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sen by the Hero King, the Second Life of the Illegitimate Child RAW novel - Chapter (9)
9화. 가정교사 (2)
재능이 있으면 공평한 기회를 주는 위디아 공작가.
그렇기에 위디아 공작가는 제국의 공작가들 중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었고, 제국에 신임을 받았다.
하지만 나는 위디아 공작가가 미래에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었다.
‘망하지.’
잔혹한 이야기지만 위디아 공작가는 정체불명의 적들을 상대로 제국의 선봉에 섰고, 이후 무참하게 패배한다.
패착 요인은 보통의 전투로 착각했다는 것.
‘그 자식들의 공격방식은 아직 그 누구도 모르지.’
당시 나는 그들이 데리고 다니는 괴생명체만을 상대하는 말단이었기 때문에 그들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자고 일어날 때마다 대륙을 호령하던 강자들이 죽어 나갔다는 소문이 들려오는 걸 보면 수뇌부들도 아직 그들의 정체를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
그런 적들을 상대로 선봉에 섰으니, 위디아 공작가가 망하는 것은 어쩌면 자명한 일이었다.
용병 세계에는 이런 말이 있다.
‘몬스터의 정체를 알지 못하면 의뢰를 포기하고 도망가는 것만이 살길이다.’
용병들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직업이다.
그러다 보니 안전이 최우선이었고, 그만큼 기민하게 움직여야 했다.
선천적인 재능의 부재로 더 많고 더 위험한 것들을 경험해야만 했고, 까딱하다 목이 날아가는 것은 일도 아니기에 다른 용병의 지식을 전달받아야만 했다.
위디아 공작가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을 테지만, 정체불명의 적들을 상대로 계속해서 물러날 수만 없었던 상황인지라 그들의 정체를 알기도 전에 상대해야만 했다.
‘아뇨? 도망칠 건데요?’
‘……진짜요?’
‘……용기.’
나는 공작가가 무서워서 도망쳤다.
하지만 도망쳐온 현실은 내가 가장 무서워했던 공작가보다 더욱 위험하고 위태로웠고 혼돈의 연속이었다.
앞으로 한 발만 내디뎌도 죽을 수 있다는 현실에 나는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아야 했다.
‘아뇨. 그건 싫어요. 그래도 정신이 번쩍 드네요. 감사합니다.’
호구가 되는 건 싫었지만 그래도 영웅왕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솔직히 막강한 적들 앞에 나 혼자 과거로 돌아온다고 해도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현재의 난 동료도 없는 혈혈단신의 몸일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공작가 내에서도 입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달라져야 한다.’
원래대로라면 할스의 복수사건 이후로 이 지긋지긋한 공작가에서 벗어나 동료를 모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10년 안에 그들을 막을 수… 아니, 그들을 전부 죽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위디아 공작가라면 일단 성인이 될 때까지 나 자신을 지킬 수 있고, 공작가의 자제라는 명목하에 동료를 모을 수도 있었다.
“도련님?”
“……아니다. 잠시 생각 좀 하느라 늦었군. 다시 소개를 부탁하지.”
테스런은 눈앞에 있는 중년 남성의 이름을 다시 말해주었다.
“콜로렌스 경입니다.”
“…….”
“호오?”
콜로렌스.
10년 후 그들을 대적했었던 72 강자 중 한 명이 나를 재밌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
가정교사 중에서도 가장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건 엘프들이다.
다만, 미래에서도 한 번도 보지 못할 정도로 인간을 싫어하는 엘프들이 가정교사를 할 리가 만무했다.
오직 인간과 엘프 사이에서 나온 하프 엘프만이 인간과 교류를 하곤 했다.
하프 엘프들은 두뇌 회전이 빠르고, 인간들보다 오래 살아 역사에 관해 박식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게 가정교사로 몸값이 높은 이유였다.
“첫 시간 ‘언어’를 담당한 에실리라고 합니다.”
지적으로 보이는 안경을 쓰고 있는 젊은 여성이 나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나이로 보자면 나보다 기껏해야 5~6살 정도 많아 보이지만, 시력이 인간들보다 몇 배는 좋은 엘프가 안경을 썼다는 것은 나이가 적지 않다는 의미였다.
본래 엘프라면 죽을 때까지 시력이 좋겠지만, 반은 다른 종족으로 되어 있기에 부작용이 온 것이다.
“라이젠 제국의 글자는 아시는지요?”
“배웠다.”
자연스럽게 하대했음에도 에실리는 아무렇지 않은 듯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설명이 빠르겠군요. 라이젠 제국은 총 25개 국가와 12개의 민족들로 이루어진 제국입니다. 당시에 총 20개의 말과 7개의 언어가 있었고, 라이젠 제국은 이를 하나로 만들어 ‘카틀리스트라도 언어’라고 명명하였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총 7개의 언어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이 시절의 나라면 당연히 알 리 없었다.
이곳에선 지식이라는 것 자체를 배운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카트 언어, 르리 언어, 스므 언어, 트아 언어, 아도 언어를 합쳐서 글씨를 만들었고, 읽는 법은 뼈대가 되었던 라이카노제 왕국의 말소리와 태양의 말소리를 규합한 것이지. 맞나?”
“……맞습니다. 그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에실리의 표정이 눈에 띄게 동요했다.
애초에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무능한 자손이라는 말을 듣고 이 자리에 왔기 때문이다.
에실리뿐만 아니라 여기에 온 가정교사들 모두 아이젠 공작가에 막내가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들었다.
나는 에실리의 반응에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무리 이곳이 정보와 지식에 배척돼 있다고 해도, 어느 정도의 상식은 알 수 있다.”
당연히 헛소리다.
이곳은 버림받은 자들만 오는 곳이고, 지금 내가 말한 언어에 대한 상식은 미래에 배웠던 것들이다.
여러 나라를 이동하는 용병들의 지식도 방대한 편이었기 때문에 이것저것 주워들은 것들이 많았다.
무식하다고 평가받는 용병들은 그저 자신의 힘에 취한 바보들일 뿐, 약한 힘으로 생존을 위해 싸웠던 용병들은 지식의 가치를 알고 그것을 택하였다.
나라의 지리, 경제, 이동 방향 등을 탐색하고 역사, 언어 등을 외워 조금이라도 돈을 더 받기 위해 노력했다.
나 또한 육체적인 힘이 부족했기 때문에 지식의 양을 넓히는 데 힘을 쓴 편이었다.
“그렇…군요. 그럼 난이도를 조금 더 올려보겠습니다. 헤이톤스 행성에는 총 몇 개의 말소리가 있습니까?”
“1,320개.”
“그럼 몇 개의 글자가 있습니까?”
“24개.”
“그중에서 동부에 사용하는 언어는 몇 개입니까?”
“9개 그리고 서부 10개. 남부 4개, 북부 1개.”
북부에 있는 제국은 언어 통일이라는 업적을 이루어냈다.
라이젠 제국은 동부에 위치해 있고, 제국을 포함하여 9개의 국가가 전부 다 다른 글자를 사용한다.
“흠흠. 기초상식은 전부 알고 있군요. 그럼 언어의 기록부터…….”
“태초의 언어인 상드보라니오 글자를 말하는 건가? 동물 그림으로 엘프들이 만든 언어라고 들었는데?”
“…….”
에실리는 로크의 말에 어안이 벙벙한 듯 한참이나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정도면 언어에 대한 건 대부분 알고 있는 것과 다름없었다.
에실리는 이것까지 알겠나 하는 마음으로 조금 더 대화를 진행하기로 했다.
“상드보라니오 글자는 동물의 모습에서 만들어졌어요. 그렇다면… 식물의 글자는 뭔지 아시나요?”
“아펜다시니를 말하는 건가?”
“……!”
에실리의 표정이 뜨악한 듯 보였다.
‘아. 이건 지금 말하면 안 되는 건가?’
아펜다시니는 아마 지금 시간대로 3년 전쯤에야 유명해지는 글자다.
“어, 어떻게…… 그걸…….”
지금부터 5년 후. 아펜다시니 글자에 관한 모든 정보가 풀린다.
일반인들도 공공연하게 알 정도였으니 나도 모를 리 없었다.
“뭐……. 어디선가 들었다.”
내가 말끝을 흐리자 에실리가 탁자를 두손으로 쾅 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럴 리가 없잖아요! 이 글자는 언어학자가 아니라면 모르는……”
에실리는 자기가 말을 하면서도 문득 이상한 점을 느꼈다.
자신은 어째서 언어학자들이나 알 법한 것을 앞에 있는 도련님한테 물은 것일까?
아니, 그보다 그걸 어떻게 도련님이 알고 있는 거지?
“최근에 엘렌의 언어라는 책을 봤는데 그곳에 적혀있던 것 같군.”
“……그 책은 히포스타 글자로 적혀있을 텐데요?”
“이곳에만 있으면 상당히 ‘심심’해서. 여러 책을 읽거든.”
물론 이곳에 있는 책은 그저 따분함을 없애기 위한 동화책 정도였다.
히포스타 글자는 가장 어려운 글자라고도 불린다.
획 하나의 길이에 따라 뜻하는 글자가 수십 개가 되는 가장 난해한 글자.
그래서 언어학자들은 특히 히포스타 글자를 익히고 싶어 한다.
“……그럴 리가요. 그저 우연이겠죠.”
엘렌의 언어라는 책은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는 책은 맞다.
위디아 공작가라면 한두 개 정도는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히포스타는 고작 14살짜리 아이가 익힐 만한 언어가 아니었다.
에실리는 그가 엘렌의 언어라는 책에서 아펜디시니를 알아냈다는 것을 그저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우연일 리가 없지만, 우연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300년을 살아온 저도 간신히 익혔는걸요?”
그 정도로 난해한 언어였다.
지금 시대에는.
“뭣하면 시험을 내보든가.”
“……알겠습니다.”
그녀는 들고 있던 책들 중 가장 얇은 책을 집어 들어, 중간 정도 되는 페이지를 나에게 내밀었다.
책은 히포스타 글씨를 옮겨적었는지 비교적 깨끗한 잉크로 적혀있었다.
“이 부분 읽으실 수 있으십니까?”
나는 그 부분을 보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
“레나는 우는 얼굴로 백마에서 내려오고 있는 내 품에 안겼다.”
“……예?”
“순정소설이군. 최근에 연구하고 있던 책인가? 웬만하면 다른 책을 추천하고 싶군.”
에실리는 자신이 들고 있던 책이 순정소설이었다는 사실보다 내가 정말로 글자를 읽었다는 것에 몸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어, 어떻게…….”
5년 후에 아펜다시니와 더불어 히포스타 글자를 읽는 방법이 전 세계에 공개된다.
‘그렇게 어렵게 느껴졌던 히포스타가 결국엔 아펜다시니 글자와 상드보라니오 글자를 반반 섞어놓은 누군가 장난 삼아 만들어 놓은 ‘암호’였던 거지.’
2개의 똑같은 글자가 나오면 획의 길이를 보고 글자를 읽는 것이 아니다.
똑같은 글자가 나오면 획이 긴 편을 읽지 않고 진행하는 것이다.
즉, 상대가 알아보지 못하게 글자인 것 마냥 3,000개에 해당하는 글자를 만들었을 뿐이다.
실질적으론 32개의 글자만 존재한다.
‘히포스타 글자는 애초부터 연인들이 사용하던 글자였지.’
5년 후에 발견되는 유적에 히포스타 글자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고, 그에 따라 많은 이들이 읽을 수 있게 된다.
“이럴 수가…”
“수업은 끝인가? 시시하군.”
“자, 잠시만요! 어떻게 읽었는지 알려주세요!”
“음, 내가 그걸 왜 알려줘야 하지? 가정교사로 왔으면 네가 나를 가르쳐야 하는 게 아닌가?”
“그, 그건…….”
“테스런. 오늘 언어 수업은 끝이다. 다음 교사 들여보네.”
“…….”
“테스런?”
“네? 아……. 네. 알겠습니다.”
조용히 뒤에서 수업을 지켜보고 있던 테스런도 충격을 받았는지 한참 후에나 제정신을 차렸다.
‘재능이…… 맞는 것인가?’
자신이 알던 모습과 너무 다른 도련님의 모습에 테스런은 지금 이 상황이 꿈인가 싶을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