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sen by the Hero King, the Second Life of the Illegitimate Child RAW novel - Chapter (72)
72화. 권능
허니 버드는 너무 약하다.
겁이 많고 몸집이 작지만 무엇보다 힘도 약하다.
세간에서는 떼로 다니는 맥주 안줏거리라고 불릴 정도로 인간한테 쉽게 잡히기도 한다.
얼마나 힘이 약한지 작은 바람에도 몸이 휘청거릴 정도였다.
그렇기에 허니 버드한테 무언가를 전달해달라고 하면 그 무게 때문에 날지도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 녀석은 달랐다.
[알겠음. 원숭이 말은 안 듣지만, 너한테는 은혜를 입었으니 도와주겠음.]어떤 새인지 종류는 몰랐지만 허니 버드보다 크다 보니, 종이쪽지 하나 정도는 옮길 수 있는 녀석이 있었다.
[둥지 멋졌음. 쩔었음.]말투는 아직도 이상했지만 대충 종류 특성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나는 이 새한테 하나 부탁했다.
만일 실비아한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거라면 허니 버드를 보내지 않을 거라고, 대신 내가 허니 버드를 보내면 아이젠 공작한테 편지를 전해달라고 말이다.
“그 아이젠 공작은 허니 버드가 안내해 줄 거야.”
[한입 꿀꺽인 애들이지만 먹진 않겠음. 대신 맛있는 거 주셈.]“…..끝나고 줄게.”
계속 들어도 익숙하지 않은 목소리였지만 아무튼 간에 협력을 얻었다.
둥지를 더 크게 만들어 주고, 그 이후 백골이가 알도 보호해준다는 조건이 붙었지만 말이다.
***
그런 사소한 조건이 붙은 전서는 아이젠 공작의 손으로 무사히 들어갔다.
“흐음.”
갑자기 창문을 두들기는 새가 신경 쓰여 열어봤더니 부리에 전서가 들려있었다.
잠옷 바람의 아이젠 공작은 로크가 보낸 쪽지를 보자마자 옷을 주섬주섬 갈아입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오늘 저녁은 조금 소란스럽겠군.”
-푸드득!
그런 아이젠 공작의 말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새는 푸드득 날아가 아이젠 공작의 어깨에 올라갔다.
새가 갑자기 올라와 깨끗한 옷을 더럽혔음에도 아이젠 공작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방을 나섰다.
방을 나서자 아이젠 공작을 비밀리에 수호하고 있는 고스트 문이 달라붙었다.
“너희들은 따라오지 마라.”
고스트 문은 아무 말 없이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아이젠 공작은 아주 천천히 걸었다.
저번 로크가 싸웠던 71호에 가던 때와는 다르게 아주 천천히 저택을 벗어나 마당을 걸었다.
“…..그렇군.”
무언가를 깨달은 것인지 길을 가던 중간에 멈춰선 아이젠은 손가락을 들어 올려 쭈욱 내밀었다.
마치 공간에 있는 버튼을 누르는 듯이 자연스러웠다.
-콰직!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일그러져 부서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새는커녕 아이젠 공작의 귓가에만 들릴 정도로 너무나 작은 소리였지만, 그 작은 소리의 시작은 컸다.
-쨍그랑!
곧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하더니 유리처럼 부서지기 시작했다.
“인지할 수 없었다라…..”
아이젠 공작은 부서지기 시작하는 신기한 결계를 바라봤다.
마나로 만들어진 결계였다면 진작에 인지했을 것이다.
아니, 애초에 이건 결계라고 부르기도 이상했다.
투명한 막은 일반 생물들이 자유롭게 통과가 가능했고, 인간들은 인지조차 하지 못했다.
“실버 블러드의 힘인가.”
아이젠은 곧 그 결계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부서지는 공간의 파편 속에서 서서히 은색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와 함께 여러 명의 인간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떻게.”
“흐음.”
자신의 저택과 멀지 않은 정원.
인지하지 못했던 결계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실론. 이게 무슨 짓이지?”
오직 자신이 현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도록 만들어낸 결계였다.
너무 멸면 자신이 현 상황을 인지할 것이고, 너무 가까우면 결계의 정체가 발각되기에, 결계를 유지하기 위해 최적의 장소를 찾아놓은 것이다.
은색 머리카락 중간에는 실론이 있었다.
“……대체 어떻게 안 거죠?”
“인지할 수 없었으니까, 인지하게 된 거다.”
아이젠 공작은 서서히 주변에 있는 마나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가 마나를 사용하고자 마음먹자, 주변에 있던 자연은 그한테 힘을 주기 시작했다.
-꽈아아악-!!!
“끄아아아아아아악!”
실론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의 몸이 마치 무언가에 움켜쥐기라도 한 듯 찌그러들기 시작했다.
마법이 아니었다. 그저 마나를 ‘실체화’시켜 거기에 ‘현실성’을 더한 뒤 사람의 손처럼 만들어 누른 것이다.
소드 마스터조차 주변 마나를 조종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아이젠 공작은 너무나 쉽게 주변의 마나를 조작한 것도 모자라서, 거기에 형태까지 부여했다.
“실론….. 너는 나중이다. 도망가도 상관은 없다.”
아이젠 공작은 공포에 떨고 있는 실론을 무시한 채 다리를 움직였다.
그가 본격적으로 움직이자 공간이 휘어졌다.
***
현장에 도착한 아이젠 공작은 어깨에 있는 새를 벌벌 떨고 있는 다람쥐 옆에 놓았다.
[이, 이, 이, 이 녀석……]백골이는 일순 아이젠 공작의 실력을 엿볼 수 있었다.
본래의 신체를 가지고 있던 시절, 백골이는 아이젠 공작과 싸워 그의 전투력을 확인해 볼 생각이었다.
단단한 하프노스트의 가죽을 뚫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노한 아이젠 공작을 본 순간, 그건 어처구니없는 바보짓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크리스탈 드래곤? 보라색 보석? 그런 건 눈앞에 있는 인간한테 그저 하나의 불꽃에 불과했다.
[이, 이건 사람이 아니야!]종을 초월한 인간을 직접 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 백골이는 보고 있었다.
“흐음.”
아이젠 공작은 방에 도착하고 천천히 주위를 둘러봤다.
얼어붙은 저택, 움직이지 못하는 사용인, 피를 흘리며 얼어붙은 기사와 기절해 있는 실베스타,
마지막으로 몸이 유리로 되어 있는 로크.
“크리스탈 드래곤인가.”
로크를 보자마자 아이젠 공작은 실비아의 몸에 깃들어 있는 영혼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아이젠…..”
“요즘 따라 집이 뒤숭숭해지고 있군. 잡귀가 계속 들어오고 있어. 이 녀석 때문인가.”
아이젠 공작은 얼음처럼 변해있는 로크한테 다가갔다.
실비아는 자기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며 로크한테서 벗어났다.
‘내가….. 두려워한다고?’
아이젠 공작이 한 걸음 걸을수록, 실비아는 본능적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어느새 로크의 앞으로 온 아이젠 공작은 손가락을 뻗었다.
“크리스탈 드래곤은 일정한 범위 내에 살아있는 생물들을 크리스탈로 만들어 버린다지. 하지만 그건 기껏해야 저주의 한 종류다. 이미 해법은 만들어져있다.”
다만, 유리같이 부서지기 쉽기에 전투에서 사용한다면 굉장히 위험한 능력이었다.
크리스탈 드래곤은 자신의 기분에 일정한 범위에 저주를 퍼트릴 뿐, 딱히 크리스탈이 된 생물들을 움직이지 않기에 그 저주에 대한 해독법은 이미 만들어져 있었다.
-톡.
손가락에서 흘러나오는 마나는 로크의 이마를 타고 서서히 내부를 침입했다.
아직 몸이 제대로 돌아오지는 않았지만, 아주 천천히 색은 돌아오고 있었다.
“실비아의 몸에 들어갔으니 빼내려면 저 반지를 부수는 수밖에 없나? 아쉽군.”
아공간을 열어 허름한 검을 꺼냈다.
그저 낡은 검이었지만 실비아는 마치 도마 위에 올라간 생선의 눈동자에 비치는 날카로운 식칼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항상 너희들을 만나고 싶었다.”
과연 현 행성에 가장 위협이 되는 존재는 얼마나 강할지 말이다.
하지만 이내 아이젠 공작은 실망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본체도 아니고, 거기에 능력도 제대로 되지 않았으니…… 언제쯤 제대로 된 너희를 만날 수 있는지 모르겠군.”
실비아의 심장에는 아직 보석이 반쯤 꽂혀 있었다.
보통의 푸른색 보석이 아니라, 압축된 푸른색 보석이기에 실비아의 여린 몸이 전부 흡수하지 못한 것이다.
“거기에 실비아의 능력도 불완전하군.”
영웅왕이 말한 초능력 또한 성장하는 힘이다.
어린 나이의 실비아치고는 강한 초능력을 사용했지만, 성장이 덜 된 능력이기에 그 한계는 명확했다.
-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
아이젠 공작의 마음에서 흘러나오는 감정이 무형의 마나와 만나 주변의 얼음을 깨트리기 시작했다.
“얕보지 마!”
그렇게 말했지만 실비아는 계속해서 머리를 굴리는 중이었다.
상대는 상상도 못 할 괴물이다.
거기에 영물의 능력을 이미 알고 있었고, 자신이 제대로 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현재 아이젠의 얼굴에는 실망감이 가득했다. 그만큼 그는 봐줄 생각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서걱!
공작의 말과 함께 섬뜩한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실비아는 떨리는 얼굴로 자신의 왼팔을 바라봤다.
어깻죽지부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울컥!
신체 스스로가 검에 베였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했는지 피가 뒤늦게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신체가 무너져 내린다.
‘재생이….. 안 돼.’
동물들의 신체를 몸에 적응하면 팔다리가 잘려도 재생이 된다.
각자 재생력은 달랐지만 높은 등급의 보석을 가질수록 재생력이 뛰어나지는 편이었다.
하지만 아이젠 공작한테 언제 당한지도 모르는 왼팔은 피를 흘리는 와중에도 재생이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
‘지혈을…..’
실비아는 왼팔에 얼음을 만들어내어 지혈시키면서 대용으로 만들었다.
“순순히 잡힐 거라고 생각하지 마…..”
그러자 그녀의 몸에 아까와도 같이 투명으로 빛나는 비늘이 돋아났다.
“공격무효화인가.”
크리스탈 드래곤에 깃들어 있는 피는 무슨 드래곤인지 모르지만, 그 특성은 매우 간단했다.
드래곤이라면 다 가지고 있는 권능 중 하나인 ‘티끌 하나 묻지 않는 비늘’을 크리스탈 드래곤은 완벽한 상태로 가지고 있었다.
드래곤들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았고 거기에 그녀가 능력을 흡수하면서 몇 배로 강화되었다.
아무리 그녀가 제대로 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해도 그건 일반적인 경우일 뿐, 그녀의 능력은 이미 몇 배로 강화되어 있었다.
하지만.
-서걱-!!!
비늘로 덮인 그녀의 오른팔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채 또다시 바닥으로 툭하고 떨어졌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아이젠 공작은 별 감흥 없는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권능은 한낱 ‘생물의 가치’일 뿐이다. 인간 또한 그 가치를 가지고 있고, 그 가치를 뛰어넘는 ‘업적’이 있다면 가치는 무의미가 된다.”
그 말에 옆에서 조용히 싸움을 지켜보던 백골이도 큰 충격을 받았는지 입을 벌렸다.
하프노스트의 능력 또한 신의 힘을 이어받아서 나오는 권능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그저 강한 힘으로 권능을 일그러트렸지만, 아이젠은 올바른 방법으로 하찮은 인간이라는 종이 권능을 파훼했다.
‘도, 도망가야 해!’
저번 루나 때처럼 노란색 보석으로 그저 영혼을 교체한 것이기에 서둘러 도망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콰직!
아이젠 공작은 갑자기 공중에 주먹을 쥐더니 공간 자체를 일그러지게 하였다.
“그 능력을 맹신하는 건가?”
보석의 능력은 누군가가 만든 건지 모르지만 완벽하지 않았다.
그들조차 모르게 동물의 힘을 얻을 수 있는 보석조차도 ‘영혼이 봉인되어 있다’라는 약점이 있었다.
“딸아이를 팔이 없는 상태로 자라게 할 수는 없지.”
“커헉…..!”
실비아의 몸은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잡힌 듯 서서히 공중으로 올라왔다.
두려움이 가득한 실비아의 눈에는 실망스럽다는 얼굴이 가득한 아이젠 공작이 담겨 있었다.
“괴…..물…..”
그 말을 마지막으로 실비아는 기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