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sen by the Hero King, the Second Life of the Illegitimate Child RAW novel - Chapter (7)
7화. 변화 (3)
‘운이라…… 아마 저하고 가장 거리가 먼 말일 거예요.’
운이 좋았으면 미래에 그런 개고생은 하지 않았겠지.
내게 있는 운이라곤 오로지 악운뿐이라고 생각했다.
별의별 일이 다 있어도 어떻게든 살아남긴 했으니 이것도 운이라고 할 수 있는 건가?
‘그나저나 A급이라…….’
오늘 하루만 해도 놀랄 일이 대체 몇 개인지 이제는 지칠 지경이었다.
-띠링!
[기억이 스며듭니다.]기억이 머릿속에 스며드는 걸 보니 이 능력은 [상태]에 해당하는 능력일 가능성이 높았다.
정신이 몽롱해지며 머릿속에 기억이 떠올랐다,
“전군.”
티끌 한 점 없는 순백의 말에 타 있는 남성이 손을 들어 올리자, 그를 뒤따라오던 ‘전군’이 자리에서 멈춰 섰다.
손을 들어 올리자 앙상한 팔목이 드러났지만, 그 남자의 눈빛만큼은 만인을 집어삼킬 듯 날카로웠다.
아직은 젊어 보이는, 아니 젊어 보인다는 말로는 표현이 안 될 정도로 남자는 무척 어렸다.
나보다 기껏해야 2~3살 정도나 많을까.
그는 멍하니 앞에 있는 산을 바라보았다.
“주군?”
“……아스란.”
“말씀하십시오.”
“병사들은 전부 휴식을 취하게 하고, 기마대 100을 대동하여 저 앞에 있는 세 산의 ‘지형’을 그려와다오.”
“알겠습니다.”
산의 지형을 그리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산을 능숙하게 타는 이들이라도 고전할 일을 아스란은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였다.
그의 눈에는 청년을 향한 존경심이 보였다.
“힘든 전투가 되겠구나.”
그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러자 마치 사진처럼 화면이 뒤섞이더니 시간대가 바뀌기 시작했다.
‘벌써 저녁인가?’
칠흑 같은 어두어둠이 밤하늘을 감싸고 있었다.
아까 본 사내는 병사들이 만들어 놓은 천막 안에서 아스란이 그려온 산의 지형을 확인하고 있었다.
“코멘 산, 부런 산, 카오론 산. 이 산맥에는 골치 아픈 점이 있습니다.”
“골치?”
아스란은 산을 타고 왔음에도 지친 기색 없이 그려온 그림에 작은 돌멩이들을 올려놓았다.
그는 연이어 수십 개의 돌멩이를 이용해 산맥 그림 위로 올리기 시작했다.
“몬스터 군락인가?”
“맞습니다.”
“몬스터의 종류는?”
“오크, 리저드맨, 고블린이 대다수였으며 군락의 수는 많지만 몬스터의 수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흐음…….”
사내는 조용히 아스란이 올려놓은 돌멩이들을 바라보았다.
상당한 시간이 흘렀지만, 남성은 자신의 눈이 충혈되어 붉어진지도 모른 채 계속해서 산맥을 바라보았다.
한참 뒤에 남성이 서서히 입을 열었다.
“아스란.”
“예.”
“지금 가지고 있는 기름통이 몇 개나 있지?”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기름통 또한 공격용이 아니라 요리용일 겁니다.”
“상관없다. 불만 붙고 연기만 날 수 있다면.”
“알아오겠습니다.”
아스란이 천막 밖으로 나가고 몇 분 뒤, 그가 어느 중년 남성과 함께 들어왔다.
“부, 부르셨습니까. 자, 장군님.”
“그래. 혹시 기름통이 몇 개나 있는지 알 수 있나?”
“무, 무슨 기름 말씀하시는 건지요?”
“불이 붙는 기름 말이다.”
“오크통으로 기껏해야 한 통 정도일 겁니다요오…….”
“……적군.”
“히이익! 죄, 죄송합니다!”
“아스란. 그만 내보내거라.”
“알겠습니다.”
남성의 미간에 주름이 깊게 패팼다.
전쟁에 기름통을 가져오는 일이 많지 않은 건 당연했다.
“죽일까요?”
“그럴 리가. 적긴 하지만, 한 통이면 어찌저찌 될 것 같구나.”
“……예?”
“발이 빠르고 산에 능숙한 병사 500을 모아다오.”
“알겠습니다.”
갑작스러운 명령이었지만 아스란은 이번에도 남성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병사들한테 술병에 기름을 담고 몬스터들의 영역에 불을 피우라고 일러두어라.”
“화공입니까?”
“아니다. 바람이 동향을 타고 있으니, 곧 비가 올 것이다. 그리고 고작해야 기름 한 병 가지고 화공을 할 수는 없겠지.”
“그럼?”
“몬스터들끼리 소란을 일으키게 한 뒤, 최대한 이쪽으로 유인해라.”
남성은 산맥의 정중앙을 손가락 끝으로 가리켰다.
“거긴…….”
“몬스터들을 이용해서 전군의 진격을 최대한 저지한다.”
“……!”
“오크, 고블린, 리자드맨의 수는 적지만 영역을 침범당하면 쉽게 화를 내는 다혈질 종들이다.”
“하, 하지만 적들의 수가 너무 많아 몬스터들이 그들과 싸우는 걸 주저할 것입니다! 그들한테도 일단 지성이라는 것이 있으니까요!”
“곧 비가 올 것이다.”
“……예?”
“기름으로 피운 불에 물이 뿌려지면 폭발이 일어날 것이다. 그럼 몬스터들은 더욱 미쳐 날뛰겠지. 병사들한테 일러 되도록이면 몬스터 새끼가 있는 움막에 불을 피우라고 하거라.”
“하지만…….”
“적군의 수가 많으니 기껏해야 몇 분 정도일 것이다. 그사이 우리는 협곡 위로 올라간다.”
단호한 지령과 함께 그는 그림 속 산맥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곳에 마법을 사용하여 산사태를 일으킨다.”
아스란은 이번에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주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나는 정신을 차렸다.
“……코란트 산맥 전투?”
“가봤으니까요.”
코멘 산, 부런 산, 카오론 산.
이 세 산은 원래 산맥이 아니라 거대한 협곡으로 인해 나누어져 있는 산이었다.
산 자체가 크기도 했고 머나먼 과거에는 이 협곡을 이용하여 다섯 개국이 무역 활동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1,000년 전 발발한 전쟁으로 인해 이 세 산을 나누는 협곡이 사라지면서 영웅 ‘코란트’의 이름을 붙인 코란트 산맥이 되었다.
-띠링!
[의 기억에서 돌아왔습니다.] [천 년 동안 이어져 왔던 대륙 전쟁에 작은 왕국이 참전하였습니다.] [천재라 불렸던 코란트는 전쟁에 참여하여 첫 전투를 맞이했습니다.] [그는 세 개의 산을 나누고 있는 협곡으로 몬스터를 유인했고, 내리는 폭우에 마법을 더해 손쉽게 산사태를 만들어 냈습니다.] [세 개의 산은 결국 산사태로 인해 하나의 산맥이 되었고, 최고의 전술가라 불렸던 코란트는 영웅의 길에 첫걸음을 내디뎠습니다.] [코란트는 미래에 죽어갈 12,551,285명을 구원하였습니다.]-띠링!
[스킬 「전략의 천재」을 획득하였습니다.]등급이 높아질수록 기억의 양이 많아진다.
‘코란트라면 최악의 전쟁을 끝낸 영웅과 동시에, 라이젠 제국과 라이벌이라 불리는 코하리트 제국의 개국 영웅이잖아?’
천년전쟁은 행성 내의 수많은 왕국과 민족끼리 계속해서 이어져 온 전쟁을 학자들이 명명한 것이었다.
하룻밤 사이에 나라가 개국하고, 하룻밤 사이에 나라가 멸국한다.
학자들은 당시 헤이톤스 행성엔 왕국만 수백 개였고, 소수민족까지 합하면 천을 가볍게 넘었을 것이라 예측했다.
뚜렷한 강대국은 존재하지 않았고, 강대국이 생성된다 싶으면 주변 국가가 연합하여 멸국시켰다고 한다.
코하리트라는 소국을 제국으로 이끈 이가 바로 코란트 왕자였다.
‘코하리트 제국인가? 라이젠 제국이 아닌 코하리트 제국에서 태어났으면 뭔가 달라졌을까?’
서자한테 기회를 주는 나라라는 허울 좋은 명분 때문에 내가 버림받았다고 생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귀족들에게 서자의 ‘가능성’이란 그저 경계의 대상일 뿐이었다.
‘쓸데없는 생각이지.’
그나저나 고향 행성의 영웅이라.
‘뭔가 느낌이 이상하네.’
내가 얻는 능력은 전부 어딘지 모를 행성의 영웅들의 능력이었다.
그런 능력들 중 A급에 해당하는 능력이 고향 행성 영웅의 능력이라고 하니 어딘가 기분이 묘했다.
그게 라이벌 제국인 코하리트 제국이라도 말이다.
“상태창.”
-띠링!
『[상태창]
이름 : 로크 론 위디아 나이 : 14세
상태 : 「마나불신체」, 「G : 행군의 근성」, 「S : 초직감」, 「C : 수학 신동」, 「A : 전략의 천재」
성향 : 「F : 어린아이 용기」, 「D : 주방의 카리스마」, 「G : 바보의 한숨」, 「□□」, 「□□」
무술 : 「B : 금강(金剛)의 격(格)」, 「G : 태권도 발차기」, 「D : 바람의 걸음」, 「□□」, 「□□」
스킬 : 【영웅 뽑기】 【능력 저장】 【영웅의 근본】 카드 개수 : 0개』
“앞으로 4개면 꽉 차겠네요.”
‘그만큼 제 행동이 갑작스럽다는 거겠죠.’
마지막으로 얻은 A급 능력은 순전히 운이었지만.
“이만 자는 게 좋겠어요.”
“……그런 사람 없어요.”
“그 사람들이 무식한 거겠죠. 일단 얼른 자도록 하죠.”
“글쎄요……. 테스런은 항상 제가 사고를 치면 밥을 굶겨서요. 아마 저녁밥은 없을 듯싶네요.”
영웅의 기억을 보는데 시간이 걸려 저녁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저녁을 먹으라는 말을 듣지 못했기에 아무래도 먹지 못할 것 같았다.
“어차피 배도 별로 고프지도 않고요.”
“괜찮습니다.”
“네. 지금도 충분히 졸려서요.”
“……그러고 보니 요즘 어깨가 쑤시네요. 부탁드릴게요.”
-띠링!
[잠이 옵니다.]“……어?”
눈 깜짝할 사이에 몸이 침대에 녹진하게 엉겨 붙었다.
***
오후 6시에 잠든 로크와는 다르게, 테스런은 퇴근 시간을 넘겼음에도 쉴 수가 없었다.
머리가 깨진 할스의 뒤처리도 있었지만, 갑작스러운 집사장의 부름이 있었기 때문이다.
“부르셨습니까?”
집사장 에반은 테스런한테 조용히 서류 한 장을 보여주었다.
“이건?”
“내일부터 막내 도련님을 가르칠 가정교사분들이시다. 실례할 일 없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테스런도 어느 정도는 예상한 바라 크게 놀란 기색 없이 서류를 받아들였다.
서류에는 ‘역사’, ‘언어’, ‘수학’ 같은 기본적인 가정교사들도 있었지만, ‘제왕학’, ‘병법’. ‘검술’과 같이 막내 도련님의 재능을 확인해야 할 교사들도 있었다.
그중 검술과 제왕학을 담당할 교관을 본 테스런은 두 눈이 동그래졌다.
“저, 정말 이분이 오시는 겁니까?”
“그렇다네. 착오 없이 준비하도록 하게나.”
“……알겠습니다.”
테스런이 조용히 서류를 품 안에 집어넣으며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