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sen by the Hero King, the Second Life of the Illegitimate Child RAW novel - Chapter (79)
79화. 업적
‘업적이 뭔지도 모르고 있군.’
아이젠은 로크가 업적을 가지고 나타난 순간 그 생각이 먼저 들었다.
업적을 깨닫고 힘을 깨우친 자는 상대한테 깃들어 있는 업적을 볼 수 있다.
물론 그 업적의 종류나 힘을 모르지만, 그 업적에 깃든 잠재력 정도는 볼 수 있었다.
‘저런 업적을 지닌 이는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
아이젠은 본래 은퇴를 생각하고 있었지만 아직 몇 년 멀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은퇴를 로크를 보자마자 앞당겨야 하겠다고 느꼈다.
자신이 지니고 있는 업적보다도 더욱 거대한 업적이었다, 아니 이 세상에 업적을 가진 이들조차도 로크가 지니고 있는 업적보다 잠재력이 적었다.
“죽일 각오로 임해라.”
“예.”
그렇기에 아이젠은 놓칠 수가 없었다.
예전부터 탐이 나는 재능이긴 했지만, 위디아 공작가 역사상 로크와 비슷한 재능을 가진 자들은 상당히 많았기에 그전까지는 심드렁했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저 업적을 가졌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위디아의 이름을 달아야 한다.’
그렇기에 로크를 기사들이 있는 장소에서 미하엘이 있는 장소에서 부딪치게 했다.
훗날 로크가 무슨 길을 걷든 간에 상관없다. 다만, 지금의 로크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사실만큼은 알았다.
“로크의 힘을 전부 끌어내라.”
“힘을 전부….. 말입니까?”
“그래.”
업적이라는 위대한 힘은 고작해야 호흡이 드래곤처럼 되는 게 아니었다.
아니, 애초에 로크는 드래곤이라는 종을 잘 모르고 있었다.
-콰직!
그렇게 시합이 시작되고 결투가 지속되는 과정 속 아이젠은 의자 손잡이를 잡은 손에 힘을 줄 수밖에 없었다.
로크의 머리카락이 서서히 붉어지기 시작하더니, 피부에는 문양이 새겨지고, 머리에는 아까와는 다른 붉은색 염소의 뿔이 나타났다.
‘업적!’
아이젠은 흥분을 쉽게 가라앉히지 못했다.
드래곤에 관련된 업적이라는 건 알고 있었기에 그 능력을 지레짐작하고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저런 식으로 발현될 줄은 몰랐다.
아직 문턱에만 걸쳐 있었지만 저게 진정한 업적의 힘이었다.
‘압도적인 힘과 만나면 업적은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실비아를 상대했기에 업적은 그저 억눌렸을 뿐이다.
그렇기에 자신을 상대한다고 해도 업적은 제대로 된 발동을 하지 못한다. 미하엘한테 목숨 걸고 싸우라고 했던 이유 중 하나였다.
드래곤의 피를 뒤집어써 수많은 드래곤의 세포를 흡수했던 용살(龍殺)의 진정한 힘이 우주에 새겨져 있는 역사 속에서 처음으로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거기까지.”
-콰아아아아아아앙-!!!!!
아이젠은 로크의 업적을 확인하자마자 서둘러 그 안을 파고들었다.
그가 움직이는 걸 이곳에 있는 모두가 눈치채지 못했다.
-땡그랑!
아이젠이 미하엘의 몸에 손을 대자마자, 들고 있던 검이 이등분이 나며 땅에 떨어졌다.
-털썩.
로크는 그걸 보자마자 자리에 기절했다.
“비무는 끝이다. 모두 자리로 돌아가도록.”
아이젠의 말과 함께 둘의 결투가 끝이 났다.
***
이번 목표는 용살(龍殺)의 업적의 확인과 로크의 어중간한 자리를 확실시하기 위해서라는 방법이 있었다.
‘업적의 능력을 활용만 할 수 있었다면……’
이런 서커스 공연 같은 결투에 응할 수밖에 없는 유일한 이유였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딱히 나쁘지 않았다.
‘어차피 후계자가 확실시됐으니, 나를 딱히 방해할 건 없겠지.’
있다고 한다면 미하엘 후견인 중 한 명이 나를 귀찮게 해서 암살자를 보내는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도 미하엘이 알아서 할 것이라 생각하니 나름 나쁘지 않았다.
‘일단 자유로워진다.’
아카데미에 가면 출신에 따라 차별을 받는다고 한다.
내가 아카데미에서 공작가 출신인 걸 밝히지 않는다고 해도, 만일에 대비해 큰 방패가 되어 줄 것이다.
‘그렇다고 대놓고 밝히지는 못하겠지만.’
나는 치료실에서 저번에 먹었던 카포네이론으로 만든 시럽을 먹고 있었다.
[이 발동됩니다.]‘한 입 먹을 때마다 체력이 미친 듯이 증가하네.’
한 숟가락씩 입 안으로 넣을 때마다 능력이 발동되며 체력이 빠른 속도로 회복하는 것과 동시에 증가까지 했다.
이런 기회는 좀처럼 없었기에, 나는 마치 다람쥐가 볼에 먹이를 저장하듯 차곡차곡 몸에 에너지를 채워놨다.
-톡톡!
어느 정도 시럽을 전부 비웠을 때 작은 새 한 마리가 부리로 창문을 두들겼다.
“백골아 열어줘라.”
[…..이런 건 스스로 해라. 에휴]창문을 열어주자 짹짹거리며 다가온 허니버드는 곧장 말했다.
[끝났어요!]“오? 그래?”
[네! 연무장에서 사람들이 벗어나고, 회의장으로 중요 사람들을 모았다고 들었어요! 거기서 사람들한테 미하엘이라는 사람이 후계자가 되었다고 말했어요!]“하긴, 나하고 싸운 직후고, 거기에 미하엘의 실력은 마스터에 근접했으니까 사람들도 납득했을 거야.”
거기에 모인 사람들이라는 게 신경 쓰이긴 했지만, 어차피 위디아 공작가를 관리하는 중요 사람들일 것이다.
“그래서?”
[회의가 끝나고 아이젠이라는 인간이 로크라는 인간을 찾아간다고 해요!]“아. 그래?”
[네!]“그나저나 너희들 내 이름 모르는구나….. 흠. 아니다.”
어차피 상관없었다.
품에서 주머니를 꺼내 거기서 곡식 하나를 허니 버드한테 내밀었다.
-짹!
허니 버드는 곡식을 물고 밖으로 나갔다.
“공작이 오기 전에 다 먹어야지.”
영웅왕님의 말에 나는 문득 머리에 난 뿔을 만져봤다.
저번과는 다르게 더욱 단단해졌고, 만지니까 무언가의 감촉이 느껴졌다.
‘누가 머리카락을 당기는 그런 느낌이 나네.’
그렇다고 통증이 있는 건 아니었고, 무게감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잡아당기거나, 만지면 마치 머리카락을 만지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머리카락 색은 다시 본래의 색으로 돌아갔는데…..’
영웅왕님이 말하길, 내가 정신을 잃고 검을 휘둘렀을 때 업적의 제대로 된 힘이 발휘되었다고 한다.
그 여파로 머리에 뿔이 났고 머리카락 색이 변했다고 하는데, 내가 일어났을 땐 문득문득 색이 변했을 뿐이었다.
-벌컥!
뿔을 유심히 만지고 있을 때 아이젠 공작이 치료실 안으로 들어왔다.
“나와라.”
“…..예?”
“나오라 했다.”
“저 아직 휴식 중인데요?”
“카포네이론 시럽을 그렇게 처먹였는데 회복이 안 됐을 거라 생각되지 않는군.”
“……그런데 어디 가시려고요?”
“따라오면 안다.”
내가 머뭇머뭇거리자, 아이젠 공작은 귀찮다는 듯이 손가락을 까딱였다.
-불룩.
공기에 마나로 이루어진 손이 나타나더니 나를 그대로 들어버렸다.
“우왓!”
구름으로 만들어진 손이 나를 들어 올린다면 이런 느낌일까?
뭔가 푹신푹신하면서도 단단한 느낌이었다.
이걸로 만든 침대가 있다면 얼마를 주더라도 사고 싶을 정도로 느낌이 좋았다.
“간다.”
아이젠 공작은 그 이후 아무 말 없이 나를 데리고 어딘가로 향했다.
***
도착한 곳은 뒷산이었다.
이미 말해놓은 상태인지, 아니면 같이 온 백골이가 무서워서인지 사냥꾼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잘 들어라.”
뒷산은 그리 넓지 않기에 곧 도착을 예견하는 것인지 드디어 아이젠 공작은 입을 열었다.
“업적도 질이 있다. 사소한 업적은 그만큼 질이 낮다.”
“질……?”
“업적이라는 건 세상의 기록이다. 그 기록이 몸에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그 업적은 ‘첫 경험 혹은 처음’이라는 것에서 시작이 된다.”
아무튼 그렇다고 한다.
업적에 관한 건 이미 어느 정도들은 참이었고, 저 세상의 기록이라는 것도 【아카식 레코드】에 기록된 업적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예를 들면 최초로 살인을 한 업적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한 명을 살인한 최초의 업적’도 존재하겠지만 ‘열 명을 살인한 최초의 업적’도 존재하겠지. 다만, 최초의 살인이 더욱 뛰어난 업적으로 남기에 ‘한 명을 살인한 업적’이 더욱 질이 높다.”
‘그러고 보니 쥐가 고양이를 문 것도 최초의 업적이 있을 거라고 했지?’
그렇다면 쥐가 고양이를 죽였을 업적도 있을 것이고, 그 업적의 질이 더 클 것이다.
“업적은 다양하다. 능력 면에서도 다양하게 있다. 예를 들면 내가 가지고 있는 업적도 그렇다.”
“그러고 보니 업적이 있으셨죠? 무슨 업적입니까?”
“……그러고 보니 너는 위디아 공작가의 역사를 모르고 있다.”
“안 배웠으니까요. 그보다 말 돌리시지 마시죠?”
“흠. 역사는 천천히 배우는 게 좋겠군. 일단 우리의 업적은 대를 물려 내려오는 효과가 있다.”
“……예?”
그런 게 있었어?
‘…..그런 인간이 있어요?’
그렇다면 위디아 공작가가 가지고 있는 업적 또한 아인종과 교배되어 낳은 인간의 자손이라는 건가?
‘일단, 동물은 아니겠지.’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위디아 공작가의 자손이 가지고 있는 「마나적응력」이었다.
마나불신체인 나 또한 가지고 있는 적응력이었기에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디아 공작가가 가지고 있는 업적은 이다.”
“…..정령왕? 저희 선조는 정령왕하고 반죽 쳐서 낳은 겁니까?”
반죽한다는 의미는 뭐, 빵이 익기 전의 그런 전조 과정을 말하는 것이다.
즉, 평민들 사이에서나 말하는 성관계를 맺었냐는 의미였다.
“……”
저급한 언어에 아이젠은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틀린 말도 아닌지 다시 고개를 돌리며 걸음을 옮겼다.
“크렌디니아라고 아나?”
“크렌디니아?”
정령왕인 것도 있지만, 미하엘이 사용한 검법에도 크렌디니아라는 이름이 들어가 있었다.
“무색의 정령왕. 무색이라는 건 즉, 속성을 받아들기 전의 정령의 상태를 말한다. 보통 이 상태일 때 정령은 바람만 스쳐도 죽을 정도로 약하지만, 크렌디니아라는 존재는 태어날 때부터 타 정령왕들을 압도할 정도로 강했기에 지금까지도 무색을 유지하고 있다.”
영웅왕님의 말과 함께 들으니 이해가 쉬웠다.
즉, 자연의 기운으로만 이루어진 정령이 무진장 세서 무색의 이름이 붙은 정령왕으로 불리고 있다는 건가.
“그리고 그 크렌디니아를 소환하였던 존재가 바로 위디아 공작가의 선조다.”
“그 선조도 참 용감한 녀석이었네요. 어떻게 정령하고 반죽을 칠 생각을 하지.”
“……참고로 정령은 상급 기준으로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변할 수 있고, 최상급부터는 외각이 정해진다. 인간은 아니더라도 이종족의 모습으로 정해지는 정령도 많다.”
“아하. 그러면 가능하긴 하겠네요.”
우리 선조가 정신이 이상해서 동물하고 하는 녀석은 아니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