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sen by the Hero King, the Second Life of the Illegitimate Child RAW novel - Chapter (92)
92화. 입학식 임무
아무튼 간에 지금 내가 있는 수목궁은 그 여자가 직접 만든 궁이었고, 그게 100년 동안이나 이어져 오고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언제 무너져도 모를 정도로 썩어가고 있다는 거지. 나무가 100년 동안 방치되어 있었으니까.]“한 마디로 예전보다 삶은 좋아졌으나, 자제들 중에서 밑바닥인 건 다름없다는 거네.”
[다른 말로 하자면 너도 이제 세력을 만들 수 있다는 거 아닌가?]“그렇긴 한데….. 필요 없어.”
미하엘이 후계자가 되면 그 밑에 있는 우리들에게는 두 가지 선택권이 남겨진다.
하나는 위디아 공작가에 남아 총집사, 총관, 기사단 등을 맡는 것이고, 또 하나는 자신의 세력을 가지고 분가가 되는 것이다.
자투리 영지를 가져서 그곳을 다스린다는 것인데 두 개 다 장단점이 있었지만 나한테는 둘 다 필요 없었다.
‘나는 이미 조직에 들었으니까.’
에리나는 미래에 마탑으로 가고, 실비아는 미하엘 곁에 남는다.
하지만 미래가 달라진 지금,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무튼 간에 이제 또 시작하죠.”
나는 영웅의 능력을 뺐다가 다시 착용했다.
「여어! 왔냐?」
그렇게 나는 하크를 만났다.
***
자기 전에는 아이젠과 자고 난 후에는 하크와 아리스를 만나 몸을 단련했다.
하크한테는 스피릿 브레이크에 대한 지도를, 아리스한테는 검술 교정에 대한 지도를 받기로 했다.
아리스한테는 어제 수업을 받았지만, 어제 하크한테서는 여러 설명만을 듣느라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기에 첫 수업이었다.
그래도 사라지기 직전에 내일부터 스피릿 브레이크를 봐주겠다는 것과 비슷한 소리를 들었으니 해줄 것이라 믿었다.
「넌 글렀어.」
하크한테 수업을 받은 첫날 가장 먼저 들은 말이 그거였다.
「8문을 배우는 방법이 가장 정통이지만, 스피릿 브레이크? 그 방식으로 하면 8문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배워야 해.」
“그런데…..요?”
「8문은 내가 강체술을 보다 쉽게 익히게 만든 방법이야. 즉, 초반 기초만 잘 쌓으면 앞으로 순탄하게 경지를 이룰 수 있다는 거야. 그 초반이 힘들어서 아예 변형을 시켜버린 게 스피릿 브레이크지.」
누구나 배우기 쉽게 만들었기에 삼류 용병들이나 익힌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애초부터 그렇게 만들어지지 않았기에, 나 또한 제대로 된 기초를 배우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너는 스피릿 브레이크를 익힌 게 아니야. 오히려 다른 방식으로 익혔는데 스피릿 브레이크라는 방식으로 수련을 했어.」
“…..맞습니다.”
문제가 된다면 바로 이것이다.
영웅의 능력을 숨기기 위해 콜로렌스한테 거짓을 고했고, 콜로렌스는 스피릿 브레이크를 익히는 방식으로 나를 한 단계 각성시켰다.
「그러니까 글렀어.」
“……그럼 저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굴러야지 뭐.」
“예?”
하크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보통 각 행성마다 경지를 부르는 방식이 달라. 아까 내가 8문은 우리가 있던 행성의 방식을 따른 거지. 너희 나라도 검사나 마법사의 경지를 부르는 방식도 똑같지는 않잖아?」
“그렇긴…..하죠.”
적산의 기억 혹은 영웅왕님의 말투에서 가끔 처음 듣는 말이 있었다.
수강(手强)이라든가, 검강(劍强)이라든가, 절정이나 초절정 같은 말이었다.
아마 그게 경지 혹은 오러 블레이드를 다른 행성에서 지칭하는 말일 것이다.
「다른 행성의 방식은 거의 완벽에 가까운 거야. 그런데 너는 그 완벽한 방식을 어지럽혔으니 어떻게 해야겠어? 네가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야지.」
“…..그게 가능할까요?”
「몰라. 근데 넌 여러 개가 섞여 있어서 너만의 강체술을 만들어낼 수도 있겠지. 애초에 강체술과 방식이 그렇게 다르지도 않으니까 어렵진 않을 거야.」
그러면 결국 내가 죽도록 굴러야 한다는 소리인가.
“시작하죠.”
「아. 그 전에 이걸 먼저 보여줄게.」
하크는 손바닥을 들어 올렸다.
-우우우우우웅-!!!!!
그러자 무색의 빛을 뿜어내는 묘한 구가 떠오르더니 하크의 손에서 맴돌았다.
“그건……?”
무색이라면 눈에 보이지 않아야 할 텐데, 마치 무지개처럼 무언가가 일렁이며 눈에 보였다.
아지랑이처럼 일렁이는 것이 계속해서 원형을 그리며 회전하고 있는 모습에 나는 신기함을 느꼈다.
「자연의 기운 그 자체. 그냥 자연이라고 생각하면 돼.」
“…..그걸 어떻게.”
「너한테 들어오는 여러 가지 속성들을 몇 차례 필터에 걸러낸다고 생각하면 돼. 강체술은 피부, 근육, 뼈, 혈관 같이 신체에 존재하는 것들로부터 자연의 기운을 흡수하여 몸으로 내뱉는 기술이야. 너는 혈관과 피부를 주로 이용하지만 그 외에도 사용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
“……!”
「자연의 기운을 흡수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질수록, 자연은 더욱 정순하게 걸러지며 더욱 강한 위력을 내지.」
하크는 손안에 있는 원을 내 명치에 가져다 대었다.
‘아프지…..않아.’
오히려 몸 안이 상쾌해지며 피로가 풀리는 느낌마저 들었다.
「정순한 자연의 기운으론 무엇이든 할 수 있어. 애초에 자연의 기운은 너무 많은 속성을 가지고 있으니까 하나의 속성만을 사용하려고 해도, 걸러지는 와중에 위력이 점점 떨어지게 돼. 완전히 정화된 자연의 기운은 상대의 몸을 치료하기도 하고, 고통만 주기도 하고, 더욱 강한 위력을 보이기도 하지.」
하크는 또다시 손에 정순한 자연의 기운을 모아두었다.
-화르르르르륵!
곧이어 불이 피어올랐다.
‘…..아름다워.’
마치 꽃을 보는 것처럼 아름다운 불은 내 모든 것을 현혹하는 듯했다.
「정순해진 자연의 기운은 더욱 정순한 속성을 만든다. 당연히 위력이 몇 단계나 올라가지. 이건 8문 중 4문에 오르면 사용할 수 있어.」
“4문…… 그럼 제가 그걸 배워야 한다는 거군요.”
「육신의 모든 것을 사용해서 자연의 기운을 정화시켜. 아. 근데 조심할 게 하나 있다.」
“뭔데요?”
「잘못하면 머리털이 전부 빠질 수 있으니까 조심해라. 너 대머리 되면 영웅왕님한테 혼나니까.」
“……”
하크의 손에 피어오른 불을 바라봤다.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자연의 기운인 불속성은 기껏해야 검에 붉은 기가 돌게 하는 정도였다.
‘자연의 기운을 흡수, 정화, 재점화. 이렇게 3단계 방식인가.’
즉, 지금 저 상태는 마치 불을 때기 전 순수한 상태의 장작과 같은 거였다.
속성을 불어넣으면 그 자연을 현실에서 실체화할 수 있는 것이다.
「배우고 싶냐?」
“당연하죠.”
「그럼 굴러야지.」
“……”
그렇게 지옥이 시작됐다.
***
하크와 아리스는 기껏해야 1시간 동안만 날 볼 수 있기에, 나는 그 안에 많은 것을 보고 배워야만 했다.
반대로 말하면 그 시간 동안 알짜배기만 주입시키기 위해 나를 더욱 빡세게 굴리는 것이기도 하겠지.
아직 그 시간은 끝나지 않았다.
-콰직!
「다시」
아리스는 연기로 만들어진 검을 대지를 향해 겨눴다.
“케헥…..”
그저 연기로 만들어진 검일 뿐인데 일순 목이 베였던 나는 컥컥거리며 목을 부여잡았다.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지만 곧이어 다시 본래의 상태로 되돌아갔다.
「공격을 멈추지 마라. 그리고 생각하면서 공격해라.」
“그, 그게 쿨럭! 대, 대체 뭡니까?”
「상대의 모든 것을 파악하고 세세하게 움직여라. 1초 아니 반 박자 빠르게 상대의 수를 읽으며 공격하라는 것이다.」
“……당신 상대로요?”
「에휴. 다리도 안 움직이고, 눈꺼풀도 안 움직이고, 몸도 고정되어 있는 상태에다가 왼팔 하나만 움직이는데 아직도 부족하냐?」
“이왕이면 손가락 하나만….. 아닙니다.”
아리스의 몸은 허점투성이였지만 그 허점을 향해 검을 뻗는 순간, 어디에선가 다가오는 검에 죽임을 당한다.
분명 왼손에 들려있는 검임에도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사방에서 공격이 들어온다.
「라잔 검법은 방어하라고 만들어진 검법이 아니다. 오직 공격 하나만 보고 만들어진 검법이라고 몇 번을 말하나? 최고의 방어는 상대를 먼저 죽이는 것이다. 더욱 빠르게 움직여라. 더욱 세세히 상대의 움직임을 느껴라.」
“……”
하크와 아리스 둘이 합해서 대략 50번 넘게는 죽은 것 같았다.
하다못해 하크는 내가 죽는 이유라도 알려줬지만, 아리스의 검은 어디에선가 휘둘러지는지도 몰랐기에 무의미하게 죽임당했다.
「슬슬 시간이 끝났군. 내일 보자.」
그렇게 아리스의 시간도 끝나자 심상세계는 서서히 사라졌다.
“…..나는 살아있구나.”
현실 속의 내 몸이 심상세계로 빨려들어 가는 것이다 보니, 몸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하다못해 시간에 대한 부작용만 풀 수 있었어도 방법이 있었을 텐데….. 하아.”
하루에 두 번밖에 없는 귀중한 시간이다.
괴롭기는 하지만 그 둘한테 배우는 지식과 경험은 굉장히 값졌다.
[갔다 왔냐?]백골이는 꼬리로 침대를 만든 채 붉은색 눈을 끔뻑거리고 있었다.
“어. 별일 없었지?”
[있었다.]말아져 있던 꼬리를 서서히 풀자 그 안에는 스크롤이 하나 있었다.
[까마귀가 왔다 갔다. 전령이다.]“……조직에서 왔었나 보네.”
스크롤을 펼치자 역시나 그 안에는 읽을 수 없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어차피 푸는 방식을 이미 알고 있기에, 스크롤을 최대한 펼쳐 글자 조합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카데미 입학식 기간에 위험 감지.
입학 후 압도적인 성과를 보여라.」
“흐음.”
내용은 총 두 가지였다.
하나는 입학식의 위험을 미리 방지하라는 것, 또 하나는 아카데미에서의 내 생활을 컨트롤하려는 것이었다.
‘첫 번째는 몰라도 두 번째는….. 아마 내가 아탈리네 황녀님의 사람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겠지.’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과 지금 명령받은 것 중에서 뭐가 더 이득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앞선 내용에 집중해야 했다.
“아카데미 입학식이라….. 그러고 보니 까맣게 잊고 있었네.”
당시 나는 위디아 공작가에도 아카데미에서도 없었지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만큼은 알고 있었다.
대륙 전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최악의 사건이었으니 말이다.
[무슨 일이 있었는데 그러는 것이냐?]“테러가 일어나.”
당시에는 정체불명의 집단이라고 묘사되었지만, 미래에 그들이 누구였는지 모르는 이들은 없어진다.
“너희 쪽에서 습격해 오거든.”
[…..그런 중요한 일을 왜 잊고 있었냐?]“딱히 중요하지 않아. 여기서 죽은 사람은 없다고 공식적인 발표로 들었으니까.”
온갖 귀족들과 왕족, 그리고 제국의 황족들까지 모이는 아카데미였다.
한 나라 정도는 섬멸할 수 있을 정도로 방비가 철저했기에 테러가 일어났다고 해도 죽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 후가 문제였지만.”
[그 후?]“나중에 학생이 한 명 죽어. 그 테러로 인해서.”
그 학생의 이름은 아모리 하사크 사마로하.
남부의 지배자인 사마로하 제국의 1황녀였다.