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sen by the Hero King, the Second Life of the Illegitimate Child RAW novel - Chapter (83)
83화. 업적발현
로크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몸에 변화가 일어난 걸 알 수 있었다.
그 변화는 딱히 시야 속에서 무언가 보이는 것도, 몸에 이상이 걸린 것도 아니었다.
그저 내 몸이 변했다는 것만 인지할 뿐이었다.
「과연….. 거대한 업적이로다.」
눈을 뜨니 앞에는 투명한 무언가로 이루어진 성인 여성이 서 있었다.
‘저게 뭐야? 생물…..일 리는 없고.’
다른 사람이라면 어떻게 보일지 몰라도 로크의 눈에는 아니었다.
전혀 투명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자연의 기운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각양각색의 색이 계속해서 몸에 흐르고 있었다.
그 색은 지금까지 봐왔던 색과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진하여 눈이 아플 정도였다.
「내가 누군지 알겠느냐?」
“크렌디니아…..인가요?”
「후후….. 그래, 내가 크렌디이아라 불리우는 정령왕이다.」
이 정도 위압감을 가지고 있는 존재는 정령왕이라는 자들밖에 없을 것이라 판단했다.
반신이란 불리는 정령왕의 위압감은 나를 그저 지나다니는 먼지 수준으로 만들었다.
이 자한테 행성에 있는 모든 인류가 덤벼도 이길 수 없을 것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게 정령왕의 힘인가……’
닿을 수 없는 힘이라고 인정할 것만 같은 거대한 힘.
남들이라면 터무니없이 장대한 그녀의 힘에 좌절했을 테지만 로크는 아니었다.
그는 이미 반신의 힘을 뛰어넘은 두 명의 영웅을 봤기에 기죽지 않았다.
‘나도 될 수 있다.’
자신의 힘을 느꼈음에도 로크의 눈빛이 주눅이 들지 않자, 크렌디니아는 흐뭇하게 웃었다.
「이곳에 오는 로얀의 자손은 전부 마나를 가지고 있었지, 그런데 너는 마나를 가지고 있지 않고도 내 앞에서 주눅이 들지 않는구나.」
로얀이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크렌디니아가 자손이라 말한 것을 보면 아마 위디아 공작가를 건립한 인물일 것이다.
“…..마나라는 건 반드시 필요한 힘이 맞지만, 마나가 없다고 약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내가 마나의 정령왕임을 알고도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이냐?」
“예. 저는 마나를 익히지 않고도 강한 인간들을 수없이 봐왔습니다. 그렇기에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음을 이해해주시길.”
그 말에 분노할 줄 알았던 크렌디니아는 오히려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내 머리를 향해 투명한 손을 뻗었다.
-쓰담쓰담.
한 번 휘두르는 것만으로 행성에 재앙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손은 그저 평범한 여성의 손처럼 부드러웠다.
「그래, 자신이 믿고자 하는 일에 항상 밀고 나가거라. 너는 에 선택받은 인간이니, 스스로가 선택한 것에 의문을 가지지 말고 나아가거라.」
‘?’
그건 설마 영웅왕님을 말하는 건가?
“설마 영웅왕님을 아세…..”
「거기까지 말하려무나. 다른 곳이라면 몰라도 이곳 성지에서 그녀에 대해 말하는 건 너무 위험하구나. 나중에 네가 모르고 싶더라도 알게 될 터이니 조급해하지 말거라.」
크렌디니아는 머리 위에 올렸던 손을 제거하며 말했다.
「그녀에 대해 더 이상 말해줄 수 없지만, 그 외에 이야기라면 간략하게나마 말해줄 수 있겠구나.」
“…..예.”
내가 더욱더 영웅왕님의 정보를 갈망한다면, 크렌디니아는 지금 서 있는 성지를 파괴할지라도 그 이야기를 듣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성지라는 것의 역할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라는 의미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크렌디니아는 영웅왕님의 말을 극도로 조심스러워했다.
「로얀의 후손이여. 너는 너무 강대한 업적을 짊어지고 있구나.」
“…..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그 업적은 너무 위험하구나. 너무 위험해서 내가 거둬가야 할 정도이다.」
“예……?”
「허나 그녀의 부탁도 있고 하니 함부로 거둬가지 않으려 했으나….. 역시나 너무 위헌하니 선택지를 주고자 한다.」
“자, 잠깐만요. 위험하다니요?”
크렌디니아는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아룡 수준이라면 몰라도, 그 업적을 드래곤들이 읽는 순간 너는 인지하지도 못할 공격에 죽을 것이다. 드래곤의 피를 뒤집어써야 얻을 수 있는 업적을 드래곤들이 무시할 것이라 보는 건가?」
“그건……”
내가 어째서 이 생각을 하지 못했단 말인가.
드래곤들의 수는 한정적이고, 동료의 피 냄새가 나는 내 업적을 충분히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복수라는 이름으로 나를 죽일 수도 있었다.
「태초에 가까웠던 과거 천살(天殺)의 업적을 가진 자가 드래곤들을 학살하고, 이후 사명감을 가진 드래곤들만으로 남겨두었단다. 허나, 그것도 잠시. 드래곤들은 자신을 죽일 존재가 사라짐을 느끼고 다시 변하기 시작했단다.」
아무리 위대한 존재라고 해도 드래곤들 또한 하나의 생물이다.
신들조차 오만하게 변하는데 드래곤이라고 안 그러겠는가.
자신한테 위험한 존재가 사라짐을 느끼고, 중간계를 수호하자는 사명감을 가졌던 드래곤들은 또다시 변화를 보였다.
「애초에 의 업적을 가진 자가 죽인 드래곤들은 전부 제힘에 미쳐 날뛰던 드래곤들이란다. 그들에 눌려있던 드래곤들이기에 사명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뿐, 강한 드래곤들이 없어지니 그 본능이 드러난 것일 수도 있겠지.」
그렇다면 내가 가진 업적은 대단히 위험했다.
「현재 네 행성에는 드래곤이 없기에 잠시 정도는 안전할 수 있지만, 이후 상황이 어찌 될지 모르니 내가 거둬가려고 했다. 나 또한 그 업적을 감당치 못하니 영원히 봉인하려 했으나….. 그 업적을 가지고 있는 너의 선택을 제일 먼저 존중하고 싶구나.」
“……”
반신인 크렌디니아 또한 감당하지 못할 업적이라고 했다.
그렇기에 내 머릿속은 혼란에 가득 찼다.
그런 혼란을 가르며 영웅왕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영웅왕이 의 업적을 완숙하게 다룬 후에 생각해보라고 말합니다.>
“……”
영웅왕님의 말에 혼란스러웠던 머리가 조금은 개운해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예. 그렇죠.”
나한테는 영웅왕님이 있었고, 영웅왕님이라면 언제나 해답을 내려줄 것이라 믿고 있었다.
「그게 너의 선택이느냐?」
“네. 아무래도 저는…… 가지고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죄송해요.”
「드래곤이라는 존재는 너 하나만을 죽일 것이라 장담할 수도 없다. 그런데도?」
“…..그래도 제가 감당해야 할 「길」이에요. 죄송합니다.”
「후후……」
크렌디니아는 서서히 손가락을 뻗더니, 내 이마를 쳤다.
-툭.
그러자 내 머릿속에 수많은 정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 이건…..”
그 정보들은 내가 가지고 있는 업적에 대한 모든 정보였다.
「업적을 가진 이들은 죽어서도 명부에 가지 못하고 영원히 우주를 떠도니, 그들이 가진 지식을 나누는 것 정도가 내가 할 수 있는 전부구나.」
크렌디니아는 서서히 흐릿하게 몸을 변화시켰다.
이 성지에서 떠나고 있는 것이다.
「이 선택한 영웅이여, 너 또한 이레귤러(Irregular)구나…..」
그 말을 끝으로 크렌디니아는 사라졌다.
***
아이젠은 조용히 폭포의 수면을 바라봤다.
날카로운 물방울이 튀겼지만 아이젠은 눈 한 번 깜빡이지 않았다.
“슬슬이군.”
슬슬 지금쯤 자신의 몸 안에 있는 업적에 관해 깨닫게 될 것이다.
“그럼….. 이제 며칠이 걸릴 것인가가 문제군.”
업적을 깨닫는 건 몇 시간만으로 충분하지만, 그 이후가 문제였다.
자신의 몸 안에 업적이 있음을 깨닫지만, 그 업적을 어떠하게 활용해야 하는지, 업적의 능력이 무엇인지, 업적을 어떻게 발현시키는지.
그걸 전부 파악해야지만 저 수면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흐음.”
잠시 아이젠은 수면의 안쪽을 바라봤지만, 아무리 아이젠의 눈일지라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 물은 폭포에서 내려오는 자연의 기운으로 인해 점점 압축되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오는 건 허락해도, 밖으로 나가려면 그 압축되고 있는 자연의 기운을 뚫어야 한다.
그뿐이라면 간단했다.
문제는 수면이었다.
폭포에서 내려오는 물은 수중 내에서는 안전하지만, 수면에서는 그대로 충격이 퍼지고 있었고 나머지 자연의 기운이 단단하게 수면을 잡고 있었다.
두 가지를 통과하려면 자신이 가진 업적을 최대한 활용해야 했다.
“슬슬 돌아갈까.”
아이젠은 크렌디니아의 존재를 느끼지 못했다.
이곳이 성지임도 있지만, 크렌디니아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게 하기 위함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로크한테 업적에 대한 지식을 지금까지 물려주었다는 것도 알지 못했기에, 아이젠은 아무리 로크가 재능이 넘친다 하더라도 수면 밖으로 나오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한 시간이 일주일이었다.
-휘익.
아이젠은 몸을 돌려 발걸음을 옮기려 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뭐냐.’
발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이 성지 안에서 미세한 진동이 느껴졌다.
그 진동은 서서히 커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아이젠이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거세지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
잠잠했던 수면이 사정없이 떨리기 시작하더니, 위에서 아래로 내리던 폭포가 두려움에 흐르는 걸 멈출 정도였다.
‘업적의 발현……!’
자신이 감당치 못할 업적.
보다 강력한 업적의 힘이 사방에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콰직!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며, 수면이 계속 파동을 일으켰다.
-파지지지지지지지지지직-!!!!!
수면의 중앙에서 물을 꿰뚫고 하늘까지 닿을 정도로 강력한 전력의 기둥이 솟구쳤다.
-크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
전력이 서서히 잦아들자 중앙에서 작은 인영을 가진 소년이 나타났다.
소년의 어깨에는 다람쥐가 있었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몸에 새겨진 문양과 함께 머리 중앙에 마치 유니콘의 뿔과 같은 것이 돋아나 있었다.
《뇌룡의 일각 – 섬룡(閃龍).》
번개를 몸에 두른 로크는 마치 뇌신이 강림한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번개는 오랫동안 흐르지 않았다.
-크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
번개가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로크의 몸에 강한 폭풍의 힘이 깃들기 시작했다.
유니콘의 뿔은 여전히 달려 있는 상태로, 서서히 머리 윗부분에 사슴의 뿔과 같은 것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풍룡의 피부 – 단룡(斷龍).》
폭풍은 서서히 주변에 퍼지기 시작하더니 마치 받침대를 만들듯 바람의 길을 만들어주기 시작했다.
로크는 폭풍으로 이루어진 바람 속에서 유유히 걸어 내려오기 시작했다.
“정말 죽을 뻔했습니다.”
“허어…..”
“진짜요. 진짜 죽을 뻔했습니다.”
죽을 뻔했다고 투정하는 로크의 목소리는 들리지도 않았다.
몸에 돋아난 문신과 뿔들이 직접 부서트리지 않아도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업적을 완벽히 다룬다는 의미는 아니었지만, 하다못해 업적의 활용법은 깨달은 것이다.
“이봐요? 저 정말 죽을 뻔했다니까요?”
아이젠은 그제야 로크를 바라봤다.
저번과는 달리 말투도 조심스럽지가 않았다.
마치 장난감 칼을 얻었으니 자신이 이길 거라고 징징거리는 아이를 보는 느낌이었다.
“좋구나.”
아이젠은 입꼬리를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