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sen by the Hero King, the Second Life of the Illegitimate Child RAW novel - Chapter (75)
75화. 부작용
“그렇다 해도 이 일에 가담된 자들에 대한 진술서는 필요해요. 그걸 모르시진 않으실 텐데요?”
“……”
“실비아 양은 아무것도 모른 상태로 이용당했다고 말하면 이해가 어찌저찌 되지만, 그 기사들은 아니에요. 그렇죠?”
아이젠은 아탈리네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제가 말했을 텐데요. 제가 아닌 로크한테 허락을 구하라고.”
“그 로크의 상사가 저라는 걸 모르시진 않으실 텐데요?”
“글쎄요. 로크의 상사일 뿐, 로크의 주인은 아니지 않습니까?”
“어머나….. 그렇게 말하면 충격받는데요?”
“흐음…..”
-풀썩!
아탈리네를 제외한 검은 갑주를 입은 모든 이들이 갑자기 무릎을 꿇으며 바닥에 쓰러졌다.
무형의 기운에 눌린 듯이, 일어나려고 해도 일어날 수가 없었다.
“황녀님도 많이 크셨군요. 제 말 하나하나에 또박또박 토를 달 줄은 몰랐군요.”
“그럼 지금 이건 반역이라고 봐도 되나요?”
“반역이라……”
그 말에 아이젠은 피식 웃음 지었다.
“그렇게 생각하셔도 상관없을 것 같군요. 그 말을 황녀님이 감당할 수만 있다면요.”
“어머…..”
위디아 공작가가 레이젠 제국의 오른팔이라 불리는 이유는 오직 하나였다.
그들의 강함.
핏줄에 있는 비밀 때문인지 위디아 공작가는 늘 강자들을 배출했고, 세기를 가늠할 천재들은 항상 위디아 공작가에서 나왔다.
정계에서든, 권력에서든, 힘에서든 위디아 공작가는 레이젠 제국의 중심부였고, 그 위디아 공작가가 만일 반역을 저지른다면 레이젠 제국은 순식간에 흔들릴 것이다.
“그럴리가요. 애초에 공작님이 그러한 짓을 저지를 것 같지도 않고요.”
“물러서 주셔서 감사하군요.”
“그럼 서로 한 발자국 양보하도록 하죠. 그 기사들을 치료하는 것까지는 허락하지만 어디를 가지 않게 감시 정도는 해줬으면 해요. 그때까지 제가 로크를 설득할 테니까요. 어떠신가요?”
“상관없습니다.”
“그럼 그 로크는 어디 있나요?”
아이젠은 힐끔 자신이 걸어온 장소를 바라봤다.
“내일쯤에야 정신을 차릴 겁니다.”
“되는 일이 없네요. 하긴, 이 정도 일을 막으려면 부상 정도는 입겠죠. 그럼 내일 다시 올게요. 그때까지 잘 부탁드려요.”
그 말과 동시에 갑주를 입은 자들의 몸이 서서히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까악! 까악!
까마귀처럼 변한 그들은 서서히 그림자가 되어 사라졌다.
아탈리네는 싱긋 웃으며 자신이 온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나머지 선택은 네 몫이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아이젠은 치료실을 찾아갔다.
***
“……”
[반동이라….. 흐음. 이게 반동의 부작용인가.]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실비아가 있던 저택이 아닌 내 방으로 돌아와 있었다.
공작이 뒤처리를 하면서 다시 나를 거처로 옮겨놓았다고 한다.
내 방에서 눈을 뜬 나는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내 손을 바라봤다.
“어째서……?”
부작용이 올 거라 생각했지만 이렇게 올 줄은 몰랐다.
“하아…..”
현재 내 몸은 작아졌다.
체력이나, 근육량, 능력 쪽에서 달라진 건 없지만, 신체가 아주 잠깐이지만 7살 수준으로 어려졌다.
어려진 만큼 회복하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는 것인가.
“그나저나 이 뿔도 「용의 호흡」의 부작용인가요?”
나는 머리에 느껴지는 뿔을 만져봤다.
사슴의 뿔과 같은 게 머리에 나 있었는데, 만져도 아무런 느낌도 없었고 머리에서 떼어내도 아플 것 같지가 않았다.
실제 재미 삼아 손톱으로 살살 긁어 조금 잘라봤는데도 몸에 아무런 이상이 없었고, 생각보다 수월하게 잘리기도 했다.
<영웅왕이 의 업적에 대한 부작용이라고 말합니다.>
<영웅왕이 아리스가 을 사용하지 않은 이유는 드래곤의 영혼이 없는 상태에서 업적을 사용하면, 신체가 점점 용으로 변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드래곤의 피를 조금 흡입 당한 생명체들이 아룡이라 불린다.
그 피를 가득 뒤집어쓴 아리스의 신체 또한 점점 변이를 일으켰지만 의 업적으로 억눌렀다.
“……”
‘손톱이라…..’
손톱이 어떤 방식으로 나오는지 모르다 보니 영웅왕님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이건 머리뼈의 손톱 같은 느낌이라는 건가.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떨어질 거니까 그냥 내버려 두죠.”
잘라도 상관없지만, 지금은 이 작아진 몸이 더 거슬렸다.
“옷이 흘러내리네.”
이번 전투에서 나는 그렇게까지 무리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무리하게 전에 제압당했다고 말하는 게 좋을 것이다.
떨어진 체력이야 밥 먹으면 알아서 회복되니 상관없었다.
“이 부작용이 언제까지 갈지가 문제네요.”
일단 침대에서 내려갔다.
“끄응…..”
변한 시야와 달라진 육신 때문인지 익숙하지가 않았다.
침대에서 내려가는 것 또한 시야가 낮아졌기 때문인지 익숙하지가 않아 떨어질 뻔했다.
“……”
흘러내리는 바지를 최대한 위로 올린 다음에 끈으로 고정하였지만 그래도 너무 벗겨졌다.
“……아무래도 입을 옷을 달라고 해야겠네.”
그렇게 생각하며 문을 바라봤다.
“더럽게 높네.”
끙끙거리며 문을 열려고 까치발을 들어 올린 그때였다.
-벌컥!
다른 사람이 먼저 문을 열었다.
갑자기 열린 문에 얼굴이 부딪친 나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여러 능력들의 부가적인 효과로 인해 딱히 아프지는 않았지만, 균형이 잘 잡히지 않는 몸에 당황스럽긴 했다.
“어머? 도련님 일어나셨어요?”
문이 열리고 거기서 메이드 3명이 줄지어 들어왔다.
“어? 어. 그래…… 근데 손에 들려있는 그건 뭐야?”
“밥하고 옷이에요! 아이젠 공작님이 수고하셨다며 질 좋은 고기를 하사하셨거든요! 그리고 옷은…..”
“꺄아아아아악! 도련님 너무 귀여워요!”
“사, 사나! 뭐 하는 거야!”
“그래두…. 그래두….. 꺄아아아악! 너무너무너무너무 귀여워요!”
“……”
사나는 나를 어찌할 줄 모르겠다는 듯 발을 굴렀다.
“……”
나는 가끔씩 영웅왕님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어째서 들을 때마다 몸에 소름이 돋는지 모르겠다.
“옷 줘.”
“도련님! 제가 갈아입혀 드릴게요!”
사나가 나서려 하자, 옆에 있던 리사가 그녀의 움직임을 멈추게 했다.
“사나. 선은 지켜.”
“아, 앗! 넵!”
아무리 내가 친숙하고 자유롭게 메이드들을 내버려 둔다고 해도, 나도 나이가 있고 일단 공작의 자제였기에 저런 식으로 어리숙하게 대하면 안 되었다.
리사는 사나의 과격한 행동을 막으며 말했다.
“이런 건 선배인 내가 할 일이야.”
“네?”
“…..응?”
뭐라고?
자세히 보니 리사의 눈동자 또한 사나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냥 다 나가줘. 스스로 갈아입게.”
몸이 어려진 거지 정신연령은 리사와 사나보다 많았다.
애초에 다른 귀족들과 다르게 어렸을 때부터 스스로 한 일들이 많다 보니, 평소에도 옷을 혼자 입는 편이었다.
아쉬워하는 그녀들을 내보낸 다음, 그녀들이 가지고 온 옷으로 갈아입었다.
“으아….. 이게 뭐야.”
평소에 후줄근한 평민들의 옷처럼 편한 옷을 선호하는 로크였다.
어렸을 적부터 비싼 옷감은 입어본 적도 없었고, 남의 눈치 볼 것도 없어서 공작가 내에서도 편하게 입었다.
물론 할스를 쫓아낸 이후로 좋은 옷감으로 만들어진 옷들이 들어와 테스런이 권유하기도 했지만, 거동이 불편해서 거절했다.
그런데 메이드들이 가져온 옷은 전형적인 귀족의 옷이었다.
[아무래도 옷이 없나 보군.]“…..어린 사용인들의 옷을 가져다줘도 되는데.”
[그래도 귀족인데 그렇게 해주겠냐? 그 옷도 대충 보니 근처에서 급하게 사 온 옷 같군. 새 옷 같은데?]“아까워라.”
어차피 부작용이 끝나면 원래대로 몸이 돌아올 것이다. 한 번 입으려고 옷을 샀으니 아까울 수밖에 없었다.
-똑똑!
“어. 이제 들어와.”
옷 갈아입을 때 동안 나가 있으라고 했기에 메이드들이 문을 두들긴 줄 알고 대충 말했다.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온 건 뜻밖의 사람이었다.
“왜 작아진 거지?”
“어머나…. 로크님은 어릴 때 무척 귀여웠나 보네요. 근데 왜 어려진 거예요?”
문을 열고 들어온 건 아이젠 공작과 아탈리네 황녀님이었다.
“……왜 오셨습니까?”
“할 이야기 있어서 불렀다. 그보다….. 쯧. 가축우리 같은 곳에서 황녀님을 맞이할 수는 없으니 얼른 나와라.”
“……”
뭐. 업적을 얻어서 종을 초월했으니 인간이 아니긴 했다.
나도 아이젠 공작한테 묻고 싶은 게 있었기에 순순히 그 둘을 따라가기로 했다.
“검도 가져가라.”
“……?”
내 검은 검집이 없다 보니 황녀를 만나는 자리에서 실례일 수도 있었지만, 아이젠 공작은 그런 것과 상관없이 검을 가지고 오라고 했다.
“가져가셔도 상관없어요.”
뭐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검을 헝겊으로 감아서 허리춤에 착용했다.
이미 충격이 전부 분출된 상태였기에 몽둥이나 다름없었다.
“백골아 가자.”
아이젠 때문에 겁을 먹었던 백골이는 내 말에 서둘러 어깨 위로 올라왔다.
나는 서둘러 그 둘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