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sen by the Hero King, the Second Life of the Illegitimate Child RAW novel - Chapter (76)
76화. 반란
공작가에서 지내지만 내가 가본 구역은 극도로 적었다.
뒷산과 실비아가 거주하고 있는 저택 정도였고, 그 이상으로 가본 곳은 기껏해야 식량을 주는 곳 정도였다.
그렇기에 현재 내가 앉아 있는 집무실은 어색했고, 고급스러운 의자는 불편하기만 했다.
“흐음. 업적의 부작용인가.”
아이젠은 한참 동안이나 빤히 바라보더니 이내 내가 작아진 이유를 알아냈다.
“업적을 어떻게 얻은 거지?”
“……비밀입니다.”
“흠.”
아이젠은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그 모습에 아탈리네 황녀는 빙긋 웃으며 나를 향해 입을 열었다.
“로크는 아무래도 알아야 할 것 같아서 이곳으로 불렀어요. 이 집무실은 그 누구한테도 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을, 대륙에 몇 곳 없는 안전한 곳이거든요. 물론 아이젠 공작님의 위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요. 후훗.”
레이젠 제국이 자랑하는 최강의 강자 곁에만 있다면 세상 어디든 안전할 것이다.
“로크.”
아이젠은 진지한 얼굴로 다시 입을 열었다.
“네가 업적이라는 걸 얻은 걸 비밀로 하고 싶은 건 알고 있지만, 그 업적이라는 걸 다루려면 평범한 각오로는 안 된다. 애초에 그렇게 업적을 다루니 몸에 부작용이 온 거다.”
“……”
진지한 아이젠 공작의 말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영웅왕님마저도 아이젠 공작의 말에 동의했다.
잠잔코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아탈리네 황녀도 웃으며 입을 열었다.
“공작님 말이 맞아요. 업적이라는 건 솔직히 얻는 방법이 그리 어렵지 않아요. 쉽게 말해 미개한 쥐가 고양이하고 홀로 싸워서 조금의 상처라도 입히면 그것도 업적으로 쳐주니까요.”
‘…..그렇게 쉽게 얻을 수 있는 거였어?’
영웅왕님의 말을 들어보니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아리스도 드래곤을 죽여서 업적을 얻었다, 아니 죽이지 않고 상처만 입혔더라도 그것 또한 최초의 업적이 됐을 것이다.
쥐가 고양이를 상처 입혀도 얻는데, 한낱 생물이 드래곤한테 상처입히는 것도 얻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미물. 평생 동안 자신한테 업적이 있는지도 모르고 살아가겠죠. 그만큼 업적이라는 건 활용에 따라 무궁무진해진다는 소리예요. 로크처럼 부작용이 계속되면 그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으니 업적을 활용하는 방법을 서둘러 찾는 편이 좋을 거예요.”
아까 전 영웅왕님한테 들었던 대로, 업적에 몸을 빼앗길 가능성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해도….. 말씀 드릴 수는 없습니다. 다만, 드래곤에 관련된 업적입니다.”
업적의 힘을 제대로 다루려면 역시나 아이젠이나 아탈리네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았다.
그렇기에 어떻게 얻었는지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고, 무엇과 관련된 업적인지만 말해주었다.
“그건 이미 알고 있다. 머리에 난 뿔만 봐도 알 수 있다.”
어려진 것 이전에 내 머리에는 이미 뿔이 나 있었기에, 아이젠도 이미 드래곤에 관련된 업적임을 알고 있었다.
“…..더 이상 묻지는 않겠다. 다만, 그 업적을 제대로 다룰 때까지 웬만하면 사용하지 마라.”
“어차피 저도 더 이상 사용하고 싶지 않아요.”
솔직히 나는 용살(龍殺) 업적의 능력을 모른다.
실비아와 싸울 때도 내가 확인한 거라곤, 호흡을 통해 들어오는 공기가 달라졌다는 점과 아룡이 두려움을 느낀다는 정도였다.
거기에 굳이 하나를 더 추가한다면 겁대가리가 사라진다는 정도?
그렇기에 아룡을 만난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 외에는 사용하지 않을 생각이다, 사용할 방법도 모르고.
“그보다 저는 공작님이 업적을 가지고 있다는 게 조금 놀랐는데요. 궁금한데 그거에 대해 말해주실 수 있나요?”
“별로 어려운 건 아니다. 다만 그건 지금 말해줄 게 아니지.”
“…..하긴, 그렇긴 하겠네요.”
아무래도 아이젠 공작이 가지고 있는 업적에 관해서는 나중에 들을 것 같았다.
지금은 아탈리네 황녀와 같이 온 이유에 대해서 먼저 들어야 하니 말이다.
“현재 실비아의 상태는 어떻죠?”
그 이후로 아이젠이 실비아의 영혼에 장착된 노란색 보석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한 뒤 데려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현재 무슨 상태인지 궁금했다.
“몸을 치료하고 몇 가지 제약을 걸어 놓은 상태로 황녀님께 양도했다.”
어차피 아탈리네 황녀가 데려가야 함을 알고 있어서 최소한으로 조치를 취해놓은 상태였다.
“정보를 빼내는 중이지만 쉽진 않아요. 몸을 고문할 수도 없으니까요.”
보라색 보석이 빠진 이상, 실비아의 몸은 더 이상 재생되지 않는다.
아이젠은 실비아의 팔이 다시 재생되는 것을 확인한 뒤에 보라색 보석을 제거하였지만, 그로 인해 실비아의 몸은 더 이상 상처를 입을 수는 없었다.
“오히려 그걸 믿고 기고만장한 상태로 정보를 안 주고 있어요. 애초에 영혼 그 자체라 방심하면 언제든지 빠져나갈 수도 있으니까요.”
“어렵네요.”
“걱정하지 마세요. 정보는 어떻게든 빼낼 수 있으니까요. 다만, 그 영혼도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지만요.”
약물이라든가, 마법이라든가, 세뇌라든가.
정보를 빼낼 방법은 여러 가지 있었고, 아이젠 공작의 허락만 있다면 더욱 강하게 정보를 빼낼 수도 있었다.
“다만, 문제는 실비아가 아닌 그 일을 벌인 자들이죠.”
“…..프라츠 왕국의 사람들을 말씀하시는 거군요. 그리고 제 둘째 어머…..님도 말이죠.”
“맞아요. 다른 사람들은 저희 측에서 알아서 할 테지만 문제는 기사들이거든요.”
“기사들이라……”
신념을 지키고자 자신을 버린 기사들.
그들의 거취는 현재 애매했다.
본래 그들의 목적은 실비아를 죽임으로써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 자결할 생각이었지만, 우연찮은 계기로 치료를 받고 현재 살아서 구금당한 상태라고 한다.
기사들은 이번 일에 가담했지만,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자 했으니 이번 일을 싫어했다는 것 또한 알았다.
그렇기에 그들은 이번 일을 벌인 주적이면서도 적이 아니기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특히나 실베스타 경의 능력은 저희 측에서도 탐을 내고 있거든요.”
실베스타는 조직에 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프라츠 왕국을 넘어 고아탄 제국조차도 탐탁지 않게 보는 조직이었고, 이번 일에 방해가 된다고 실론이 예의주시하였으니 말이다.
다만, 그 조직의 규모나 능력에 관해서는 모른다.
‘소드마스터기도 하니까.’
소드마스터는 귀중한 전력이었다 보니 웬만하면 포섭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려야 했다.
거기에 자신의 신념을 중시하는 기사다 보니 조직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의 거취를 저희는 로크가 정했으면 해서요.”
“…..제가요?”
“네. 로크가 그들을 구했으니, 그들의 목숨 또한 로크가 정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요. 아무리 좋은 전력이 될 거라고 해도 한 번 배신한 경험이 있는 기사를 믿기도 애매하고요.”
“음. 그런 거라면 뭐.”
나는 별로 생각하지 않고 말했다.
“황녀님의 뜻대로 하시죠.”
“이유는요?”
“기사들은 신념을 지키는 대가로 자신을 버렸죠. 그러니 그들은 더 이상 직위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그들이 다시 새롭게 시작하려면 지금까지 자신이 저질렀던 죗값을 전부 치르고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그들이 원치 않았던 일이라고 해도, 그 죄는 사라지지 않는다.
‘복잡한 것도 싫고.’
그렇기에 황녀한테 모든 판단을 맡기려는 것이다.
“들으셨죠 공작님?”
“예. 황녀님 뜻대로 하시지요.”
그제야 아이젠 공작도 만족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 개인적인 욕심일 뿐입니다만, 그래도 그들은 신념을 지키고자 했으니 주어질 죗값은 조금 줄여주셨으면 합니다.”
“네. 그렇게 해드릴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아탈리네 황녀는 싱긋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볼게요. 오늘 대화 즐거웠어요. 다음에 뵐게요 로크.”
그러자 황녀의 옆으로 공간이 열리더니 그 안으로 들어갔다.
집무실에 나와 아이젠 공작만이 남자 침묵이 한참 동안이나 이어졌다.
[어, 어색해…..]내 어깨 위에 있는 백골이조차 이 상황이 어색한 듯 뻘쭘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밥은 먹었나?”
“아뇨. 아직이요.”
먹으려고 할 때 둘이 왔으니 말이다.
“잘 됐군. 따라와라.”
“뭐. 밥 사주는 겁니까?”
그 말에 아이젠은 피식 웃음 지었다.
“가족회의라는 것이다. 너도 이번에는 참여해야 할 거다.”
“……”
지금 뭐라고?
***
보통 아이젠 공작은 가족들과 식사를 같이 하지 않는 편이다.
한다고 해도 일주일에 3~4번 정도 그것도 저녁에만 한다.
식사라고는 하지만 가족들이 전부 만나 지금까지 있었던 일에 관해 보고하는 시간에 가까웠다.
그리고 오늘 처음으로 그 식사에 로크가 초대되었다.
저녁이 아닌 점심에 모이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잡힌 것 또한 처음이었다.
‘…..아무도 없군.’
가장 먼저 도착한 미하엘은 어두워진 얼굴로 자신의 자리에 착석했다.
아직 아무도 오지 않았지만 이 쓸쓸한 공간에 미하엘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대체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위디아 공작가에서 미하엘이 후계자라 선정되지 않았지만, 사용인들이 후계자라 불리는 이유는 그의 세력과 강함 때문이었다.
이미 위디아 공작가 대부분이 미하엘을 지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둘째 어머님과 실비아, 로디릭한테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미하엘은 어느 정도 지레짐작하고 있었다.
“어머? 오빠가 먼저 왔네?”
미하엘 다음으로 들어온 사람은 에리나였다.
에리나는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 간략하게 이야기를 들었다.
“어머님은?”
“곧 오실 거야. 그보다 점심에 부르는 건 이례적이네? 하긴, 반란이니까 이례적일 수밖에 없나?”
반란.
미하엘과 에리나는 현재 그렇게만 알고 있었다.
일단 행성의 침입자나, 프라츠 왕국에 대한 비리 등은 비밀이었기에, 아이젠 공작은 그저 반란을 일으켰다는 정도만 알려주었다.
곧이어 그들의 어머니이자 위디아 공작가의 첫째 안 주인인 레오나가 식당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미하엘과 에리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레오나를 맞이했다.
“어머님…..”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알지만, 일단 오늘은 그냥 조용히 있으렴.”
“…..예.”
미하엘은 레오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같은 날에는 아무리 차가운 감정을 가진 자신의 아버지라 할지라도 심적으로 변화가 클 것이다.
이런 경우 그냥 조용히 상태를 지켜보는 편이 좋았다.
“그보다 큰일이구나.”
그 둘과 달리, 레오나는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상세히 알고 있었다.
그녀가 안주인인 것도 있지만, 그녀 또한 대귀족 출신임으로 조직에 관해 이미 사전에 들었기 때문이다.
“뭐가 말인가요? 어머님?”
“그건…..”
레오나가 입을 열려는 순간.
-벌컥.
문이 열리고 아이젠 공작과 함께 로크가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