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sen by the Hero King, the Second Life of the Illegitimate Child RAW novel - Chapter (73)
73화. 권능 (2)
정신을 차렸을 때 내 눈앞에 보인 장면은 백골이가 땅바닥에 흐른 가루를 열렬하게 핥아 먹고 있는 장면이었다.
-할짝! 할짝!
-낼름! 낼름!
마치 고양이가 똥 싸고 자기 항문을 깨끗이 닦는 것처럼, 백골이는 미친 듯이 바닥 전체를 핥고 있었다.
“…..뭐하냐?”
[다, 닥쳐! 이 미친 인간 새끼! 내가 그렇게 애원했건만…..!]“…..뭔 일이 있었던 거냐?”
나는 멍하니 주위를 둘러봤다.
얼어붙었던 저택은 원래대로 되돌아와 있었고, 치명상을 입어 쓰러졌던 기사들은 핏자국만을 남긴 채 사라져 있었다.
그저 망가진 폐허만이 나를 반겨주었다.
“뭔데.”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
“뭐라고 말 좀 해봐.”
[조, 조금 있다 말하겠다! 지금은 방해하지 마라!]그러면서 바닥을 더욱 열렬히 핥았다.
대체 뭔데.
***
실비아의 양팔은 곧이어 다시 자라기 시작했다.
권능이 파훼되어 보석 안에 있는 영혼이 겁을 먹어 재생이 안 된 것뿐, 시간이 흐르자 잘린 팔에서 핏줄기가 뿜어져 나오더니 곧 다시 재생을 시작했다.
아이젠 공작은 기절해 있는 실비아를 향해 손가락을 까딱 움직였다.
-스윽.
그러자 공간에서 무형의 손이 나오더니 공중에 있던 실비아의 몸을 받쳐주었다.
지금은 다른 영혼이 잠식해 있지만, 그래도 자신의 딸이었기에 기절에 있는 실비아의 몸에 무리가 가지 않게 받쳐주었다.
“흐음. 이건가?”
아이젠은 실비아의 심장에 박혀 있는 보라색 보석을 보며 손을 뻗었다.
[그, 그거 그냥 뽑으면 아니 된다! 그러다 죽어!]뒤에서 조마조마하게 보고 있던 백골이가 아이젠 공작의 행동에 기겁을 하며 서둘러 다가갔다.
-골골! 골골골골!
아이젠은 실비아의 앞에서 양팔을 쫙 벌린 채 골골거리는 백골이를 지긋하게 바라봤다.
“뭐라 하는 거냐?”
-골골!
“그 보석을 만지지 말라는 거냐?”
-골!
“흐음.”
아이젠 공작은 잠시 고민하더니 실비아의 보석을 그냥 잡아버렸다.
-고오오오오오오오올-!!!!!
[이 미친 인간아아아아아아아아-!!!!!]백골이는 좌절하며 얼른 그 손을 놓으라고 아이젠 공작의 다리를 향해 꼬리를 휘두르려고 하였다.
하지만 이내 움직임이 멈추었다.
“별거 아니군.”
-뽁!
[꺄아아아아아악!!!!!]백골이는 자신이 암컷이 아니라고 항상 머릿속에 되새겼지만, 갑작스러운 아이젠의 행동에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실비아의 육신은 루나처럼 뿔이 난 상태이기는 했지만 멀쩡했다.
[……어?]보석은 육신과 연결되어 있었다.
아직 덜 박혀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육신과 합쳐져 있다는 건 연결되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심장에 보석을 박은 게 아니라 정확히는 세포와 보석이 융합되어 있는 있기에 반지가 아닌 육신에 박혀 있는 걸 없애려면 크나큰 문제가 생긴다.
루나 때는 오랜 시간 동안 준비하였고, 거기에 반지로만 육신을 변화시켰기에 보석이 제외하더라도 상관없었다.
하지만 막 보석을 이식한 실비아는 아니었다.
잘 못 했으면 육체가 분자 단위로 분해됐을 것이다.
[이 녀석….. 주변에 있던 마나로 실비아의 몸을……]수많은 기사들과 마스터급 기사가 며칠이나 실비아의 몸이 세포로 분열되어 흩어지지 않게 고정시킨 것을 아이젠은 대수롭지 않게 해냈다.
그것도 단 1초 만에 말이다.
그렇기에 분자 단위로 분해됐을 육신은 아무렇지도 않게 고정되었다.
“영혼은 아직 깃들어 있는 것 같군. 실비아의 몸에서 강제로 제거되기 전에 알아낼 것을 알아내야겠지.”
아이젠은 손에 들고 있는 보석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고, 고, 고, 골!
그 모습에 백골이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보라색 보석.
저 보석이 누구의 보석인지 모른다. 실비아의 몸에 들어갔던 녀석의 보석일 수도 있었다.
푸른색 보석의 농축된 보라색 보석을 먹는다는 몸에 어떤 영향이 생길지 모르지만,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갈 수도 있었다.
[저걸 먹는다면….. 나도 한 자리 숫자를 이길 수 있다!]생전에 한 자리 숫자한테 덤볐다가 처참히 발렸던 71호였다.
저걸 먹는다면 71호 시절보다도 더 강한 힘을 발휘할 가능성이 있었다.
-고올~
간절히 원했다.
백골이는 생전에 안 하던 애교를 아이젠 공작한테 부렸다.
[치욕스럽….. 아니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말자……]보라색 보석을 먹을 수만 있다면 자존심 따위 한 꺼풀 벗어던질 수 있었다.
백골이는 자신의 배를 보이고, 아이젠 공작의 신발에 자신의 몸을 배배 꼬며 되도 안 될 애교를 부렸다.
“이걸 원하는 건가?”
-고오오오올!
“흠. 뭐라는지 모르겠군.”
진명을 들을 수 없는 아이젠 공작이지만, 그래도 백골이가 과거 71호였다는 건 알고 있었다.
이걸 원하는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한때 적이었던 자가 원하는 걸 줄 수는 없었다.
그게 설사 로크의 애완동물일지라도 말이다.
-파직!
만일 사역마라는 개념을 알고 있었다면 백골이한테 줬을 수도 있지만, 그 개념을 모르는 아이젠 공작은 그냥 보석을 부숴버렸다.
[꺄악……!]백골이는 경악 어린 눈동자로 허무하게 떨어지는 보석의 가루들을 바라봤다.
마나로 부셨는지 보석은 설탕 가루처럼 빛나며 바닥에 떨어졌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악!]보석의 가루 앞에서 백골이는 절망하듯 무릎을 꿇었다.
[지, 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괜찮아! 아직 힘이 있을 거야!]잔뜩 당황한 백골이는 서둘러 가루를 핥았다.
지성이 있는 생명체는 땅에 있는 음식을 먹지 않는다. 천박한 행동이기에 동물이나 하는 짓이라고 생각한다.
백골이는 그런 행동을 하고 있었다.
-할짝! 할짝!
아이젠 공작은 그런 백골이를 무시하며 실비아를 공중에 떠오르게 한 채 자리에서 이동시켰다.
“로크가 저주에서 풀리면 전해라. 나를 찾아오라고.”
그 말과 동시에 자리에 쓰러져 있던 기사들의 몸이 마치 자석이라도 되는 것처럼 아이젠 공작한테 끌려갔다.
-후웅~!
[이 개 같은 인간 진짜……!]기사들의 몸이 움직일 때 일어난 바람으로 가루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렇게 아이젠 공작은 밖으로 나갔다.
***
“아쉽네.”
영웅왕님한테 지금까지 있었던 일에 대해서 들었다.
어째서 백골이가 바닥을 저렇게 열심히 청소하는지 알게 되니, 나도 모르게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보석의 가루가 사방에 흩어져서 바닥 전체를 핥고 있다고 하니 어찌 불쌍하지 않을 수 있을까.
거기에 한바탕 전투가 이루어져서 먼지가 가득할 텐데, 그 먼지조차도 삼키고 있으니 더욱 불쌍했다.
“그래서? 힘은 얻었냐?”
[…..애매하지만, 그래도 만족한다.]“상당히 얻었나 보네?”
[붉은색 보석과 푸른색 보석의 그 어중간한 사이 정도의 힘을 얻은 느낌이다. 칫…..]보석이 부서지면 빠르게 영혼이 사라지다 보니, 그 영혼의 흔적만을 먹은 것 같았다.
보라색 보석이기에 그 흔적만으로도 강한 힘을 얻은 것이겠지.
“그나저나….. 아이젠 공작이 그렇게 강했어?”
[…..그래. 인간의 몸으로 미친 짓을 벌였다.]“미친 짓?”
[업적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의 업적을 가지고 있는 로크였기에, 업적이라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고 있었다.
물론 그 업적이라는 게 무엇인지 아직 제대로 인지조차 못 하지만, 한낱 인간이 업적을 얻기 위해서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럼 인간이 아니라는 거잖아?’
생물학적으로 아이젠은 인간이지만 종족으로 따지면 인간의 범주를 초월한 존재였다.
“강하겠네.”
[실비아가 아무런 힘도 쓰지 못했다. 생물이 가지고 있는 권능을 아예 묵살해 버리더군.]“크리스탈 드래곤이었지? 그 권능이 공격무효화였나?”
[정확히는 ‘티끌 하나 묻지 않는 비늘’이라는 권능이다. 드래곤의 피를 가진 아룡들은 모두 가지고 있다. 물론 몬스터들도 아주 미약하지만 가지고 있다. 그것도 권능이긴 하지만 크리스탈 드래곤의 힘은 아니다.]크리스탈 드래곤의 진짜 힘은 로크가 당했던 저주였다.
살아있는 생명체라면 절대로 피할 수 없는 ‘불가결의 공격’은 하프노스트의 ‘충격을 흡수하고 방출하는’ 능력보다 성가셨다.
생물이라면 이길 수 없다. 거기에 보라색 보석이니 그 능력은 몇 배로 증폭되었기에 아이젠 공작의 저주를 풀어주었음에도 정신이 들기까지 오랜 시간이 들었다.
[이 방안에 들어온 모든 생물이라면 크리스탈로 만드는 능력이었다.]로크가 저주에 당할 당시 백골이는 방 밖에 있어 그 영역에서 벗어났지만, 아이젠은 아무렇지 않게 들어와 움직였다.
그리고 그 영역에서 또 다른 존재 또한 살아 움직였다.
[아예 그 영역 자체를 ‘이 세상에서 지워’버렸다. 저 새도 그 방에서 자유롭게 움직였다.]“…..저 새도?”
아이젠 공작의 어깨에 올라가 있던 새조차도 실비아는 크리스탈로 만들지 못했다.
“그건 그렇죠.”
아무리 의 업적을 가지고 움직였다 한들, 소드 마스터조차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던 실비아였다.
업적은 그저 실비아한테 두려움을 아주 잠깐 느끼게 했을 뿐이다.
‘내가 부족하다는 거겠지.’
EX등급은 종을 초월한 자들의 능력이다.
그러니 내 성장에 따라 업적의 힘은 자유자재로 늘어날 것이다.
“한편으론 신기하네. 그 양반 미래에서 대체 어떻게 된 거지?”
[…..미래?]“아. 너는 모르고 있었나?”
[그게 무슨 말이냐?]뒷머리를 긁적이며 이걸 말해야 하나 잠시 고민했다.
‘하긴, 그게 좋겠죠.’
나는 솔직히 백골이 정도의 수준이라면 아이젠 공작을 충분히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방금까지만 해도 업적이라는 것을 몰랐고, 아이젠 공작의 제대로 된 힘을 몰랐으니 말이다.
하지만 실비아를 가볍게 제압한 지금, 미래에 아이젠 공작은 대체 어떻게 된 건지 궁금하다 보니, 백골이를 통해 정보를 조합해볼 생각이었다.
“나는 미래에서 왔어.”
[……]백골이는 그 말에 잠시 아무 말도 없이 멍하니 나를 바라봤다.
그렇게 한참을 바라보던 백골이는 짤막한 앞다리를 머리에 돌렸다.
[인간. 혹시 정신에 무슨 문제가 생긴 건가? 아까 실비아랑 싸우면서 머리에 한기가 돌아 치매가 온 건가? 이런….. 큰일이군.]“…..백골아 진짜야.”
진명을 말하자 백골이는 한참이나 고민 끝에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믿겠다.]“안 믿어도 상관없어. 미래에 대해 아는 것도 몇 가지 없고, 다만 궁금한 게 있어서 말이야.”
[궁금한 거?]“어. 미래에는 아이젠 공작이 존재하지 않거든.”
[적한테 당한 건가?]“그걸 너한테 물으려고, 너는 아이젠 공작의 힘을 확인했잖아? 너희들 측에서 아이젠 공작을 죽일 수 있는 녀석이 있어?”
[그건….. 모르겠다. 한 자릿수 녀석들을 전부 아는 건 아니니까. 다만.]“다만?”
[어쩌면 우리가 아닐 수도 있지.]그건 또 무슨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