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sen by the Hero King, the Second Life of the Illegitimate Child RAW novel - Chapter (67)
67화. 보라색 보석
로크는 크게 착각하고 있는 것이 있었다.
운명비율이 소량 바뀔 정도면 미래에 그 사람이 활동했던 업적은 대단했을 거라는 걸 말이다.
에리나 대신 조직에 들어갔을 때는, 조직 자체가 에리나를 포기하지 않아서 운명의 미래에 아직 크나큰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상당히 변했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실비아의 경우는 어떠할까.
조직은 아직도 실비아를 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루나의 사건 이후에 실비아의 미래는 로크의 미래와 완전히 뒤바뀌었다.
자유롭게 행동하던 실비아의 모든 행동에 제약이 생긴 것이고, 조직의 끈질긴 권유에도 미래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말과도 같았다.
단지 여기까지 만이라면 실비아와 만났을 때 운명 비율이 그렇게까지 소량 바뀌지 않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이상했어.’
다시 와서 생각해보면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실비아의 재능이 뛰어나다고 해도, 과연 71호를 백골이로 만들었을 때보다 강하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백골이의 강함은 내가 겪어봤기에 알고 있었고, 보석을 먹일수록 강해질 테니 그 힘은 상상을 초월했다.
‘생각해보면 그 백골이조차도 실비아가 미래에 가지고 있는 힘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거야.’
내가 생각했던 미래는 ‘루나가 사냥꾼을 죽임으로써 실비아가 두려워하는 실전을 겪어서 마음에 무슨 변화가 생겨 성장의 계기가 되었다’ 정도였다.
‘하지만…… 그 성장의 계기가 각성이었다면?’
은색 머리카락의 카스마라 일족은 20대 전후로 각성한다고 하니, 13살의 나이에 각성을 하는 것도 그다지 이상한 것도 아니다.
만일 그때 실비아가 각성해서 사냥꾼을 살리기 위해 루나를 죽였다면?
루나를 죽이고 이후에 나타난 백골이 마저 죽였다면?
‘내 운명 비율이 적게 정산된 것도 이해가 가.’
카스마라 일족의 은색 머리카락을 가진 자들은, 같은 자들끼리 자손을 낳으면 은색 머리카락의 아이를 낳는다고 한다.
‘하지만 에리나는 다르게 말했지. 귀족이든, 평민이든 간에 은색 머리카락을 가진 자들한테 모든 지원을 한다고.’
그렇게 된다면 모든 국민들을 은색 머리카락으로 만들면 될 것이다. 그런데 은색 머리카락을 가진 이들만 지원한다는 건 무언가 이상했다.
‘은색 머리카락끼리 낳은 자손은 그리 강한 각성을 하지 않는 것이 분명해’
그렇다면 실비아는 어떨까?
일단 은색 머리카락을 가진 자와 아닌 자와의 아이였다. 한쪽이 은색 머리카락이지만 그건 상관없었다.
오히려 위디아 공작가의 「마나적응력」이라는 재능마저 타고났으니까.
‘……이들은 애초부터 실비아의 재능과 능력을 알고 있던 거야.’
문을 부수고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방 안의 모습에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곳에 있는 모두들 하던 일을 멈추고 식은땀을 흘리는 상태로 나를 노려봤다.
“넌……”
그중에서는 그때 만났던 마스터급 기사도 있었지만, 내 시선은 그 기사가 아닌 이상한 진 안에 묶여 있는 실비아한테 시선이 가 있었다.
[저건…..!]내 어깨에 올려져 있던 백골이는 굳어진 얼굴로 중얼거렸다.
[보석 이식 의식이다! 얼른 막아야 해!]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검을 꺼내 들어 그들을 향해 발을 뻗었다.
[가 발동됩니다.]-크롸롸롸롸롸롸롸-!!!
폭풍의 힘이 주변에 난동을 일으켰다.
***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들은 식은땀을 흘리며 지쳐 있었다.
오직 오러 그 이상의 경지에 있는 자들만 모여 있는 이곳에서 솔직히 내가 이길 거라는 생각하지 않았다.
-띠링!
[통증이 사라집니다.]전에 백골이를 상대할 때 몸에 걸어주셨던 버프가 걸렸다.
통증이라는 건 생물의 몸에 위급이 걸렸다는 것을 알려주는 귀중한 신호였지만, 전투 시에는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었다.
몸이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충격을 받더라도, 그에 기절하지 않고 반격할 수 있는 귀중한 버프였다.
‘감사합니다, 영웅왕님.’
-콰앙!
영웅왕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폭풍과 함께 다가갔던 검이 강한 충격을 맞이하며 금세 잠재워졌다.
“로크 도련님. 이곳은 무슨 일이시죠?”
저번과는 다르게 공손한 말투로 내 앞을 막아서는 소드 마스터의 모습에 나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검을 움켜쥐었다.
[이 발동됩니다.] [가 발동됩니다.]모든 체력을 동원하여 집중력을 극도로 올렸다.
지금까지 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극도로 올라간 집중력은 주변에 있는 백골이가 움직이는 수염의 움직임까지 느낄 정도였다.
[가 발동됩니다.]소드 마스터의 기세에 움직이기 위해서 무색(無色)의 살기를 퍼트렸다.
점자 무거워던 몸이 가벼워지자 내 다리는 서서히 발걸음을 옮겼다.
[이 발동됩니다.]마스터의 사각지대는 함정일 가능성이 높았다.
느려지는 집중된 세상에서도 나는 만족하지 못하고, 감각을 극도로 끌어올려 상대의 움직임을 최대한으로 예측했다.
그의 숨결, 손짓, 발걸음 등을 확인하며 어떻게 움직일지 미리 판단했다.
-스릉~!
공기조차 베어버릴 것 같은 날카로운 예기를 가진 검이 서서히 태동을 시작했다.
느려진 세상과 똑같이 느려진 검에는 하얀색 기운이 맴돌았다.
[가 발동됩니다.]방금 부딪쳤던 일격의 충격을 몸에 순환시키며 검을 쥔 손으로 옮겨왔다.
[가 발동됩니다.]죽음조차 무언가를 지키기 위한 희생으로 받아들여지는 불멸의 용기가 마음에 깃들며 내 몸은 마치 바람과 같이 흘러갔다.
《삼 검 – 순풍이 흘러온 길.》
-휘익!
하늘하늘 휘둘러진 내 검은 그저 무의미하게 공간을 베어낼 뿐이었다.
그 모습에 마스터는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 뭘 하시는…..”
하지만 마스터는 끝까지 말을 잊지 못했다.
-울컥!
갑자기 입가에서 튀어나온 핏줄기에 당황을 금치 못했다.
“한 방을 조심해야지.”
바람은 내가 사용하는 속성 중에 가장 자유롭기에, 격검(激劍)의 발동이 가장 까다롭지만 그만큼 가장 효과가 좋았다.
‘위력이 약해서 치명상을 주지는 못하겠지만.’
백골이를 상대하느라 이곳에 기사들은 시선을 주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밖에 기회가 없어!’
[가 발동됩니다.]나는 서둘러 발을 움직여 실비아의 앞으로 다가갔다.
“기, 기달…..!”
외상과 다르게 내상을 그냥 내버려 두면 큰 위험이 될 것임을 알기에 마스터 기사는 쉽게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사이 내 몸은 실비아의 몸에 보석을 넣는 의식이 행해지는 진 안으로 들어왔다.
“……이게 뭐야.”
알몸으로 있는 실비아의 심장에는 이미 하나의 보석이 반쯤 박혀 있었다.
“보라색?”
그리고 그 색은 푸른색이라고 보기에는 보라색에 가까웠다.
***
한때 백골이한테 물은 적이 있었다.
“너는 내가 보석에 적응할 재능이 있다고 했지?”
[그렇다.]“이유는?”
[별건 아니다. 보석을 흡수할 때 어째서 아이의 몸부터 시작하는지 아느냐?]“음….. 성장이 빨라서?”
[정답이다.]“…..진짜?”
[그래. 생물들은 성장기라는 게 있다.]백골이는 앙증맞은 손바닥으로 당근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나 또한 인간이라 불리는 종족은 아니다. 하지만 성장기가 있다.]백골이도 어느 행성의 주민이기는 하지만 자신은 인간이 아니라고 말했다.
다만, 너무 어릴 때다 보니 자신이 무슨 종족인지는 모른다고 한다.
[성장기가 오면 보석은 몸에 더욱 흡수되며 세포와 함께 성장하여 더욱 강대한 힘을 가진다. 다만, 부작용도 있다.]“부작용?”
[너무 어린 나이에 보석의 힘을 견뎌야 하다 보니 죽거나 실패한다.]“……”
[성공하더라도 신체 일부에 장애가 오거나, 지적 능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대다수의 경우가 이렇지.]그 말을 듣자마자 사냥꾼이 생각났다.
보석의 힘을 견디기는 했으나, 그 대가로 언어를 말할 때 힘들어했다.
[두 번째의 경우는 바로 ‘자연의 기운’이다. 어린 나이에는 대부분 가지고 있지 않지.]“가지고 있지 않다니? 보통 10살 정도부터 마나를 쓰는 아이들도 많은데?”
물론 마나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정도라면 시간이 걸릴 테지만, 마나를 느끼고 몸에 저장하는 정도라면 어린 나이에서도 할 수 있었다.
[내가 말하는 건…… 그래, 오러 같은 거다.]“오러?”
[일정한 경지에 들어가는 순간, 자연의 기운은 몸에 정착한다. 그렇게 되면 보석은 오히려 자연의 기운에 짓눌려 파괴된다. 설사 푸른색 보석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흐음……”
하긴, 그렇게 말하면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 보니 우리는 아이를 데려올 때 성장기 전인 13~14살 이하의 아이를 고른다. 그렇다 보니 육체적인 능력이 뛰어난 아이를 더 선호한다.]“아아….. 그래서 나를?”
[스피릿 브레이크라고 했나? 그런 건 처음 본다. 다만, 그것 때문에 네 육신은 푸른색 보석도 견딜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물론 그렇게 해도 실패하는 경우가 있지만.]보석에 적응되는 건, 순전히 보석의 마음이라고 한다.
[전에는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지금은 알 것 같다.]“보석의 마음을?”
[그래. 아마 조직도 모르고 있겠지. 보석에 영혼이 봉인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보석의 영혼에도 성별이 있다는 것, 영혼이 기억의 잔해를 가지고 있다는 것.]아무튼 보석 취향에 따라서 굴복할지 안 할지를 선택하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궁금한 게 있는데.”
[뭐냐?]“두 자리 숫자라고 했지? 그럼 그 숫자가 랭킹이야?”
“그럼 두 자리 숫자가 끝이야?”
그 말에 백골이는 갑자기 몸을 덜덜 떨기 시작했다.
물론 내가 봤을 땐 그냥 다람쥐가 위험한 것을 만나 털을 부풀린 것처럼 보일 뿐이다.
[…..한 자리 녀석들이 있다. 그 녀석들은 숫자에 따라 순위가 매겨진다.]“한 자리라……”
백골이의 힘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다.
다만, 한 가지 알 수 있는 건 설사 마스터급 검사나 마법사라도 백골이를 이기지 못한다는 것이다.
충격을 자유자재로 흡수, 방출하는 백골이의 능력을 직접 겪은 나로선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설마 졌냐?”
[……]말이 없는 걸 보니 졌나 보다.
“왜 졌냐?”
백골이는 우물쭈물거리며 잠시 망설이더니 이내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 녀석들의 보석은 푸른색이 아니니까.]“응? 그게 무슨 말이냐? 푸른색하고 붉은색밖에 없다며?”
[푸른색 보석을 수없이 흡수하면 보라색을 띤다. 그자들을 만나면 도망치는 방법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