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sen by the Hero King, the Second Life of the Illegitimate Child RAW novel - Chapter (84)
84화. 업적발현 (2)
“허나.”
아이젠은 무심히 손가락을 까딱였다.
-쿠웅!
그러자 마나로 이루어진 거대한 무언가가 내 몸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아아아!”
나는 서둘러 풍룡의 힘을 집어넣었다.
그러자 머리에 나 있던 사슴의 뿔이 사라지고, 뒤이어 소의 뿔이 올라왔다.
《지룡의 비늘 – 압룡(壓龍).》
발밑에 있던 대지가 서서히 올라오기 시작하더니 몸을 누르는 무언가를 내 몸을 대신에 지탱해주었다.
“이곳은 자연의 기운이 충만하다 보니, 자신의 역량 이상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너처럼 자연의 기운을 몸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들은 더욱 큰 역량을 발휘하지만, 그건 나 또한 다르지 않다.”
마나는 곳 자연의 기운을 자신의 몸에 맞게 정화시킨 것이다 보니, 자연의 기운이 많아지면 로크보다는 못하겠지만 마나의 질이 높아져 아이젠이 사용할 수 있는 마나가 많아진다.
“또한. 내 업적의 능력은 「무색 조형」. 자연의 기운을 굳이 마나로 바꾸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다.”
-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
“끄아아아아아아!!!”
짓누르는 무게가 서서히 높아지기 시작하자, 지룡의 힘은 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하고 서서히 땅 밑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새로 얻은 힘을 실험하는 것도 좋으나, 여기서는 제대로 된 실험은 불가능하다. 거기에 업적을 얻을 때 체력이 많이 소비되었으니…..”
아이젠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로크는 흰 눈동자를 보이며 기절하였다.
서둘러 마나를 거두어 이곳에 데려올 때처럼 마나로 만들어진 침대에 살며시 눕혔다.
“쯧쯧. 업적은 체력 소비가 심하다고 말하는 것이 늦었군.”
아이젠은 한숨을 내쉬며 로크를 데리고 성지 밖으로 나갔다.
***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익숙한 침대에 누워있었다.
‘…..업적. 업적이라.’
일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방금 획득한 업적이었다.
업적은 무언가를 최초로 이루면 얻을 수 있지만, 업적에도 급이 있었다.
반신의 피를 계속해서 뒤집어써야만 획득할 수 있는 의 업적은 최상위권에 속한 업적이었다.
그만큼 위험성도 있지만, 그래도 크렌디니아가 준 지식을 보며 업적 활용법을 금세 익힐 수 있었다.
‘용의 영혼은 두 개야.’
드레이크의 고환을 먹고 나는 미약하지만 용의 영혼을 흡수했다.
그 용의 영혼은 내 몸에 흐르기에 한 마리만 있는 줄 알았지만, 실제로는 아니었다.
두 마리의 용의 영혼이 내 몸 안에 있었던 것이다.
‘용의 영혼을 흡수하는 만큼 업적에 깃들어 있는 드래곤들을 활용할 수 있어.’
나는 한 번에 두 마리 드래곤의 힘만을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내 한계였기에 그 정도만 가능했던 것이다.
최상위 업적이기에 고작 이 정도 능력만이 있을 리가 없었다.
“조금 신기한 느낌이네요. 이게 업적을 보는 느낌인가 봐요.”
옆에 있는 백골이한테서 은은한 기운이 보였다.
업적을 가진 사람을 알 수 있다는 게 이런 의미였던 것 같았다.
‘백골이는 그리 큰 업적이 아닌가 보네.’
백골이도 물속에서 업적을 어떤 식으로 활용해야 하는지 알려줬기에, 금방 업적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도 자신의 업적을 깨닫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근데 넌 업적의 이름이 뭐냐?”
[음. 라고 말하는 게 좋겠지.]“그게 뭔데?”
[네가 내 몸통을 잡고 휘둘러서 이런 업적이 생긴 거겠지.]“……”
하긴, 어떤 미친놈이 신수를 무구로 활용하겠는가.
신수한테 다가가기도 전에 죽을 텐데.
“그래서 능력은?”
[대충이지만 능력에 대한 강화 정도인 것 같다. 썩 좋은 업적은 아닌 듯하지만 있으면 나쁘진 않겠군.]아무튼 저렇게 쓸모없는 업적도 있다는 것이다.
업적을 가진 자만이 업적을 지닌 자를 각성할 수 있다는 말이 와닿는 대목이었다.
[그래서 몸은 어떠냐?]“괜찮아. 저번처럼 몸에 부작용도 없고.”
뿔을 자유자재로 집어넣을 수도 있었기에 더 이상 부작용은 오지 않는다.
다만, 업적의 힘은 강대하다 보니 능력을 사용한 뒤로 몸이 상당히 뻐근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다 내 체력이 문제지 뭐.’
‘그래야겠죠.’
아무튼 나는 다시 침대에 털썩 누웠다.
[그건 대체 무슨 능력이냐? 순간 네몸이 아룡으로 변한 줄 알았다.]“아룡이 아니야. 드래곤으로 변한 거지…..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하프 드래곤인가?”
[하프 드래곤?]“어. 쉽게 말해서 내 몸 안에 있는 드래곤의 영혼에, 용살(龍殺)의 업적에 흡수된 죽은 드래곤들의 피가 깃드는 거지. 그럼 나는 그 영혼을 일시적으로 깨워서 몸을 변화시키는 거야.”
드래곤들은 각자가 힘을 사용하는 방식이 다르다.
EX급 스킬 이름이 「용의 호흡」인 이유는, 드래곤들은 기본적으로 호흡을 통해서 자연의 기운을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그 이후에는 자신의 신체 중 일부를 사용하여 힘을 발휘하는데, 화룡 같은 경우 똑같은 호흡으로 자신의 힘을 방출한다.
그 외 뇌룡의 성질을 가진 드래곤은 머리에 달린 하나의 뿔로, 풍룡의 성질을 가진 드래곤은 피부로 힘을 사용한다.
“드래곤의 몸으로 변하기에 몸도 변화되는 거지. 뿔 같은 경우는 드래곤의 힘의 상징이라 공통적으로 나타나지만, 그 외에도 몸에 변화가 생겨.”
풍룡의 힘을 사용했을 때도 머리에 난 뿔 때문에 눈치채지 못했지만, 피부가 약간 매끈매끈해졌었다.
[그럼 뭐. 참룡(斬龍)이나 단룡(斷龍)이나 했던 것들은 뭐냐?]“그 힘을 가진 드래곤이 죽기 직전에 어떻게 죽었냐는 거지 뭐.”
[……]업적에 있는 드래곤들은 죽을 때의 기억만을 가지고 있다 보니, 내가 힘을 발휘하면 드래곤이 죽은 이유가 업적으로 떠오르는 것이다.
어떻게 반신을 죽였냐에 대한 업적일 가능성이 높았다.
“아무튼 간에 내가 할 일은 두 가지. 하나는 체력을 키우는 것, 또 하나는 아룡의 고환을 먹어서 드래곤의 영혼을 몸에 흡수하는 것.”
잠잠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백골이가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
[나도 궁금한 게 두 가지 있다.]“뭔데?”
“몰라.”
[모른다니?]“우리가 있던 성지에서는 내가 낼 수 있는 최대의 파워보다 더 큰 힘을 낼 수 있으니까.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기절했어.”
[흐음. 하긴, 그렇기도 하군.]“그럼 다음으로 궁금한 게 뭔데?”
[가끔 말하던 영웅왕이라는 사람이 궁금하다. 크렌디니아도 이라고 했었지? 시간을 되돌아왔다는 말도 바빠서 자세히 묻지 못했는데 그게 진짜인가도 궁금하다.]“…..흐음.”
그러고 보니 이 녀석한테 자세히 말하지 않았구나.
***
내 이야기를 전부 들은 백골이는 뭔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건 몰라도 이라고 나도 누군지 알 것 같기도 하군.]“응? 진짜?”
설마 의외의 곳에서 영웅왕님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건가?
[딱히 많은 건 아니다. 다만, 이런 전설이 있다.]“전설이라니?”
[‘우주를 창조한 건 창조신이고, 우주에 생명을 창조하는 건 신이며, 우주에 규율과 규칙을 만드는 건 조율자이며, 우주에 선과 악을 나누게 한 건 위대한 생명이다’라는 말이다.]“그건….. 딱히 영웅하고 관계없잖아?”
[이야기를 더 들어라. 지금 내가 말한 전설은 조직 내부에 있는 거대한 벽화에 적혀있던 말이다. 그 벽화에는 각 문단마다 그림이 드려져 있다.]“그림이?”
[그래. 다른 건 넘어가고 마지막 ‘우주에 선과 악을 나누게 한 건 위대한 생명이다’라는 설명에서 네가 말했던 그 이라는 존재에 대한 그림이 간략하게 남아 있었다. 많이 훼손되었지만 분홍색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다는 건 기억이 나는군.]백골이는 분홍색의 존재를 아주 조금이지만 알고 있었다.
로크와 싸웠던 날, 자신의 모든 것을 부정하게 만들었던 그 작은 팔이 분홍색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필시 분홍색의 무언가와 연관이 있음을 깨닫고 벽화에 대해 이야기해준 것이다.
“그럼 지금 백골이가 한 이야기가 사실이라는 건가요?”
“……헤에.”
영웅왕님의 말에 나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럼 대체 나이가…..”
“…..넵.”
아무튼 영웅왕님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얼마다 대단한 사람이었는지 알 것 같았다.
“아무튼 곧 있으면 아이젠 공작이 찾아올 테니까. 정산 부탁드립니다.”
“이번에 이룬 게 많으니까요.”
프라츠 왕국의 음모도 막았고, 업적도 얻었으며, 실비아도 구출하였다.
거기에 업적을 사용할 줄도 알게 되었고, 아이젠 공작하고의 이야기도 끝이 났으며, 크렌디니아와도 만났다.
이후 사소하지만 백골이한테도 진실을 말했으니 정산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내일이요?”
“…..아!”
그러고 보니 그랬지?
오래간만에 정산을 받다 보니 깜빡하고 있었다.
-벌컥.
이걸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갑작스레 문이 열렸다.
“나와라.”
“…..거참. 남의 집인데 노크 좀 하시고 들어오시지 그러십니까?”
“여긴 내 집이다. 네가 얹혀사는 거고.”
“……”
듣고 보니 그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