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sen by the Hero King, the Second Life of the Illegitimate Child RAW novel - Chapter (88)
88화. 라잔 검법 창시자
하크와 아리스는 영웅의 능력에 영혼이 들어가 있었기에 나를 심상세계로 불러들일 수 있었다.
“뭐가요?”
“그러니까 뭐가요?”
갑자기 전후 사정 없이 들려온 말에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하크가 사라지고 나는 다시 본래의 장소로 돌아왔다.
이미 한 번 겪어봤던 일이었지만 남의 심상세계에 들어갔다 온 느낌은 도통 익숙해지질 않는다.
“내일보자고 했죠….. 그럼 저는 언제든지 영웅을 만날 수 있다는 말인가요?”
“음……”
아리스는 내 시간을 정지시키고 자신의 심상 세계를 열었다.
하지만 하크의 경우 심상 세계로 그냥 나를 데려간 경우였기에 현실 속에서도 시간은 흐르고 있었다.
‘둘의 차이라고 보기에는, 당시 내 상황이 긴박해서 아리스가 배려해줬다고 생각하는 게 맞겠지.’
나는 상태창을 열어 비어있는 공백에 다시 「C : 수학 신동」을 집어넣었다.
한참 동안 「수학 신동」의 기억을 보고 다시 돌아온 나는 영웅왕님한테 다시 말했다.
“그렇다면….. 저는 「용의 호흡」으로 다시 아리스를 만날 수 있다는 건가요?”
“그럼 왜 말 안 해주셨어요?”
“…..아. 네.”
뭐, 당시에는 업적에 관해서도 생각해야 했지만,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기도 해서 아리스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은 게 문제기도 했다.
“그럼 만날 수 있나요? 어떻게 만날 수 있나요?”
상태창에서 능력을 뺐다가 다시 장착하니 시야가 서서히 바뀌며 나는 또다시 작아졌다.
***
연기 상태로 나타난 아리스는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노려봤다.
「언젠가 부를 줄은 알았는데, 이렇게까지 늦게 부를 줄은 몰랐다.」
“…..죄송합니다.”
아리스는 애초부터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업적의 힘도 내가 가르쳐주려고 했지만, 이미 다른 녀석이 알려준 것 같군. 이 기운….. 크렌디니아인가?」
“맞습니다. 그녀가 저한테 업적의 힘을 다루는 방법을 알려줬습니다.”
「흠. 성지에서 업적을 개화시킨 다음에 사용했나 보군. 좋은 선택이다. 그보다 너한테는 또 다른 업적의 힘이 느껴지는군.」
“하크님한테서 의 업적을 하사받았습니다.”
「하크….. 그런가. 흐음.」
아리스는 뭔가 애매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하크도 아리스에 관해서 말하며 뭔가 애매하다는 표정을 지었는데, 둘 사이에 뭔가 있는 건가?
「뭐. 그 녀석의 의 업적은 나도 본 적이 없다. 처럼 에 묻힌 업적이니까. 애초에 육신이 변한 이상 그 외에 업적은 필요가 없어지니 당연한 거겠지.」
“예에…..”
아마 업적의 최고봉은 업적 위에 새로운 육신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체 어떤 느낌이기에 같은 업적도 필요가 없어지는지 궁금할 정도였다.
「일단 알았다. 의 업적은 성지에 가서 개화시킨 후에 스스로 사용 방법을 터득해라.」
“그럴 예정입니다.”
아이젠 공작이 허락한다면 말이다.
‘그런데 슬슬 의심하기 시작하겠네.’
업적을 하나 얻은 정도면 어느 정도 무마시키겠지만, 하룻밤 사이에 또 하나를 얻었으니 말이다.
변명 거리를 생각해 놓아야 할 것 같았다.
「아마 나를 부른 이유가 ‘라잔 검법’ 때문인 것 같은데, 맞나?」
“맞습니다. 근데 조금….. 저의 세상에서 라잔 검법의 이미지가 그리 좋지 않습니다.”
「……뭐?」
그 말에 아리스는 충격받은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그, 그게 무슨 말이냐? 이 내가 직접 만들어 낸 검법인데? 왜 그게 그렇게 됐다는 거냐? 설마….. 네가 내 검법을 완성시키지 못한 이유가…..」
“다, 다 말씀드리겠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요……”
하크한테서 들었던 대로 나는 모든 것을 말해주었다.
강체술을 어째서 사람들이 익히지 않게 되었는지, 라잔 검법이 어떤 취급을 받고 있는지 말이다.
모든 이야기를 들은 아리스는 허탈한 얼굴로 말했다.
「…..극의에 오른 검술이기에, 미개한 눈을 가진 녀석들이 시샘하여 망쳐놓은 꼴이구나. 아니, ‘누구나 익힐 수 있는 완벽한 검법’이기에 폄하 당한 걸 수도 있겠지. 네가 있는 행성에서만 그런 꼴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구나.」
“예에…… 그나저나 완벽이라니요? 이 검법이 완벽한가요?”
콜로렌스한테 듣기론 이 검법은 장점과 단점이 너무 치우쳐져 있다고 들었다.
오로지 공격과 힘에만 치우쳐져 있기에, 방어를 포기해야 하는 쓰레기 검법이라고 말이다.
병사들도 이 검법을 익히지 않기에, 불량배들이나 삼류 용병, 양아치들이나 익히는 검법이었다.
「라잔 검법이 장단점이 확실한 검법이 맞다. 내가 용병 시절 떠돌아다니는 늑대를 보며 만들었으니 말이다.」
‘…..거칠고, 바보 같고, 무식한 용병.’
라잔 검법의 창시자를 사람들은 이렇게 불렀다.
하지만 그렇게 불리었을 뿐이지, 라잔 검법의 창시자에 대해서 알려진 정보나 기록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과거에는 그냥 삼류 용병이 만든 검법이니 기록에 남을 리가 없을 거라고만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모종의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된다.
「다만, 그 늑대는 평범한 늑대가 아니었다. 아니, 평범한 늑대였지만 오우거조차 쓰러트릴 수 있을 정도로 강했으니 말이다.」
“…..그게 가능한가요?”
「그래서 나는 그 늑대의 생활을 관찰했다. 몇 년 동안이나. 그리고 그 늑대의 움직임으로 최고의 검술을 만들었고, 내 성을 붙여 라잔 검법이라 이름 지었다.」
그 늑대는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그런 늑대는 본 적이 없었다.
덩치도 평범했던 그 늑대는 설사 아무리 강대한 적을 만나더라도 피하지 않았고, 그 강한 오우거조차도 지략으로 쓰러트릴 정도였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은 늑대, 그 누구한테도 굴복하지 않은 늑대였기에 아리스는 그 늑대를 기억하고자 검법을 만들었다.
「그 늑대는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업적을 깨우쳤다.」
“……그게 가능한가요?”
「그러니 오우거도 쓰러트린 거겠지. 그 늑대는 미물이기 이전에 너무 똑똑했으니까.」
몬스터를 쓰러트릴 때마다 늑대는 업적을 깨우쳤고, 오우거하고 싸울 수 있었다.
「늑대는 도망가지 않았다. 그렇다고 공격을 방어하지도, 피하지도 않았다. 최고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걸 늑대는 손수 보여줬다.」
정면으로 받아치는 게 아니다.
공격을 카운터치며 더욱 힘있게 돌려주는 식이었다.
아리스는 그러한 것을 참고로 이 세상에서 가장 익히기 쉬우면서도 위력 있는 검법을 만들었다.
「네가 가지고 있는 검법도 그러한 특성을 띠지만 부족하다. 위력도, 능력도, 근본에 어울리는 검법조차도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저는 이미 검법에 갇혀있지 않습니다만……”
나는 이미 검법에 선을 파악했고, 나만의 검법을 창조하였다.
즉, 라잔 검법을 새로 익힌다고 해도 나한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너는 나를 왜 불렀지?」
“그야……”
부른 이유는 여러 가지였지만 딱히 무엇하나 기억나지는 않았다.
「같은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검법을 새롭게 익힘으로써, 너의 뼈대가 더욱 좋아질 것이다. 제대로 된 것이 아닌 어중간한 것을 익히면 오히려 몸에 안 좋다.」
“그건 그렇죠.”
「무엇보다. 라잔 검법을 제대로 활용할 줄만 안다면, 네가 가지고 있는 심상 검법의 위력도 증가되겠지.」
틀린 게 하나 없는 아리스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배우겠습니다.”
그 말에 아리스는 씨익 웃음 지었다.
「그럼 시작해볼까?」
***
하크와 아리스에게 각각 1시간씩 교육을 받기로 한 다음 날. 나는 아침부터 또다시 아이젠 공작을 만났다.
“먹어라.”
“……와우.”
콜로렌스와 아이젠의 수련이 같은 점이 있다면, 진짜 죽기 직전까지 굴린다는 것이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그때는 한계를 돌파해야 했다는 점이고 지금은 업적의 힘을 제대로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 때문에 수련하면서 일단 밥은 줬는데, 그 밥 질이 상상을 초월했다.
아예 고기로만 이루어진 식단이 이루어져 있었고, 그 양도 상상 초월했다.
호로록.
아이젠은 그저 찻잔만 들어 올렸다.
“그리고 너도 이제 집을 옮길 생각을 해라.”
“집을 말입니까?”
“공작가의 자제가 이곳에 머물고 있다고 소문나게 할 생각이냐?”
“그건….. 어차피 일주일 뒤에 아카데미에 가는데 그게 뭔 상관입니까?”
“이곳이 좋나?”
“정이 들었다고만 말해두고 싶네요.”
영웅왕님의 헛소리를 무시하며 생각했다.
‘사교계에 데뷔하라는 건가?’
싫은데.
아무리 나라도 사교계가 뭐 하는 곳인지 알고 있었다.
쉽게 말해 내가 공작가의 자제임을 알리라는 것이기도 하고, 다른 귀족 가문의 아이들과 인연을 만들라는 의미기도 했다.
“사교계에 데뷔하는 게 싫은가?”
“어떻게 아셨어요?”
“그런 표정을 짓고 있으면 모르고 싶어도 알지.”
어차피 들킨 거 나는 내가 생각하고 있는 걸 말했다.
“솔직히 그렇네요. 공작가의 자제임을 언젠가는 알리겠지만, 그런 귀찮은 자리에 가는 건 피곤해서요. 제가 예의범절 있는 것도 아니고.”
그 말에 아이젠은 피식 웃었다.
“예의가 없다는 건 알고 있군. 예절도 없고, 예법도 모르고 말이야.”
“그렇죠 뭐.”
“허나 상관없다. 위디아 공작가의 자제되는 자는 어느 상황에서든 떳떳하기만 하면 된다.”
“떳떳….. 말입니까?”
“네가 또 다른 업적이 하루 만에 생겼음에도 내 앞에서 비밀을 숨길 정도로 떳떳하기만 하면 된다.”
“음….. 눈치채셨네요?”
“너도 알 텐데? 업적을 가진 자들의 눈에는 무엇이 보이는지.”
옆에서 뼈다귀를 핥고 있는 백골이만 봐도 업적이 있는 자들의 몸에는 새로운 기운이 흐른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네가 사교계에 나가고 싶지 않으면 나가지 마라, 다만 어디서든, 누구 앞이든 간에 위디아 가문의 피가 흐른다는 사실만 잊지 마라. 그 무엇을 해도 신경 쓰지 않을 테니.”
“…..”
그 말에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아이젠 공작이 나를 확실히 위디아 공작가에 잡아 두려고 한다는 것과 동시에 나를 인정한다는 것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