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sen by the Hero King, the Second Life of the Illegitimate Child RAW novel - Chapter (8)
8화. 가정교사
역시 테스런은 저녁밥을 먹으라고 깨우지 않았다.
애초부터 밥을 먹으라는 한마디만 할 뿐, 내가 방 안에서 나오지 않으면 그대로 밥을 치워버리던 테스런이었다.
아무것도 먹지 않아 배가 고플 법도 하지만, 자장가의 효과인지 아침에 눈을 뜨고 나서 든 생각은 배가 그다지 고프지 않다는 것이었다.
아니, 오히려 활기가 넘쳤다.
기지개를 켜며 고개를 방문 쪽으로 돌리는 순간.
“케겍.”
그만 사레가 들리고 말았다.
“일어나셨습니까. 도련님.”
“일어나셨습니까.”
“…….”
“…….”
영웅왕의 말을 무시하고 눈앞에 있는 이들을 바라보았다.
지금껏 단 한 번도 아침 인사를 오지 않던 테스런을 포함해서 그 뒤로는 젊은 메이드 두 명과 중년으로 보이는 여성이 나를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인과율…….’
어제 할스를 쓰러트리면서 내 운명이 바뀐 것 같다.
많이 바뀌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어쨌거나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키기엔 충분했던 것 같다.
‘아마. 제 재능을 다시 확인해보려는 거겠죠.’
마냥 좋아할 일만은 아니었다.
내 재능이 사라지는 순간 저들의 태도도 다시 바뀔 테니까.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고개를 숙이고 있는 테스런한테 물었다.
“어찌 된 일이지?”
“앞으로 막내 도련님의 거처를 관리할 사용인들입니다.”
“이렇게 갑자기?”
“그렇습니다. 이는 공작님의 ‘명’입니다.”
‘공작의 귀까지 들어갔다고?’
내가 예측한 운명의 결과는 기껏해야 검술 교관이 바뀌는 정도였다.
버림받은 자가 있는 곳에 버림받지 않은 사용인을 배치하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내가 가만히 있자 쟁반과 수건을 들고 있던 젊은 메이드들이 나에게로 다가왔다.
“세안을…….”
나는 손을 들어 그들이 다가오는 것을 막으며 테스런한테 물었다.
“어찌 된 일이지?”
아까 했던 말을 다시 반복하여 말했다.
그제야 테스런이 지금까지의 일들을 설명했다.
“그래, 요약하면 나한테 기회가 왔다는 말이군.”
“그렇습니다.”
테스런이 슬쩍 내 눈치를 보며 대답했다.
말이 좋아 기회지 아마 관찰에 가까울 것이다.
‘아직 확신하지 못했겠지.’
아이젠 공작도 반신반의하고 있을 게 분명했다.
갑작스럽게 드러난 재능을 다 믿진 못하겠지만, 지켜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했을 테고 그래서 자신의 눈이 될 수 있는 이들을 붙였겠지.
나는 조용히 물이 담긴 쟁반을 들고 있는 메이드에게 옆으로 오라고 지시했다.
***
내 일거수일투족이 아이젠 공작에게 보고된다면 연기를 해야 했다.
‘테스런만 주목하는 거라면 몰라도, 공작이 주목하는 거면 위험할 수도 있어.’
‘쉽게 말해서 경계죠.’
이 시기에는 아직 명확한 후계자가 잡혀 있지 않았다.
게다가 나는 내 위로 있는 형님이나 동생들의 이름만 들어봤을 뿐 모습은 알지 못했다.
‘아마 형님들이나 동생들은 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거예요. 모를 가능성도 있겠지만.’
아이젠 공작의 슬하에는 다섯 명의 자녀들이 있었다.
3남 2녀.
하지만 사람들은 계속해서 위디아 공작가에 2남 2녀만 있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미래의 나는 할스의 폭력과 아카데미에 들어가야 한다는 부담감에 못 이겨 도망쳤기 때문이다.
“아침 식사 준비가 끝났습니다.”
처음으로 ‘대접’이라는 것을 느끼며 나는 테스런을 따라 주방이 아닌, 주방 옆 식탁이 있는 방으로 향하였다.
‘처음 오는 곳이네.’
‘못 들어오게 했거든요.’
자신의 위치를 자각시키기 위해서 못 들어오게 한 건지, 아니면 이 날을 위해서 못 들어오게 한 건지 모르겠지만, 그건 뒤로 하고 식탁에 놓여있는 음식에 눈이 갔다.
음식의 종류는 별반 달라진 게 없었다.
스프와 빵. 이 두 가지는 위디아 공작가의 전형적인 ‘아침 식단’이었다.
다만, 스프에는 감자 대신 고기가 들어가 있었고 빵도 그전과 달리 무척 부드러워 보였다.
“……익숙하지 않군.”
미래에서도, 과거에서도 이러한 대접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고기는 공작가 밖을 나가고 나서야 입에 대보았기 때문에 나로선 이 상황이 익숙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식탁에는 내가 먹을 음식밖에 없었다.
“그대들은?”
“저희는 먹을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습니다.”
“……달라졌군. 많이 달라졌어.”
테스런의 얼굴에는 이제 혐오감이라는 게 보이지 않았다.
그의 행동이 하루아침에 바뀌자 오히려 전에 봤던 테스런이 그리워질 정도였다.
그들의 부담스러운 눈빛을 뒤로 하고 스프를 떠 입에 가져갔다.
“식사를 마치고 나면 가정교사들이 올 겁니다.”
수저가 입속으로 들어가기 직전에 손이 경직됐다.
“미쳤군.”
내 한 마디에 조용히 서 있던 새로운 사용인들의 눈꺼풀이 살짝 움직였다.
테스런 또한 조금은 당황한 듯 쳐다봤지만 이내 표정을 갈무리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하였다.
“공작가 자제로서 당연한 일입니다.”
“공작가로서 당연하다라…….”
나는 피식 웃으며 스프를 입에 털어 넣었다.
공작가 사용인들은 내가 먹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볼 뿐이었다.
‘품위를 보고 있는 건가.’
그중에서도 특히 중년 여성이 작게 뜬 눈으로 내 행동을 일일이 확인하고 있었다.
‘용병 생활이 이럴 때 도움이 될 줄은 몰랐는데.’
‘용병들은 시선에 익숙하니까요.’
시선보다는 눈치가 좋다고 해야 하나.
용병들이 눈치로 먹고산다는 말이 괜히 생기는 게 아니었다.
‘그리고 왠지 그럴 것 같은 느낌이 있기도 해요.’
「초직감」때문은 아니었다.
과연 로크라는 녀석이 후계자 다툼에 들어올 정도의 재능이 있는지 확인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들의 속내를 알고 나니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바라는 대로 어울려줄 순 없지.’
영웅왕의 말을 뒤로하며 평소에는 하지 않던 짓을 했다.
“쩝쩝.”
음식을 먹을 때 입에서 소리를 냈으며.
덥석.
스프가 담긴 접시를 손으로 잡았고.
“우물우물.”
먹는 양보다 많이 빵을 집었다.
그렇게 내 그릇에는 먹다 남은 빵과 여기저기 튄 스프 자국만 남아있었다.
식사를 끝낸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자리에서 일어나 테스런을 바라보았다.
“가정교사는 아직인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로 가지.”
“예.”
나는 슬쩍 사용인들을 바라본 뒤 자리를 떠났다.
***
테스런의 뒤를 따라 가정교사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뒤따라가던 내 귓가에 테스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그러셨습니까?”
평소 내가 밥 먹는 모습을 알고 있던 테스런이 갑작스러운 내 변화에 무언가를 짐작한 듯 보였다.
“…….”
나는 대답해줄 마음이 없었고 그저 테스런의 뒤를 따라갔다.
주방하고 기껏해야 몇 미터 거리였기에 나는 혹여나 있을 상황에 대비하여 아무 말도 해주지 않았다.
테스런이 방문 손잡이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도망치는 건 이곳에서 최선의 선택이 아닙니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건 너무도 명확했다.
자신의 재능을 드러내라.
위디아 공작가에선 재능을 숨기면 독이 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거겠지.
“알고 있다.”
나는 그 사실을 그 누구보다 알고 있었다.
“그저 만일을 대비한 것일 뿐.”
테스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재능을 가지고도 안 되는 건 세상에 존재한다.”
당연한 말을 대단하게 포장해서 말하고자 한 게 아니었다.
테스런은 지금 내가 한 말의 의미를 알고 있을 것이다.
고작 ‘재능’을 가졌다는 것만으로 내가 이 공작가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건 안일한 생각이다 라고 넌지시 이야기 한 것이니.
‘테스런은 믿을 수 있는가, 없는가.’
그 또한 확실히 알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아직 이 공작가에 완전한 내 편은 아직 없다는 것이다.
-끼익.
벙찐 테스런의 손을 치우고 대신 방문 손잡이를 돌렸다.
녹슨 경첩 소리와 함께 방 안쪽에 여러 명의 사람이 시야에 들어왔다.
“……!”
두근!
들어가는 순간 심장이 거칠게 뛰기 시작했다.
「초직감」이 나한테 위험하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걸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앞쪽에 앉아있는 가정교사들에겐 이 두근거림이 느껴지지 않았다.
제일 뒤쪽에 앉아있는 평범한 체구를 가지고 있는 중년 남성.
내면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을 것만 같은 그 남성에게서 위험한 느낌이 물씬 풍겨오고 있었다.
나는 겉으로 내색하지 않으며 슬쩍 테스런의 등 뒤로 자리를 옮겼다.
테스런이 나와 가정교사들의 사이에 서서 소개하기 시작했다.
“도련님께선 아카데미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총 7개의 과목에 대한 수업을 들으셔야 합니다.”
“한 분당 총 ‘2시간’씩 교육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총 합해서 14시간의 교육.
“역사, 언어, 수학, 병법, 검술, 예법 그리고 제왕학입니다.”
‘……제왕학?’
앞선 역사, 언어, 수학, 병법, 검술, 예법은 어느 귀족이나 배우는 교육이었다면, 제왕학은 다르다.
후계자로 인정받은 자들만이 익힐 수 있는 과목이었다.
‘어째서……?’
아이젠 공작의 의중을 다시 한번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
아이젠 공작이 올라온 서류를 바라보았다.
그곳엔 막내 공자의 가정교사로 채택된 이들의 이름과 과목이 적혀있었다.
에반은 서류를 보고 있는 아이젠 공작의 옆에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제왕학은…… 너무 이른 게 아닌지요.”
그 말에 아이젠 공작이 서류를 다시 내려놓으며 에반이 준 찻잔을 들어 올렸다.
“재능이 있으면 누구한테나 ‘공평한’ 기회를 준다. 그것이 위디아 공작가의 철학 아닌가?”
“허나…….”
“만일 재능이 있고 이 공작가에서 ‘살아남을’ 생각이 있다면, 자신의 두각을 드러내겠지. 그러기 위해서 이 자를 뽑은 게 아닌가?”
“…….”
에반의 눈동자에 검술 교관의 이름이 자리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