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sen by the Hero King, the Second Life of the Illegitimate Child RAW novel - Chapter (71)
71화. 용살(龍殺)
자연신검은 자연의 기운에 따라 검술의 성질이 변화된다.
공격과 힘에 치우진 라잔 검법의 뼈대에 자연의 기운이 깃들었기에, 자연신검 또한 공격적인 기운이 강했다.
번개의 힘을 가진 검술은 찌르기에 특화되어 있고, 대지의 힘을 가진 검술은 묵직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불의 힘은 폭발의 힘을, 바람의 힘은 날카로운 힘을 가지고 있다면 물은 조금 달랐다.
생명의 중심이 되는 물이기 때문인지 모든 것을 포용하는 듯한 부드러운 힘을 가지고 있었다.
‘유일하게 방어기능이 있는 검술.’
물론 그 뼈대가 라잔 검법이기에 완전히 방어를 위한 검술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유일한 회피기를 가지고 있었다.
‘부드럽게.’
이 검술의 최대 핵심은 과거에 얻었던 「태극신무(太極神武)」였다.
부드럽게, 그러면서도 강인하게.
유연하게, 그러면서도 묵직하게.
상대의 공격을 미리 예측하여 모래 사이를 침투하는 물방울처럼 전진한다.
-서걱…..
실비아가 소환한 거대한 얼음의 창이 순식간에 베였지만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았다.
공격의 특성이 너무 부드러웠기에 스스로가 베였다는 것 자체를 인지하지 못했다.
내 몸은 미끄러지듯 실비아가 소환한 얼음 바늘 사이를 나아갔다.
“어머나?”
극도로 올라간 집중력으로 얼음 바늘을 전부 피해 실비아의 몸 앞까지 다가온 나는 검을 휘둘렀다.
《일 검 – 불이 파괴한 길.》
붉은빛이 감도는 검은 실비아의 목을 향해 나아갔다.
하지만 실비아는 움직이지 않고 그저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우뚝!
[뭐, 뭐 하는 거야! 왜 죽이지 않은 거냐!]붉은 기운이 솟구치는 검은 실비아의 목 앞에서 우뚝 멈춰 섰다.
“역시 못 죽이는구나?”
“……”
실비아의 몸 안에 들어간 영혼은 이미 알고 있었다.
내가 실비아를 죽이지 못하리라는 것을 말이다.
‘실비아는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
고작 며칠 만났다고 정이 들어서가 아니라, 실비아가 앞으로 미래에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는지 알게 돼서 죽이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어째? 마지막 기회가 사라져 버렸는데?”
실비아를 죽이지 않고 제압해야 한다.
상대는 소드 마스터조차 이기지 못했던 상대인데, 내가 이길 가능성은 0%에 가까웠다.
하다못해 영웅왕님의 신체를 현세에 강림시킬 수라도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 또한 방법을 알지 못했다.
지금조차도 실비아의 목을 진심으로 베려고 했다면 내 몸은 순식간에 얼어붙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너도 탐나는 신체를 가지고 있네? 으음~ 좋아. 일단 죽이진 않을게. 대신 너무 저항하면 실수로 죽을 수 있다?”
-스스스슥!
그 말과 동시에 실비아의 몸에서 서서히 얼음이 돋아났다.
알몸이었던 그녀의 몸에 피어난 푸른색 드레스는 아름답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오싹하기도 했다.
‘저건….. 못 뚫어.’
가까이 있기에 알 수 있었다.
실비아가 입은 드레스는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고 있었는데, 너무 촘촘해서 내 검으로 뚫지 못할 것임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럼 이제 시작해볼까?”
-크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
그 순간 실비아의 몸에서 아까까지 느껴지지 않던 기운이 쏟아져 나왔다.
기운에 튕겨온 나는 백골이 옆으로 털썩 쓰러졌다.
[드래곤 기운……!]백골이의 말에 실비아의 몸에서 폭풍처럼 쏟아지고 있는 기운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알 수 있던 것이 있었다.
[이 발동됩니다.]지금까지 침묵하고 있던 능력이 발동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
“크르르르…..”
내 숨소리가 바뀌었다.
***
공백의 공간 안에 허리까지 내려오는 분홍색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는 흥미로운 얼굴로 눈앞에 있는 영혼을 바라봤다.
<헤에? 이라는 게 저런 의미였나요?>
그러자 앞에 있는 아리스의 영혼은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예. 그렇습니다.」
<의 힘과는 확연히 다르네요? 저게 어떻게 된 건가요?>
아리스는 별것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드래곤을 죽이면서 제 몸은 자연스레 용의 피로 물들였고, 그 용의 피는 제 몸에 흡수되어 제 마나 자체를 변화시켰습니다. 다만, 에 눌려 저는 을 사용한 적이 없습니다.」
「예. 애초에 제대로 사용할 수도 없었습니다. 몸에 드래곤의 영혼이 깃들어 있지 않아 함부로 사용하면 몸의 형태가 드래곤처럼 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죠.」
아리스는 드래곤의 영혼을 자신의 몸에 언제든지 안착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상위호환인 의 업적이 몸에 깃들었기에 굳이 할 필요가 없었고, 무엇보다 드래곤을 증오하다 보니 영혼을 몸에 안착시키고 싶지도 않았다.
「저 또한 그렇게 생각합니다. 애초에 드레이크의 고환에 깃든 드래곤의 영혼은 하찮기 그지없습니다. 애초에 몸보신으로 먹기에 드래곤의 영혼은 사람의 몸에 정착되는 것도 쉽지 않지요.」
드레이크의 고환을 먹는다고 영혼이 몸에 정착되는 건 쉽지 않았다.
너무 사소한 영혼이라 정착한다고 해도 몸에 체력을 높여주거나 재생력을 조금 높여줄 뿐이었다.
100명이 드레이크 고환을 먹어도 정착되는 건 1명 정도. 그 정도로 극악의 확률이었지만 로크한테는 「적응」과 백설마녀라 불리는 최고 수준의 연금술사가 함께했었다.
그렇기에 안정적으로 영혼이 안착된 것과 동시에 그 영혼의 질이 좋았고, 의 업적이 쉽게 장착되었다.
「그렇다 해도 이길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당신을 뵙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원한다면 언제든지 불러주시길…..」
아리스는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
몸에 있는 호흡이 완전히 변화되었다.
그냥 그런 느낌을 받았다.
일반 생물이 숨을 쉬는 느낌이 아닌, 마치 종을 초월한 존재가 호흡을 하는 느낌이었다.
숨을 쉴 때마다 공기 중으로 자연의 기운이 들어와 내 몸으로 퍼져나갔다.
체력이 회복되고, 자연의 기운을 모으는 속도가 빨라지며, 육체적으로 한 단계 진화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크르…..”
숨을 쉴 때마다 용의 울음소리가 터져 나오는 것 같았다.
몸에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말 그대로 호흡만 달라졌을 뿐이다.
“뭐, 뭐야? 방금 뭘 한 거야!”
실비아의 육신이 자잘하게 떨려온다.
소드 마스터조차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던 실비아의 몸 안에 있던 영혼이 두려움을 느꼈다.
의 업적에 숨어져 있는 수많은 드래곤의 피를 느낀 것이다.
보라색 보석 안에 있는 영혼은 고작해야 아룡의 영혼이지만, 용살(龍殺)의 업적에 깃들어 있는 드래곤의 순혈의 피다 보니 감당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간다.”
두려움이 사라졌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하찮은 존재를 향해 내가 어째서 두려움을 느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느낌이었다.
드래곤한테 아룡이란 그저 재미 삼아 만든 실험체였기 때문이다.
《일 검 – 바람이 스쳐 간 길.》
검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서걱!
주위에 있던 얼음 조각들이 베어져 나가며 내 전신은 화살처럼 앞으로 쏟아졌다.
[가 발동됩니다.]두 개 다 바람의 기운을 가지고 있기에 시너지가 좋았다.
앞으로 직진밖에 못 하는 능력이지만 모조리 베어버리는 바람의 검은 앞에 있는 모든 것들을 섬멸했다.
“얕보지 마!”
아무리 그녀가 겁을 먹었다고 해도 능력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실비아는 얼음으로 이루어진 검을 소환했다.
실베스타가 사용했던 오의로 만들어진 검보다 더 얇고 압축되어 있는 검은 근처로만 다가가도 강한 한기가 느껴졌다.
《삼 검 – 모래가 흘러간 길》
하지만 내 검도 만만치 않은 검이었다.
이미 몸은 냉기에 대한 적응을 끝마친 상태였다 보니 얼음으로 만들어진 검이 두렵지 않았다.
‘너흰 인간의 기술을 몰라.’
루나와 백골이랑 싸울 때 한 가지 느낀 점이 있었다.
아니, 미래에 있었던 지식과 합해졌기에 지금에서야 느낀 점이 있었다.
‘강인한 육체, 짐승을 닮은 본능을 가지고 있어서 굳이 기술을 익힐 필요가 없었겠지.’
그에 반해 인간은 몸에 무구를 두르고, 육신을 단련하고, 깨달음이라는 성장을 받으며 강함을 추구한다.
백골이 또한 얕은 잔꾀라고 말했으니 말이다.
‘너희들한테는 얕은 잔꾀일 줄 모르지……’
실비아가 만들어낸 검과 대지의 기운이 흐르는 검이 부딪쳤다.
-까앙~!!!!!
얼음으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강한 쇳소리가 울려 퍼졌다.
-퍼엉!
“꺄아아아악!”
검을 들고 있던 실비아의 오른팔 소매가 터졌다.
격검(激劍)으로 오른팔에 충격을 줌과 동시에 「일월신무(日月神武)」로 나한테 오는 충격조차도 되돌려주었다.
‘x나 단단하네.’
그런데도 얼음으로 만들어진 소매만 터졌을 뿐, 실비아의 육신은 멀쩡했다.
하지만 속살이 드러난 지금이 기회였다.
검을 역으로 쥐고 그대로 휘둘렀다.
《삼 검 – 계곡이 흘러간 길.》
‘팔이 잘리더라도……’
이 녀석들의 끈질긴 재생능력은 그 누구보다도 자세히 알고 있었다.
목이 잘리지 않는다면 죽지 않으니 어딜 공격해도 상관없었다.
“나대지…..”
그 순간 실비아의 피부에 하얀색 비늘 같은 게 만들어졌다.
‘상관없어! 어차피 예상했어!’
격검(激劍)의 능력은 내부를 공격하는 것.
아무리 단단한 갑옷을 두르고 있다 한들, 내부의 공격은 막지 못할 것이다.
-까앙!
하지만 검은 아무것도 자르지 못하고 무의미하게 튕겨 나왔다.
‘…..튕겨냈어?’
베지 못하더라도 나한테는 아직 격검(激劍)이 남아있었다.
특히 물의 힘을 가지고 있는 격검(激劍)의 특성은 자잘한 진동을 계속 일으켜 상대의 몸에 계속해서 충격을 주는 것이었다.
다른 것들은 충격을 체내에 준다면, 물의 기운은 체네 수분을 진동시키는 것이다 보니 아무리 단단한 갑옷을 입었더라도 충격이 없을 수가 없었다.
[저 비늘…..]백골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실비아의 얼굴이 드러났다.
“…..마!”
실비아의 얼굴을 보는 것과 동시에 내 몸 안에 무언가 꿈틀거렸다.
‘몸이…..’
서서히 굳어지기 시작했다.
피부가 서서히 투명해지기 시작하며 마치 유리 세공품이라도 되는 것처럼 몸의 성질이 변하고 있었다.
[크리스탈 드래곤……!]백골이의 말을 마지막으로 내 몸은 얼음으로 만든 세공품처럼 변하였다.
***
“…..성가시게 하고 있어.”
실비아는 다시 피부를 원래대로 되돌렸다.
“별것도 아닌 게…..”
별거 아닌 상대가 분명하다.
하지만 무언가 이상했다.
갑자기 자신 안에 있는 영혼이 두려움을 느낀 듯이 능력을 웬만하면 사용하지 않으려 했다.
마치 건드리면 안 되는 상태한테 굴복한 것처럼 말이다.
“넌 절대 죽지 않을 거야.”
가느다란 팔을 뻗어 로크의 볼을 쓰다듬었다.
성장이 안 되는지 자신의 신체보다 나이가 많음에도 키가 똑같았다.
“영원히…. 죽고 싶을 때까지 괴롭혀줄게.”
-오싹!
그 순간 모든 것이 정적 되었다.
고요해진 공간 속, 실비아 아니 육신 안에 숨어 들어가 있는 영혼조차도 겁에 질린 듯이 움직이질 못했다.
아까와는 다른 공포.
무형의 살기에 짓눌리듯, 공기, 시간, 소리 모든 것이 두려움에 떨었다.
“내 착한 딸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는데 말이지.”
실비아는 간신히 눈동자만을 돌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상대를 바라봤다.
“다, 다, 다, 다, 당신이 어, 어떻…..”
“내 아들이 새하고 친하게 지낼 줄은 몰랐군.”
아이젠 공작의 어깨 위로 새 한 마리가 날개를 퍼덕였다.
[불러왔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