들었던 것대로 그대로 만들겠습니다. 그런데 뒤에 있는 사람은 누구…..?”
아까부터 내가 차고 있는 검이 궁금했는지, 허리춤에서 시선을 돌리지 못하던 헨브레드였다.
“제 동생이에요.”
“……아이젠 공작님한테 셋째 아들이 있다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만, 이분이 로크 도련님이군요.”
‘나를 알아?’
다른 사용인들은 모르는데 외부에 있는 노인이 나를 알고 있다고 하자 의아함보다는 궁금증이 앞섰다.
“로크입니다. 부탁드릴 게 있어서 왔습니다.”
“어서오시지요. 헨브레드라고 합니다.”
헨브레드가 내미는 손을 붙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