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sen by the Hero King, the Second Life of the Illegitimate Child RAW novel - Chapter (77)
77화. 반란 (2)
나 의외의 가족들을 만나는 건 처음이었다.
정확히는 에리나는 안면이 있지만, 그 외에 미하엘과 첫째 부인인 레오나를 본 건 처음이었다.
‘저 녀석인가…..’
위디아 공작가의 마지막 가주이자, 위디아 공작가를 멸문시킨 장본인.
가장 먼저 위세 좋게 적들과 부딪쳤지만, 이내 위디아 공작가를 하루 만에 멸문시킨 미하엘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렇다 해도 유능한 녀석이지.’
그의 마지막이 어처구니없게 허망해서 그렇지, 미하엘은 아이젠이 훗날 후계자라 공식적으로 인정한 첫째 아들이다.
뭐. 솔직히 집안 꼴을 보니 어쩔 수 없이 미하엘한테 준 것 같은 느낌도 없잖아 있지만, 아이젠이 사라진 이후에도 위디아를 잘 이끌었으니 재능은 있었다.
‘그리고 저 여자가….. 레오나인가.’
레오나에 대해선 아는 게 별로 없었다.
미래에서도 레오나는 딱히 알려진 게 없었지만, 유일하게 아는 점이 하나 있었다.
‘태양신전의 성녀라고 불렸다지?’
아직까지도 태양신전에서 주행하는 행사에 일 년에 한 번 가서 성서를 읽는다고 들었다.
결혼조차 안 되는 폐쇄적인 다른 신전들과는 달리, 태양신전은 비교적 자유로우니 출가가 가능하다고 한다.
성녀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기에, 다른 신관들보다 조금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어차피 나와 관련될 일은 아니었다.
“저는 어디에 앉으면 됩니까?”
“여기에 앉아라.”
기나긴 식탁.
사람이 2명 누워도 널널할 정도로 긴 식탁의 끝부분을 가리켰다.
그곳은 문에 가장 가까운 의자에 앉았다.
‘뭐. 서자니까요.’
귀족 법상 서자도 후계자가 될 수 있지만, 그건 법이고, 가정 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에 대해선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아무튼 나와 차별화되게 아이젠 공작은 내 맞은편에 앉았다.
너무 기다란 식탁이라 그런지, 아이젠이 더욱 멀게만 느껴졌다.
“너희도 어제 들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음식이 나오기 전, 아이젠은 어제 있었던 일에 관해 입을 열었다.
“반란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 것이다.”
“예. 아버지.”
“실론과 로디릭이 주도하에 진행되었고, 일이 벌어지기 전에 차단되었다. 그뿐이다.”
아이젠은 단지 그렇게 말할 뿐이었다.
‘반란으로 말해놨나 보네. 로디릭도 이번 기회에 처분하고.’
로디릭은 아마 실론과 함께 아탈리네 황녀한테 끌려갔을 확률이 높았다.
정확히는 로디릭이 무슨 정보를 가지고 있는지 혹은 실론과 작당하여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확인하기 위해서겠지.
‘로디릭은 애초부터 피가 이어지지 않은 존재가 확실하니까.’
애초부터 아이젠이 로디릭을 이곳에 남겨두고 있는 이유는 프라츠 왕국과의 모종의 거래 때문이었다.
그게 깨진 지금, 로디릭의 존재는 허무하게 사라졌다.
‘훗날 만날 수도 있겠죠.’
뭐. 만난다고 해도 딱히 영향을 줄 것 같지 않았지만 말이다.
“실비아는 어떻게 됐습니까?”
미하엘의 말에 아이젠은 아무런 고민도 없이 말했다.
“집에 남는다. 실비아는 현재 부상을 입은 상태이니 나중에 올 것이다.”
“부상이라니요? 혹시 실비아의 몸에 무슨 문제라도……”
“어제 제 엄마를 막느라 부상을 입은 것뿐이다.”
“예.”
아무래도 이미 아이젠의 머릿속에 남길 자와 떠나보낼 자를 전부 선정해 둔 것 같았다.
“그럼 저를 부른 이유도 말씀해 주시죠?”
나는 삐딱하게 의자에 등을 기대며 아이젠을 노려봤다.
원래 이곳에 올 생각도 없었다.
처음 아이젠이 가족회의를 하러 식당에 가자고 했을 때 나는 거절했다.
하지만 이번에 도와준 것도 있고, 거기에 업적의 능력에 대해 알고 싶으면 오라는 말에 끌려온 것이다.
“이제 말할 거다.”
아이젠은 나한테 시선을 돌려 미하엘을 바라봤다.
“우선 미하엘.”
“예. 아버지.”
“반란 사건이 잠잠해지면 너를 정식적인 후계자로 삼을 것이다.”
그 말에 미하엘은 딱히 놀란 얼굴을 하지 않고, 그냥 담담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긍지 높은 위디아에 걸맞는 가주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반대로 말하자면 오늘부터 본격적인 가주 수업에 들어간다는 것이니 마음 단단히 먹도록 해라.”
“예!”
제왕학을 익힌다고 해도, 아직 경험이 부족하기에 후계자로서 천천히 가주의 역할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나중에는 아이젠이 없더라도 미하엘이 가주로서 위디아 공작을 이끌 수 있게 말이다.
‘본래라면 내가 없었을 장소에서 이루어진 말이겠지.’
아무튼 간에 이미 미하엘도 각오를 하고 있었는지 아이젠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로크.”
“뭐요?”
“너는 내일부터 나한테 업적에 관해 배울 것이다.”
“……하?”
방금 내가 뭘 들은 거지?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전 업적에 대한 기초를 다지려면 내일부터 배워야 한다.”
“자, 잠시만요….. 공작님이 직접 해주겠다고요?”
그 말에 아이젠은 별것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업적의 힘을 제대로 발휘하려면, 업적을 가진 자가 있어야 한다.”
“아니 그래도……”
“네가 업적의 힘을 제대로 깨우치지 못한다면, 훗날 그 주변이 아수라장이 될 수도 있다.”
아까 전부터 업적에 대한 위험성을 들었기에 나도 어느 정도 이해는 한다지만, 그냥 아이젠 공작과 함께 있는 게 싫었다.
“아니 그렇다 해도….. 허 참.”
어이가 없었지만 입 밖으로 나올 말은 없었다.
‘영웅왕님은 모르시나요?’
‘…..잠깐만요. 몸으로요?’
‘뭔데요 그게…..’
말문이 턱턱 막혔지만 딱히 내뱉지도 못했다.
“업적….. 그걸 막내가 얻었습니까?”
미하엘의 말에 아이젠은 고개를 끄덕였다.
“놀랍군요. 어째서 막내를 이곳에 불렀는지 알 것 같습니다.”
“아무튼 그리 알고 있어라. 실비아는 일주일 정도 뒤면 만날 수 있을 거다.”
그렇게 이야기가 끝날 줄 알았지만, 옆에 있던 레오나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런데….. 정말 실비아는 이번 일에 아무런 연관이 없나요?”
그 안에는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었다.
레오나도 어제 일어난 일을 전부 아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소.”
하지만 아이젠 공작은 거짓 없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실비아는 아무런 관계가 없소.”
“믿을게요.”
“너희들도 실비아를 만나면 남이 아닌 가족으로 대해라.”
“예. 알겠습니다. 아버지.”
“그럴게요.”
“이야기가 끝났으면 식사를 시작하지.”
그 말과 동시에 식당으로 사용인들이 음식을 가지고 들어왔다.
[…..쯧. 채소는 없군.]식탁에 놓인 그릇을 보며 백골이는 실망 어린 눈빛을 하였다.
‘근데 여기서 밥 먹겠냐?’
에리나를 제외하고 미하엘과 레오나가 계속 힐끔힐끔 바라보는데 솔직히 시선이 따가웠다.
***
식사는 솔직히 맛이 없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기대한 만큼도 아니네.’
에리나나 실비아가 비싼 조미료를 들고 다니기에 조금 정도는 기대했지만, 그냥 무난한 맛이었다.
식사 자리가 불편한 것도 맛을 못 느끼게 하는데 한몫했지만, 아무튼 무사히 끝이 나고 있었다.
문제는 지금 일어났다.
[슬슬 몸이 돌아오는군.]“응?”
백골이의 말에 나는 무심결에 손을 바라봤다.
‘커엽고 뭐고 간에, 불편했는데 잘됐네요.’
땅이 너무 가까워져서 걷는 것도 불편했는데, 다시 돌아오게 되니 안심되었다.
‘근데 옷이 찢어지지 않으려나.’
현재 나는 아이용 옷을 입고 있었다 보니, 이 상태로 몸이 커진다면 분명 찢어질 것이다.
-찌익.
그리고 그 상상은 곧 현실로 다가왔다.
“에반.”
-벌컥.
조용한 목소리에 나이가 아이젠과 비슷해 보이는 남성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로크를 움직이기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히고 연무장으로 데려와라.”
“알겠습니다.”
“……연무장?”
그 말에 어이없긴 했지만 아이젠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검을 가지고 가라는 것부터 대충 예상은 했으니.’
차라리 몸이 작아진 상태였다면 더 좋았을 텐데 말이다.
그러면 아예 싸우지 않을 핑계라도 될 수 있을 텐데.
‘음식도 일부러 준 거겠지.’
음식을 먹으면 체력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아이젠은 알고 있었다.
그러니 음식을 먹여 어제 싸우느라 체력이 떨어졌다는 변명조차 못하게 만든 것이다.
맛이 평범하더라도 평소에 먹던 것보다 질 좋은 재료들을 사용했기에, 체력은 충분히 회복되었다.
“이쪽으로.”
나는 순순히 에반을 따라갔다.
‘또 아이젠 공작이 힘을 실험하려나?’
저번에도 아이젠 공작이 했던 것처럼 말이다.
옷은 다행히 에반이 안내한 곳까지 가고 나서야 전부 찢어졌다.
‘비싼 옷인데, 아쉽게 됐네.’
파란색은 비싸다 보니, 어린아이가 입는 옷이라고 해도 상당한 가격을 자랑할 것이다.
새 옷인 것 같았는데 잠깐 입고 찢어졌으니 아까웠지만, 어차피 내 돈도 아니었다 보니 그냥 그러려니 했다.
“이 옷은 어떠십니까?”
“다 비싸 보이네요.”
에반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로크님도 위디아 공작가의 자제. 그에 맞는 품격을 갖추셔야 합니다.”
“품격은 무슨…..”
어차피 나는 아카데미를 졸업한 뒤에 위디아의 이름을 버리고 여행을 떠날 것이다.
위디아 공작가에서 나는 필요하지 않으니 말이다.
“괜찮네요.”
“다행이군요. 그럼 이쪽으로.”
대충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나는 에반을 따라 연무장으로 향했다.
연무장에는 이미 기사들이 대형을 이루고 있었고, 그곳에서 아이젠이 아닌 미하엘이 진검을 들고 서 있었다.
“…..이게 뭐 하자는 겁니까?”
내 어이없는 물음에 아이젠은 별것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신고식.”
“…..누가요? 제가요? 아니 왜요?”
일단 뭐가 되었든 간에 아이젠 공작은 내가 공작가의 자식임을 거부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이젠 본인이 현재 내 실력을 탐색하여 업적을 확인한다는 것까지는 이해가 되지만, 아이젠이 아닌 미하엘과 싸우라는 건 어이가 없었다.
미하엘과 싸우는 것까지도 아이젠이 나서면 실수로 죽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어찌저찌 이해라도 될 테지만, 기사들이 가득한 이곳에서는 더욱 싸우기 싫었다.
‘열병식? 그 군대가 힘을 보여주기 위한 행진 그런 거요?’
‘……’
영웅왕님의 말을 듣자 어딘가 이해가 되면서 안 되었다.
‘그렇다면 굳이 내가 아니어도 되지 않나?’
나보다 실력 많은 기사들도 있고, 여기서 나를 모르는 기사들도 있는데?
도대체 왜?
나는 어이없는 얼굴로 아이젠을 빤히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