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sen by the Hero King, the Second Life of the Illegitimate Child RAW novel - Chapter (78)
78화. 비무
미하엘은 아이젠의 의도를 알고 있었다.
‘아버님은 어떻게 해서든 로크라는 아이를 가족으로 들이시려는 거군.’
그 이유를 미하엘은 몰랐다.
로크가 서자인 건 미하엘한테 아무 상관도 없었다.
솔직히 관심이 없다는 게 맞는 말일 것이다.
로크를 관찰하기 위해 보낸 메이드 또한 자신이 아닌 그저 지지하는 세력이 알아서 한 것일 정도로 관심이 없었다.
‘검을 잡은 지 한 달 조금 넘은 아이다. 그렇다면 그에 맞는 재능을 보였기에 아버님이 탐을 내시는 거겠지.’
그리고 분명 ‘업적’을 얻었다고 하였다.
업적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미하엘로선 신기하게 생각했지만 단지 그뿐이었다.
‘아버님의 생각이 있으시겠지.’
다만, 다른 건 몰라도 재능 하나만큼은 분명할 것이다.
아버지의 인정 그리고 업적의 개화.
그 두 가지뿐이지만 이미 미하엘은 로크를 인정했고 이번 결투를 순순히 받아들었다.
‘목숨을 걸고 싸워라…..인가.’
옷을 갈아입으러 간 로크를 뒤로하고 식사를 마친 뒤 아이젠이 한 말이었다.
이번 결투로 인해 너의 모든 것을 다 잃을 수 있다고 말이다.
‘…..확실히.’
어깨에 있던 다람쥐를 내려놓은 로크의 몸에는 그 어느 빈틈조차 보이지 않았다.
‘마스터급 기사가 아니고서야…..’
국가 최고 전력이라 불리는 소드마스터지만, 위디아 공작가에는 소드 마스터가 몇 명 있었다.
그렇기에 미하엘은 아직 마스터에 오르지 못했더라도, 그들과 숱하게 겨루어봐 그들의 감지 능력을 지겹도록 맛봤다.
이미 실전 상황까지 모두 마무리된 미하엘은 준비된 후계자나 다름없었지만, 소드 마스터한테서나 느껴지던 느낌이 로크한테서 느껴지자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스릉~
아버지의 말처럼 최선을 다해 상대해야겠다고 여긴 미하엘은 천천히 검을 뽑았다.
로크가 들고 있는 검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을 날카로운 예기를 품고 있는 검은, 어색해져 버린 이 공간마저 절단시켜 버릴 것 같았다.
잠시 둘이 검을 잡고 있던 찰나의 순간.
-콰앙!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달려들었다.
***
검과 검이 부딪쳤는데 대지가 울리며 폭발이 터지는 듯했다.
‘마스터는 아닌데….. 발끝만 디딘 건가.’
붉게 물든 검과 푸르게 물든 검이 어지럽게 부딪쳤다.
-콰아아아아아아앙-!!!!!
불의 힘을 두른 검은 부딪칠 때마다 검에 둘러져 있는 오러를 흡수하고, 순환하며, 깨트렸다.
미하엘이 얼마나 어려운 검술을 익혔는지 나하고 상관없었다.
위디아 공작가가 얼마나 대단한 검술을 사용하는지 상관없었다.
나한테는 만검(萬劍)의 지식이 깃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 검 – 강이 흘러간 길.》
검은 금세 푸른색으로 물들며 미하엘의 공격을 부드럽게 흘러내렸다.
일 검은 평범한 공격이라면, 이 검은 확산에 가까운 공격이었다.
사방에서 흘러들어오듯 뻗어간 검이 로크의 몸을 통과하듯 사라지자 미하엘의 눈이 커졌다.
‘이게 무슨…..’
아까부터 이상했다.
검술의 핵심을 파괴하고, 오러를 흩트려 놓으며, 마법검도 아닌데 폭발한다.
마나를 익히지 못했다는 말은 들었는데, 검술을 보는 눈만 놓고 보면 자신보다 한 수 위였다.
‘무엇보다 이 녀석…..’
아직 어색해하는 자신과 다르게 죽일 각오로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목까지 다가오는 검을 느낀 미하엘은 검을 역수로 쥐며 위로 올렸다.
-툭!
“…..!”
이번에는 로크의 눈이 커졌다.
검 손잡이와 날이 살짝 부딪친 것 같은데 검이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튕겨 나갔기 때문이다.
[검술과 숙련도의 차이군. 쯧쯧.]만개의 검술에 들어간 오의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파훼법을 찾아낸다.
위디아 공작가가 아무리 대단한 검술을 사용해도 만개의 검술 중에서 비슷한 유형의 검법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만개의 검술을 사용하는 건 아니다 보니, 내 검술의 실력과 숙련도는 온전히 떨어졌다.
[고작해야 잡기술이다. 집중해라.]백골이의 말에 나는 손에 다시 힘을 주고 검을 잡았다.
‘일순간 힘을 빼앗겼다…..’
이건 내가 오러를 파훼할 때 사용하는 라인 브레이크와 비슷한 방식이었다.
‘재능.’
미하엘과 잠시 거리를 벌린 나는 숨을 내쉬었다.
‘검술의 차이가 아니야. 저게 미하엘의 재능이다.’
라인 브레이크는 오직 스피릿 브레이크 사용자만 할 수 있는 기술이다.
마나를 깨부수는 기술이지만, 마나를 익힌 자들이 역으로 상대의 단단한 육신을 부수는 방법도 있을 수도 있었다.
미하엘은 내 라인 브레이크를 순간적으로 복사해, 호흡, 걸음, 습관, 검술, 진로 등을 파악해 내 몸에 있는 혈류가 가장 막힌 곳을 때려 순간적으로 힘을 놓치게 한 것이다.
자연의 기운을 잠시 동안 흩트려 놓는 게 아니라 육신의 일부를 마비시키는 거라 더욱 위협적이었다.
“후우…..”
잠깐 심호흡을 고르며 미하엘을 바라봤다.
황금색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미하엘의 몸에는 땀 한 방울 안 흘리고 있었다.
그에 반해 내 몸은 이미 식은땀으로 가득했다.
‘알고 있어요.’
아무리 체력을 기르기 위해 열심히 하고 있더라도 미하엘과의 나이 차이를 이길 순 없었다.
키만 안 클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내 몸은 허용 용량이 존재했나 보다.
스피릿 브레이크의 능력은 하나하나가 체력을 계속해서 뺏어가기에 금세 지친다.
아무리 몸에 좋은 영약을 먹어도 체력의 부족함은 항상 달고 다녔다.
“……대단해.”
잠시 떨어져 있던 미하엘의 입에서 감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만일 마나를 네가 익혔다면….. 내 자리가 위험했을 수도 있겠어.”
너무도 작은 소리라 내 귓가 혹은 마스터급 기사들한테만 들렸을 수도 있었다.
미하엘의 목소리에 나는 피식 웃음 지었다.
“그거 영광이네요.”
당당하게 말했지만 슬슬 체력이 부족했다.
‘여기서 물러나면 남자가 아니죠.’
검을 치켜들었다.
계속 부딪친 충격 속에서 내 검은 이미 날카로울 대로 날카로워져 있었다.
[이 발동됩니다.]-슈아아아아악!
마지막 일격을 준비하기 위한 능력이 발동되었다.
내 몸 안에 있는 에너지를 가져가며 충분한 체력을 만들어주었다.
“…..갑니다.”
[가 발동됩니다.]-크롸롸롸롸롸롸롸롸롸-!!!
바람의 기운을 가진 「폭풍의 일보(一步)」는 단 한 걸음으로 순식간에 앞으로 직진하는 능력으로, 너무도 빠른 속도는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바람의 기운을 가지고 있기에 바람의 검술과 시너지가 좋았다.
앞으로 전진하며 모든 것을 베어낸다는 공식이 성립되기 때문이다.
다만, 역으로 장점에는 장점만 합치고, 단점에는 단점만 합친 듯하게 어울리는 속성도 있었다.
《이 검 – 번개가 흘러간 길.》
찌르기에 특화되어 있는 번개의 검술이었다.
‘동작이 클수록 사용하기 어렵지만……’
빠른 속도에 비해 동작이 매우 크기에 나보다 강한 상대로는 절대 사용할 수 없는 검술이었다.
거기에 확신기인 ‘이 검’ 또한 마찬가지였다.
일 검이 제자리 찌르기였다면, 이 검은 뛰어가서 찌르기였기에 거기에 「폭풍의 일보(一步)」를 사용하여 더욱 빠르게 달릴 생각이었다.
-파지지지지지지지지지직-!!!!!
폭풍과 함께 뻗어가는 뇌전의 힘은 미하엘도 놀랄 정도였다.
‘빨라!’
눈깜빡 할 사이에 눈앞까지 날카로운 검이 빛을 뿜으며 다가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숱하게 마스터를 상대해온 미하엘은 눈꺼풀이 감기는 아주 잠깐의 타이밍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아주 완벽한 생물이라 할지라도 그 찰나의 순간만큼은 약점이 드러난다는 것을 소드 마스터 기사로부터 배워왔다.
-스릉~!
검이 움직이자 공기와 함께 마나가 움직였다.
위디아 공작가의 검술은 예로부터 누군가를 형상화한 검술이었다.
-포로로롱!
눈앞까지 다가온 검이 서서히 느려지기 시작했다.
미하엘 본인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라 주위에 있는 모두가 그렇게 느꼈다.
‘……물?’
마치 연무장 전체가 물로 가득 찬 것처럼 몸에 엄청난 저항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아직까지 내 검이 미하엘한테 가까웠기에, 나는 더욱 손에 힘을 주었다.
-콰직!
‘……!’
하지만 검은 움직여지지 않았다.
마치 검 주위가 얼어붙은 것처럼 더 이상 앞으로 뻗을 수가 없었다.
“크렌디니아 검식.”
나지막이 울려 퍼지는 미하엘의 목소리에 나는 검을 쥔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움직여지지 않는다면…… 부순다.’
-파지지지지지지지직-!!!!!
더욱 강한 뇌전의 힘이 검에 깃들었다.
다리부터 머리끝까지 찌릿할 정도로 검은 서서히 한 점에 집중되었다.
‘격검(激劍).’
몸이 움직여지지 않더라도 가능한 공격이 하나 있었다.
발끝, 손끝, 몸의 세세한 근육들을 전부 손에 모았다.
‘더더더더더더더!!!’
모든 힘을 손에 모이자 힘줄이 도드라지며 검이 자잘한 진동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삼 검 – 뇌전이 관통한 길.》
검 끝에 서서히 뇌전의 기운이 뭉쳐지기 시작했다.
아주 작은 점은 서서히 모이기 시작하더니, 주변에 있는 자연의 기운을 가지고 더욱 크기를 키워갔다.
-파지지지지지지지지지직-!!!!!
뭉쳐진 번개는 곧 그 자리를 참지 못하며 벗어났다.
검의 일자로 뻗어나가는 뇌전의 줄기를 본 미하엘은 서둘러 검을 움직였다.
“제3식 무색정막.”
그 순간 연무장을 무겁게 했던 압박감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실체가 있는 것처럼 미하엘의 검을 따라 뭉툭하게 움직이며 내 검을 쳐냈다.
-크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
뻗어나간 뇌전은 아슬아슬하게 미하엘의 귓가를 스쳐 지나갔다.
검과 검이 부딪친 상태.
미하엘과 로크는 동시에 쥐고 있던 검에 힘을 주었다.
“제13식 무색대앙.”
주변에 있던 모든 중압감이 미하엘의 검에 뭉쳐지기 시작했다.
무거워진 검은 더더욱 무거워지기 시작하더니, 가벼운 검에 천검의 무게가 들려있는 것 같았다.
그에 맞춰 로크 또한 압박감이 사라진 공간 속에서 자유로이 검에 힘을 주었다.
‘모든 걸 파괴한다.’
《삼 검 – 화염이 지나간 길.》
푸른색과 붉은색으로 빛나는 양측의 검이 물러서지 않고 팽팽히 서로의 힘을 자랑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고작 검을 맞대고 있는 것만인데 계속해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하지만 아무리 무거운 검이라도 로크의 검을 이길 수는 없었다.
‘……계속 파괴된다고?’
검안에 있던 마나가 폭발음과 동시에 계속해서 파괴되기 시작했다.
‘내부에서부터….. 폭발한다.’
그리고 알 수 있었다.
지금 로크가 사용하는 검법은 도저히 자신이 따라 할 수 없는 검법이라는 것을 말이다.
아무리 거대한 힘이라도 서서히 내부로 흘러들어오는 충격을 계속해서 억누를 수는 없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
로크는 한계의 한계까지 체력을 끌어 올렸다.
그러자 붉은색으로 빛나는 로크의 검에 변화가 생겼다.
[〈용살(龍殺)〉이 발동됩니다.]그와 동시에 한계에 오른 로크의 검에 더욱 생동감 있는 색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크르르르르……!”
숨소리에서 용의 울음소리가 들리자 자신도 모르게 검에 더욱 힘을 가했다.
《화룡의 호흡 – 참룡(斬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